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선택 아닌 필수 ‘테라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테라스(Terrace)’를 갖춘 주거 단지가 주목받고 있다. 집 속에 있으면서 밖을 연결해주는 테라스 공간은 외부에서 타인 없이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안전지대가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야외활동이 어려운 지금 테라스는 많은 사람에게 힐링 공간이 되고 있다. 식물을 가꿀 수 있는 나만의 정원이자,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며, 작은 홈 카페가 되는 등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완벽한
안전지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 시장에서 타운하우스, 테라스하우스 등의 이름이 붙은 도시형 생활주택과 테라스 특화설계가 적용된 아파트·오피스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먼저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처럼 단지를 형성해 관리 및 커뮤니티시설 등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한편, 단독주택처럼 가구마다 테라스와 개별 정원을 갖춘 주택 상품을 말한다.

지난해 9월 SK에코플랜트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지구 B1블록에 선보인 ‘판교 SK뷰 테라스’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무려 316.75대1에 달했다. 아파트가 아닌 타운하우스 형태의 도시형 생활주택단지인데도 수요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얻은 것이다. 단지명에서도 드러나듯, 테라스 공간과 복층 다락 공간 등의 특화설계를 앞세운 단지다. 지하 1층~지상 4층, 전용면적 75㎡~84㎡, 16개동, 총 292가구로 조성된다.

지난해 5월 경기도 수원시에 공급된 ‘힐스테이트 수원 테라스’의 경우 257가구 모집에 1만2143명이 몰려 평균 47.2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에 공급된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의 평균 경쟁률은 8.3대1, 최고 경쟁률은 55.5대1이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파주시운정신도시에서 공급된 ‘운정 아이파크 더 테라스’의 경우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6.6대1이었다.


단지명에 ‘테라스’를 앞세운 도시형 생활주택은 더 있다. 앞서 분양한 인천 서구 ‘청라파크자이더테라스’, 경기도 수원시 ‘힐스테이트 수원 테라스’, 경북 경주시에 공급되는 ‘웰라움 더 테라스’, 포스코건설이 10월 인천 송도에 공급하는 ‘더샵 송도엘테라스’ 등이 대표적이다. 단지 전체 가구를 테라스형 구조로 조성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2개 층을 통합해 1가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듀플렉스, 루프톱 구조로 적용한 상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코로나 시대 인기 끄는 특화 단지
주거용 오피스텔·타운하우스 필수

매매가도 크게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선 ‘송도 힐스테이트 더테라스’주거용 오피스텔 전용 84.01㎡는 지난해 11월 6억2000만원(21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4억4000만원(41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도 안 돼 1억8000만원 오른 것이다. 세종시에 위치한 ‘더샵 레이크파크’도 테라스가 있는 전용면적 118.83㎡가 지난해 8월 12억(1층)에 거래됐지만 그해 11월 13억50 00만원(1층)에 거래돼 3개월 만에 1억5000만원 상승했다.

타운하우스 형태의 도시형 생활주택은 그동안 일반적인 아파트보다 시세가 크게 오르지 않는 상품이란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요자들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가치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비아파트 시장뿐 아니라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도 테라스 설계가 적용된 가구에 대한 희소성도 부각되고 있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공급된 ‘위례자이더시티’는 테라스 설계가 적용된 전용 84㎡타입 경쟁률이 1168대1로, 전체 주택형 중 가장 치열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분양한 ‘반정 아이파크 캐슬 5단지’에서 최고 경쟁률을 보인 주택형도 테라스 설계가 적용된 전용 112㎡형으로, 경쟁률은 100.5대1에 달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가격 상승률이 저조하다고 평가돼왔던 타운하우스나 테라스하우스들도 주택 시장의 불안과 코로나19의 장기화를 만나면서 가치가 크게 뛰었다”면서 “코로나 종식 대신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리고 재택근무, 원격근무제도가 확산할수록 테라스 설계를 적용한 주거단지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희소성이 부각돼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분양 중인 테라스 특화 단지.

청약 시장
희소성 부각

 


▲홍천 리빙웰타운=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720-5번지 일대에 2층 구조 테라스형 타운하우스인 ‘홍천 리빙웰타운’이 분양 중이다. 국내 유일 강변온천인 홍천 온천지구의 고품질 온천을 각 가정에서 즐기는 타운하우스로, 총 50세대의 대단지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건축된 타운하우스는 전용 89㎡(구 27평형), 99㎡(구 30평형), 109㎡(33평형), 145㎡(44평형) 등 4가지 타입이다. 전용 89㎡(구 27평형)의 경우 2억대 가격으로 공급된다. 서비스 공간인 테라스를 포함하면 분양 면적이 357㎡(108평)~403㎡(122평)까지 된다.

필지분양의 경우 분양주를 위한 맞춤형 평면 설계로 시공된다. 입주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 이 제공되는데 집안에서 온천을 테마로 스파나 월풀 등을 추가적인 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대규모 풀장 조성, 텃밭제공, 넓은 독립 마당, 광폭 테라스 제공 등이 있다.

집에서
온천을

이 단지는 홍천강 변의 사계절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녹색 힐링 환경을 갖추고 있다. 홍천강을 따라 산책로, 자전거 길, 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각종 휴양림과 테마파크 등 홍천군에만 약 20여개의 캠프장과 래프팅 명소가 있어 자연과 함께하는 각종 여가생활을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다.

