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산업단지를 품어라!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업무지구나 산업단지 인근 오피스텔이 주목받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높은 안정성을 갖춘 수익형 부동산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장 출퇴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직주근접 주거 상품이 오피스텔이다. 업무지구 내 입주기업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을 포함한 배후 수요가 탄탄하고 자족 기능을 갖추고 있어 정주 여건도 우수해 인근 오피스텔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배후 탄탄
자족 기능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매매 거래된 오피스텔은 1만9958건이었다. 이 중 서울 3대 업무지구(도심권, 강남권, 여의도권)에서 거래된 오피스텔은 5499건. 지난해 서울에서 매매 거래된 오피스텔 4채 중 1채 이상이 3대 업무지구 내 오피스텔인 셈이다.

가격도 뛰고 있다. 서울 대표 업무지구인 도심권과 강남권으로 출퇴근이 편리한 서울 광진구의 ‘더샵 스타시티’ 오피스텔 전용 116㎡는 지난해 5월 평균 매매가격(KB부동산 시세 기준)이 15억5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이달엔 17억4000만원으로 2억원 넘게 상승했다. 또한 강남구·서초구 일대로 출퇴근하기 쉬운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 팰리스’ 오피스텔 전용 74㎡B의 경우 이달 평균 매매 가격은 9억8500만원으로, 1년 전(8억4500만원) 대비 1억4000만원 상승했다.

분양시장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서 분양한 ‘신설동역 자이르네’는 종로구·중구 일대 업무지구 출퇴근이 편리해 분양 시 큰 관심을 얻었다. 이 결과 단지는 평균 42대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한 같은 달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분양한 ‘잠실 에떼르넬 비욘드’는 평균 15.7대1이라는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권 출퇴근이 편리한 입지다.


‘불황 속 선전’ 오피스텔 관심↑
대표적인 직주근접 주거 상품

산업단지 인근 오피스텔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단지에는 굵직한 대기업이 입주해 있는 경우가 많아 산업단지 오피스텔은 탄탄한 경제력을 갖춘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수많은 유동인구와 함께 다수의 관련 업무 종사자가 있어 임대 수요가 풍부하다. 공실 위험을 최소화해 투자 가치를 높일 수 있어 수도권 등 산업단지 인근 오피스텔의 청약 경쟁도 치열하다.

실제 올해 산업단지를 낀 오피스텔은 불황 속에서도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 현대아산이 경기 화성시 오산동 일대에서 공급한 ‘동탄역 현대 위버포레’ 오피스텔은 88실 모집에 총 1만2226건 접수를 받아 평균 138.9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삼성전자 나노시티를 비롯해 동탄테크노밸리 등 첨단기술 산업단지가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2월 인천 서구 청라동 소재 오피스텔 ‘청라 월드메르디앙 커낼웨이’도 총 112실 공급에 588명이 몰리면서 평균 5.25대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업무단지나 산업단지 인근 오피스텔은 종사자 수요가 풍부한 만큼, 안정적인 임차인 수급을 기대할 수 있어 공실 우려가 작다”며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임대 수익과 향후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다음은 업무단지나 산업단지를 품은 수도권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삼성= 현대건설은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일원에 ‘힐스테이트 삼성’을 분양한다. 지하 7층~지상 17층, 전용면적 50  ~84㎡ 총 165실 규모로 조성된다. 서울 3대 업무지구인 강남업무지구(GBD) 직주근접 단지로 반경 1㎞ 내에 포스코센터,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이 위치해 있다. 각종 기업이 입주해 있는 테헤란로가 도보권에 위치해 풍부한 배후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공실 위험↓
투자 가치↑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2호선·수인분당선 환승역인 선릉역, 9호선 삼성중앙역 등 트리플 노선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삼성역의 경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와 C노선이 정차할 예정이어서 일대의 교통은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라이프스타일 리더’를 표방하는 힐스테이트 브랜드의 우수한 상품성도 기대할 수 있다. 세련된 외관 디자인과 수준 높은 컨시어지 운영을 통해 입주민들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충족시킬 예정이다. 전 호실이 주거용 평면으로 구성되며, 100% 자주식 주차 설계가 적용돼 입주민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커뮤니티 시설은 프라이빗 다이닝룸, 미팅룸, 스터디룸, 게스트룸, 오픈 라이브러리, 헬시 바, 프라이빗 짐, 피트니스센터, 골프룸 등 다양한 공간이 조성된다. 

 

 

▲안양 센트럴 헤센 3차= 다양한 개발 호재가 예정돼 상승 훈풍이 불고 있는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 새로운 주거형 오피스텔과 아파트가 분양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1·2차의 성공으로 지역 내에서 검증을 완료한 ‘안양 센트럴헤센 3차’로 지하 2층, 지상 23층에 64~75㎡의 중소형 평면 84실 오피스텔과 24세대 아파트로 구성된 주상복합건물이다. 

