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선택 아닌 필수 ‘테라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테라스(Terrace)’를 갖춘 주거 단지가 주목받고 있다. 집 속에 있으면서 밖을 연결해주는 테라스 공간은 외부에서 타인 없이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안전지대가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야외활동이 어려운 지금 테라스는 많은 사람에게 힐링 공간이 되고 있다. 식물을 가꿀 수 있는 나만의 정원이자,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며, 작은 홈 카페가 되는 등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완벽한
안전지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 시장에서 타운하우스, 테라스하우스 등의 이름이 붙은 도시형 생활주택과 테라스 특화설계가 적용된 아파트·오피스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먼저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처럼 단지를 형성해 관리 및 커뮤니티시설 등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한편, 단독주택처럼 가구마다 테라스와 개별 정원을 갖춘 주택 상품을 말한다.

지난해 9월 SK에코플랜트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지구 B1블록에 선보인 ‘판교 SK뷰 테라스’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무려 316.75대1에 달했다. 아파트가 아닌 타운하우스 형태의 도시형 생활주택단지인데도 수요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얻은 것이다. 단지명에서도 드러나듯, 테라스 공간과 복층 다락 공간 등의 특화설계를 앞세운 단지다. 지하 1층~지상 4층, 전용면적 75㎡~84㎡, 16개동, 총 292가구로 조성된다.

지난해 5월 경기도 수원시에 공급된 ‘힐스테이트 수원 테라스’의 경우 257가구 모집에 1만2143명이 몰려 평균 47.2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에 공급된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의 평균 경쟁률은 8.3대1, 최고 경쟁률은 55.5대1이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파주시운정신도시에서 공급된 ‘운정 아이파크 더 테라스’의 경우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6.6대1이었다.


단지명에 ‘테라스’를 앞세운 도시형 생활주택은 더 있다. 앞서 분양한 인천 서구 ‘청라파크자이더테라스’, 경기도 수원시 ‘힐스테이트 수원 테라스’, 경북 경주시에 공급되는 ‘웰라움 더 테라스’, 포스코건설이 10월 인천 송도에 공급하는 ‘더샵 송도엘테라스’ 등이 대표적이다. 단지 전체 가구를 테라스형 구조로 조성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2개 층을 통합해 1가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듀플렉스, 루프톱 구조로 적용한 상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코로나 시대 인기 끄는 특화 단지
주거용 오피스텔·타운하우스 필수

매매가도 크게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선 ‘송도 힐스테이트 더테라스’주거용 오피스텔 전용 84.01㎡는 지난해 11월 6억2000만원(21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4억4000만원(41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도 안 돼 1억8000만원 오른 것이다. 세종시에 위치한 ‘더샵 레이크파크’도 테라스가 있는 전용면적 118.83㎡가 지난해 8월 12억(1층)에 거래됐지만 그해 11월 13억50 00만원(1층)에 거래돼 3개월 만에 1억5000만원 상승했다.

타운하우스 형태의 도시형 생활주택은 그동안 일반적인 아파트보다 시세가 크게 오르지 않는 상품이란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요자들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가치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비아파트 시장뿐 아니라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도 테라스 설계가 적용된 가구에 대한 희소성도 부각되고 있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공급된 ‘위례자이더시티’는 테라스 설계가 적용된 전용 84㎡타입 경쟁률이 1168대1로, 전체 주택형 중 가장 치열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분양한 ‘반정 아이파크 캐슬 5단지’에서 최고 경쟁률을 보인 주택형도 테라스 설계가 적용된 전용 112㎡형으로, 경쟁률은 100.5대1에 달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가격 상승률이 저조하다고 평가돼왔던 타운하우스나 테라스하우스들도 주택 시장의 불안과 코로나19의 장기화를 만나면서 가치가 크게 뛰었다”면서 “코로나 종식 대신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리고 재택근무, 원격근무제도가 확산할수록 테라스 설계를 적용한 주거단지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희소성이 부각돼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분양 중인 테라스 특화 단지.

청약 시장
희소성 부각

 


▲홍천 리빙웰타운=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720-5번지 일대에 2층 구조 테라스형 타운하우스인 ‘홍천 리빙웰타운’이 분양 중이다. 국내 유일 강변온천인 홍천 온천지구의 고품질 온천을 각 가정에서 즐기는 타운하우스로, 총 50세대의 대단지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건축된 타운하우스는 전용 89㎡(구 27평형), 99㎡(구 30평형), 109㎡(33평형), 145㎡(44평형) 등 4가지 타입이다. 전용 89㎡(구 27평형)의 경우 2억대 가격으로 공급된다. 서비스 공간인 테라스를 포함하면 분양 면적이 357㎡(108평)~403㎡(122평)까지 된다.

필지분양의 경우 분양주를 위한 맞춤형 평면 설계로 시공된다. 입주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 이 제공되는데 집안에서 온천을 테마로 스파나 월풀 등을 추가적인 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대규모 풀장 조성, 텃밭제공, 넓은 독립 마당, 광폭 테라스 제공 등이 있다.

집에서
온천을

이 단지는 홍천강 변의 사계절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녹색 힐링 환경을 갖추고 있다. 홍천강을 따라 산책로, 자전거 길, 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각종 휴양림과 테마파크 등 홍천군에만 약 20여개의 캠프장과 래프팅 명소가 있어 자연과 함께하는 각종 여가생활을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다.

