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다우키움 2세 승계 퍼즐

‘후다닥’ 꼭대기 오른 장남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다우키움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됐고, 후계자의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되는 형국이다. 어느덧 오너의 장남은 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지배구조의 정점에 우뚝 섰다.

다우키움그룹은 97개 법인으로 이뤄진 기업집단이다. 8곳의 상장사와 89곳의 비상장사가 소속돼있으며, 지주 회사 격인 다우데이타와 사업 회사인 키움증권이 그룹의 핵심이다.

예고된
밀어주기

그룹 오너인 김익래 회장은 국내 벤처업계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1986년 다우기술을 창업한 김 회장은 소프트웨어 한글화 작업을 바탕으로 인터넷 솔루션, 전자상거래, 시스템 통합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1992년 IT서비스기업 다우데이터 설립, 2000년 키움닷컴증권을 통해 금융업에 진출하며 그룹의 뼈대를 다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다우키움그룹의 지배구조는 ‘김 회장→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 순으로 이어진다.

다우데이타의 다우기술 지분율은 44.85%, 다우기술의 키움증권 지분율은 48.33%다. 키움증권이 지배하는 ▲키움인베스트먼트 ▲키움저축은행 ▲키움투자자산운용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등 금융 계열 회사 역시 다우데아타의 영향력하에 놓여 있다.


해당 지배구조는 다우키움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오너 2세의 다우데이타 주식 취득 여부에 달려 있음을 의미했다. 다만 경영권 승계는 오너 2세의 직접 지배가 아닌, 가족회사를 앞세운 간접 지배방식을 띠고 있다. ‘이머니’라는 회사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중추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온라인 정보제공업을 영위하는 이머니는 2011년 지분 10.15% 매입을 시작으로, 다우데이터 주식 취득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2019년 말 기준 다우데이타 지분율을 22.27%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 무렵까지 이머니가 다우데이타 주식을 취득하면서 투입한 금액만 7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머니의 다우데이터 지분 늘리기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다우데이타가 2020년 3월23~24일에 걸쳐 각각 14만143주, 2만5735주의 자사주를 이머니에 매각했고, 김 회장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2020년 3월25일 본인 소유의 다우데이터 주식 94만주를 이머니에 팔았던 김 회장은 약 한 달 후인 2020년 4월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30만주를 이머니에 추가로 매각했다.

넘기고
받고

김 회장은 다우데이타 주식을 매각한 대신 쏠쏠한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2020년 3월 중순 무렵 4500원대를 형성했던 다우데이타 주가는 이후 꾸준히 상승했고, 김 회장이 주식을 매각한 타이밍은 한창 주가가 지속된 시기였다.

2020년 3월23일 김 회장이 다우데이타 주식의 일부인 94만주를 이머니에 시간외 거래로 넘길 당시 매각단가는 5290원이었고, 거래금액은 약 50억원 규모였다. 김 회장은 2020년 4월20일에 130만주를 주당 7650원에 추가 매도했다. 거래금액만 100억원에 육박했다.  


김 회장으로부터 다우데이타 주식을 넘겨받은 이머니는, 다우데이타 지분율을 28.55%까지 끌어올렸다. 이 무렵 다우데이타 최대주주인 김 회장(34.79%)과 이머니 간 지분 격차는 6.24%p로 좁혀졌다.

이머니의 다우데이타 주식 매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2월24일 80만주, 지난해 3월12일 35만주를 이머니에 매각했다. 다우데이타 2대 주주인 이머니는 지분율이 31.56%까지 올랐고, 김 회장의 지분율은 31.79%로 연말 대비 0.91%p 낮아졌다.

김 회장과 이머니 간 지분율 격차는 0.23%에 불과했다.

급기야 이머니는 김 회장을 제치고 지주 회사 최대주주로 올라서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0월28일 김 회장은 다우데이타 주식 200만주를 장남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장녀인 김진현씨, 차녀인 김진이 키움투자자산운용 이사에게 증여했다.

김 대표는 120만주, 김씨와 김 이사는 각각 40만주를 증여받았다.

증여 이후 김 회장의 다우데이타 지분율은 기존 31.79%에서 26.57%로 감소했다. 반면 김 대표의 지분율은 3.39%에서 6.53%로 올랐다. 다우데이타 지분이 전무했던 김씨와 김 이사는 1.04%씩 지분을 갖게 됐다.

오너 팔고 아들 회사 사고…뒤바뀐 최대주주
겸직·영전 힘 받는 후계자…대관식 언제?

이머니는 김 회장의 증여에 따른 지분 감소로 인해, 앉은 자리에서 다우데이타의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이머니가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위치에 서게 된 셈이다.

김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다우데이타 지분은 김 대표에게 쏠쏠한 배당 수익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우데이타는 ▲2018년 61억원 ▲2019년 68억원 ▲2020년 95억원 등 최근 수년간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다우데이타가 2021 회계연도에 전년 수준의 주당 250원 배당을 적용할 경우 김 대표는 6억2500만원가량의 배당금을 수령하게 된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머니가 지배구조상에서 최상단에 올라서면서,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그룹 승계 절차가 사실상 완료됐다는 점이다. 이머니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김 대표였기 때문이다.

2020년 말 기준 김 대표는 이머니 지분 33.13%를 보유 중이고, 김진현씨와 김 이사가 6.02%씩 이머니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이머지 지분은 총 45.18%이고, 나머지 54.82%는 자기주식이다.

뒤바뀐
지배구조


1984년생인 김 대표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회계학 학사와 코넬대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다. 2011년 그룹에 입사해 사람인HR, 이머니, 다우기술 등을 거쳤고, 2018년 3월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에 올랐다. 

최근 들어 김 대표의 그룹 내 발언권은 더욱 강화됐다. 김 대표는 지난해 1월 키움프라이빗에쿼티 각자 대표로 선임됐고, 지난해 6월 윤승용 대표가 사임한 이후부터 키움프라이빗에쿼티를 단독으로 이끌고 있다.  두 회사(키움인베스트먼트·키움프라이빗에쿼터)에서의 대표이사직 수행은 김 대표가 경영상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다우키움그룹은 김 대표의 대내외적 위상을 한층 강화시킨 상태다. 지난해 12월13일 다우키움그룹은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김 대표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킨다고 밝혔다. 2010년 입사한 김 이사 역시 상무 승진이 결정되면서 9년 만에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되자 재계는 향후 김 대표가 다우키움그룹의 인사권 등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게 될 시기가 언제쯤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1950생인 김 회장의 나이를 감안하면 당장 그룹 총수로 발돋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승계의 큰 그림이 완성된 만큼, 김 대표가 의사 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간접 지배
전방위 지원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여전히 일선에서 활약하는 데다, 김 대표의 나이와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완전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승계의 큰 퍼즐이 완성된 만큼, 추가적인 성과를 통해 자질에 대한 물음표를 확실히 지우는 과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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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