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황태자의 애매한 성적표

승계 절차 밟지만…성과는 언제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유진그룹 오너 3세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전무를 건너뛴 채 부사장으로 영전시킬 만큼 그룹 차원의 기대가 큰 상황. 정작 밀어준 것에 비하면 지금까지 보여준 건 그리 많지 않다. 

유진그룹은 1954년 유재필 유진그룹 명예회장이 세운 대흥제과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유재필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그룹은 창업주의 세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 장남인 유경선 회장이 유진기업, 차남인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은 금융 계열사, 삼남인 유순태 유진그룹 부사장은 레저 부문을 관장하는 형태다.

주목받는
유 부사장

유진그룹은 연이은 M&A를 거치며 준 대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공정 자산 기준 재계 63위에 올라 있다. 산하 계열회사는 52곳, 자산총액은 5조5280억원이다. 

그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곳은 사업형 지주회사의 틀을 갖춘 유진기업이다. 유진기업은 본업인 레미콘 사업을 영위하면서 대다수 계열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운송업, 골프장, 금융업 등의 사업 영역 전반에 유진기업의 영향력이 닿는 구조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유진기업 최대주주는 지분 11.54%를 보유한 유경선 회장이지만, 유경선 회장의 지배력이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다. 유재필 창업주는 물론이고 오너 2~3세가 골고루 유진기업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유진기업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 구성원은 14명에 달하며, 특수관계인 지분율의 총합은 38.74%다.


그럼에도 유경선 회장의 입지는 제법 탄탄하다. 유경선 회장이 그룹의 총수직을 수행한다는 점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런 이유로 재계에서는 유경선 회장 일가를 중심으로 승계 작업이 가동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유경선 회장의 장남인 유석훈 부사장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쭉쭉쭉∼
파격 인사

1982년생인 유석훈 부사장은 2015년 3월 유진기업 등기임원에 선임된 이후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해왔다. 부사장에 선임된 건 최근 일이다. 지난해 12월27일 유진그룹은 임원 승진인사를 발표했는데,  유석훈 상무는 해당 인사를 통해 올 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유석훈 부사장이 전무 직급을 건너뛴 채 승진하자, 재계에서는 유진그룹이 오너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를 내놨다. 후계구도를 조기에 확립하려는 의중이 명확해졌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게다가 유석훈 부사장은 후계구도에 걸림돌이 될만한 경쟁자가 없는 상태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유석훈 부사장의 유진기업 지분은 3.06%로, 3세 경영인 가운데 지분율이 가장 높다. 그보다 지분율이 높은 특수관계인은 유경선 회장, 유창수(6.85%) 부회장, 유순태(4.38%) 부사장 등 세 명에 국한된다.

다만 유석훈 부사장이 총수로 등극하려면 다소 시일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유경선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68세)다.

아버지 세대가 보유한 유진기업 지분을 넘겨받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지배력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유경선 회장의 지분뿐 아니라 유창수 부회장과 유순태 부사장이 보유한 유진기업 지분까지 흡수하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다.


문제는 승계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하느냐다. 아버지와 삼촌들이 보유한 유진기업 주식의 가치는 지난 3일 종가 기준 848억원에 달한다.

본격 가동된 승계 플랜
전무 건너뛴 초고속 승진

가장 눈에 띄는 승계 재원 확보처는 우진레미콘이다. 우진레미콘은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로 2013년 7월에 설립됐다. 최대주주는 지분 45%를 보유한 유석훈 부사장이다. 당초 우진레미콘은 개인 소유의 회사였으나 유석훈 부사장 등 오너 일가가 2017년 지분 전량을 취득했다.

우진레미콘은 2020년 말 기준 총자산이 153억원,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17억원, 14억원이다. 우진레미콘은 2019년과 2020년에 계열사와 각각 20억원, 6억8800만원 규모의 매입거래를 했다. 매출거래는 2019년 8700만원, 2020년 4억2200만원이었다.

우진레미콘은 최근 2년간 8억원씩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2019년 110%, 2020년 90%였는데, 유경선 회장 일가가 유진기업 주식을 매입한 것도 우진레미콘의 배당과 관련이 있다. 유경선 회장의 장녀 정민씨와 차녀 정윤씨는 2020년 3월27일부터 3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5만여주씩 유진기업 주식을 매입하면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남부산업은 향후 다방면에서 쓰임새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석훈 부사장이 지분 21.14%를 지닌 남부산업은 유진기업 지분 4.6%를 보유 중이다. 유진기업으로부터 매년 5억원가량 배당 수익을 얻고 있다.

밀어주고
당겨주고

유석훈 부사장은그룹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하기 앞서 경영 능력에 대한 물음표를 확실히 지워내야 하는 상황이다. 유석훈 부사장은 임원으로 활동한 이후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특히 유진에너팜을 안착시키지 못한 점이 뼈아팠다.

유진에너팜은 유진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영위하고자 2014년 10월 설립된 법인이다. 출범 당시 유석훈 부사장은 지분 32.8%를 보유한 2대주주로 참여했다. 유진에너팜은 2018년 매출 109억원을 달성했다. 당시 내부거래율은 99.45%였다. 

하지만 유진그룹이 비주력 사업 정리 차원에서 유진초저온을 매각하기로 결정하자, 거래 관계였던 유진에너팜은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실제로 유진에너팜의 매출은 2019년 23억원(내부거래율 97.48%)으로 급감했다.

또 2020년에는 매출이 1억3900만원으로 축소된 상태에서 3억7700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유석훈 부사장은 기대를 모았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서도 끝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2020년 유진기업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본입찰에 현대중공업지주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에선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이, 유진기업에선 유석훈 부사장이 인수 작업을 주도했다.


해당 인수전은 경영 능력을 증명하고 그룹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한 시험대라는 의미가 더해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은 현대중공업지주의 승리로 끝났다. 애초부터 현대중공업지주가 유력한 분위기였지만, 한 방이 절실했던 유석훈 부사장에게는 다소 아쉬운 끝맺음이었다.

이처럼 거듭된 시행착오를 겪었음에도 유진그룹은 유석훈 부사장에게 측면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유진기업의 자회사인 나눔로또는 벤처펀드 조성 등을 목적으로 50억원을 투자해 스프링벤처스라는 투자사를 설립한 상태다.

성과는
언제쯤?

해당 과정에서 유진기업은 큰 손 역할을 맡았다. 지난 1월 유진기업은 나눔로또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80억원을 지원했다. 이미 그룹 안팎에서는 스프링벤처스 설립에 유석훈 부사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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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