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역대 최연소 우승 피아니스트 임윤찬

압도적 연주에 세계가 빠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제16회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고난도 곡을 선택해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의 우승 소감은 의외로 “마음이 심란하고 걱정된다”였다. 정점에 서고도 스스로 부족함을 찾는 사람. 그가 ‘이뤄낸 것’보다 ‘이뤄낼 것’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

임윤찬은 지난 2일부터 18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금메달(1위)과 2개 부문 특별상(청중상·신작 최고연주상)을 받았다. 그는 우승 상금 10만달러와 특별상 상금 7500달러 외에도 3년간 연주 기회·예술 멘토링 등 종합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388명 참가
특별상까지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제1회 러시아 차이콥스키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1962년부터 반 클라이번의 고향인 포트워스에서 4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이 콩쿠르는 세계 3대 콩쿠르 못지않은 권위를 자랑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올가 케른·츠지 노부유키 등이 이곳 우승 기록을 보유했다.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2009년 손열음이 2위에 올랐고, 선우예권이 직전 대회(2017년)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5년 만에 개최됐다. 이 때문에 참가자 수준이 예년보다 높았다는 후문이다. 전 세계 388명의 피아니스트가 참가해 지역 예선과 세 차례 본선, 1차(30명) 준준결선(18명) 준결선(12명)에 이어 6명이 두 차례 협주곡을 연주하는 결선을 거쳐 순위가 결정됐다. 


18세인 임윤찬은 결선 진출자 6명 중 가장 나이가 어렸다. 그는 이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임윤찬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이번 대회 내내 압도적인 연주력을 보였다. 결선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연주와 준결선의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연주는 이 콩쿠르 계정의 연주 영상 가운데 최고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그는 우승 직후 진행한 SBS와의 인터뷰에서 소감을 전했다.

임윤찬은 “마음이 굉장히 무겁고 심란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크다. 이 콩쿠르를 통해 깊어지기를 바랐기 때문에, 관객들의 마음에 제 음악이 가닿았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마음이 무겁다. 이 콩쿠르를 통해 피아노를 우승하기 위해 피아노를 잘 치는 게 아니라, 얼마나 깊은 음악을 들려줄 것인지가 목표였다”며 “아직 너무 준비가 안 된, 너무 부족한 음악가인데 이런 상을 받아서 심란한 마음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콩쿠르에 어떤 마음으로 임했냐’는 질문에는 “내 음악을 공유하고 싶었다. 전 세계 많은 이가 콩쿠르를 보니, 음악을 더 공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했다 싶은 라운드가 있냐’는 물음에는 “그런 순간이 되면 위험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음악은 항상 만족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윤찬은 2004년 3월20일 경기도 시흥시에서 태어났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7세에 피아노를 시작했지만, 예술의전당 음악 영재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등 금세 음악 영재로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서해초등학교와 예원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한예종 음악원으로 진학했다.

국제적 권위 콩쿠르서 최연소 금메달
‘초절기교 연습곡’ 선택해 기량 과시


임윤찬은 2015년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금호영재콘서트>에서 데뷔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1세였다. 이후로도 예원음악콩쿠르·음악춘추 콩쿠르·모차르트한국콩쿠르 1위 수상 등 이미 국내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했다.

국제 무대에서도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왔다. 그는 세계적인 주니어 콩쿠르인 클리블랜드 청소년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2018년 2위 및 쇼팽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쿠퍼 국제 콩쿠르에서는 최연소 참가자로 두각을 나타냈다. 3위 및 청중상을 수상하며 세브란스홀에서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가졌다. 

2019년에는 15세의 나이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 및 관객이 뽑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특별상(청중상), 박성용영재특별상 등을 수상하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그가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병역법상 예술체육요원 편입을 인정하는 28개 국제음악경연대회 중 하나다. 국내 개최 대회 중에서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제주국제관악콩쿠르와 더불어 셋 뿐이다.