편의성
극대화

3Bay 아파트형 설계가 적용된 오피스텔은 공간이 실속 있게 설계돼 탁월한 주거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가전제품 일체를(냉장고, 김치냉장고, 드럼세탁기, 건조대, 전실 에어컨 설치) 무상으로 빌트인 제공하는 등 프리미엄 아파텔을 지향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으로 연동되는 각종 가전기기를 비롯해 공간의 활용성과 개방감을 더해주는 빌트인 시스템 그리고 청결하고 위생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클린 시스템과 에너지 절약으로 가정의 경제성까지 책임지는 이코노미 시스템이 계획돼 있다.

서울 진입 관문으로 통하는 지하철 1호선 관악역 역세권 단지에 위치해 있다. 제2경인고속도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강남권까지 30분대로 빠르게 연결된다. 단지 주변으로 관악산과 삼성산을 비롯해 안양예술공원, 안양천 등 풍부한 녹지와 수변경관이 자리해 도심 속 쾌적한 힐링 라이프도 영위할 수 있다. 자녀 교육 여건도 탄탄하다. 삼성초, 호암초, 만안초, 안양중, 양명고 등 각종 초·중·고교가 단지와 인접해 자녀들의 안심 통학이 가능하다. 평촌 학원가도 가까워 학습 능률 향상이 기대된다. 

지역 내 개발 호재가 다양해 프리미엄도 예고된다. 먼저 월곶판교선의 만안역(예정)과 인접해 있다. 신안산선의 석수역, 덕정과 수원을 잇는 GTX-C 노선의 금정역과도 가까워 교통망 확충으로 지가 동반 상승이 예상된다. 또한 박달동 일원의 스마트밸리 사업과 지역 내 노후주택을 재건축하는 주택정비사업이 추진돼 도시 미관 개선 및 대규모 인프라 확충이 기대된다.

 

 

▲시화MTV 중앙하이츠 마레= 동우개발이 선보이는 ‘시화MTV 중앙하이츠 마레’는 지하 1층~지상 16층, 1개동, 672실 규모로 조성된다. 전용면적 20.16~59.69㎡의 희소 가치 높은 주거형 오피스텔로 시화 최대 규모다. 1~2인 가구부터 신혼부부 등 다인 가구까지 수용할 수 있다. 

차별화된 내부 시설 설계도 탁월하다. 먼저 전 세대 오션뷰를 바라보면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옥상에 400m 조깅트랙을 설치했다.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운동기구 및 편안한 휴게시설을 조성한다. 옥상에는 서해바다와 신세계 화성 국제테마파크를 조망할 수 있는 휴게공간도 설치할 예정이다. 

거래 4채 중 1채 3대 지구 내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 기록

입주민들을 위해 여유로운 자주식 주차공간을 확보한 점도 특징이다. 지상 1층부터 지상 8층까지 주차시설을 갖췄으며, 1층 근린생활시설 및 40대 주차 가능한 공간을 포함해 총 1196대의 여유로운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공간과 수납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풀퍼니시드 오피스텔로 조성돼 높은 인기를 끌 전망이다. 빌트인 세탁기·냉장고, 빌트인 플리즈마 제균 관리기는 물론 전기국탑, 음식물 탈수기 등 편리성과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시설을 차별화했다.

시화호 일대는 시화멀티테크노밸리와 반달섬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개발이 예정돼 있다. 또 시화호 북측에 위치한 간석지를 활용해 조성되는 시화MTV는 친환경·첨단 업종 등 지식기반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면서 동시에 쾌적한 거주 여건까지 갖춘 21세기형 첨단복합산업단지를 목표로 조성되고 있다. 


화성 송산그린시티 쪽으로 조성되는 신세계 화성 국제테마파크는 롯데월드의 약 24배에 해당하는 대규모 테마파크로, 무려 4조5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곳에는 놀이공원을 비롯해 공룡알 화석지, 복합 쇼핑몰 등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향후 연 19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은 물론 약 70조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단지 인근에는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연장과 트램 반달섬이 2026년 예정돼 있다. 송산그린시티~시화MTV 연결 교각시설이 착공 진행 중이다. 인천발 KTX노선이 개통(2023년)될 예정으로 충청권과 부산, 광주 등 광역도시 진출입이 한층 편리해질 전망이다. 또한 추후 오이도~여의도를 연결하는 신안산선이 개통될 예정인 만큼 서울 여의도까지 30분대에 도달이 가능해진다. 

여유로운 
자주식 주차

주변에는 산업단지들이 위치해 배후수요도 풍부하다. 시화MTV 첨단산업단지, 반월산업단지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인근에 위치해 산업단지 내 근로자, 대학생 등 풍부한 배후수요를 갖추게 된다. 총부채원리상환금비율(DSR) 미적용으로 90% 대출이 가능하다. 10년 선임대 확정, MTV에서 유일한 일대일 지상주차(1196대), 전용률 83%를 선보인다. 주택수에는 포함되지 않으며 1억원대 초반의 합리적 분양가로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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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