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좋은 소리 못 듣는 김진표 국회의장 후보

‘입조심’해야 협치 열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은 김진표 의원을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정치권 반응은 극과 극이다. “온화한 성품과 5선 의원으로 풍부한 경험을 가진 김 의원이 적임자”라는 환영과 “검수완박 꼼수 통과에 일조한 이가 의사봉을 잡느냐”는 비판이 동시에 쏟아졌다. 여야의 원구성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김 의원은 갈등의 중심에 스스로 발을 들였다.

김 의원은 1947년 5월4일, 황해도 연백군에서 태어났다. 4살 때 6·25전쟁이 발발했다. 김 의원은 아버지와 함께 피란길에 올라 경기도 수원시로 향했다. 전쟁통에 생이별한 어머니와는 영영 이산가족이 됐다.

실향민에서 
정책통으로

수원에 정착한 김 의원은 그곳에서 10여년간 살았다. 서호초등학교에 이어 수원중학교를 졸업했다. 이후로는 서울로 유학을 떠났다.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했다.

김 의원은 학업을 마치고 공직에 발을 들였다. 그는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20년간 재무 관련 부처에서 재경직 공무원으로 일했다. 김 의원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문민정부부터다.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극비리에 금융실명제 시행을 추진했다. 대통령비서실장도 모르게 일이 진행될 때, 김 의원을 비롯한 관료 몇 명만이 실무를 도맡았다. 금융실명제 안착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국민의정부 때는 재정경제부 차관·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국무조정실장 등을 줄줄이 역임했다. 그는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시절, 전 정권 때 도입한 금융실명제에 이은 부동산 실명제 도입 실무를 총괄했다. 차관 때는 경제성장률 10.1%를 달성하는 데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김 의원을 눈여겨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당시)에게 “김진표를 반드시 중용하라”고 조언한 일화는 유명하다.

참여정부 초기에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자리에 올랐다. 이때 김 의원은 신용카드 대란을 1년 만에 수습했고, 주 5일 근무제를 연착륙시켰다. 두 건 모두 시장에 타격을 줄만한 큰 사건이었지만, 큰 무리 없이 받아넘겼다는 평가다.

임무를 마친 김 의원은 본격적으로 정계진출을 타진했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2005년부터 2006년까지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 장관 겸 교육부총리를 겸직했으며, 2007년에는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2008년 열린 18대 총선에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2010년까지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다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의 야권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본선행이 좌절됐다. 그래도 경선 과정에서 패배한 터라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었다.

이듬해 5월에는 정세균 전 총리 등의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에 당선돼 그해 말까지 임기를 이어갔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경기도 수원시 정 선거구에 출마해 3선 고지를 밟았다. 

관료 출신 경제통…진보 정권 중용
5선 최고령 의원으로 국회의장 선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다시 경기도지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로소 본선행 티켓을 따냈지만, 거기까지였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열세를 보이며 선거기간 내내 패색이 짙었다. 김 의원은 출구조사에서 앞서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결국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에게 1%p 차이로 석패했다.

같은 해 7월 열린 재보궐선거에서는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박광온 의원을 지원해 당선에 기여했다. 이듬해 3월에는 문재인 당시 당 대표의 부름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 국정자문위원장을 맡았다.

2016년 20대 총선 때는 신설된 경기도 수원시 무 선거구에서 당선되며 원내로 복귀한다. 수원 정 선거구는 지난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 의원에게 양보하고, 자신이 선거구를 옮겼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의 선거 공동대책위원장과 일자리위원장을 맡아 선거 승리에 일조했다. 문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그는 위원장으로서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설계·발표했다.

특히 자신의 주전공인 경제 분야에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성장 등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서 남 지사와의 경기도지사 선거 재대결 성사 여부에 정치권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불출마를 선언하고 같은 당의 전해철 후보를 지지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선택을 두고 경선까지 포함해서 두 번이나 패배한 전력에, 70대에 접어든 나이 탓에 재도전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민주당 전당대회 예비경선을 통과해 이해찬·송영길과 당 대표직을 놓고 합을 나눴다. 결과는 최종 3위로 낙선이었다. 김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에 의해 민주당의 경제자문기구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으로 선임되며 아쉬움을 달랬다.

총리 내정설
시민단체 반발

그는 2019년 말 문재인정부의 국무총리 후보자로 검토된 바 있다. 하지만 진보진영에서는 크게 반기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소상공인연합회‧외식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이 김 의원 지지 성명을 발표했으며, 일부 보수 정치인들 역시 찬성 의사를 밝혔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정권의 총리 후보자에 대해 진보층과 보수층 찬반 여론이 엇비슷한 진풍경이 연출됐다.

하지만 김 의원 내정설이 본격화되자 여러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졌다. 민주당 권리당원들 사이에서도 찬반 대립각이 점차 날카로워졌다. 결국 심상치 않은 기류를 인식한 김 의원이 직접 문 전 대통령을 만나 고사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대체자로는 정 전 총리가 낙점됐다.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는 단수공천을 받고 5선에 성공했다. 21대 총선의 최고령 당선자로 총선 직후 전반기 국회의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원내 최다 선수를 쌓은 박병석 전 국회의장과 최연장자 김 의원 간 경선이 결정됐다.

하지만 경선 닷새 전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전반기 국회의장직은 박 전 의장 몫이 됐다.

2020년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는 신설된 국가경제자문회의 초대 의장에 임명됐다. 지난해 이 대표가 대선 준비를 위해 당 대표직을 조기 사퇴한 뒤에는 후임 송영길 대표에 의해 부동산 특위위원장에 임명됐다. 여기서 김 의원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을 주도했다.

지난 24일에는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우상호 의원을 누르고 공식 선출됐다. 민주당의 의석수를 고려했을 때, 김 의원이 본회의장의 의사봉을 잡을 것이 확실시된다.