피아노 전공자로서는 유이한 국내 병역 대체 콩쿠르이기에 명문 음대생들도 활발히 참가하는 대회다. 임윤찬은 이 대회에서 대학생들을 모두 제치며 중학생 때 이미 병역 혜택을 따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국내 클래식계에선 조성진을 이을 ‘괴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2019년 주스페인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산페르난도 왕립미술원 콘서트홀에서 첫 해외 독주회를 진행했다.

깊은 생각
음악 사랑

2020년에는 금호영재오프닝콘서트 독주회·EBS <스페이스 공감>·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 프로젝트(대구콘서트하우스) 참여·제17회 평창대관령음악제·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명동대성당 코리안 영 피아니스트 시리즈 등 국내외 다양한 무대에 초청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같은 해 11월, KBS가 주관하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 녹음에 참여해 음반을 발매했다. 지난해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정식 데뷔 리사이틀을 진행했다.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은 임윤찬은 여러 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돼 지원받았다. 그는 2017년부터 KT&G 장학재단 메세나 음악 장학생으로 선발돼 2019년까지 지원받았다. 대원문화재단 장학생을 거친 뒤에는 2020년부터는 현대차정몽구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임윤찬은 전설적인 예술가들의 음반을 들으면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 것으로 전해진다. 테너 유시 비욜링,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러셀 셔먼·이그나츠 프리드만·블라디미르 소프로니트스키·콰르테토 이탈리아노 등이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바흐, 쇼팽, 스크랴빈이다.


현재 임윤찬은 2017년부터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를 사사하고 있다. 임윤찬의 스승인 손 교수는 “윤찬이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음악가다.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굽히지 않고 음악에 진실되게 혼을 담아내는 마음을 존경한다”며 “피아노 세계에 큰 획을 긋는 삶을 살아가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전혀 예상 못 해…당황스럽고 심란”
“음악에 더 몰두하는 음악가 될 것”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음악에 대한 열정도 깊다. 2020년 10월 열린 금호아트홀연세 리사이틀을 앞두고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당시 그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베토벤을 지금 만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고 “베토벤을 만난다면 ‘월광 소나타 1악장’에서 페달을 내내 사용하도록 표기한 걸 고칠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 현대 피아노로 그렇게 치면 소리가 지저분하게 들린다”고 답했다.

그는 리사이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현대 피아노는 지난 수세기 동안 기술적 혁신을 거듭한 덕분에 18세기 베토벤 시대 피아노와 완전히 다른 음량과 울림을 갖게 됐다.

‘가장 연주하기 힘든 곡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역시 ‘월광’ 1악장을 꼽았다. 그는 “‘월광’은 템포가 빠르지 않고 셋잇단음표로 계속 흘러가는 곡”이라며 “이걸 일정한 톤으로 연주하는 게 정말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윤찬의 연주는 화려하다기보다 학구적이고 정갈하다. 아직 10대인 그가 성장하는 모습은 원석이 깎이는 모습이라기보다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조각 작품을 계속 손질하고 다듬는 작업에 가까워 보인다는 평가다. 악보에 표기된 강도와 분절을 칼같이 준수하려고 애쓰는 성격이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그는 “좋은 연주를 위해선 설계를 잘해야 한다. 구조를 잘 쌓는 게 중요하다”며 “또 곡을 작곡할 당시 작곡가의 상태까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악보에 있는 말들을 지키면서 작곡가 의도에 충실하고 싶다”고 전했다.

폭발적 인기
또래와 달라

임윤찬은 고전부터 현대곡까지 섭렵해 레퍼토리를 계속 늘려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10대 연주자답지 않은 면모다. 

그는 “비슷한 세대 피아니스트인 다닐 트리포노프를 존경한다. 콩쿠르 이후에도 계속 레퍼토리를 늘리며 바로크음악부터 현대곡까지 섭렵한 유일한 연주자”라며 “바흐 ‘푸가’ 전곡을 연주하더니, 현대곡으로만 리사이틀을 하기도 한다 정말 대단하다”고 부연했다.

