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사는 ‘똘똘한 한 채’

주택시장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입지여건이 우수한 소위 ‘똘똘한 한 채’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똘똘한 한 채로 ▲랜드마크 대단지 ▲뷰세권 단지 ▲사통팔달 교통망 갖춘 단지 등이 있다. 먼저 올해에도 1000가구 이상 대어급 규모를 갖춘 대단지 분양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단지 규모가 크면 클수록 상대적으로 관리비가 저렴한데다, 일대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면서 지역 시세를 리딩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대선으로 시장 내 유동성이 커진 만큼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대단지 분양에 집중될 전망이다.

주택시장 규제
기준금리 인상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25곳에서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총 4만402가구(임대제외)가 분양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3만1316가구로 1분기 전체 물량(7만1498가구)의 43.8%에 달한다. 작년 동기간 대비 2.6배 늘었다.

 대단지 아파트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 가능해 입주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이점이 많다.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1000가구 이상 아파트의 공용관리비는 ㎡당 1081원이었다. 반면 ▲150~299가구 1304원 ▲300~499가구 1176원 ▲500~999가구 1109원으로 규모에 따라 최대 관리비가 17% 저렴했다.

가격 상승도 중소단지보다 대단지에서 두드러지게 차이 나고 있다. 부동산R114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대단지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2286만원(1000~1499가구), 2907만원(1500가구 이상)으로 5년 만에 각각 88.6, 97.0%가 올라 중소단지와의 가격 차이를 벌렸다.


단기간에 급등한 대단지 아파트도 지난해 속출했다. 인천 연수구 ‘e편한세상 송도(2708가구)’전용 84㎡는 지난해 8월 10억75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 경신과 동시에 ‘10억 클럽’에 가입했다. 1년 전(7억4800만원)에 비해 3억원 넘게 올랐다. 충북 청주 ‘청주 센트럴 자이(1500가구)’도 지난해 9월 5억55 00만원에 손바꿈해 기록을 새로 썼다.

분양 시장에서도 뜨거운 청약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세종 ‘세종 자이 더 시티(1350가구)’,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가 각각 1순위 청약에서 199.7대1, 161.2대1을 기록하며 세 자릿수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상징성은 물론 커뮤니티 시설, 설계 등도 우수해 일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각종 규제부터 선거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에 시장 내 똘똘한 한 채 열풍이 일고 있어 안정성이 높은 대단지 아파트로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는 ‘뷰세권’ 단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속되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소강상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조망권을 확보한 단지는 신고가를 기록하며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분양시장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
대단지, 뷰세권, 사통팔달 인기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 구래동의 ‘호반베르디움 더레이크 5차’(266가구)의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6억300만원(17층)에 거래가 이뤄지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구래동 아파트값이 0.01%(부동산114 기준) 상승하며 상승폭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것이다. 단지 남측으로 한강신도시 호수공원이 있어 탁 트인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천 연수구 송도 국제도시의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전용 84㎡ 역시 지난해 12월 13억원(18층)에 계약이 체결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단지 역시 송도 국제도시 집값 상승 폭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송도 센트럴파크 조망권을 갖추면서 신고가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청약시장에서도 조망권을 갖춘 단지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전북 익산의 마동공원 조망권을 확보한 ‘익산 자이 그랜드파크’는 지난해 12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46.05대1로 익산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북한강 조망권을 확보한 ‘춘천 파밀리에 리버파크’도 지난해 6월 청약에서 1순위 평균 경쟁률 31.79대1을 기록해 역대 춘천시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다.

시장이 침체될수록 우수한 입지여건을 갖춘 단지들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조망권 역시 우수한 입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데, 최근 코로나19로 주거 쾌적성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진 만큼 조망권을 갖춘 단지에 대한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들이 집을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바로 ‘교통’이다. 교통망에 따라 유입인구와 타 지역의 접근성에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교통 인프라가 대거 확충되는 지역은 부동산 수요자들에게 큰 인기를 끈다.

대선 전후
커진 유동성

분양시장에서 사통팔달 교통망을 갖춘 상품은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교통이 편리한 만큼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분양이 꾸준하게 잘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기에는 가격 하락폭이 작고 활황기엔 상승폭이 크다는 점도 매력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대연 센트럴’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27.26대1의 경쟁률로 그해 부산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부산도시철도 2호선 못골역(남구청)이 가깝고, 못골로와 진남로 등의 도로망이 잘 갖춰져 있어 수요자들의 마음을 저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5월 대전 최다 청약자가 몰린 ‘대전 해모로 더센트라’도 선화로, 계룡로, 동서대로 등 지역의 굵직한 도로들이 갖춰진 사통팔달 아파트인 점이 눈에 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코로나19 확산과 정부의 규제 및 금리 인상 조치 등이 맞물려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며 “입지와 상품성, 가격 경쟁력 등을 두루 갖춘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면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 및 강원도에 분양 중인 똘똘한 한 채.

