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교그룹의 후계구도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잠시 장남으로 기우는 듯했던 승계 구도가 차남의 대두 이후 원점으로 회귀한 모양새. 장남이 핵심 계열사에서 존재감을 키웠다면, 차남은 지주사에서 영역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대교그룹은 비상장 지주사인 대교홀딩스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창업주인 강영중 회장(1949년생)이 서 있다. 강 회장은 대교홀딩스를 지배함으로써, 계열사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강 회장이 보유한 대교홀딩스 지분은 82.0%(495만5660주)에 달한다.
앞서거니
창업주가 여전히 지주사 주식 8할 이상을 보유 중이라는 건,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두 아들이 보유한 대교홀딩스 주식은 강 회장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장남인 강호준 상무와 차남인 강호철 상무가 쥐고 있는 대교홀딩스 주식은 각각 8288주, 8286주에 그친다.
지분율로 보면 0.1%씩에 불과한 수치다.
지분 증여가 제자리걸음인 탓에 후계구도의 큰 틀조차 불분명한 형국이다. 강 회장은 ‘성과 없이 승계는 없다’고 표명했을 뿐, 두 아들 중 누가 후계자인지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드러낸 적 없었다. 한 명이 유달리 돋보인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관련 업계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남이 강 회장의 뒤를 이을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장남이 핵심 사업 회사의 경영을 도맡게 됐다는 점이 부각된 덕분이었다.
한 치 앞 모를 미래
준비된 게 없는 현실
지난해 3월 ㈜대교는 이사회를 열고 최고전략책임자(CSO)였던 강호준 상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오너 2세가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에 선임되자, 관련 업계에서는 강호준 상무가 경영권을 승계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강호준 상무가 맡고 있는 해외사업 부문에 힘을 싣고자 하는 의도였다는 목소리도 뒤따랐다. 과감한 투자를 진행 중인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강호준 상무에게 전권을 줘야 했다는 시각이다. 1980년생인 강호준 상무는 2009년 대교 해외사업전략실에 입사한 이후 대교 아메리카 법인장, 해외사업총괄 본부장을 거친 바 있다.
하지만 장남 대세론은 얼마 가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대교홀딩스는 CFO(최고재무책임자)였던 강호철 상무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했다. 지주사에서 강호철 상무보다 높은 직책은 대표이사인 강 회장 밖에 없다는 점에서, 해당 인사는 강호철 상무가 그룹 운영에 보다 깊숙이 관여하게 됐음을 의미했다.
1982년생인 강호철 상무는 그룹의 재무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대교아메리카 법인장, 크리스탈원 대표 등을 지냈으며, ㈜대교 최고재무책임자(CFO)로도 활동 중이다.
뒤서거니
최근 들어 차남의 입지는 한층 단단해진 양상이다. 대교홀딩스는 지난달 중순 강 회장의 강호철 상무를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COO 자리에 오른 지 1년 만에 지주사의 경영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로써 대교홀딩스는 강영중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강영중-강호철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