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나는 가족여행 ①안동 예끼마을

알록달록 벽화 보고 물 위를 걸으며 힐링

안동 예끼마을은 1970년대에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예안면의 주민들이 이주해 정착한 마을이다. 푸른 안동호를 굽어보는 언덕에 18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산다. 빈 건물을 활용한 갤러리와 담벼락의 벽화가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운치 있는 산책로다. 식당과 카페, 한옥체험관이 있어 1박2일 여행 코스로 손색없다.

예끼마을은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에 속한다. 일제강점기에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예안면이 됐다가, 1970년대 안동댐 준공과 함께 도산면에 편입됐다. 당시 400여 가구가 수몰지와 가까운 이곳에 택지를 조성해 이주했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는 예안현, 1895년(고종 32) 이후에는 예안군 관할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예안향교, 예안교회, 예안이발관, 선성공원 등 옛 지명의 흔적이 있다. 선성은 예안의 옛 이름이다.

운치 있는 산책

서부리는 예안의 중심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다른 농촌처럼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최근 ‘선성현문화단지 조성 사업’과 ‘이야기가 있는 마을 조성 사업’을 벌이며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낡은 담벼락에 벽화가 등장하고, 관공서 건물과 빈집은 갤러리가 됐다. 식당이 들어서고 카페가 문을 열자 외지인의 발길이 잦아졌다. ‘예술의 끼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도 예끼마을로 지었다.

마을은 아담해서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기 좋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조형물을 지나면 완만한 경사를 따라 집과 골목이 이어지고, 그 끝에 안동호가 펼쳐진다. 이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포인트는 선비촌한식당 2층 전망대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마을을 내려다보는 소녀상이 반겨준다.

선성현아문(宣城縣衙門) 현판이 걸린 솟을대문으로 들어가면 갤러리 근민당과 카페 장부당이 있다. 수몰 전까지 면사무소 서부리 출장소와 그 부속 건물로 쓰던 한옥을 옮겨 개조했다. 대들보와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난 카페 내부는 고즈넉하고 따뜻하다. 맷돌로 갈아서 내려주는 핸드 드립 커피가 대표 메뉴다.


근민당 외에 우체국 건물을 개조한 갤러리 예(藝), 갤러리 끼, 레지던시갤러리도 있다. 방문하기 전에 마을 홈페이지에서 전시 진행 여부와 일정을 꼭 확인하자. ‘2020 예끼마을전국물빛사랑미술대회’ 수상작을 타일처럼 외부에 장식한 갤러리 예는 포토 존으로도 인기다.

골목을 누비며 개성 있는 간판과 조형물을 구경하는 재미를 놓치지 말자. 참주원양조장, 예안이발관, 가구 카페 고이, 맹개술도가, 서부제분소, 안도제유소 등이 눈에 띈다. 요즘 인기를 더해가는 전통주에 관심 있다면 맹개술도가에 들르자. 직접 농사지은 밀로 소주를 빚는 양조장이다. 2019년 국내에서 유일한 밀소주인 ‘안동진맥소주’를 출시했다. 22%, 40%, 53% 도수의 소주를 시음하고 구매할 수 있다.

갤러리·담벼락 벽화 등 다양한 볼거리
1박2일 여행 코스로 손색없는 곳

예끼마을은 전체가 포토 존이라 할 만큼 예쁜 벽화와 트릭 아트가 많다. 골목 좌우 벽과 바닥을 활용해 산과 들, 나무, 냇가를 표현한 트릭 아트가 돋보인다. 졸졸 흐르는 냇물 위 외나무다리와 징검다리 사진은 필수다. 2020년 정식으로 개장한 선성현문화단지 입구에서 가깝다.

선성현문화단지는 선성현 관아를 재현한 공간이다. 관아의 대문에 해당하는 아문, 핵심 건물인 동헌, 수령이 생활하던 내아, 죄인을 다스리는 형리가 근무하던 형리청, 외국 사신이나 관리의 숙소로 사용하던 객사 등을 안동호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옛 모습 그대로 세웠다. 쌍벽루도 복원했다. 더 가면 선성산성공원이다. 산 정상을 중심으로 능선에 테를 두르듯 쌓은 산성 주변을 공원으로 꾸몄다. 산성은 7세기 통일신라 때 축성한 것으로 짐작한다. 쌍벽루를 지나 여기까지 오는 이가 드물어 호수를 내려다보며 호젓하게 걷기 적당하다.

선성현문화단지 입구에서 호수로 내려가면 선성수상길이다. 수위에 따라 뜨고 가라앉는 부교가 1㎞가량 이어진다(왕복 40분 소요). 풍경에 취해 물 위를 걷듯 사뿐사뿐 걷다 보면 안동호반자연휴양림과 만난다. 아름다운 이 길은 안동선비순례길 9개 코스 중 1코스(선성현길)에 든다.

