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년 차…신주거 트렌드

코로나19 사태가 3년 차에 접어들면서 타운하우스와 테라스하우스를 찾는 수요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여유로운 공간을 원하는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쾌적성에 니즈가 커지면서 숲세권이나 공세권, 호세권, 숲세권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해 3월 자사 어플리케이션 접속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시대 주거공간에 필요한 내부 공간 기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47.9%가 ‘취미·휴식·운동 기능(홈트레이닝·홈카페·홈바 등)’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거공간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지·외부구조 요인으로 ‘쾌적성-공세권, 숲세권(공원, 녹지 주변)’을 선택한 응답자가 31.6%로 가장 많았다.

공세권
숲세권

타운하우스나 테라스하우스는 이처럼 선호도가 높아진 여유로운 공간과 주거 쾌적성에서 상당한 강점을 지닌 상품으로 분류된다. 테라스나 복층, 정원 등 넉넉한 서비스 공간을 갖추고 있어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주변에는 숲이나 공원으로 둘러싸인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 이들 상품은 따로 갖춰진 테라스나 정원 공간에 아이들을 위한 수영장이나 텐트를 설치해 숲과 공원을 바라보며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추가로 구성되는 다락방이나 여유 공간에는 영화관이나 재택근무를 위한 오피스를 만드는 등 가족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공간을 개성 있게 꾸밀 수 있다.

요즘 선보이는 타운하우스나 테라스하우스의 경우 군살은 빼고 실용성은 높여 내놓는 곳이 많아지면서 3040세대들에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화, 고급화로 은퇴자들이나 자산가들이 주요 수요층이었다. 최근 전용 84㎡ 위주의 평형에 아파트의 편리한 시스템까지 갖춰져 거주하기 편하고 쾌적함도 더한 주거상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분양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20년 6월 서울시 종로구 구기동에 공급된 타운하우스인 ‘쌍용 더 플래티넘 종로 구기동’은 최고 24.9대1로 청약을 마감했다. 같은 해 10월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에서 공급된 ‘운정 아이파크 더 테라스’ 역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6.6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마감된 뒤 전 세대가 단기간에 계약을 마무리했다.

타운하우스·테라스하우스 꾸준한 인기
집 안에 머무는 시간 늘면서 수요 증가

코로나19 사태 2년 차였던 지난해에도 타운하우스와 테라스하우스 인기는 꾸준하게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화성시 송산그린시티에 분양한 ‘메종 드 엘리프 송산’은 평균 5.98대1의 경쟁률을 나타내며 전 주택형 1순위 마감했다. 이 단지는 스크린골프연습장, 맘스스테이션, 피트니스센터, 주민카페, 북카페, 주민회의실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4월 경기 고양시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은 청약 결과 평균 8.36대1의 경쟁률로 단기간에 완판 했다. 단지 안 어린이집을 비롯해 휘트니스클럽, 실내 골프연습장, 라곰라운지 등 특화된 부대복리시설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시세 상승도 가파른 편이다. 그동안 테라스하우스나 타운하우스는 시세가 크게 오르지 않는 상품이란 인식이 컸지만, 최근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런 과거 인식을 모두 바꾸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김포 ‘운양역 라피아노’전용면적 84㎡은 지난해 11월 9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운양역 인근 P아파트의 7억 초반대인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2억50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코로나19 사태로 답답한 도심과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내 집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타운하우스나 테라스하우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타운하우스나 테라스하우스의 청약 경쟁률이 점점 올라가고, 시세가 오르지 않는다는 통념이 깨진 것만 봐도 높은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분양 중인 타운하우스와 테라스하우스.

 

▲북한산 라파우제=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들어서는 ‘북한산 라파우제 테라스하우스’가 분양 중이다. 각 세대는 테마별로 선택 가능한 리조트형 테라스, 가든형 테라스가 설치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광폭 테라스인 만큼 입주민의 취향에 따라 여러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뿐만 아니라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청정, 편의, 안전 3가지 부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설계 및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편하고
쾌적함

우선 극세미세먼지 제거 청정필터와 공기질 제어가 가능한 청정 시스템이 설치된다. 친환경 난방시스템, 음식물 처리기(옵션) 등도 함께 제공된다. 더불어 난방 및 가스밸브 제어부터 전기차 충전 관리, 엘리베이터 호출 등에 이르기까지 삶을 한층 더 편리하게 해 줄 삼성SDS의 최첨단 스마트 IOT 시스템이 적용된다. CPTED(범죄예방단지 설계) 등을 갖춰 입주민의 안전도 보장한다.

품격 높은 하이엔드 커뮤니티 시설도 있다. Core오피스와 피트니스센터, 휴게테라스, 탁구장, 대회의실 등이 한데 조성되는 완성형 커뮤니티센터는 코로나19와 공생해야 하는 이 시대에 재택근무부터 여가생활까지 모두 해결하기에 좋다. 여기에 힐링을 위한 테라피 스페이스인 면역공방 및 건식 사우나(예정)와 아이들이 모여서 함께 뛰어놀 수 있는 키즈파크 시설(예정)까지 도입해 주거 가치를 한 차원 더 높일 예정이다.