불확실성↑
양극화 현상

 

▲힐스테이트 몬테로이(대단지)= 경기 용인 처인구에서 공급되는 ‘힐스테이트 몬테로이’의 정당계약이 진행된다. 특별공급을 제외한 총 2107가구 모집에 총 2만9926건이 접수돼 평균 14.2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전 주택형 모집 가구 수를 채웠다. 지난해 7월 처인구 고림동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용인 고진역’ D1· 2블록의 1순위 청약 접수(2만2121건)를 뛰어넘는 수치다.

분양 관계자는 “3000가구가 넘는 힐스테이트 브랜드 타운으로 조성돼 상징성이 높고, 상품성 또한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총 3개 블록, 지하 4층~지상 29층, 40개동, 전용면적 59~185㎡로 이뤄졌다. 1블록 10 43가구, 2블록 1318가구, 3블록 1370가구 총 3731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입주 시기는 1·3  블록 2024년 11월, 2블록 20 25년 1월 예정이다.

분양 시장 뜨거운 청약 열기
신고가 기록하며 가격 상승세

전용 59㎡A타입은 4베이 판상형 구조로 안방 드레스룸 뿐만 아니라 소형 평형에서 보기 드문 복도 팬트리가 적용됐다. 전용 76㎡A, B타입은 복도 팬트리 및 안방 드레스룸이 설치된다. 84㎡B타입은 안방 드레스룸, 주방 및 현관 팬트리, 광폭 주방 공간이 들어간다.


84㎡C타입은 H 클린현관(유상옵션)이 제공되며 복도 및 현관 팬트리, 안방 드레스룸과 알파룸(옵션) 등 수납공간을 극대화했다. 109㎡A타입은 4.5베이 판상형 구조로 현관 팬트리, 복도 팬트리, 안방 드레스룸, 알파룸 등이 적용된다.

총 3개 블록의 대규모 단지인 만큼 총 3개 블록, 1만㎡에 이르는 대규모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된다. 블록별로 타 단지에서 보기 드문 거리 12m, 높이 6.3m 규모의 실내 비거리골프장이 조성된다. 피트니스센터, 실내 골프연습장, 사우나, H아이숲(실내어린이놀이터), 상상도서관, 프라이빗 오피스, 게스트하우스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홍천 리빙웰타운(뷰세권)=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720-5번지 일대에 2층 구조 테라스형 타운하우스인‘홍천 리빙웰타운’이 분양 중이다. 국내 유일 강변온천인 홍천 온천지구 내 고품질 온천을 각 가정에서 즐기는 타운하우스로 총 50세대의 대단지로 조성 계획이다. 현재 건축된 타운하우스는 4가지 타입 전용 89㎡(구 27평형), 99㎡(구 30평형), 109㎡(33평형), 145㎡(44평형)으로 마련돼 있다.

홍천강변의 사계절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녹색 힐링 환경을 갖추고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홍천강을 따라 산책로, 자전거 길, 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각종 휴양림과 테마파크, 거기에 홍천군에만 약 20여개의 캠프장과 래프팅 명소가 있어 자연과 함께하는 각종 여가생활을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다.

전원생활을 희망하거나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 중 하나가 강원도 홍천이다. 홍천은 강원도에서도 서울 등 수도권과 인접하다. 동서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5번과 44번국도가 관통하는 지역으로 서울과 동해안을 잇는 길목이다. 또 강원도 내륙 교통의 요지다. 유명한 산과 계곡, 강이 곳곳에 있어 자연경관도 수려하다. 이런 이유로 전원생활을 누리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분양 관계자는 “전원생활이나 세컨드하우스용으로 적합한 쾌적한 주거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구일 투웨니퍼스트 하이앤드(사통팔달)=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단지형 투룸 오피스텔인 ‘구일 투웨니퍼스트 하이앤드’가 분양 중이다. 투룸 오피스텔 216실이 지하 1층~지상 19층, 3개동에 단지형으로 조성된다. 지상 2층부터 19층까지 층별로 4개 호실의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동별로는 오피스텔이 계단식 구조로 배치되며, 주차대수는 176대(법정173대)다.

투룸 3베이(Bay) 주거형 특화설계를 적용해 소형 가구 거주에 최적화된 주거공간이다. 구로구 최초 더블올림공간으로 커진 실사용 면적과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침실 4개와 욕실 2개가 적용돼 3~4인 가족 거주가 가능하다.

보기 드문 200실 이상 대단지 설계로 관리비 부담도 낮췄다. 거실과 주방을 분리 설계해 쾌적한 주거생활도 가능하다. 삼성 시스템에어컨, 삼성 세탁기 및 건조기, 비스포크 냉장고, 3구 인덕션 등 고품격 패키지도 제공할 예정이다.

