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북적이는 ‘황금라인’

‘황금라인(골드라인)’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 5호선, 9호선 인근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하철 2호선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순환하는 유일한 노선이다. 강남, 시청 등 도심은 물론 서울 주요 지역을 관통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탑승하는 지하철 노선이다. 그에 따라 오피스텔 공급도 활발하다. 이대·연대를 아우른 신촌, 홍대, 한양대, 건대, 서울대 등 서울 유명 대학가와 업무용 빌딩 밀집지역을 지나 직장인 및 대학생 수요가 풍부하다.

직장인들
수요 풍부

지하철 2호선은 승차 인원뿐 아니라 환승역 모든 구간이 전체 환승역(51개) 절반에 가까운 23개나 배치돼 환승 인원도 가장 많다. 역세권 일대는 분양시장에서는 분양 흥행 보증수표이자 노른자위 땅으로 통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둥근 벨트 모양으로 연결된 지하철 2호선 축을 ‘싱글 벨트’라고 부른다.

지하철 5호선의 경우 서울을 동서로 잇는다. 광화문, 여의도, 영등포, 마곡지구 등 주요 업무지구를 관통해 업무라인으로도 불린다. 그래서 승객이 많다. 5호선 라인 또한 오피스텔 공급이 활발한데, 대표적으로 여의도와 여의도가 속해 있는 영등포구가 있다. 이들 지역은 풍부한 임대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영등포동에는 지난해(상반기 기준) 기업체 7800여개가 위치, 종사자 4만5000여명이 근무 중이며, 인근 여의도동은 약 8000여 개의 기업체와 15만여명의 근로자가 있다. 특히 여의도는 서울 도심권 및 강남권과 함께 서울 3대 업무지구로 꼽히는 곳으로, 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 방송, 국회 관련 시설이 밀집해 있다.


연초 서울 영등포구에 공급된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는 평균 199.74대1의 경쟁률로 올해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서울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도보권에 있고, 2024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이 인접하다.

또 인근 타임스퀘어 내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이와 함께 강서구 마곡지구와 인접한 5호선 화곡역, 까치산역, 목동역, 오목교역 등 일대도 오피스텔 등 공급이 활발한 편이다.

지하철 9호선은 강북, 여의도, 강남 등 일명 3대 업무지구 중 강남과 여의도를 지난다는 점, 급행열차 탑승 시 이동시간을 상당 부분 단축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반포, 잠실, 여의도, 목동 등 한강 이남에 자리한 주거 선호 지역에 정차한다는 점에서 골드라인으로 불린다.

무엇보다 9호선 역세권 주거지역은 고소득 사무직 일자리가 많은 업무지구와 ‘직주근접’이 가능해 더욱 각광받고 있다.

분양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서울지하철 2·5·9호선 지역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지역의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0.56%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9호선의 주요 노선인 강남 지역의 상승률이 0.6%로, 강북 지역 상승률인 0.51% 대비 0.09%포인트가량 높았다. 이 때문에 개별 단지의 몸값 상승 사례도 다수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93㎡ 타입은 지난 1월 37억5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같은 평형대는 지난달 1억5000만원 오른 39억원에 손바꿈됐다. 9호선 신반포역이 바로 앞에 위치한 것이 가격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역시 9호선 연장 노선이 추진 중인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 선동 소재 ‘미사강변리버뷰자이’ 전용 98.007㎡ 타입은 지난 5월 12억7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이 타입의 종전 최고가는 2020년 거래된 11억5000만원으로, 1년여 만에 1억2000만원 오른 것이다.

하남시는 강동구 강일지구에서 남양주 왕숙지구까지 잇는 지하철 9호선 연장사업의 노선 중 하나다.

분양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2020년 서울 동작구에서 분양한 ‘흑석리버파크자이’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326가구 모집에 3만1277명이 몰려 평균 95.94대1로 청약을 마쳤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에 공급된 ‘래미안원베일리’ 역시 평균 161.23대1의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 단지는 각각 9호선 흑석역 및 신반포역이 인근에 있다.

바로 앞에…
긍정적 영향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직주근접성 등 우수한 인프라 덕에 2호선, 5호선, 9호선 일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황금라인 위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데다, 청약시장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2·5·9호선이 지나는 지역의 신규 물량.

▲힐스테이트 삼성(2호선)= 현대건설은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일원에 ‘힐스테이트 삼성’을 분양한다. 지하 7층~지상 17층, 전용면적 50~84㎡ 총 165실 규모로 조성된다. 

서울 3대 업무지구인 강남업무지구(GBD) 직주근접 단지로, 반경 1㎞ 내에 포스코센터,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이 위치해 있다. 각종 기업이 입주해 있는 테헤란로가 도보권에 위치해 풍부한 배후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2호선·수인분당선 환승역인 선릉역, 9호선 삼성중앙역 등 트리플 노선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노선을 통해 서울 전역으로의 출퇴근이 편리하다. 특히 삼성역의 경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와 C노선이 정차할 예정이어 일대의 교통은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3〜4명 가능
다양한 공간

전 호실이 주거용 평면으로 구성되며, 100% 자주식 주차 설계가 적용돼 입주민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커뮤니티 시설로는 프라이빗 다이닝룸, 미팅룸, 스터디룸, 게스트룸, 오픈 라이브러리, 헬시 바, 프라이빗 짐, 피트니스센터, 골프룸 등 다양한 공간이 조성된다. 

