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마니커가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직면했다. 수년 째 계속된 적자로 재무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고, 대내외 경영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감자와 증자를 통해 체질 개선 의지를 내비쳤지만, 반대급부로 시장의 신뢰는 떨어졌다. 대표이사에 신규 선임된 30년 ‘마니커맨’의 어깨가 무거워진 형국이다.
육계 제조업체인 마니커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 1854억원, 누적 영업손실 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3.5% 증가한 상황에서 영업손실 규모를 1/3 수준으로 줄였다는 게 고무적이다.
온통 악재
다만 3년 연속 적자를 피하긴 힘든 분위기다. 마니커는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영업손실 150억원, 309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역시 연말 기준 100억원 안팎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과잉으로 생계육계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지는 등 사업 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적자가 계속되자 재무 상태마저 급속도로 나빠졌다. 2018년 86%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01.6%로 치솟았고,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32.3%에서 52.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결손금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마니커는 2011년 19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3분기(118억원)까지 순손실을 벗어나지 못했고, 매년 계속된 순손실이 결손금으로 반영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결손금만 1028억원에 달했고, 자본잠식률은 39.5%였다.
결국 마니커는 무상감자·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자본금을 줄여서라도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됐고, 부족한 자금은 유상증자로 다시 채워 넣겠다는 의중이 표면화된 것이다.
지난해 8월 마니커는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식 5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기준일 지난해 10월20일)를 결정했다. 감자 사유는 결손의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및 자본구조 효율 재고였다. 무상감자에 따라 마니커의 자본금은 992억3629만원에서 198억4725만원으로 감소했고, 발행 주식 수는 1억9847만2594주에서 3969만4518주로 줄었다.
10년간 순손실…구멍 난 재정
급한 불 껐지만…녹록지 않은 현실
무상감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본금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적자가 누적돼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지는 자본잠식이 발생할 경우 자본금을 축소시킴으로써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단기적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마니커는 무상감자 결정이 공시된 날 유상증자(신주배정 기준일 지난해 10월29일)로 자금 약 485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추가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을 뜻한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운영자금 혹은 시설투자 등에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마니커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금액은 목표치의 절반 수준인 267억원에 그쳤다. 채무상환자금과 운영자금으로 각각 300억원, 185억원을 쓰고자 했던 당초 계획 역시 채무상환자금으로 240억원, 운영자금으로 27억원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최근 마니커는 경영진 교체를 통해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상황이다. 지난달 19일 마니커는 안정원 전무(총괄관리본부장)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2018년 12월부터 회사를 이끈 최상웅 대표이사가 일신상 사유로 자리에서 물러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정상화 언제?
1965년생인 안 신임 대표는 마니커농산 대표, 성화식품 경영지원본부, 마니커 총괄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한 ‘마니커맨’이다. 마니커에 몸담은 기간이 30년을 훌쩍 넘긴다.
마니커는 안 대표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마니커가 8년여 만에 내부 출신을 대표이사에 앉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경영 정상화는 물론이고, 내부 안정을 꾀할 거란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