부교 중간쯤 풍금과 책걸상이 놓였다. 수몰된 예안국민학교가 있던 자리다. 예안국민학교는 1909년 사립선명학교로 설립해 1941년 예안공립국민학교로, 해방 후에는 예안국민학교로 명칭이 바뀌었다. 1974년 안동댐을 만들면서 마을과 함께 물에 잠기게 되자, 현재의 한국국학진흥원 옆으로 옮겼다가 학생이 없어 폐교됐다.


선성현문화단지 한옥체험관에 머무르며 여유 있게 여행을 즐겨도 좋다. 2인실부터 8인실까지 한옥 10채를 갖춰 온 가족 1박2일 여행 코스로 제격이다. 함께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며 응원과 격려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선성현문화단지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한 한옥체험관은 쾌적하고 깔끔하다. 전 객실에 욕실이 있고, 4개 객실은 취사도 가능하다. 마을 안에 있는 식당에서 안동간고등어, 한우갈비, 백반, 메밀면 등을 판매한다.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안동 도산서원(사적)이 있다. 조선의 사립 교육기관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아홉 곳 중 하나다. 퇴계 이황이 거처하며 제자를 가르치던 도산서당과 퇴계 사후에 건립한 도산서원으로 나뉜다. 1575년(선조 8)에 당대 최고 명필 한석봉이 쓴 편액을 하사받아 사액서원이 됐다. 서원 앞은 안동호, 뒤는 울창한 솔숲에 둘러싸여 운치가 빼어나다.

도산서원

안동 여행에서 월영교를 빠뜨릴 수 없다. 안동댐 하류에 자리한 월영교에는 16세기 안동에 살던 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담겼다. 1998년 택지 개발 공사 도중 오래된 무덤에서 젊은 남자의 유골이 발견됐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와 머리카락을 꼬아 만든 미투리도 나왔다. 이를 기념하고자 미투리를 모티프로 월영교를 세웠다. 경관 조명을 밝힌 밤에 더 아름답다. 월영교를 건너면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예안에서 옮겨 온 선성현 객사와 안동 석빙고가 있다. 가까운 안동시립민속박물관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예끼마을→선성수상길→선성현문화단지→안동 도산서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예끼마을→선성수상길→선성현문화단지→안동 도산서원
둘째 날: 월영교→선성현 객사→안동민속촌→안동시립민속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안동관광 www.tourandong.com
- 예끼마을 www.yeggistory.com
- 도산서원 www.andong.go.kr/dosanseowon  

문의 전화
- 안동시청 관광진흥과 054)840-6392
- 도산서원 054)856-1073
- 월영교(안동시립민속박물관) 054)821-0649

대중교통
[버스] 서울-안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6회(07:00~20:00) 운행, 약 3시간 소요. 안동터미널 정류장에서 80번·11번·242번 등 일반버스 이용,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567번 일반버스 환승, 한국국학진흥원 정류장 하차, 예끼마을까지 도보 약 14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안동터미널 054)857-8296, www.andongtr.co.kr 경안여객 054)821-4071
[기차] 청량리역-안동역, KTX 하루 7~8회(06:00~22:00) 운행, 약 2시간 소요. 안동역에서 안동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130m 이동, 80번·11번·242번 등 일반버스 이용,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567번 일반버스 환승, 한국국학진흥원 정류장 하차, 예끼마을까지 도보 약 14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경안여객 054)821-4071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에서 풍기·소백산국립공원·북영주 방면→봉현교차로에서 안동·영주·봉화 방면→가흥교차로에서 안동·영주 IC 방면→지곡교차로에서 녹전·지곡2리 방면→녹전로 안동·도산서원 방면→서부교차로에서 선성중앙길 좌회전→예끼마을

숙박 정보
- 선성현문화단지 한옥체험관: 도산면 선성5길, 054)841-0112, http://koreanhouse.kr
- 안동호반자연휴양림: 도산면 월천길, 054)855-3371, www.foresttrip.go.kr
- 농암종택: 도산면 가송길, 054)843-1202, www.nongam.com
- 케이스부띠크호텔 안동점: 안동시 강남2길, 054)857-0007, www.kasemotel.com

식당 정보
- 메밀꽃피면(황태구이정식·메밀국수·육전): 도산면 선성4길, 054)843-1253
- 선성미정(한우불고기·간고등어정식·버섯전골): 도산면 선성5길, 054)841-0201
- 성전식당(된장찌개(고등어구이)·돼지김치찌개): 안동시 동흥1길, 054)859-2513
- 거창숯불갈비(한우생갈비·양념갈비·갈비찜): 안동시 음식의길, 054)857-8122


주변 볼거리
봉수산자연휴양림, 덕산온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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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