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사람 끈다…물 만난 ‘물 마케팅’

분양시장에 ‘물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실내 수영장, 루프톱 인피니티풀, 아쿠아리움, 온천, 스파 등 물을 테마로 한 커뮤니티를 고급화·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단지들이 떠오른다. 바다나 강, 호수, 수변공원 인근에 위치한 분양단지들은 천혜에 자연환경과 조망권을 내세워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 분양 단지들이 물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천 서구에서 공급된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서해바다와 아라뱃길 조망권을 갖추고,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이 참여하는 단지 내 미니 워터파크 등의 커뮤니티가 조성된다는 점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그 결과 인천 최고인 8만4730건의 청약 접수가 이뤄졌고 평균 27대1, 최고 94.77대1로 1순위 청약을 마감했다.

울산 동구에서 청약을 받은 ‘울산 지웰시티 자이’는 단지 내 울산 최초로 미니 카약 물놀이터를 도입한다는 점을 강조해 1만5681명의 청약자를 모집, 평균 6.86대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

워터파크
물놀이터

아파트뿐만 아니라 비아파트 단지인 오피스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과 타운하우스 등 세컨드하우스 상품도 물 마케팅을 속속 강화하고 있다.

주거기능이 강조되고 있는 오피스텔은 하이엔드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피티니풀(infinity pool)’을 빼놓을 수 없다. 인피티니 풀은 무한의, 끝이 없다는 뜻의 ‘인피니티(infinity)’와 수영장을 의미하는 ‘풀(pool)’이 합쳐진 합성어이다.


최고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던 인피니티풀을 내세운 하이엔드 오피스텔은 높은 관심을 끌었다. 주인공은 서울 강남구 우성아파트 사거리에 들어서는 ‘루카831’. 최고 청약 경쟁률 47.5대1, 평균 경쟁률 12.14대1의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한 바 있다. 최고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던 인피니티풀이 주거시설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건물 최상층에 인피니티풀과 옥상정원 등 기존 하이엔드 주거상품에서도 보기 드문 하이엔드 어메니티가 설계된다.

최근 루프톱 인피니티풀은 하이엔드 주택을 완성시키는 상징처럼 여겨지며 수요자들에게 가장 높은 선호도를 얻고 있는 커뮤니티 시설이다. 다른 부분은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아도 잘 되어 있을 것이란 신뢰를 얻을 정도다.

인피니티풀, 아쿠아리움, 온천, 스파…
고급화·차별화 내세운 단지들 인기

물 마케팅을 내세운 수익형 단지들 또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 남구에 분양한 주거용 오피스텔인 ‘빌리브 센트로’는 고급 주거단지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바다 조망(일부 제외)과 단지 내 워터 가든 등의 커뮤니티를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에 관심이 높아진 단지 청약에 1만4960명이 몰리며 평균 38대1, 최고 616대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오피스텔 역시 워터프론트 호수와 마주하는 입지로 ‘리버뷰’조망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나아가 이곳에는 수상터미널·마리나시설·해양스포츠 체험장 등의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그 결과 단지는 평균 180대1의 경쟁률로 분양을 마쳤다.

호수, 강, 바다 등 물 조망권을 가진 수변 상가 역시 흥행보증수표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시장과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상가 시장에서도 쾌적한 환경과 조망에 대한 니즈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스 형태의 건물 안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데 그쳤던 과거와 달리, 물품 구입은 물론 휴식과 여가까지 즐기는 방향으로 쇼핑 문화가 바뀌면서 쾌적한 환경을 갖춘 상가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휴식과 여가
쾌적한 주변


휴식과 쇼핑, 여가 등을 한곳에서 누릴 수 있는 수변 상가는 인근 주거지의 배후수요를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관광명소처럼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물 조망권과 차별화된 공간으로 유동인구까지 끌어 모으는 것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휴식 및 여가를 즐기려는 이들이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꾸준히 방문하기 때문에 ‘365일 상권’형성이 가능하다.

이러한 까닭에 완판도 빠른 편이다. 인천 송도에서 분양한 ‘아크베이 스트리트’상업시설은 송도 워터프론트 호수 앞에 위치한 입지여건이 주목을 받으며 계약 시작 후 한 달 여 만에 모든 호실의 계약이 완료됐다. 광주 전남혁신도시에 공급된 ‘이노시티 애시앙’단지 내 상업시설 역시 빛가람호수공원·유전저수지 등이 인접한 수변 상가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며 평균 8.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세컨드하우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광 대신 ‘휴식’에 대한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세컨드하우스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물이 좋기로 소문난 강원도나 부산 해운대, 전남 여수 등 바다와 맞닿은 해양 도시 부동산이 이전보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강 등을 보면서 집 안에서 온천이나 스파를 즐기는 타운하우스도 눈길을 끌고 있다.

호텔처럼
우아하게

한 부동산 전문가는 “코로나 여파와 소득 수준의 증가로 아파트뿐만 아니라 수익형 부동산,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높아졌다. 특히 해안가, 호수, 강, 천 등에 입지한 수익형 부동산·세컨드하우스 등의 인기는 임인년에도 지속될 전망”고 말했다. 다음은 물 마케팅을 내세운 분양 단지.