집 안의 가전제품과 보안 가스감지기들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코콤 스마트홈 IoT 시스템이 적용된다. 강마루와 고급 아트월 마감 시공을 통해 세련된 공간을 선보일 계획이다. 단지 입구에는 주차장과 경비실을 배치해 프라이버시 보호에도 신경을 썼다.

쾌적한 주거
고품격 패키지

분양 관계자는 “소형 아파트를 뛰어넘는 고품격 투룸 주거용 오피스텔로서 층고를 높이는 올림공간 설계까지 적용돼 방 4개를 사용할 수 있다”며 “화장실도 2개가 마련돼 소형 아파트보다 우수한 상품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1호선 구일역을 비롯해 7호선 남구로역, 2호선 신도림역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도로망도 가까이 지난다. 지난해 9월 서부간선도로 지하도로가 개통되면서 서부간선도로와 강남순환도로, 올림픽대로 등을 통해 서울 중심권으로 30분대 출퇴근이 가능하다. 신안산선 신독산역 신설이 예정돼 있고, 구로 주공 아파트 재개발이 추진됨에 따라 일대 주거환경 개선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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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도 ‘전권 부여’ 가능성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송 비대위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지도부를 집단지도체제로 구성할 것”이란 예상엔 여전히 힘을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지난달 30일 끝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송 비대위원장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끈다. 비대위원으로는 ▲4선 박덕흠 의원 ▲재선 조은희 의원 ▲초선 김대식 의원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 ▲홍형선 경기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내정됐다. 이들은 모두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로 구분된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고,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저지 집회에 참석했다. 친윤 일색 새 비대위 지난 2일엔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송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의 임명 사실을 밝혔다. 안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의사 출신답게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일컬어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스를 들어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며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원회 구성은 송 비대위원장의 원내대표 출마 당시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3년 인요한 의원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혁신위원회를 가동했던 적이 있다. 당시 혁신위는 다양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취소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권고 등 혁신안 2개만이 실행됐다. 혁신위엔 의결권이 없다. 인요한 혁신위도 당 내외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란 말을 들은 위원 3명이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안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꼭 필요한 처방전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 국민의힘이 김 전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무위로 돌린 게 불과 한 달여 전 일이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안 의원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도 아니고,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니다. 대선주자로서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당내 세력이 부실하다. 지난해 12월7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1차 시도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면서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이후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독자적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찬성 견해를 꾸준히 유지했고, 지난 1월엔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됐던 지난 4월엔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과도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준석 의원과 화해하고, AI와 미래에 대한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친윤계로선 안 의원의 혁신적이면서도 당내 충돌을 자제하는 성향과 이미지를 당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안 의원에게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점도 매력적이었던 대목으로 해석된다. 어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전 혁신위원장이었던 인 의원은 친윤계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 혁신위원장 임명하고 권한 부여에 말끝 흐려 안 의원이 2회에 걸쳐 홀로 본회의장에 남아 국민의힘에 불리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실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은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이어야 한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으로 계보를 거느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만 해도 친윤계로선 상대하기 까다롭다. 세가 없는 안 의원이 당시와 같은 ‘고집’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당내 세력이 없어서 ‘제2의 한동훈’이 되긴 어렵다. 지난달 27일부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6일 동안 숙식 농성을 잇던 국민의힘 5선 나경원 의원은 묘한 견제구를 던졌다. 나 의원은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는 것”이라며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라”는 말은 당내 다수인 친윤계의 요구 수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송 비대위원장조차도 안 의원과 혁신위에 권한을 부여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이 특위 형식 기구를 만들면, 당의 의사 결정 체계 내서 운영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혁신위를 운용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 수준의 혁신 방안이 잘 마련되도록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의 의사결정 체계 내’라는 것이다. “안 의원과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 생각은 없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강하다. 이를 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께서 바라고 계신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조치 등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걸 못하면, 혁신위는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등 혁신위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 발표 당시에도 같은 당 조정훈 의원으로부터 “혁신위원장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롱을 당한 적이 있다. 결국 안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로 급선회했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함만… 권한 없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 설치 외에도 많은 구상을 밝혔다. 비대위 활동 방향으론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혁신안 추진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도약 ▲유능한 정책 전문 정당으로 발돋움 등을 제시했다. 또 정책 정당화를 위해 ▲반도체·AI 등 미래 첨단 산업 육성 ▲청년 자산 형성과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등 국민의힘이 추진할 3대 중점 정책도 밝혔다. 문제는 불과 한 달여 남짓 활동할 비대위임에도 너무 많은 구상을 밝혔단 것에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국민의힘의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이 전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비대위가 소화하기엔 너무 거시적이고 분야도 넓다. 