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국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3.07 14:59:07
  • 호수 13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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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한 듯’ 박사가 석사 꺼 베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대학원생에게 논문은 굉장히 중요하다. 대학원 과정 자체가 논문을 향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단국대학교에서 논문 표절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논문은 해외 학술지에도 게재되기도 했다. 

논문 표절은 학자들에게 치명적인 오명이다. 과거 고위공직자와 사회 유명 인사들의 잇따른 논문 표절이 사회적 눈총을 받기도 했다. 

국제 학술지
보란듯 게재

지난해 5월 단국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던 A씨의 논문 ‘폴리에틸렌이민 변형 그래핀 산화물과 심바스타틴(Sim)이 뮤린 골수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의 골생성 분화에 미치는 영향(Enhanced Effect of Polyethyleneimine-Modified Graphene Oxide and Simvastatin on Osteogenic Differentiation of Murine Bone Marrow-Derived Mesenchymal Stem Cells)’이 게재됐다. 

A씨와 지도교수 B씨가 함께 연구하고 작성한 이 논문은 4개월 뒤 국제 전문학술지 <바이오메디신(Biomedicines) >저널에 게재되기도 했다. <바이오메디신>은 의학과 약리학 연구 분야 국제 학술지다.

하지만 이 논문이 3년 전 발표한 석사 논문을 베꼈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는 “A씨의 논문이 2018년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C씨 졸업 논문과 매우 유사한 것을 발견했다. 국제 학술지에 실린 눈문이 석사 졸업 논문과 주제, 실험 결과 등 똑같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B씨는 실험을 열심히 한 C씨의 공을 A씨에게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 A씨의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면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A씨가 직접 실험한 게 아닌 3년 전 C씨가 한 실험을 그대로 베꼈다”고 말했다. 

2018년 C씨의 석사학위 논문 ‘조직 재생을 위한 탄소 기반 그래핀 약물 전달체 평가 및 연구’를 살펴봤다. 논문 도입부에 따르면 그래핀 옥사이드(GO)는 음전하를 띄고 양전하의 약물만 전달해줄 수 있어 한계가 있다. 많은 양의 양전하를 가지고 있는 폴리에틸렌이민(PEI)을 활용해 GO를 양전하로 변형시켜 한계점을 돌파했다. 

GO-PEI를 음전하인 Sim 농도를 통해 샘플을 정하고 골 분화를 확인했다. 실험 결과 0.25㎛, 0.5 ㎛에서 가장 높은 골분화를 나타냈다. GO와 PEI는 골 재생 약물 전달체로 뼈가 재생되는 데 있어 효과적이라는 결론도 나왔다.

주제, 실험 결과 등 유사한 수준
윤리위원회 표절·부정행위 인정

A씨의 논문 요약본을 살펴보면 ‘이번 연구에서 골 재생의 새로운 치료제 후보인 Sim과 GO를 결합해 골재생에 효과적인 복합물질을 제조했다’며 ‘Sim과 안정적이고 균질한 복합체를 만들기 위해 PEI로 GO를 변형하고 독성 테스트를 사용해 변형 효과를 분석했다. 효과적인 두 물질인 GO와 Sim의 조합에 의해 기대되는 골형성 분화 가능성을 중간엽 줄기세포에서도 평가했다’고 돼있다. 

두 개의 논문은 유사성을 띤다. 음전하를 띄고 있는 GO에다가 PEI와 Sim을 결합시킨 후 골 재생 약물 전달체로 활용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실험 결과 데이터가 동일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FT-IR 실험 데이터 표는 거의 유사하다. ARS 데이터는 그래프의 색깔과 재료의 표기명만 달랐을 뿐 오차 막대는 똑같다. RUNX2 데이터에서도 그래프 모두 동일한 모양이다. OPN 데이터는 그래프 색깔만 다를 뿐 막대그래프가 유사하고 OCN데이터는 똑같은 데이터의 색깔과 날짜만 다를 뿐이었다. 


결국 신고가 접수된 단국대 윤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해당 논문에 대해 ‘연구윤리 규정 제3조 제1항 제3호 표절, 제4호 ’부당한 논문저자의 표시‘에 해당하므로 연구부정행위로 판정했다. B씨가 이의신청까지 했지만 기각 처리됐다. 

유사한 두 논문의 저자는 다른 사람이지만 지도교수는 동일 인물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B씨는 “연구윤리위원회에서 해당 논문은 법적인 저작권 문제는 없지만 윤리상 표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국문 학위 논문 내용을 국제과학 학술지에 제출할 때 저자를 인용하면 좋겠다는 권장사항이 있다. 권장사항을 지키지 않아 윤리상 표절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사한
데이터

이어 “참고로 2021년 논문의 저자 A씨와 2018년 논문의 저자 C씨는 둘이 원래 친한 사이였다. 2018년 A씨는 C씨의 졸업 논문을 준비하는 데 있어 큰 힘이 됐다”며 “학생 2명과 지도교수인 나와 셋이 머리를 맞대 같이 연구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C씨가 개인사로  적극적인 참여가 어렵다고 판단해 저자에다가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윤리 규정을 확인한 뒤 저자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C씨는 논문 자료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논문 초안도 작성하지 않아 자격이 안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과거 C씨 국문 학위논문도 A씨가 절반 이상 참여했고 그 자료를 다시 A씨 논문에 가져온 것이다. C씨 스스로 원해서 이름을 뺀 것인데 표절이라고 하니 매우 당황스럽고 억울하다”고 해명했다. 