 

▲더 그로우 서초(오피스텔)= 서초동에 명품 하이엔드 오피스텔인 ‘더 그로우 서초’가 분양에 나선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5 84-7번지 일원에 지하 7층~지상 19층, 총 221실의 주거용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이 단지는 기존의 과시적 럭셔리가 아닌, 구조와 기능을 중시한 합리적 럭셔리 라이프를 기대할 수 있도록 새로운 콘셉트의 상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단지는 기존 소형 오피스텔과 달리 모든 유닛에 투룸 구조를 도입했으며, 3Bay 설계로 거실과 주방, 안방은 물론 알파룸에서도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다.

유닛 내부 및 커뮤니티 시설에서 우면산 조망이 가능한 점도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 요소다. 1층 상업시설을 배제하고 필로티 구조로 정원과 공원 등의 휴식공간으로 연결한다. 지하 1층에는 호텔식 발렛공간인 세컨드 로비를 운영해 지하에서도 호텔처럼 입장하게 된다. 특히 프라이빗풀과 함께 조성되는 루프톱 인피니티풀(25m 정규 3개 라인), 최상층 커뮤니티 시설 배치 등 고기능성의 하이엔드급 부대시설도 눈길을 끈다.

시행은 우리자산신탁이, 시공은 삼정E&C와 삼정기업이 맡았다. 계약금 10%, 중도금 50%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주차는 총 192대가 가능하다. 2024년 12월 준공 예정.

 

▲시화 MTV 아쿠아펫랜드(상가)= 세계적인 해양레저관광도시로 조성 중인 경기 시화MTV(시화 멀티테크노밸리)에서 관상어 테마파크 몰이 나온다. 이 상업시설은 국내 최초 관상어 테마파크를 콘셉트로 한 4세대 복합쇼핑몰로 상징성이 높은데다 시화MTV 개발 호재와 함께 높은 투자가치가 예상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신자산신탁(시행)과 신세계건설(시공)은 경기 시흥시 정왕동 2684, 2684-1번지 일원에 ‘아쿠아펫랜드’복합쇼핑몰을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6만3562㎡(계획) 규모로 조성된다. 아쿠아펫랜드는 관상어테마파크를 콘셉트로 한 4세대 복합쇼핑몰이다.

바다, 강, 호수, 수변공원…
자연환경·조망권으로 주목


상권 활성화를 위한 특화 설계를 구성했다. 지상 1층에 아쿠아펫 시설 존을 조성한다. 세계 희귀 관상어 및 전문 어종 등을 전시하고 판매해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이다. 지상 2층부터 5층까지도 다양한 체험시설과 볼거리를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 유명한 아쿠아리움 그 이상의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하는 하나의 테마파크몰로 탄생해 연 150만명의 풍부한 방문객 수요 유입이 예상되고 있다. 아쿠아펫랜드 반경 3㎞ 내에 입주했거나 입주 예정인 가구수는 약 1만4000여 가구다.

시화MTV는 해양레저클러스터로 조성 중이다. 아쿠아펫랜드를 비롯해 세계 최대 규모 인공 서핑장인 ‘웨이브파크’, 전시와 연구 등을 진행하는 ‘해양생태과학관’, 요트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클럽하우스’가 도입된다. 업계에선 연 35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천 리빙웰타운(타운하우스)=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720-5번지 일대에 2층 구조 테라스형 타운하우스인‘홍천 리빙웰타운’이 분양 중이다. 국내 유일 강변 온천인 홍천 온천지구 내 고품질 온천을 각 가정에서 즐기는 타운하우스다. 현재 건축된 타운하우스는 전용 89㎡(구 27평형), 99㎡(구 30평형), 109㎡(33평형), 145㎡(44평형) 등 4가지 타입이다. 전용 89㎡(구 27평형)의 경우 3억이 안되는 2억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된다.

서비스 공간인 테라스를 포함하면 분양 면적이 357㎡(108평)~403㎡(122평)까지 된다. 필지 분양의 경우 분양주를 위한 맞춤형 평면 설계로 시공되며 입주자에게는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집 안에서 온천을 테마로 한 스파나 월풀 등을 추가적인 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대규모 풀장, 텃밭, 넓은 독립 마당, 광폭 테라스 등도 조성된다.

강변 따라
녹색 힐링

이 단지는 홍천강 변의 사계절 풍경과 녹색 힐링 환경을 갖추고 있다. 홍천강을 따라 산책로, 자전거 길, 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각종 휴양림과 테마파크, 거기에 홍천군에만 약 20여개의 캠프장과 래프팅 명소가 있어 자연과 함께하는 각종 여가생활을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다.


1가구 2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홍천 리빙웰타운은 선착순으로 필지를 지정해 분양받을 수 있다. 도시에 집이 있어 1가구 2주택이어도 양도세는 비과세로 된다. 홍천군 지역에서 대지 200평 미만, 기준시가(분양가 혹은 실거래가 아님) 2억원 미만 주택은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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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