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은 2001년부터 한국미술 문화 발전을 위한 송은미술대상을 수여하고 있다. 설립자 고 송은 유성연 명예회장의 뜻을 기리고자 현 송은문화재단 이사장인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이 제정한 미술상이다. 갤러리 송은에서 17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자 김영은의 개인전 ‘소리의 틀’을 준비했다.
김영은 작가는 2018년 302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작품 ‘총과 꽃’으로 송은미술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확성기 스피커 5개가 서있는 사운드 설치 작품이다. 김영은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울려 퍼지는 사랑 노래가 선동의 도구로 쓰이는 점에 주목했다.
청각적 경험
당시 송은미술대상 심사위원회는 “소리와 악기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쓰이는 방식과 맥락이 달라진다는 점을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개인전 ‘소리의 틀’은 송은미술대상 수상 기념으로 기획됐다.
김영은은 우리가 쉽게 놓칠 수 있는 청각적인 경험, 주변과의 관계에 주목한다. 소리를 물리적‧심리적‧역사적인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한 어떤 영역으로 바라보며, 개인이 소리를 인식하는 기준에 의문을 품고 음악을 형성하는 기존 시스템의 구축 과정을 살펴보고자 했다.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기존의 음악적 ‘틀’ 안에서 발생하는 의미상의 충돌과 새로운 음향적 리얼리즘 생산에 주목했다. 그는 소리라는 매체가 인지적, 사회적으로 어떻게 작용돼왔는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2018년 대상 수상
300대1 뚫고 영예
작품 ‘발라드’는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영국의 대치 상황 중에 병사들이 불렀던 사랑 노래를 모티브로 삼았다. 소리와 음악이 문화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쓰이는 방식과 맥락이 달라지는 지점에서 소리의 사회적인 작용을 고찰했다.
김영은은 청취의 원리나 소리의 구성요소에 대해 꾸준히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리의 문화 연구 방식을 더해 보다 확장된 관점을 선보인다. 소리의 틀은 국제표준음고 A, 청음훈련, 오선보와 같은 서양 음악의 요소와 민족지학적 오디오 레코딩의 인류학적 시도가 한국 음악과 만나는 지점을 포착한 작품으로 구성됐다.
‘청음훈련’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교실과 군대에서 실행된 청음훈련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청음훈련은 피아노로 연주되는 음을 듣고 그 음높이를 맞추는 훈련으로, 서양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인 음고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훈련이다.
시대와 상황 따라 달라지는 소리
‘청음훈련’ ‘밝은 소리 A’ 관심작
김영은은 실제 훈련에 참여한 학생과 대원이 직접 쓴 악보, 인터뷰 자료, 녹음 기록물, 논문 등을 바탕으로 청음훈련을 재현했다. 영상에는 육군 방공학교와 닛치쿠 공업 주식회사가 함께 제작한 적국 비행기 소리 모음집에서 발췌·재연된 소리, 해군에서 제작한 함선 수중음의 도표를 바탕으로 만든 소리 등이 구현됐다.
역사에 묻힌 낯선 청각적 사건을 현재로 소환하고자 했다.
‘밝은 소리 A’는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현대 악기를 조율할 때 기준이 되는 A(라) 음이 440㎐로 자리 잡게 된 역사를 소개한 작품이다. 더 밝은 소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청각적 선호에 의해 계속 상향되는 A를 조명했다.
송은 관계자는 “김영은은 음악적 선호에 대한 의문, 역사와 문화가 어떻게 우리의 청감각을 형성해 왔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인의 전통 음악적 귀가 서양 음악적 귀로 전환되는 근대화 과정을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주변과 관계
그러면서 “이를 통해 유기적으로 조직된 동시대 청각문화의 격자 위에서 우리의 귀는 어디에 놓여있는지 질문하며 음악을 구성하는 틀의 구축 과정을 살펴보는 다양한 형식을 소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8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김영은은?]
▲학력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즈 필름과 디지털 미디어 박사과정 재학
헤이그 왕립음악원 소놀로지 코스 수료(2013)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매체전공 전문사 졸업(200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학사 졸업(2004)
▲개인전
‘소리의 뼈’ Visitor Welcome Center(2019)
‘맞춤벽지음악’ 케이크갤러리+솔로몬 빌딩(2014)
‘402호’ 문래예술공장(2011)
‘세미콜론;이 본 세계의 단위들’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2011)
‘작명소 레슨: 제 1장’ 대안공간 루프(2009)
‘청취자들’ 인사미술공간(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