B씨 주장대로라면 A씨와 C씨는 상부상조하는 사이이며 C씨는 저자 자격이 되지 않아 이름을 스스로 이름을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 윤리 규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탓에 A씨와 B씨는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이 됐고 C씨는 피해자가 된 셈이다. 

착오로 표절이 됐다고 주장하는 B씨와 달리 상반되는 증언도 나왔다. 평소 B씨가 석사의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고 박사만 특혜를 준다는 주장이다.

다른 학생 D씨는 “문제가 된 논문 저자에 C씨 이름이 없어 문제가 됐다. 종종 국내 논문을 인용해 논문을 작성하는 사례가 있다. 그렇게 되면 원저자의 이름이 들어가야 한다. 해당 교수(B씨)는 연구에 기여한 석사의 이름을 잘 넣어주지 않고 박사만 넣어주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사 위해
석사 참아라?

이어 “논문 저자가 1명과 2명은 확연히 다르다. 1명일 경우에는 공을 더 인정받고 저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공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저도 지금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논문 자료를 준비하는 데 기여한 석사 입장에서도 억울하지만 지도교수에게 따지기도 힘든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생도 “대학원 분위기상 교수들의 석·박사 차별은 학생들이 느낄 수 있다. 석사는 다른 학교로 떠날 사람들이지만 박사는 최소 5년은 같이 있는 데다가 박사로 졸업을 하게 되면 교수들에게 실적이 되고 영예가 주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논문은 이달 중으로 논문 철회 요청이 될 예정이다. 해외 학회지에 실려 논문 철회 요청을 통해 논문이 삭제되기 때문이다. 이후 해당 교수의 논문 점수도 정정된다. 

단국대학교 홍보팀 관계자는 “문제가 된 논문은 저자 표시 위반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수의 징계 절차는 답보 상태다. 해당 교수는 논문 표절 건 말고 대학원생 인건비 유용건이 걸려있는 상태다”라며 “현재 경찰이 재수사를 하고 있어 교무처에서는 논문 표절 건만 가지고 징계위원회를 열지, 인건비 유용건 결과까지 기다린 뒤 같이 교원 인사위원회(인사위)를 열지 심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인사위서 특정인의 징계 수위를 정할 때 여러 항목이 있어도 단건으로 징계위원회를 열면 징계 수위는 낮아진다. 반면 여러 항목을 같이 하면 수위가 높아지는 등 중징계로 처벌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각 대학 인사위는 징계 수위를 고려해 처리한다. 

해당 논문 철회 요청 예정
인건비 횡령까지 수사 중

B씨는 논문 표절 말고도 인건비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 연구실에서 일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인건비의 절반 이상을 반납하게 한 뒤 B씨가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연구실 학생들이 받는 1인 인건비에서 40만원을 제외한 채 나머지 돈을 연구실 장에게 돈을 반납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건비 유용 의혹을 제기한 학생은 “지난해 대학교에다가 인건비 횡령 신고를 했지만 학교의 명예가 실추된다는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교수가 자진신고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정상 참작이 되지 않을까 해서 재신고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학교 측에서 보상금 2000만원을 제시하며 좋게 끝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상금을 받을 생각도 없어 무리한 금액인 1억원을 제시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지금 다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횡령한 인건비 관련해 검찰에서 조사가 진행돼 11월 무혐의가 나왔다. 하지만 검찰에서 재수사를 요청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또 다른 학생은 “학생 인건비를 횡령했던 것은 사실이다. 학생들이 돈을 모으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예를 들어 학생 1인이 받아야 할 돈이 180만원이면 온전히 사용해야 하는데, 40만원만 들어왔고 나머지 돈은 연구실 대표 학생에게 돌려줘야 했다. 학생들이 모은 인건비를 교수(B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B씨는 “대학원에는 인건비 공동모금이라고 있다. 일부 돈을 모아 등록금으로 사용한다거나 학생들끼리 야근할 때 야식을 시켜먹는 등의 용도로 알고 있다”며 “그 돈이 얼만큼 모인지도, 어떻게 사용된지도 모른다. 학생들끼리 돈을 모았는데도 규정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생들이 돈을 사용했지만(내가) 연구책임자라는 이유로 책임을 물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공동모금
진실공방

이어 “내가 돈을 사용하지 않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에 지난해 자진신고를 했다. 나는 떳떳했기 때문이다. 이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다시 재조사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해 돈을 모았던 것인데 내가 잘못된 사람이 비춰지는 게 너무 당황스럽고 억울하다”고 밝혔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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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