주거용 오피스텔로 공급되는 만큼 아파트보다 청약, 대출 등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없이도 청약 접수가 가능하다. 오피스텔 분양권의 경우 취득세 계산 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으며, 아파트 청약 시에도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여의도 월드메르디앙(5호선)= 서울의 주요 업무지구 중 하나인 여의도를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고 5호선 영등포시장역이 도보 4분 거리인 역세권 3룸 오피스텔과 소형 주택으로 이뤄진 ‘여의도 월드메르디앙’이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 30실의 주거용 오피스텔인 아파텔과 11세대의 소형주택(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구성된다. 층별 구성은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로 오피스텔은 2~9층, 소형 주택은 10~12층으로 이뤄지며 총주차 대수는 39대(법정 36대)이다.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58㎡(8실), 61㎡(8실), 62㎡(14실) 3가지 타입이다. 소형 주택은 전용면적 37㎡(2세대), 47㎡(4세대), 49㎡(2세대), 50㎡(2세대), 56㎡(1세대) 5가지 타입이다.

전 세대 발코니 확장과 슬라이드 중문, 시스템에어컨, 각종 가전제품 등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스리룸과 2배스 구조(일부 세대 제외)의 아파트 평면을 도입했다. 특히 최상층인 12층의 3세대는 독점 공간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해 4월 신월여의지하도로(제물포터널) 개통에 따른 제물포길 지하화 공사로 신월IC에서 국회대로 여의도로 이어지는 7.6㎞ 구간에 숲·광장 테마공원이 들어선다. 또한, 영등포동과 인근 여의도동은 풍부한 임대 수요를 갖추고 있다.

영등포는 2030 플랜에 따라 국제적인 금융 중심지로 육성되고 있는 곳으로 다수의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고, 기업이 몰리면서 글로벌 국제금융도시로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직주근접성 등 우수한 인프라
골드라인 위주로 가격 상승세

영등포시장역이 직선거리 350m 거리(도보 5분 이내)에 있으며, 인근에 위치한 영등포역(1호선·신안산선 예정)과 당산역(2호선·9호선), 국회의사당역(9호선)을 도보로 이용 가능하다. GTX B 노선과 일산과 영등포를 잇는 M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서부간선도로, 경인고속도로도 가까워 우수한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다. 2024년에는 신안산선(안산, 시흥~여의도)이 개통 예정돼있다. 

교육 여건도 우수하다. 초·중·고(영동초, 영중초, 당서초, 당산중 등)가 도보로 이용 가능한 학세권 단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오피스텔이 소형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도 많이 공급되는 만큼 교통, 편의시설뿐 아니라 학군까지 고려한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주변 생활편의시설로는 도보 거리에 빅마켓이 있으며, 인근에 위치한 코스트코,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롯데백화점과 함께 지난해 2월에는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 ‘더현대 서울’이 오픈했다. 이 밖에 한강시민공원과 여의도공원, 선유도공원, 한강 캠핑장, 낚시터 등이 가깝다.

오피스텔과 소형 주택은 각각 100실과 30세대 미만으로 공급되어 계약 후 바로 전매도 가능하다. 7억대의 합리적인 분양가로 공급되며 계약금 10%, 잔금 90% 조건이다. 준공은 2023년 7월경 예정. 오피스텔 시공은 신성종합건설㈜, 수탁 시행은 무궁화신탁이 맡았다.

▲인시그니아 반포(9호선)=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750-20, 22번지 일원에서 ‘인시그니아 반포’를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20층, 2개동, 오피스텔 전용 59~144㎡, 총 148실 규모다. 전용면적별로 59㎡ 36실, 84㎡ 108실, 펜트하우스 타입 (119㎡ 2실·144㎡ 2실) 4실이다. 3~4인 가구도 거주할 수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공급된다.

수요자 선호가 높은 전용 84㎡ 타입 위주로 구성했다. 스리룸 구조를 적용해 공간 활용도가 우수하다. 2.6m의 천장고와 2면창 설계, 오픈 주방형 구조 등을 적용했다. 이 밖에 골프연습장·피트니스·GX룸·세탁실·멀티룸·프라이빗 스튜디오 등 고급 커뮤니티를 조성한다. 

상징적 위치
럭셔리 주거

단지는 반포생활권에 있다. 반포동 일대는 한강과 반포한강공원이 가까워 주거 환경이 쾌적하다. 또 학군·교통·생활·문화 등 각종 인프라가 이미 조성, 수요자들의 주거 선호도가 높다. 단지명은 휘장을 뜻하는 영어 인시그니아와 반포를 결합했다. 도심의 상징적인 위치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럭셔리 주거 브랜드를 의미한다.

인근 서래초를 비롯해 세화여중·세화고·세화여고가 있다. 또 도보 거리에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이 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인근에 있으며, 반포IC를 통해 경부고속도로 진출입이 쉽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서래마을 카페거리 등 생활 인프라도 풍부하다. 이 밖에 반포종합운동장, 서초구민체육센터, 서초동 법조타운 등도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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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