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중고’ 버티는 소상공인 잔혹사

코로나 넘어도 ‘산 넘어 산’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봄은 길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로 잠시 숨통을 텄던 소상공인이 다시금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코로나 후유증’이 다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 증가와 인플레이션 탓에 올라간 금리도 소상공인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지자 이들은 “사중고에 시달린다”고 절규한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소공연) 회장은 지난달 28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인근에서 열린 ‘최저임금 동결 촉구 대국민 호소 긴급기자회견’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으로 내년 최저임금의 동결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최저임금

당시 최저임금위원회는 윤석열정부의 첫 최저임금 선 결정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었다.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시간당 9160원 동결을, 노동계는 올해보다 18.9% 인상된 1만890원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섰다.

오 회장은 “소상공인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하면서 숨통이 트이나 싶었던 것도 잠시, 유동성 증가와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상승한 물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높은 이자 비용까지 겹쳐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 상황에 최저임금까지 상승한다면 소상공인은 ‘사(死)중고’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 영세한 소상공인은 올해 최저임금도 감당하지 못해 직원도 없이 나 홀로 사장이 돼 쉴 시간도 없이 일만 하다 지쳐 고사 직전에 내몰려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날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근로자 영향 2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급 가족 종사자를 포함해 외부 종사자가 없는 ‘나 홀로 사장’은 68%로 파악됐다. 종사자 관리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높은 임금’(46.7%)과 ‘4대 보험 부담’(28.3%) 등 인건비 부담이 75%를 차지했다.

국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소상공인이 가장 높다. 매출액의 30% 이상을 인건비로 지출하는 소상공인 비중이 41.1%에 달한다. 대기업이 9.87%, 중소기업이 17.79% 수준에 머무른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소상공인이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취약층’이라는 게 드러난 셈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최저임금 인상 ‘4연타’
고용 규모 줄이는 ‘나 홀로 사장’…버티기 안간힘

이 같은 소상공인 호소에도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이듬해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결정했다. 5.0% 인상된 액수다. 그러자 소공연을 비롯한 소상공인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소공연은 지난달 30일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넘어 분노한다”는 논평을 내고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과 현재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절대 수용 불가임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힌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소공연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소공연은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5년 동안 최저임금을 무려 42% 올리는 ‘과속 인상’을 벌여왔다”며 “무절제한 과속 인상의 결과는 일자리 감소였다. 야간시간 미운영 편의점 비율이 2016년 13.8%에서 2020년 20.4%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소공연 실태 조사에서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인상 시 대처 방안은 ‘기존 인력 감원’(34.1%), ‘근로시간 단축’(31.6%) 등 고용 축소 응답 비율이 65.7%로 조사됐다.

이제 소상공인들은 사업 운영에 필수적인 요소들마저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그동안은 대출로 어떻게든 구멍을 메워 왔지만, 이젠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정부지원대출을 받은 소상공인 비율은 74.1%에 달한다. 22.2%는 여기에 더해 일반대출까지 받았다.

한 소상공인은 <일요시사>에 “금리가 계속 올라가면서 기존의 대출금만으로도 압박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고환율·고물가로 계속 영업손실을 보니 빚 규모도 계속 늘어난다.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정부 역시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빚에 시달리는 소상공인을 구제하고자 만기 연장·금리 할인·원금 감면 등의 지원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9월 코로나 유행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취약층이 생기지 않도록,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은행권과 협력해 지원
“도움 되겠지만 본질적 해결책 아냐”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위에 참석해 관련 방안 등을 보고했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 유행 이후 밀린 대출 원금과 이자를 수월하게 갚을 수 있도록 상환 여력이 약한 차주에게 최대 1∼3년까지 충분한 거치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장기·분할상환 일정도 최장 10∼20년으로 조정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과도한 이자 부담 증가가 없도록 대출금리를 중신용자 대출금리 수준으로 조정하고, 부실차주가 보유한 신용채무에 대해 60∼90% 수준으로 원금 감면을 시행한다는 방안도 논의됐다.

다만 현장에서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은 구제안으로 위기를 넘긴다고 하더라도,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소상공인 부담의 큰 축인 최저임금 제도에 관해 전면 재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소공연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에 비해 발언권이 너무 약하다”며 “근로자와 소상공인 등 당사자들이 주도해 최저임금 제도를 처음부터 다시 논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소상공인들이 버텨낼 방법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일자리 안정자금 등 정부 지원책을 취약 업종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고용노동부가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에게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노동자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게 목적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도 해당 제도에 4286억원을 투입했다.

벼랑 끝

소공연 관계자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는 업종은 지표상으로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들이 유난히 여건이 좋지 못한 것”이라며 “이런 곳을 집중지원해 자원을 몰아줘야 한다. 효율적인 자원 분배가 소상공인 몰락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