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소상공인 두 번 울리는 ‘해썹’ 불신론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3.14 16:04:28
  • 호수 13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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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게 주고 차는 ‘안전 완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식품은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공급’ ‘안전성’ ‘기호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특히 식품의 안전성이 무너지면 사람 건강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안전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식품 안전성을 위해 정부는 1997년 해썹(HACCP) 근거 규정을 신설했지만 신뢰성·효율성 문제가 계속되고 있어, 소규모 식품업체들은 해썹 때문에 문을 닫는 경우도 발생한다.  

해썹(HACCP)은 위해 요소 분석(Hazard Analysis)과 중요 관리점(Critical Control Point)의 영문 약자다. 여기서 말하는 ‘위해 요소 분석’이란 원료와 공정에서 발생 가능한 병원성 미생물 등 생물학적·화학적·물리적 위해 요소를 분석하는 것이다.

너무 힘든
인증 과정

‘중요 관리점’은 식품의 위해 요소를 예방·제어 또는 허용 수준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공정이나 단계를 중점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즉 해썹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가공·보존·유통·조리단계를 거쳐 최종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해 요소를 규명하는 것이다. 

해썹 의무적용 품목은 ▲어육 가공품(어묵) ▲냉동수산물(어류, 연체류, 조미 가공품) ▲냉동식품(피자류, 만두류, 면류) ▲과자류(빙과류) ▲비가열 음료 ▲레토르트식품 ▲김치류(배추김치)다.

해썹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사전단계에서 ▲해썹 팀 구성 ▲제품설명서 작성 ▲사용 용도 확인 ▲제조공정흐름도 작성 ▲공정흐름도 현장 확인을 거친다.


본 단계에서는 ▲위해 요소 분석 ▲중요 관리점 결정 ▲한계 기준 설정 ▲모니터링 체계 확립 ▲개선 조치 방법 수립 ▲검증 절차 및 방법 수립 ▲문서화 및 기록유지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하면 해썹 인증  마크를 받는다. 하지만 사후관리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해썹 인증이 취소된다. 이 같은 전 과정은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관리한다.

현재까지 해썹 인증 마크를 받은 업체는 ▲식품 인증업소 9251곳 ▲축산물 인증업소 1만4887곳 ▲안전관리통합 인증업체 62곳으로 총 2만4200곳이다.

해썹 인증을 받은 업체가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이 같은 추세로 보면 식품 안전성에 문제가 없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과정을 다 밟기가 너무 힘들고 시설 투자에도 많은 돈이 들어가며, 시설 유지가 매우 어렵다. 

이런 문제점에 더해 사후관리도 문제가 되고 있다. 2015년 2월2일에는 떡 전문 판매 기업인 송학식품의 떡볶이용 떡에서 대장균이 발견돼 해썹 인증이 취소됐다.

시험 비용에 수백∼수천만원 필요
“의무 적용 아닌 청결로 판단해야”

2018년 9월5일에는 풀무원푸드머스가 공급하고 더블유원에프엔비가 제조한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 제품이 문제가 됐다. 해당 제품을 먹은 학생 2207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는데, 더블유원에프엔비는 해썹 인증을 받은 곳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해썹 인증을 받은 던킨도너츠 공장의 위생이 논란이 됐고, 올해에는 해썹 인증을 받은 1호 김치명인의 한성식품도 큰 논란이 됐다. 

한성식품은 곰팡이가 핀 배추로 김치를 만들었고, 공장 내부 곳곳과 설비된 기계에도 곰팡이가 껴 있었다. 천장은 누렇게 변해 있으며 물방울도 맺혀 있었고, 비가 오면 공장 전체에 물이 샜다.

하지만 식약처가 현장점검을 나올 때는 이미 깨끗하게 청소를 했기 때문에, 식약처는 공장 내 용기와 시설에서만 문제점을 발견했다. 

당시 공익신고자가 8개월 동안 모은 내부 영상과 보고서에는 불량한 현장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식약처가 현장 조사를 갔을 때 실물을 발견하지 못했다.

식품위생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과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하지만, 한성식품은 과태료 50만원을 문 게 전부였다.

한편 한성식품은 2005년에 식약처의 ‘기생충 알이 검출된 김치 리스트’에 포함된 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성식품의 해썹 인증은 취소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식약처 관계자는 해썹 부적합으로 나와도 해썹 인증이 아니고, 식품위생법상 지자체가 행정처분을 의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다.

안전성 보장?
신뢰도 제로

스스로를 임산부라고 밝힌 소비자는 한 포털사이트에서 댓글로 “명인김치는 ‘명인’이라고 광고하면서 가격을 더 비싸게 팔았을 텐데, 이런 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니 황당하다. 먹는 거로 장난치면 천벌 받는데 이참에 크게 벌받고 사업을 접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번거롭고 힘들어도 김치를 사서 먹는 것보다는 해 먹는 게 안전하겠다”는 의견이 퍼지고 있다.