강원도 홍천은 전원생활을 희망하거나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 중 하나다. 홍천은 강원도 내 다른 지역 중에서도 서울 등 수도권과 인접하다. 동서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5번과 44번국도가 관통하는 지역으로 서울서 동해안을 잇는 길목이며 강원도 내륙 교통의 요지다. 유명한 산과 계곡, 강이 곳곳에 있어 자연경관도 수려하다. 이런 이유로 전원생활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1가구 2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홍천 리빙웰타운은 선착순으로 필지를 지정해 분양받을 수 있다. 도시에 집이 있어 1가구2주택이 돼도 양도세는 비과세 된다. 홍천군 지역에서 대지 200평 미만, 기준시가(분양가 혹은 실거래가 아님) 2억원 미만 주택은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다.

분양 관계자는 “전원생활이나 세컨드하우스용으로 적합한 쾌적한 주거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며 “용문~홍천 광역철도 사업과 홍천군 도시재생 사업, 양평군 소재 제20기계화보병사단이 홍천군 소재 제11기계화보병사단으로 흡수되는 등 개발호재가 겹치면서 수도권 거주자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힐스테이트 동탄 더 테라스= 현대엔지니어링이 동탄2신도시 문화디자인밸리에 ‘힐스테이트 동탄 더 테라스’를 특별공급한다. 공공 지원 민간 임대주택 상품으로 지하 1층~지상 4층, 9개동, 전용면적 138·148㎡, 총 125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동탄2신도시 최초로 전 세대가 복층 구조의 대형 평형 테라스 하우스로 조성돼 공간 활용성도 우수하다. 특히 타입별로는 지하 층, 다락을 도입해 홈 카페나 홈 오피스(서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휴식, 업무, 학습, 취미 등 다양한 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

일반공급(무주택자)은 시세의 95% 이하, 특별공급(청년, 신혼부부)은 시세의 85% 이하 전세형으로 거주할 수 있다. 최장 10년(2년마다 재계약) 동안 거주가 가능하다. 계약 갱신 시 보증금 상승률은 5% 이내로 제한된다. 거주기간 동안은 취득세, 보유세와 같은 세 부담이 없다. 공공 지원 민간임대주택 상품으로 공급돼 청약통장 유무, 당첨 이력에 상관없이 만 19세 이상 무주택세대구성원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쾌적한 자연환경과 도심 인프라를 품은 도심권 테라스 하우스 상품으로 조성돼 주거 쾌적성이 우수하다. 우선 단지 앞에는 오산천이 흐르고 주변에는 방아다리공원 등 녹지공간이 갖춰져 있다. 특히 단지에서는 주변 녹지 조망도 가능해 입주민은 사계절의 변화를 집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르 니드= ㈜에스엔에이치씨(시행)와 롯데건설㈜(시공)이 함께 선보이는 ‘르 니드’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원에 지하 8층~지상 20층, 전용면적 42~130㎡의 총 156실 규모로 공급되는 하이엔드 오피스텔이다.

‘둥지’라는 뜻처럼‘전 실이 테라스 형태의 둥지와 같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24개 타입에 세대당 개별 테라스를 적용해 나만의 정원, 나만의 카페 등을 만들어 테라스 라이프를 누릴 수 있게 했다.

집서 안전하게 여가와 휴식
정원, 카페 등 나만의 공간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수요자들이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공간 활용을 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즈(Customize)’를 실현해 하이엔드 오피스텔에서 만끽하는 주거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여기에 사는 사람의 개성과 디테일한 취향을 담았다는 점, 수준 높은 가전·가구 등의 상품에 예술적 감성을 불어넣어 희소성 있는 공간까지 구현했다.

단지는 LDK 평면을 구성해 실용적이고 쾌적한 동선이 계획되며, 오픈형 다이닝 키친과 바(Bar)를 설계해 요리와 업무, 미팅, 파티, 취미활동 등을 즐길 수 있다. 일부 타입에는 대형 신발장, 붙박이장, 드레스룸 등이 마련돼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독일의 명품 주방가전(BORA) 및 주방가구(LEICHT), 이태리의 원목마루와 마감재 등의 풀옵션 상품을 빌트인 배치해 하이엔드에 대한 가치도 살렸다.

실내농구장과 러닝트랙이 마련되고, 스크린 골프 연습장, 피트니스 등 어메니티 공간도 마련된다. 최고급 호텔 수준의 컨시어지 서비스와 세대당 1.2대 이상의 100% 자주식 주차공간 등 하이엔드 라이프의 디테일까지 높였다.


주거문화
새 트렌드

만 19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고도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청약 자격, 자금조달계획서, 재당첨 제한, 청약가점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 내 집 마련을 덜어주기 위한 분양 조건도 갖췄다.

 

▲라펜트힐= 현대건설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 870-1번지 일원에서 펜트하우스 라이프를 누릴 수 있는 고급 주거공간 ‘라펜트힐’을 선보인다. 지하 3층~지상 22층, 2개동, 전용면적 201~244㎡ 총 72세대 규모다. 지상 1~3층에는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조성돼 원스톱 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전 세대에 테라스가 제공돼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고, 릴렉스 피트니스·프라이빗 스튜디오·어린이 놀이터 등의 시설도 단지 내 마련될 예정이다. 라인별로 엘리베이터를 배치해 프라이빗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세대마다 엘리베이터 홀을 설치해 입주민들이 전용 공간에서 안심하고 독립적으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신경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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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