이렇게 되면 구상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차기 당권 구도와 관련해 “차기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구성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송 비대위원장은 이를 부정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누가 집단지도체제를 얘기했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저는 얘기한 적 없고,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힘을 모아 강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서 힘의 결집을 방해하는 이야기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는 친윤계 입장에선 매력적인 체제가 될 수도 있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집단지도체제는 대표로 선출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최고위원을 맡아 함께 지도부에 입성하는 체제를 말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탈락한 후보들이 지도부서 배제되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 ▲한동훈 전 대표 ▲안 의원 ▲나 의원이다. 이들 중 나 의원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 치열하게 다투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 나 의원도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전당대회 출마 및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장직 사퇴 여부를 놓고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과 지지층도 다르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돼 이들 모두가 지도부에 모이면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서로 싸우다가 죽으라”는 의도가 개입될 수도 있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변종 히드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에서는 계파 간 밥그릇 싸움·진영 간 내홍·주도권 다툼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협의와 조율이란 핑계로 시간만 허비하고 혁신은 실종되면서, 당이 다시 분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지난달 27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친윤 중심 체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쉼 없을 내부 투쟁 집단지도체제는 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채택한다. 이오시프 스탈린·덩샤오핑·김일성 등 강력한 권위를 가진 독재자가 없는 상황에선 파벌별로 당 최고의 의사결정기구 정치국원들을 추천하고, 그들 중에서 당과 국가를 통치할 수장을 배출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 정치투쟁이 매우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서 개혁도 지지부진해진다. 김일성은 파벌을 모두 숙청한 후 1인 지배체제와 세습체제를 확고히 굳혔다. 중국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다른 파벌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휘하인 시자쥔으로만 정치국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도 게오르기 말렌코프·라브렌티 베리야 등 경쟁 상대를 몰아내 권력 독점을 완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정당사에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에서 지난 2016년 발생한 ‘옥새 파동’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직을 차지했고, 2위에 머물렀던 서청원 전 의원 등은 최고위원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였지만, 최고위원 중 상당수는 친박(친박근혜)계였다. 당시의 집단지도체제는 지난 2004년 총선 패배 후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외부에도 격렬하게 표출될 정도로 극심해졌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엔 대부분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곧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려다가 실패했고, 친박에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 등 비박계 핵심에 대한 공천을 거부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전 대표도 공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등 김 전 대표를 공천 과정에서 배제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천을 의논했다. 현 수석도 직속상관인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건너뛴 채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이 위원장과 공천을 논의했다. ‘옥새 들고 나르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 위원장은 유 전 의원 등 비박계 인사 5명의 공천을 취소하고, 친박계 후보를 공천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천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여기에 직인을 찍어야 할 김 전 대표는 날인을 거부하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취재기자들을 대거 몰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가 대형 선거 홍보 현수막을 배경 삼아 영도대교에서 사진을 찍었다. 세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제목을 따서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패러디를 갖다 붙이기도 했다. 당 대표에게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서로 비슷한 위상을 가진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으면 이 같은 내부투쟁은 쉼 없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옥새 들고 나르샤’는 불과 9년 전 일이었고,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은 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패배 후 지도 체제를 현재와 같은 단일지도체제로 바꿨다. 아픈 기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집단지도체제라는 구상이 외부에 거론된 것에 대해선 “구 친윤계의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후보 ▲한 전 대표 ▲안 의원 등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당권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어 서로 싸우게 하다 자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친윤계는 대선주자를 외부에서 데려와 옹립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당내 후보 경선이 완료된 상황에서도 외부의 한덕수 전 총리를 데려와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교체하려고 했을 정도로 거부감이 없다. 당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해 대충 대선을 치르고,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구 공천을 보장할 당만 유지하면 된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텃밭 지역구와 특정 이익집단의 지원만 있으면 계속 여의도서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식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정치인 중 상당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역구 ▲후원회 ▲특정 이익집단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반영구적인 정치생명을 누린다. 현재 일본에서 이어지는 쌀값 상승 파동과 관련해, 농협·쌀 도매상 등과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형성한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이 “쌀을 사본 적 없다. 지지자들이 많이 주신다. 팔아도 될 만큼 있다”는 망언을 대놓고 했을 정도였다. 일본엔 특정 집단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의원들이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친윤계가 집단지도체제를 배경 삼아 지도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숙청하려고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민당의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안 좋은 방식의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 겉핥기 자민당 내부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총리를 배출하는 파벌만 달라져도 정권교체와 비슷한 효과를 준다. 이것이야말로 자민당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비결이었다. 집단지도체제 구상엔 당의 혁신엔 무관심하고 자리 다툼에만 집착하는 일부 계파의 뻔한 속내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하는 안 의원과 “혁신위와 안 의원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린 송 비대위원장이 크게 대비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