<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사형제도 존폐 논쟁의 쟁점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2.07.15 13:34:15
  • 호수 13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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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형제도의 존폐 여부에 관한 논쟁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1997년 이후 국내에서는 사형을 선고하지만 집행은 단 한 건도 하지 않아 국제사회로부터 실질적인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실질적인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됨에도 왜 갑자기 이 사형제도 존폐가 다시 한 번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을까. 

1996년 처음으로 사형제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에서 합헌 7과 위헌 2로 합헌 판정이 내려졌다. 2010년의 두 번째 헌법재판에서는 합헌 5와 위헌 4로 그 격차가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합헌으로 남았다.

2019년 세 번째로 사형제도의 위헌과 합헌 여부를 되묻게 됐고, 그 변론이 이제 시작된 상황이다.

어느 국가에서나 살인을 가장 엄중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형벌로 다스렸던 것이다.

여기서 쟁점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살인범에게도 우리와 동일한 생명권을 논할 수 있는가의 논쟁이다. 일각에서는 스스로 포기한 생명의 고귀함까지 국가가 보호해야 하는가 묻는다.

또 국가가 국민에게 살인은 결코 허용될 수 없는 범죄이기에 누구도 살인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사형이라는 수단으로 국가 자신이 소위 관제 살인을 행한다는 역설을 지적한다.


최근 형사정책과 형사사법기관의 중요 관심사 중 하나는 그 정당성이다.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이고 결과적 정당성이 담보되지 않는 정책과 제도는 문제라는 것이다.

사형제도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사형선고의 오판 가능성에 대한 물음이 계속되는 게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진범이 아닌 무고한 사람에 대한 잘못된 형벌(Wrongful conviction)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형이다.

사형은 되돌릴 수 없는 형벌이다. 사형이 집행되면 그 이후 진실과 진범이 밝혀지고 오심과 오판이었음이 확인되더라도 복구 및 회복이 불가능하다.

물론 최근 과학수사의 발전과 인권의 강조 등으로 오심의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는 하지만 오심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당연히 불완전한 인간의 심판으로 같은 인간의 목숨을 뺏는 것이 정당한가 물을 수밖에 없다.

피해자나 그 가족의 피해는 전혀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도 사형의 정당성에 의문을 더한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쟁점이면서 오해와 통념이 자리하고 있는 게 바로 사형의 범죄 억제, 예방효과다. 사형이 과연 살인을 억제하고 예방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잘못된 질문이다. 사형제도가 살인범죄의 억제와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도, 반대로 효과가 없다는 과학적 증거도 없기 때문이다.


사형 폐지론자들은 사형제도가 존치했을 때와 폐지됐을 때 살인 발생에 큰 차이가 없었으며, 미국의 경우 사형이 집행되는 주와 폐지된 주의 살인범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들기도 한다. 존치론자들은 적어도 계획적 살인이나 도구적 (institutional) 살인에는 사형의 억제효과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자면 두 주장 모두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살인범죄의 경우 형벌의 억제효과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살인은 대부분이 피해자가 바뀔 수 없는 범죄로서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범죄의 원인이 된다.

재범의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때로는 확신범이어서 사형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살인을 행하기도 한다. 더욱이 일부 살인 사건은 격정과 상황적 범죄여서 형벌을 통한 범죄 억제를 계산할 여지가 없다. 

해당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사형이 폐지된 국가가 존치시키고 있는 국가보다 월등하게 많다는 점에서 어쩌면 그 폐지가 추세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폐지를 위해서는 먼저 전제돼야 할 게 있다.

형벌의 범죄 억제효과는 그 엄중성 못지않게 확실성, 신속성도 중요한 만큼 죄를 범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뿌리내리도록 형벌의 확실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석방제도와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길어진 관계로 살인 후 장기나 무기형을 받고도 일정 기간 수형생활을 하고 가석방이나 형기만료로 출소한 후에도 재범할 수 있는 재범의 위험이 상존하는 연령대임을 감안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제시할 수 있는 것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Life sentence without parole)’이나 ‘삼진 아웃’이다. 미국처럼 피의자 개인별 양형이 아니라 건별 양형이 가능해져서 경우에 따라서는 100~200년형을 내려 현실적으로 가석방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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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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