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뺨치는’ 교회 세습의 민낯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12 10:07:40
  • 호수 12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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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물려주는 회장님 교회 물려주는 목사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명성교회 세습에 제동이 걸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교단이 한국 대형 교회의 불법적인 세습 관행에 스스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동안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법망을 피해 재벌이나 대기업서 이뤄지는 대물림 현상이 횡행해 큰 논란이 됐다. 
 

▲ 명성교회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이 교단 헌법상 세습금지 조항을 위반해 무효라는 교단 재판국의 판결이 내려졌다.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서 열린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위임목사의 청빙 결의 무효소송 재심 재판서 청빙 결의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국원 15명 가운데 14명이 판결에 참여했으며 표결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교단 재판국
무효 판결

이날 오후 5시40분부터 시작된 심리는 당초 오후 7시께 재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심리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자정께 판결이 나왔다.

김하나 목사는 2015년 12월 정년 퇴임한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로, 2017년 3월 명성교회서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하면서 교회의 부자 세습 논란에 휩싸였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서울동남노회서 2017년 10월 김하나 목사 청빙을 승인하자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청빙 결의가 교단 헌법상 세습금지 조항을 위반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교단 재판국은 지난해 8월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적법하다며 명성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국원 15명 가운데 8명이 청빙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열린 제103회 교단 총회에선 “재판국이 판결 근거로 삼은 교단 헌법 해석에 문제가 있다”며 판결을 취소하고, 판결에 참여한 재판국원 15명 전원을 교체했다.

예장통합 교단 헌법에는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데, 해석상 논란이 된 부분은 ‘은퇴하는’이라는 문구다.

명성교회 측은 김삼환 목사가 은퇴하고 2년이 지난 후 김하나 목사를 청빙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교계 시민단체 등에선 이에 반발해왔다.

세금 한 푼도 안 내면서 사유화 논란
대물림 유형 보니…갖가지 방법 동원

명성교회 측은 교단 재판국 결정에 사실상 불복하겠다는 입장이다. 명성교회 장로들은 지난 6일 회의를 연 뒤 낸 입장문을 통해 “명성교회는 노회와 총회와 협력 속에서 김하나 담임목사가 위임목사로서의 사역이 중단 없이 지속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전날 교단 재판국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명성교회의 후임목사 청빙은 세습이 아닌, 성도들의 뜻을 모아 당회와 공동의회의 투표를 통한 민주적 결의를 거쳐 노회의 인준을 받은 적법한 절차”라며 부자간 담임목사 세습이라는 재판국 판단에 반대했다.

대형 교회의 세습 관행은 재벌의 대물림 문화와 흡사하다. 교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목회자는 교회를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한다.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어이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공금을 빼돌려 쌈짓돈처럼 마구 쓴다. 운영방식도 재벌 판박이다. 재벌기업의 문어발처럼 수많은 계열회사를 만들어 가족과 친인척 측근들의 배를 채운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에 따르면 현재까지 143개의 교회가 가족 세습을 했다. 이 중 92개 세습 교회가 신도 수 500명 이상인 중대형 교회였고, 2010년 이후 세습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충현교회, 광림교회, 소망교회, 금란교회, 강남제일교회 등에서 공공연히 부자 세습이 이뤄졌다. 

교회 세습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들끊자 2013년 기독교대한감리회와 예장통합이 교단 중에서는 처음으로 ‘세습 방지법’을 마련하기도 했다. 

변칙적 관행 
이제 끊길까

하지만 대형 교회들은 온갖 유형의 편법을 써서 여전히 세습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아들에게 지교회를 설립해 담임을 맡도록 하는 ‘지교회 세습’,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 세습’, 할아버지가 목회하는 곳에서 손자가 목회지를 승계하는 ‘징검다리 세습’ 등이 활용됐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2015년 발간한 ‘세습방지법의 그늘… 편법의 현주소를 규명한다’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교회 세습은 8가지 유형으로 이루어졌다.