여러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해썹 인증은 식품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해썹의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식약처는 2020년 12월1일부터 연 매출 1억원 미만 또는 종업원 5인 이하 업체도 해썹 적용 대상으로 확대됐는데, 국내 식품업체의 80%가 연 매출 1억원 미만 또는 종업원 5인 이하에 해당한다.


이런 방침으로 소규모 식품업체는 큰 타격을 받았다. 소규모 식품업체가 해썹 인증을 받으려면 너무 큰 돈이 들기 때문에 생업을 포기하게 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먼저 해썹 인증을 위해서는 고가의 금속검출기를 구매해야 한다. 이 제품은 700만원에서 1500만원 이상의 돈이 들고 운영을 위해서 직원도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금속검출기 모니터링 일지도 허위로 작성한다는 현장의 의견이 많다. 

울부짖는
소규모 업체

시험 비용에 필요한 돈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이상 소요된다. 이 시험은 원료·작업 과정 중의 위해 파악을 생물학적 위해·화학적 위해 및 위생관리 상태로 나눠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음식 가짓수가 다양한 급식업소는 매년 억대의 시험 비용 등이 들어간다. 모니터링 장비들인 온도계, 저울, 타이머 등 검‧교정 비용도 들고 문서 작성을 위한 별도의 인력도 채용해야 한다.


업체들은 공장을 운영하며 해썹 인증을 병행하기 어렵다. 보통은 해썹 인증을 받기 위해 컨설팅 회사에 의뢰하니 추가 금액이 더 발생한다.

결국 해썹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대부분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해썹 인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식품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해썹에 의한 소규모 식품제조업의 목소리가 국민청원에까지 올라왔다. 해당 글을 올린 A씨는 식품 제조가공업을 운영 중이며, 직원은 2명이다. A씨는 10만원에 제품을 납품하면 재룟값, 배달비, 월세, 인건비, 세금 빼면 2만원이 안 남는다고 밝혔다.

또 공장은 방 3칸으로 운영 중인데, 해썹 규칙은 최소한 8개를 만들어야 한다. 사용하지도 않는 방을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작은 기업은 해썹 인증을 받기 위한 추가 서류 업무를 잠을 쪼개 처리했다. 

A씨는 “수많은 업체 중 몇 천만원을 들여 쉽게 공사할 수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되냐. 이 모든 것을 말해도 공무원들은 똑같은 말만 반복한다. 해썹 의무 적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고 깨끗한 식품 브랜드로 만들어서 국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 불법을 저지르지 않으면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전했다.

수원에서 식품제조업을 하는 B씨도 “5인 이하 식품제조업에게 해썹 의무 인증 기간을 늘려달라”고 주장한다. B씨의 설명에 따르면 약 10만개의 업체가 해썹으로 불법영업을 하게 됐다.

그는 홀로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기며 식품제조업을 꾸려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백화점 즉석식품 판매행사는 모두 공산품 행사로 바뀌었고, B씨의 빵 공장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공간 확보 어렵다” 시장 상인들 울상
90% 이상 불법시설 전락해 생계 걱정

납품금액은 4분의 1로 줄었다. 새로운 거래처와 계약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고, 덕분에 납품금액은 늘었다. B씨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해썹이었다. 해썹 시설비를 마련할 시간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B씨는 담당 공무원에게 방앗간이나 떡집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하고 있냐고 물으니, 담당 공무원은 “5인 이하 사업자들에 대한 방침은 내려온 게 없다. 즉석판매제조가공업들은 업종 변경을 하라고 유도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B씨는 “수만명의 자영업자가 해썹 때문에 생계를 잃고 불법영업을 하게 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대책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축산물 시장도 비상이다. 축산물 시장이 해썹 인증을 받으려면 66㎡ 이상의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원재료가 가게로 들어오는 별도의 입구와 보관실, 작업실 등 분리된 공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2000여개의 업소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마장축산물시장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

마장축산물시장에는 500여곳이 해썹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중에서 10% 정도만 해썹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의 시장 상인들은 갑작스레 불법시설로 전락해 생계를 걱정해야 될 상황을 맞았다. 

축산물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해썹 인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썹 인증을 받은 사람은 계속 유지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말 그대로 ‘배 째라’식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썹 인증을 받았어도 이후에 계속 관리하면서 드는 돈이 커 큰 부담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식품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우선 한국은 해썹 인증을 받기 위해 컨설팅을 받고 공장 시설 투자에 초점을 둔다. 결국 해썹 인증을 위해선 해썹을 위한 필수시설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은 해썹이나 국제식품안전협회(GFSI)인증을 모두 민간인증 기관에서 주도한다. 시설면에서는 한국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기록 관리나 개별검사 등 감시체계가 훨씬 까다롭다. 미국 식품 공장에서는 기록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회사 자체적으로 엄한 처벌을 내린다.

발각 시 정부기관으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하거나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는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식품 컨설팅 관계자는 “한국은 법 위반 시 부과되는 형 집행이 너무 가벼워서 해썹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 현실적인 해썹 제도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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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