강원도 홍천은 전원생활을 희망하거나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 중 하나다. 홍천은 강원도 내 다른 지역 중에서도 서울 등 수도권과 인접하다. 동서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5번과 44번국도가 관통하는 지역으로 서울서 동해안을 잇는 길목이며 강원도 내륙 교통의 요지다. 유명한 산과 계곡, 강이 곳곳에 있어 자연경관도 수려하다. 이런 이유로 전원생활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1가구 2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홍천 리빙웰타운은 선착순으로 필지를 지정해 분양받을 수 있다. 도시에 집이 있어 1가구2주택이 돼도 양도세는 비과세 된다. 홍천군 지역에서 대지 200평 미만, 기준시가(분양가 혹은 실거래가 아님) 2억원 미만 주택은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다.

분양 관계자는 “전원생활이나 세컨드하우스용으로 적합한 쾌적한 주거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며 “용문~홍천 광역철도 사업과 홍천군 도시재생 사업, 양평군 소재 제20기계화보병사단이 홍천군 소재 제11기계화보병사단으로 흡수되는 등 개발호재가 겹치면서 수도권 거주자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힐스테이트 동탄 더 테라스= 현대엔지니어링이 동탄2신도시 문화디자인밸리에 ‘힐스테이트 동탄 더 테라스’를 특별공급한다. 공공 지원 민간 임대주택 상품으로 지하 1층~지상 4층, 9개동, 전용면적 138·148㎡, 총 125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동탄2신도시 최초로 전 세대가 복층 구조의 대형 평형 테라스 하우스로 조성돼 공간 활용성도 우수하다. 특히 타입별로는 지하 층, 다락을 도입해 홈 카페나 홈 오피스(서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휴식, 업무, 학습, 취미 등 다양한 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

일반공급(무주택자)은 시세의 95% 이하, 특별공급(청년, 신혼부부)은 시세의 85% 이하 전세형으로 거주할 수 있다. 최장 10년(2년마다 재계약) 동안 거주가 가능하다. 계약 갱신 시 보증금 상승률은 5% 이내로 제한된다. 거주기간 동안은 취득세, 보유세와 같은 세 부담이 없다. 공공 지원 민간임대주택 상품으로 공급돼 청약통장 유무, 당첨 이력에 상관없이 만 19세 이상 무주택세대구성원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쾌적한 자연환경과 도심 인프라를 품은 도심권 테라스 하우스 상품으로 조성돼 주거 쾌적성이 우수하다. 우선 단지 앞에는 오산천이 흐르고 주변에는 방아다리공원 등 녹지공간이 갖춰져 있다. 특히 단지에서는 주변 녹지 조망도 가능해 입주민은 사계절의 변화를 집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르 니드= ㈜에스엔에이치씨(시행)와 롯데건설㈜(시공)이 함께 선보이는 ‘르 니드’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원에 지하 8층~지상 20층, 전용면적 42~130㎡의 총 156실 규모로 공급되는 하이엔드 오피스텔이다.

‘둥지’라는 뜻처럼‘전 실이 테라스 형태의 둥지와 같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24개 타입에 세대당 개별 테라스를 적용해 나만의 정원, 나만의 카페 등을 만들어 테라스 라이프를 누릴 수 있게 했다.

집서 안전하게 여가와 휴식
정원, 카페 등 나만의 공간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수요자들이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공간 활용을 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즈(Customize)’를 실현해 하이엔드 오피스텔에서 만끽하는 주거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여기에 사는 사람의 개성과 디테일한 취향을 담았다는 점, 수준 높은 가전·가구 등의 상품에 예술적 감성을 불어넣어 희소성 있는 공간까지 구현했다.

단지는 LDK 평면을 구성해 실용적이고 쾌적한 동선이 계획되며, 오픈형 다이닝 키친과 바(Bar)를 설계해 요리와 업무, 미팅, 파티, 취미활동 등을 즐길 수 있다. 일부 타입에는 대형 신발장, 붙박이장, 드레스룸 등이 마련돼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독일의 명품 주방가전(BORA) 및 주방가구(LEICHT), 이태리의 원목마루와 마감재 등의 풀옵션 상품을 빌트인 배치해 하이엔드에 대한 가치도 살렸다.

실내농구장과 러닝트랙이 마련되고, 스크린 골프 연습장, 피트니스 등 어메니티 공간도 마련된다. 최고급 호텔 수준의 컨시어지 서비스와 세대당 1.2대 이상의 100% 자주식 주차공간 등 하이엔드 라이프의 디테일까지 높였다.


주거문화
새 트렌드

만 19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고도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청약 자격, 자금조달계획서, 재당첨 제한, 청약가점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 내 집 마련을 덜어주기 위한 분양 조건도 갖췄다.

 

▲라펜트힐= 현대건설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 870-1번지 일원에서 펜트하우스 라이프를 누릴 수 있는 고급 주거공간 ‘라펜트힐’을 선보인다. 지하 3층~지상 22층, 2개동, 전용면적 201~244㎡ 총 72세대 규모다. 지상 1~3층에는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조성돼 원스톱 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전 세대에 테라스가 제공돼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고, 릴렉스 피트니스·프라이빗 스튜디오·어린이 놀이터 등의 시설도 단지 내 마련될 예정이다. 라인별로 엘리베이터를 배치해 프라이빗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세대마다 엘리베이터 홀을 설치해 입주민들이 전용 공간에서 안심하고 독립적으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신경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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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