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삼겹살’ 프랜차이즈 표절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0.26 13:16:05
  • 호수 12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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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죽 사태’ 이어 똑같은 메뉴 비슷한 이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요식업에 뛰어들면서 무지갯빛 미래를 꿈꾸던 한 젊은 청년의 이야기다. 그는 신박한 사업 아이템으로 탄탄대로의 길을 걷다가 예상치 못한 걸림돌을 만났다. 그것은 바로 코로나19도, 악성 리뷰도 아닌 똑같은 사업 아이템으로 이름만 교묘하게 바꿔 붙인 경쟁사였다. 
 

▲ ▲ A씨가 운영 중인 ‘따띠삼겹’ 배달 앱 메뉴표

최근 ‘덮죽 사태’로 인해 음식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덮죽덮죽’은 상호명뿐만 아니라 ‘골목 저격 시소덮죽’과 같은 메뉴까지 포항 덮죽집을 연상시키며 표절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현재 해당 가게는 메뉴 이름을 수정하고 배달 서비스도 중단한 상태다.  

표절

현행 저작권법상 아이디어에 해당하는 레시피는 보호받기 어렵다. 저작권법에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라고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물체, 물질 등 실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

저작권법에는 문학 작품이나 음악, 미술, 영상 등 다양한 저작물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만 음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2년 전 29세였던 A씨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했다.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3.2평의 조그만 가게에서 어머니와 함께 ‘간딴삼겹’이라는 상호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저렴한 삼겹살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2019년 4월, 사촌동생이 2호점을 운영하면서 매장 점포를 늘리기 시작했으며 ‘따띠삼겹’이라는 이름으로 가맹사업을 개시했다.

2019년부터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들이 개인 채널을 활용해 따띠삼겹을 방문하거나 배달을 시켜 먹은 뒤 후기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의 경우 조회수가 60만회를 웃돌았다. 이 외에도 각종 커뮤니티에 노출되면서 1인 가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았다.

이후 친구가 3호점을 운영하는 등 점포 수가 점차 늘어났고, 현재 신림, 사당, 회기, 숙대점에 그치지 않고 파주, 인천, 대구, 울산 등 전국적으로 점포가 늘어나 28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띠삼겹이 승승장구하면서 사업 아이템을 모방하는 가게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두 군데도 아니고 무려 10여군데였다. A씨는 이 사실을 알고도 손쓸 방법이 없었다. 모방한 업체들이 개인 영세업자기도 해 측은지심이 들었으며, 법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띠띠삼겹’ 입소문 나자 슬그머니 모방
급기야 횟집까지 동종 아이템으로 영업

A씨는 최근 자신의 매장과 너무나 흡사한 ‘띠띠삼겹살’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따띠삼겹의 대표 메뉴는 ‘간딴삼겹’ 인데, 띠띠삼겹살에서는 ‘간단삼겹’을 판매하고 있었다. 띠띠삼겹살 매장 주소지를 확인해본 결과, 활어회 전문점으로 돼있으며 배달로만 영업을 했다. 삼겸살 전문점이 아니었다.   

A씨 입장에서는 개발한 메뉴가 잘 팔릴지 걱정하면서 하룻밤에도 11번씩 악몽을 꾸며 하루 종일 불판 앞에서 가위질을 하던 노고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같은 모방 점포에 대해 변리사에게 관련 법에 대해 자문을 구했지만 A씨는 기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변리사로부터 ‘따띠’와 ‘띠띠’는 발음에 차이도 있을 뿐더러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영세한 업체의 손을 많이 들어준다는 이야기에 A씨는 실망했다.
 

▲ 표절 의혹이 불거진 ‘띠띠삼겹살’ 매달 앱 메뉴표

고의적으로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해서 매출을 올리려는 속셈이라고 생각한 A씨였지만, 법적 문제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아무런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A씨는 “(띠띠삼겹살은)직접적으로 상권이 겹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띠띠삼겹살을 보고 띠띠삼겹과 같은 곳이라고 착각해 주문을 한 뒤 불만족스러운 응대를 받는 일이 일어난다면 따띠삼겹의 이미지가 손실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사를 믿고 가맹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되고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다. 따띠삼겹과 사장님들을 꼭 보호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요식업계에서는 새로운 것을 개발해서 성장시켜 나가는 과정이 있는데, 개인 영세업자들이 그걸 보고 똑같이 따라 한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보니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띠띠삼겹살 측은 “일반 음식점에서 공유 주방처럼 운영하며 삼겹살을 배달하고 있다. 상호와 메뉴 이름은 지난해에 직원이 작명했다”고 해명했다. 띠띠삼겹살과 이름이 비슷한 곳이 있다는 걸 아느냐는 물음에는 “저희 매장 일만 하기 때문에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창업 시기 등에 대해 더 물으려고 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통화를 마쳤다. 

역차별?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음식에 대한 조리법은 아이디어 싸움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하지만 비슷한 상호 같은 경우에는 법원에서 판단해 보호받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피해를 입은 부분이 있다면 증명해서 고발할 경우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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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