임윤찬은 쉴 때도 여느 10대와는 다르다. 휴식 중에는 이미 종영한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다시 보고, 좋아하는 노래는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라고 알려졌다. 인기 TV드라마도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유행과 담쌓은 삶을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

임윤찬은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마음먹으면서 포기할 게 많아졌다. 모든 걸 다 하면서 피아니스트를 할 순 없을 것 같다”며 “또래들이 하는 걸 못한다고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주변 몇몇 친구들이 같은 생각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 그런 친구들이 함께 있어서 계속 열심히 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임윤찬의 콩쿠르 우승 소식이 전해지면서 예정된 국내 공연들의 표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 20일 롯데문화재단에 따르면 <클래식 레볼루션 2022> 공연 티켓은 지난 19일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우승 소식이 보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석 매진됐다. 그가 참여하는 해당 공연은 오는 8월2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학구적이고 정갈한 연주법
소식 전해지자 공연 매진

임윤찬은 이 공연에서 지휘자 김선욱·KBS교향악단과 함께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다. 이 공연 좌석은 임윤찬이 지난 13일 콩쿠르 결선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60석가량 남아있었다. 그러다 지난 19일 아침 우승 소식이 알려지자, 하루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오는 8월10일 예정된 클래식음악 기획사 목프로덕션의 창립 16주년 기념 공연 <바흐 플러스> 티켓 역시 전석 매진됐다. <바흐 플러스>는 임윤찬의 소속사 목프로덕션의 창립 15주년 기획 공연이다. 임윤찬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김재영·김영욱, 피아니스트 손민수·이효주, 클라리넷 연주자 조성호 등 회사 소속 연주자가 대거 출연한다.

특히 피아니스트 손민수는 임윤찬이 12세 때부터 지도받은 ‘스승’이다. 임윤찬은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손 교수를 “한국에 있는 위대하신 선생님”이라고 칭하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임윤찬이 스승과 한 무대에 서는 공연인 만큼, 국내 클래식 팬들의 관심이 쏠린 것으로 예상된다.

목프로덕션 측은 “임윤찬의 국내 독주회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협연 일정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남아있던 표가 우승 직후 빠르게 팔려나가 추가 오픈 여부를 공연장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진 코로나 유행 상황을 감안해 띄어 앉기 좌석을 적용했지만, 이를 조정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빛나는 지금
기대되는 미래

현재 미국 현지서 일정을 소화 중인 임윤찬의 귀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오는 9월28·29일에는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콩쿠르 측이 개최하는 <2022 클라이번 금메달리스트> 연주회가 예정돼있다. 오는 10월5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원코리아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으로 호흡을 맞춘다. 이 공연은 다음 달 중 티켓 판매를 시작한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윤찬 ‘초절기교 연습곡’ 연주 비하인드

제16회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은 결선곡으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골랐다.

65분 길이의 이 곡은 고난도의 기교가 요구돼 피아노 역사상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슈만이 “이 작품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사람은 리스트 그 자신뿐일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지난해 곡을 연습하면서 “연습을 많이 해도 다음 날 연주하면 이상하게 잘 늘지 않는다. 자주 나오는 옥타브 도약 등은 오래 연주해야 무르익는데 짧은 시간에 하느라 굉장히 고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진행한 전국 투어 리사이틀 2부에서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을 연주했다.

휴식 없이 연결되는 1부 곡까지 합치면, 총연주 시간이 90분을 넘겼다.

임윤찬은 연습 당시 “12개 연습곡 전곡은 하나의 대서사시인데 리스트가 평생에 걸쳐 작곡했다”며 “한 번에 연주하는 게 그의 인생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힘들어도 참아야 할 것 같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초절기교 전곡 연주에 관한 꿈을 처음 품은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이 연주한 초절기교 연습곡 5번 ‘도깨비불’을 들으며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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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