서비스 면적
활용도 높여

분양 관계자는 “북한산국립공원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쾌적한 주거환경과 인근 주요 도심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입지까지 더해져 있어 분양 전부터 많은 분이 관심을 보내주고 있다”며 “앞서 110세대 1차 분양 때 보내 주셨던 뜨거운 성원이 이번 2차 단지 분양에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광주 월드메르디앙 라테라스= 광주시에서 테라스하우스 공급 소식이 전해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광주 월드메르디앙 라테라스’는 경기도 광주시 쌍령동 일대에 위치한다. 전용 84㎡ 단일면적으로 전 세대 테라스 84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와, 전 가구 채광과 통풍이 우수한 4Bay 설계가 적용됐다. 지상에는 어린이놀이터, 커뮤니티 광장, 주민공동시설, 운동시설 등 입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도 조성될 계획이다. 그뿐만 아니라 발코니, 14.9m 듀얼 와이드 테라스, 다락방(일부 제외) 등 다양한 서비스 면적을 제공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넓은 실사용 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발코니 확장과 테라스 설치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광주시 중심 시내의 풍부한 인프라를 누리면서, 편리한 교통망을 통해 인근 판교 및 분당·강남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경강선 경기 광주역이 위치해 있어 판교역까지 4정거장, 강남역까지 8정거장이면 갈 수 있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도 가깝다.

취미·휴식·운동 기능 갖춰
값 오르지 않는다? 통념 깨져

특히 경기광주역은 수서~광주 복선전철(2027년 예정) 정차역으로 개통 시 수서역까지 약 12분 만에 이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위례신사선 연장사업, 서울~세종고속도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등 다양한 교통호재가 예정돼 있어 향후 교통 여건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푸른유치원과 푸른초등학교가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 걸어서 통학 가능한 학세권 단지로, 광주중·고도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마트, 식자재마트, 경안시장, 주민센터, 광주시립도서관, CGV 등은 물론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스타벅스 경기광주DT점)와 패스트푸드 지점(맥도날드 경기광주DT점) 등 다양한 생활 인프라가 인근에 위치해 있다.

단지 인근으로 경안천, 국수봉, 마름산 등이 위치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깝게 누릴 수 있다. 광주 최대 규모의 쌍령근린공원(예정), 청석공원, 경안근린공원의 이용도 가능한 공세권 단지이다.

 


▲메종 드 엘리프 송산= 경기도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내에 계룡건설이 공급하는 ‘메종 드 엘리프 송산’이 본격 공급에 들어간다. 지하 1층~지상 3층, 28개동 총 204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전용면적 84㎡ 단일 구성이다. EB2블록 116가구, EB3블록 88가구로 총 204가구가 계획돼 있다.

단독주택이 갖춘 장점인 마당과 정원, 루프톱 테라스 설계가 적용된다. 주차, 보안·관리 커뮤니티 등 아파트의 장점도 누릴 수 있어 주거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층간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운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남향 위주의 동 배치 및 맞통풍 구조 설계가 적용돼 채광 및 세대 환기가 훌륭하다.

세대별로 필로티와 루프톱 테라스, 전용 정원을 적용해 개방감과 공간 활용도도 좋다. 집 곳곳에 다양한 수납공간이 마련돼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스크린골프연습장, 맘스스테이션, 피트니스센터, 주민카페, 북카페, 주민회의실 등 각종 커뮤니티 시설도 함께 조성될 예정이다.

수노을교, 시화교 등을 이용하면 안산 중심 생활권에 빠르게 연결된다. 인근 동서진입로, 서해안고속도로, 77번 국도 등 광역 도로망을 통해 서울 및 수도권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안산~시흥~서울까지 이어지는 복선전철 신안산선이 정차하는 한양대역(2024년 예정)과 서해선 정차역인 국제테마파크역(2024년 예정) 등이 단지에서 근거리다.

앞쪽으로 시화호가 흐르며, 시화호를 따라서 조성된 수변공원과 근린동원 등에서 여가 및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 근거리에는 수노을중앙공원, 안산갈대습지공원, 안산호수공원, 세계정원경기가든(예정), 비봉습지공원 등 다수의 대규모 공원도 위치해 있다.

단지 인근에 시화공업단지와 반월국가·특수산업단지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많다. 또한, 주변으로 어린이집, 유치원, 송린초, 송린중, 새솔고, 새솔동 학원가 등이 위치해 자녀 교육 여건도 잘 갖춰져 있다.

 


▲홍천 리빙웰타운=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720-5번지 일대에 2층 구조 테라스형 타운하우스인 ‘홍천 리빙웰타운’이 분양 중이다. 국내 유일 강변온천인 홍천 온천지구 내 고품질 온천을 각 가정에서 즐기는 타운하우스로, 총 50세대의 대단지로 조성 계획이다. 현재 건축된 타운하우스는 4가지 타입 전용 89㎡(구 27평형), 99㎡(구 30평형), 109㎡(33평형), 145㎡(44평형)로 마련돼 있다.

추가적인
비용 없어

전용 89㎡(구 27평형)의 경우 3억원도 안 되는 2억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된다. 서비스 공간인 테라스를 포함하면 분양 면적이 357㎡(108평)~403㎡(122평)까지 된다고 한다. 필지분양의 경우 분양주를 위한 맞춤형 평면 설계로 시공되며 입주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집안에서 온천을 테마로 스파나 월풀 등을 추가적인 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대규모 풀장, 텃밭, 넓은 독립 마당, 광폭 테라스 등도 제공된다.

1가구 2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도시에 집이 있어 1가구2주택이 돼도 양도세는 비과세된다. 홍천군 지역에서 대지 200평 미만, 기준시가(분양가 혹은 실거래가 아님) 2억원 미만 주택은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다. 선착순으로 필지를 지정해 분양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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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