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 세습' 대기업 뺨치는 예배당 대물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남 여수의 한 대형 교회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는 일이 일어났다. 한국 개신교 교단을 떠들썩하게 했던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연상하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요시사>가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세습, 한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 직업 따위를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음. 우리나라에서는 세습이라는 단어가 유독 교회라는 단어에 잘 따라 붙는다. 교회 세습, 담임목사직이 직계로 이어지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꼼수 써서
변칙으로

교회 헌법은 담임목사직 세습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변칙 세습’ 등의 꼼수를 통해 법망을 비켜가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있어왔다. 일단 한 번 자리를 물려주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교회 세습에 있어 교단의 자정 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개신교에 대한 국민 신뢰를 깎아 먹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회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종교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3대 대중 종교 중에서는 개신교의 신뢰도가 가장 낮다. 신도 비율은 불교와 함께 1~2위를 다투는 인기 종교지만 비종교인의 불신은 상당한 수준인 셈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3~4월 기준 국민 10명 중 4명만 ‘종교가 있다’고 답했다. 2004년 과반(54%)에서 2014년 50%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40%까지 줄었다. 20~30대의 탈 종교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20대는 22%, 30대 역시 30%만이 현재 믿는 종교가 있다고 답했다.

종교인은 불교, 개신교, 천주교에 대부분 분포돼있다. 한국갤럽이 조사를 시작한 1984년 이래 불교인 비율은 16~24%, 개신교인은 17~21%, 천주교는 6~7%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개신교(17%), 불교(16%), 천주교(6%) 순이었다. 

현재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가장 호감을 느끼는 종교는 불교(20%)였다. 개신교는 6%에 불과했다(천주교 13%). 종교 분포 비율로 따지면 개신교에 대한 호감도는 교세에 비해 낮은 편이다. 

비종교인이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는 ‘관심이 없어서’가 과반(54%)으로 나타났다. 이어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19%),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없어서’(17%) 등이 뒤를 이었다. 관심이 없다는 응답 비율은 1997년 26%에서 지난해 54%로 약 25년 새 2배로 늘었다.

우리나라에서 종교의 위상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아버지는 대형교회, 아들은 개척교회
합친 뒤 후임 담임목사로 청빙 결의

최근 여수의 한 대형 교회에서 개신교 교단을 발칵 뒤집는 일이 일어났다. 해당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자신의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준 것이다. 세습 과정이 변칙적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교회는 여수에서 많은 신도 수와 큰 규모를 자랑하는 ‘여수은파교회’로 등록 신도만 3000여명, 연간 재정은 60억원에 이르는 여수에서 가장 큰 교회로 알려져 있다. 고만호 여수은파교회 목사는 호남신학대학교 이사장과 전남CBS 이사장을 역임했다.

총회 세계선교부장, 총회 반동성애대책위원장 등을 지내는 등 교단 내 입지가 탄탄하다. 

2020년 7월에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의 주최로 진행된 제12회 한국 장로교의 날 기념예배에서 ‘2020 자랑스러운 장로교인 상’(목회 분야)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주최 측은 “교회를 개척해 건강하게 성장시키고, 600여명의 선교사 훈련 및 지원활동을 펼쳐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고 목사는 지난달 26일 공동의회를 열고 자신의 후임으로 아들인 고요셉 목사를 선출했다. 이날 공동의회는 여수은파교회와 고요셉 목사가 목사로 있는 여천은파교회를 합친 합병 교회의 위임 목사로 아들 고 목사를 청빙하겠다는 안건으로 진행됐다. 

고 목사는 이날 회의를 직접 주관했는데, 투표는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가(찬성)’하면 ‘예’ 아니면 ‘아니요’라고 대답하도록 한 것. 신도들은 ‘예’라고 대답했으며, 아니면 아니라고 하라는 고 목사의 말에는 침묵했다. 안건이 통과된 순간이었다. 

교회 헌법
유명무실?

익명을 요구한 목사 A씨는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건은 공동의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게 맞다. 그리고 공동의회를 주관하는 것은 담임목사의 역할”이라면서도 “이번 여수은파교회의 경우 고만호 목사는 아들 고요셉 목사 청빙 건을 직접 다뤘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담임목사직 세습 과정에서 꼼수가 동원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해 6월 고요셉 목사는 여수은파교회 인근에 개척교회인 여천은파교회를 설립했다. 그리고 6개월 뒤 여수은파교회와 여천은파교회를 합병하면서 고요셉 목사가 담임목사로 추대된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은 2013년부터 직계가족 간에 담임목사직 세습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변칙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교회 헌법에는 교회 통합에 대한 규정이 없어 그 틈새를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여수은파교회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요셉 목사 청빙은 교인들이 원했고 교회 안정을 위해 진행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목사 A씨는 “담임목사(고만호 목사)가 일일이 신도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가부를 묻는데 그 자리에서 누가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여기에 고요셉 목사가 설립한 개척교회인 여천은파교회가 사실상 ‘페이퍼 처치’라는 의혹이 나왔다. 광주MBC에 따르면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 할 시간에 고요셉 목사가 여수은파교회에 출석해 있거나 심지어 설교까지 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또 여수은파교회가 보낸 문자메시지에 ‘여수은파교회에 헌금을 하면 다시 여천은파교회 재정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다’며 ‘여천은파교회의 계좌로 바로 보내라’는 내용이 담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수은파교회 측은 논란을 정면돌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고만호 목사는 최근 새벽 설교에서 “교회에서 무슨 일을 하면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이 있다. 목회자 아들 청빙한다고 세습? 옛날 이조 시대인가? 열댓 살 먹은 애, 자격도 실력도 없는데 아무 준비도 안 돼있는 애를 그렇게 앉히나? 우리 교인들이 어리석은 사람들이냐”고 했다. 고요셉 목사 청빙 결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페이퍼 처치
의혹도 나와