▲지교회형= 아들 목사나 사위 목사에게 담임하던 교회를 승계하는 일이 여의치 않게 되자, 지교회를 설립한 후 그 교회의 담임으로 가도록 하는 형태다. 지교회 세습은 명분과 방식에 있어서 비난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칙세습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소망교회가 있다. 소망교회는 담임목사의 아들에게 교회를 직접 넘겨주지 않고 다른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겨줬다. 하지만 정작 본교회보다 더 큰 교회를 건축해서 아들에게 넘겨줌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세습을 한 대표적인 변칙 사례로 꼽힌다. 길자연 왕성교회 목사가 아들 길요한 목사에게 과천왕성교회를 설립하게 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교회를 합병하면서 실질적으로 아들을 왕성교회 담임목사로 끌어온 사례도 있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징검다리형= 할아버지가 목회하는 곳을 손자가 승계하는 경우다. 이 또한 교회가 일개 가족을 위한 편의적인 목적 수단으로 전락한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이는 잘못된 가족주의의 전형으로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교회라는 거룩한 공동체를 선물로 주는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 징검다리 세습은 순천광명교회, 전주호남교회, 서천제일교회서 시도됐다.

재벌인지 
목사인지

▲분리형= 아버지 목사가 개척한 여러 교회 중 하나를 아들 목사에게 맡기는 세습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본교회 외에 다른 복수의 교회를 분립·개척한 후 그중 하나의 교회를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주는 방식이다. 이 세습의 방식 역시 외형적으로는 직접적인 세습의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는 세습을 관철시키는, 이른바 ‘양태론적 변칙세습’의 일종이다.

▲교차형=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세습의 방식이다. 다시 말해 A교회의 담임목사의 아들을 B교회가 청빙해 받아들이고, B교회의 담임목사의 아들을 A교회가 청빙해 받아들이는 형태를 말한다. 이런 변칙세습은 목사 집안끼리 교회를 쌍방 교환한다는 점에서 목사 집안의 담합에 의한 거래행위를 비판을 받아왔다.

이 사례의 경우 A교회가 담임목사에 대해 만족한다고 해도, B교회서 교차 부임한 담임목사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면 B교회 내에서 분란이 일어나 그 여파가 A교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교차세습의 사례는 천안 가나안교회, 간석제일교회 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에 따르면 드러나지 않은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자간형= 교차세습이 두 교회의 목사 아들이 서로 맞교대로 이뤄지는 세습이라면, 그 범위를 여러 교회로 넓혀 서로 교차적으로 세습하는 것을 말한다. 한양제일교회, 은혜교회 등이 다자간형 세습을 했다. 

143개 교회 가족 승계
8가지 유형으로 넘어가

▲통합형= 분리세습과 정반대의 형태로서 아들이 개척한 교회를 아버지 교회로 통합시킨 후 그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세습방식이다. 최근 들어 교회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자 교회의 존립과 활로를 타개하는 차원서 교회와 교회 간의 합병작업이 상당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통합세습은 아버지와 아들 교회가 대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두 교회의 분위기를 일신해 교회의 답보상태를 타개해나가면서, 동시에 목사직도 세습·이양하는 매우 실리적인 변칙세습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동서간형= 동서 간에 교회를 넘겨주어 대물림하는 세습을 말한다. 영일교회서 시도된 방법으로 극히 예외적인 사례로 전해진다. 이 경우는 친인척 중에서 교회를 이양받아 이루어지는 세습이므로 ‘친인척 세습’으로 부르기도 한다.
 

▲쿠션형= 아버지 목사가 자신과 가까운 목사에게 교회를 형식적으로 이양한 후, 이를 다시 아들 목사에게 물려주는 세습이다. 부자 세습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교회를 신뢰할 만한 다른 목사에게 이양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 목적대로 이양하는 방식이다. 이 변칙세습은 징검다리 세습과 약간 유사한 방식으로 ‘건너뛰기 변칙세습’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번에 세습무효 판결을 받은 명성교회는 아들에게 새 교회를 세워주고 시간이 흘러 합병을 추진하는 통합세습 방식을 택했다. 2015년 김삼환 목사가 정년 퇴임하자,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의 새노래명성교회(2014년 경기 하남시에 설립)를 합병했다. 2017년엔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 청빙안을 의결했다. ‘은퇴하는 목사는 자신의 가족에게 목회지를 넘길 수 없다’는 대한예수교장로회헌법 규정을 교묘히 피해간 것이다. 


편법 가지각색 
교회 간 M&A도

교회 세습이 부당한 이유는 사유화 때문이다. 교계에선 교회를 인간의 소유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세운 것으로 해석한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교회 세습은 담임목사직만 물려받는 것이 아니다. 교회의 물적 재산, 즉 교회 자본을 대물림하는 행위”라며 “세습은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혹은 그 가족, 친족 중 1인에게 대물림한다는 점에서 교회 사유화의 잘못된 악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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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