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대통령 선거제도가 실시된 1987년 이후 역대 정권의 순환과정을 살펴보자.
속칭 보수 진영의 노태우 전 대통령(이하 호칭 생략)을 이어 김영삼이, 뒤이어 속칭 개혁 진영의 김대중을 이어 노무현이, 다시 보수 진영의 이명박에 이어 박근혜가 그리고 개혁 성향의 문재인 현 대통령이 당선됐다.
노태우로 시작해서 문재인까지의 과정을 살피면 보수와 개혁 세력 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어졌음을 살필 수 있다.
마치 제목에서 언급한 ‘미워도 다시 한번’의 한국인 정서 때문 아닐까 하는데. 그를 살피기 위해 김대중정권과 이명박정권 말기를 회상해보자.
김대중정권도 그렇지만 이명박정권 시절에도 집권 말기에는 최악을 기록하고 있었다.
두 사람 공히 간신히 2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자체가 신기해 보일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를 제치고 노무현을 또 민주통합당의 문재인을 제치고 박근혜를 선택했다. 단지 당시 정권의 상태만 놓고 살피면 정권교체는 공허한 소리로 비쳐졌다.
이 대목에서 야당 후보들이 목 놓아 외쳐대는 정권교체의 실상에 대해 살펴보자.
사실 야당의 정권교체 주장은 필자가 살필 때 국민 호도용에 불과하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어느 누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광의의 개념으로는 정권교체기 때문이다.
비근하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당선된다고 가정해보자. 청와대를 책임지고 있는 인사는 전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부 민주당 인물 혹은 현 정부부처 인물들이 요직에 발탁되고 현직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 숫자는 극히 미미하고 이재명 사람이 주요 보직을 석권하리라 본다.
이런 경우라면 야당의 정권교체 구호는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또 앞서 들었던 실례를 살피면 국민은 현 정권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이 이회창보다, 또 박근혜가 문재인보다 더 정권교체 적임자로 판단했다.
말인즉 정권교체의 판단 기준은 현재의 정권이지만 그 본질은 현재의 정권보다 나은 정권으로의 교체를 의미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차원에서 차기 대선을 바라보면 문득 1956년 실시됐던 제3대 대통령선거 상황이 떠오른다.
당시 신익희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민주당이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자 자유당에서 ‘갈아봤자 소용없다’는 구호로 맞대응했다.
결국 선거 도중 신 후보의 사망으로 이승만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금 상황은 한 치 오차 없이 당시 상황과 일치한다. 물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자질 때문인데, 이에 대해 부연 설명하자.
차기 대선의 주요 변수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 관련해서다. 최근 안철수의 행적을 살피면 서서히 정치인 냄새를 풍기고 있다.
안 후보는 서두르지 않으면서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는 듯하다.
말인즉 더 이상 안철수의 철수는 없어 보인다. 아울러 이재명, 윤석열 그리고 안철수가 대결할 시 정치 역학구도 상으로 살피면 이재명의 당선 확률이 높다.
국회의원 3명으로 진정한 정권교체를 이룩한다는 건 사실상 요원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안철수는 대선 이후를 겨냥하리라 본다.
윤석열 패배 시 국민의힘은 즉각 공중분해되고 보수의 중심에 본인이 자리하면서 올 6월에 실시될 지방선거 및 차차기를 목표로 하고 있어 보인다.
이에 더해 최근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 지지율이 42%를 기록했다는 대목이다.
지난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이 41.08%인 점을 감안하면 정권교체가 아닌 ‘미워도 다시 한번’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일어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