여수은파교회 세습 논란에 교계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지난 13일 논평을 내고 “교단 헌법 28조 6항, ‘세습금지법’이 있음에도 법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이 결정에 참담한 마음뿐”이라며 “자신의 욕망을 하나님의 뜻이라 포장하고, 탐욕을 교회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 주장하는 모습은 참담하며 소위 ‘페이퍼 처치’라 불리는 거짓과 기만에 대해서는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전했다.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NCC)도 13일 여수은파교회 세습 논란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놨다. NCC는 “(담임목사직 세습이)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도 왜 자꾸 목회지 대물림을 하려는 것일까요”라며 “교회를 자신의 사유재산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의 종이어야 할 담임목사의 지위를 권력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여수은파교회의 세습 논란은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상기시키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교회를 설립한 김삼환 목사가 2015년 정년퇴임한 후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앉힌 일이 발단이 됐다.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4년 명성교회가 경기도 하남에 새노래명성교회를 따로 세운 뒤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를 앉힌 일이 시초다. 명성교회가 2017년 3월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면서 새노래명성교회 합병안까지 통과시키자 교계에선 변칙 세습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4년 3월부터 계산하면 해당 논란은 2019년까지 5년 넘게 이어졌다. 당시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가 퇴임하고 2년이 지난 뒤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기 때문에 교단 헌법의 세습 금지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교계 시민단체 등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명성교회 측이 교단 헌법의 취지를 왜곡했다며 청빙 결의 무효 소송을 냈다. 그때부터 교회 헌법 해석을 놓고 핑퐁 싸움이 벌어졌다. 

교단 재판국은 2018년 8월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적법하다며 명성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한 달 만인 같은 해 9월 열린 교단 총회에서 재판국이 판결 근거로 삼은 교단 헌법 해석에 문제가 있다면서 판결을 취소했다. 공은 재심으로 넘어갔다.

재심을 맡은 교단 재판국은 2019년 8월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를 무효로 판결했다. 

2019년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이 수습안을 내놓으면서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일단 일단락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수습안에 따르면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은 교단 헌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선언한 재판국 재심 판결을 수용하게 만들면서도 김하나 목사가 지난해부터 부친인 김삼환 목사가 세운 교회에서 위임 목사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민단체 “철회해야”
여수노회 “입장 유보”

교단의 수습안 발표 이후에도 진통은 계속됐다. 교단이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을 사실상 허용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교단의 결정이 이미 국내 대형 교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목사직 세습 관행에 사실상 합법적인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여수은파교회 논란에서도 여수노회, 총회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지교회(여수은파교회)를 행정적으로 지도하고 권징(권고하고 징계)해야 할 노회와 총회가 책임을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여수노회의 무책임한 모습을 생각하면 더욱 큰 분노가 치민다”며 “여수노회는 사전에 불법 세습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모른 척 했고, 이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방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모든 사태의 배후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의 불법이 있다”며 “돈과 권력을 지닌 이들의 불법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예장통합 총회는 겉으로는 세습을 금지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불법 세습을 부추기는 사기극을 진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불법 세습은 교회를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사회적 고립으로 안정을 해치고 하나님의 정의를 거스르며, 사회적 정당성을 잃는 길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면서 여수은파교회의 불법 세습을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여수노회는 여수은파교회 불법 세습 논란에 대해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최종호 여수노회 노회장은 <뉴스앤조이>의 취재에 “우리 노회는 은파교회와 관련해 어떠한 의견도 유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목사 A씨는 “젊은 목사들 사이에서는 여수은파교회 불법 세습 논란을 두고 자괴감을 느낀다는 말이 많다.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면서도 노회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의 결말도 그렇고, 현재 여수노회의 입장도 그렇고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체념이었다.

신학대생
“자괴감”

그러면서 그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신학대학생들 사이에 이른바 성골·진골·6두품 등 계급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성골은 대형 교회 목사의 아들, 진골은 중소형 교회 목사의 아들, 6두품은 집안에 종교인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며 “진정한 목회를 목적으로 신학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큰 박탈감과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만호 목사, 또 다른 논란 ‘과거 5·18 망언’으로 뭇매

고만호 여수은파교회 목사는 이번 세습 논란 외에도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고 목사는 2019년 3·1절 100주년 기념예배에서 3·1운동을 언급하면서 5·18민주화운동과 비교했다. 

그는 “끔찍한 폭력이 있었어요. 예, 무기고 털어서 총 들고 나갔어요. 폭탄을 그 도청 안에다가 어마어마하게 장치를 했어요. 교도소를 막 습격을 했어. 끝난 다음에 제가 광주 시내를 돌아보니까요. 이건 뭐 전쟁터요, 완전히”라고 말했다.

“그런 뜻 아냐? 사과하기도

그러면서 “이편저편 따질 것 없이 무슨 뭐 여러 가지 말들을 하지만요, 어떤 이유로 해서든 폭력은 자랑할 것이 못 됩니다…(하략)”라고 발언했다.

교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일어나자 고 목사는 “설교 중에 민주화운동 때 폭력이 있었다고 말한 것은 3·1운동이 비폭력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당시 현장에 있었고, 동기의 희생을 가슴 아파했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왜곡이나 폄훼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사과한 바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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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