한편 김 의원은 긴 정치 이력을 가진 만큼 숱한 논란을 몰고 다녔다. 대부분 실언에서 비롯된 구설수였다. 원내대표 시절인 2011년 “대통령은 카리스마가 있어야 국정이 안정적으로 간다”며 “카리스마가 있으면 (김대중 전)대통령 아들이 구속됐겠는가. 노 대통령은 퇴임 1년도 안 돼 저런 꼴을 당했고…”라고 발언했다.

이미 작고한 두 전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여론의 질타를 피해갈 수 없었다. 김 의원이 이들의 소속 당 원내대표라는 점, 이들의 국정운영에 동참했었다는 점 등을 들어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들끓었다.

당 대표 아닌 의장인데…
여 “중립성 없어” 반발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문재인은 정치할 사람이 아니다. 노 대통령을 수행할 때도 문 전 실장은 항상 뒤에 숨지 않았느냐”며 “문재인 전 실장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천성이 어디 가겠느냐”며 당시 떠오르던 ‘문재인 대망론’을 부정하는 발언을 남겼다.

이 발언은 그가 2019년 총리 하마평에 올랐을 때 회자되면서 진보층의 적극적 지지를 막는 걸림돌로 돌아왔다. 

김 의원은 제20대 총선 전인 2016년 2월13일, 이천 설봉산에서 조병돈 전 이천시장과 수원시 영통구 태장동 주민 등으로 이뤄진 산악회원 37명을 만난 자리에서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의원은 불복했지만, 대법원까지 올라간 끝에 형이 확정됐다.

같은 해 3월 언론 인터뷰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도 받았지만 이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의원은 인터뷰에서 당시 상대 당 후보로 출마를 준비하던 정미경 최고위원이 공군력 저하를 이유로 수원비행장 이전 사업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말실수는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그의 실언은 사회적 입지가 비교적 좁은 이들에게도 서슴없이 이어졌다.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2월13일 공개 기자회견 자리에서 동성애·동성결혼의 법제화에 절대 반대한다는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의 건의를 받고 “민주당은 개신교계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동성애·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발언했다.

당시 그는 민주당 종교특위 위원장이었다.

말실수 반복
갖은 논란도

이는 성소수자 인권을 인정하지 않음과 동시에 이들 인권을 탄압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되며 각계각층의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대선후보였던 문 전 대통령의 입장과도 정면충돌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성소수자 인권단체 ‘무지개행동’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동성결혼·파트너십은 우리 사회에 새로이 나타나고 있는 가족의 형태”라며 “이들의 사회적 의무와 권리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2017년 9월21일 <제정임의 문답쇼>에 출연해 정치가를 꿈꾸는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로 “돈과 권력과 명예를 얻으려는 욕심을 가지는데, 모든 걸 가질 수는 없다. 정치는 생업이 아니다”라며 “이른 나이에 정치를 직업으로 하면 안 된다. 특히 젊은 나이에 정치를 직업으로 생각하고 뛰어드는 것은 가능하면 말리고 싶다”고 발언해 입길에 올랐다.

그는 이 발언으로 “청년 정치인 전체를 매도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청년들이 단지 돈과 명예·출세를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 당 대표 경선 때는 “당 대표가 되면 이재명을 출당시키겠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당시 ‘혜경궁 김씨 사건’과 ‘김부선 스캔들’로 여론의 거센 반발에 시달리고 있었다.

반면 같은 해 ‘드루킹 사건’ 피의자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지지층을 늘리려 선거운동한 것”이라고 감쌌다.

두 사례 모두 당 지지세에 악영향을 미쳤음에도 상반된 반응이었다. ‘편 가르기’ ‘내부 총질’이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각종 실언으로 수차례 도마 올라
강성 발언으로 중립성 의심 군불

지난달에는 검수완박 ‘꼼수’ 통과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느닷없이 법제사법위원회에 배치됐다. ‘최다선·최고령 위원이 위원장을 맡는다’는 관례에 따른 조치였다. 당초 법사위 소속 최고령 의원은 69세인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었지만, 김 의원이 그 자리를 꿰찼다. 그러고는 최대 90일까지 숙의할 수 있는 법안을 단 20분 만에 통과시켰다.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고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야당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합의에 따라 2012년 통과됐다. 김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이었다. 자신이 주도해 만든 법을 스스로 깨부순 셈이다.

김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로 확정되자, 국민의힘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예상된 수순이었다. 특히 여당 측은 김 의원의 국회의장 후보 선출 소감을 문제삼았다. 그는 소감을 발표하면서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 당적을 졸업하는 날까지 선당후사의 자세로 민주당 동지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언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 국회의장은 입법부 수장으로서 엄격한 중립성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소감은 의장으로서의 중립성을 해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가 됐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양금희 중앙선대위원회 대변인은 “민주당의 당 대표가 아닌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하는 자리에서 후반기 국회 역시 일방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선전포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국회의장의 자리는 민주당의 피를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피로서 이뤄낸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자리”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김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의장 출마 선언 당시에도 중립성을 의심받는 메시지를 낸 바 있다. 이날 그는 “불통과 독선의 ‘검찰공화국’으로 폭주하는 윤석열정부의 ‘불도저’식 국정운영을 막아내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민주당 당적을 강조한 발언이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여당의 반발을 부를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당 내부서도 
우려 목소리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막상 취임하면 본연의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당내의 대표적인 중도 성향 인사인 만큼, 능수능란하게 여야 중재를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풍부한 의정 경험은 덤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구시대적 면모는 접어두고,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만이 발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 역시 국회의장의 입에서 차별과 갈등 대신, 화합과 관록의 언어가 나오길 고대하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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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