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대선' 급부상 선수교체 시나리오

“후보도 반품이 되나요?”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소비자는 구매한 물품에 몰랐던 하자를 발견한다면, 판매자에게 당당히 반품을 요구할 수 있다. 투표의 경우는 어떨까. 유권자가 뽑아놓은 후보가 마음에 안 든다면? 유권자가 몰랐던 후보의 하자를 나중에야 알게 됐다면, 후보를 반품할 순 없을까. 요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거대 양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된 지 약 두 달이 흘렀다. 역대급으로 치열했던 경선을 뚫고 올라온 두 후보이기에, 대중은 그들이 본선에서 ‘꽃길’을 걸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형국은 이때의 예상과는 영 딴판이다. 양 진영에서는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소리만 연일 나오고 있다. 그들은 뭐가 그렇게 죄송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걸까.

가족 리스크
완주 어렵다?

현재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것은 ‘가족 리스크’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면, 아들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16일 한 매체는 이 후보의 아들이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의 장남 이동호씨는 2019~2020년에 걸쳐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한 온라인 포커 사이트에서 약 1400만원 규모의 도박을 했다. 

이씨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도박장을 전전하며 포커와 스포츠 토토 등을 즐겼고, 그럴 때마다 ‘후기 글’이라는 형태로 해당 사이트에 증거를 남겨 놓았다. 사이트에 남겨진 그의 글은 200개 이상이다. 


관련 보도가 쏟아진 후, 이 후보는 포토라인에서 고개를 숙이며 아들 관련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아비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 부모가 잘못한 결과라서, 제가 다 책임져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어 “어떠한 책임이라도 다 지겠다”며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당연히 선택의 여지없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씨는 해당 사이트에 도박 후기 글뿐 아니라 불법 퇴폐업소 후기 글까지 남겼다. 이씨는 사이트에 “너희도 돈 따서 여자 사먹어라” “OO업소는 가지 마라” 등 성매매를 암시하는 다수의 글을 게재했다.

도박 의혹처럼, 성매매 의혹마저 사실로 밝혀지면 이 후보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의 사정도 매한가지다. 윤 후보는 이 후보와는 달리 자녀가 없지만,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문제가 여러 가지 불거져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건 허위 경력서 논란이다.

김씨는 총 5개의 대학에 구직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제출한 김 씨의 이력서가 윤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김씨의 이력서에 허위 학력, 허위 수상 실적 등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둘 다…역대급 진흙탕 육탄전
속으로 웃는 이낙연·홍준표

김씨가 2013년 안양대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대상’ 수상이라고 적혀 있지만 해당 대회에는 대통령상, 우수상, 특별상 등 모두 세 종류의 상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김건희’ 혹은 개명 전 이름인 ‘김명신’이라는 이름은 수상자 명단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게임산업협회 임원 이력도 거짓으로 판명 났다. 김씨는 2007년 수원여대 지원서에 2002~2005년 기획팀의 기획이사로 재직했다고 써놨지만, 게임산업협회는 2004년에 설립됐다. 그가 일했다고 주장하는 2002년과 2003년에는 존재조차 하지 않은 협회인 것이다.

또, 2004년 협회 설립 당시 함께한 임원 명단에 그의 이름은 빠져 있다.

허위 이력서에 대한 논란이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으나, 국힘 측에서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2012 12월까지 차명 계좌 수십 개를 이용해 654억원 상당의 허위 매수 주문을 넣은 ‘주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김씨가 권 회장과 공모해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 3일 권 회장을 기소했고, 김씨에 대한 수사 또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이 후보에게는 아들이, 윤 후보에게는 배우자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대장동 사건’과 ‘고발 사주 의혹’ 등 후보 개개인의 문제도 산재해 있다. 대장동 의혹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이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해 이 후보의 대장동 수사가 다시금 언론의 주목받는 중이다.

고발 사주에 관련된 손준성과 김웅 등 윤 후보의 측근들은 곧 기소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선후보들에 대한 굵직굵직한 비리 의혹이 연이어 터지는 것을 보고 있는 정계 전문가들은 “이쯤되면 후보를 교체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스멀스멀 주장하고 있다. 

젓가락 
갈 데가…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리는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지난 2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과거 총선 등에선 후보를 교체하기도 하고 공천을 취소시키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선이기 때문에 또 이미 후보를 뽑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런 후보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없고 그냥 덮고 가는 것”이라 주장했다. 대선후보들의 교체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각 당의 극성 지지층들은 보다 직접적인 후보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친문(친 문재인) 성향의 단체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은 지난 18일 부산 서면의 한 거리에서 이 후보 규탄 집회를 주최 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이런 후보를 뽑아야 하느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원하는 대로 풀영상을 틀어드리겠다”며 이 후보가 형수와 통화하다가 했던 욕설 파일을 통째로 틀었다.

녹음 파일이 전부 재생된 후 당 관계자는 “들으면 으면 들을수록 끔찍한 사람이다. 저런 사람이 대권후보라는 걸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후보를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다.


윤 후보 사퇴에 대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는데 특히 지난 21일 이후로 한층 더 심해졌다. 각종 비리 의혹과 말실수 등으로 홍역을 앓았음에도 후보 교체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던 지지자들이 결국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상임위원장직 사퇴에는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났다.

이날 이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힘 선대위에서 맡고 있는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전날 있었던 조수진 최고의원과의 갈등이 그 이유였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 따르면 전날(20일) 선대위 간부급 회의에서 조 최고의원은 “이 대표의 말을 내가 왜 들어야 하느냐”고 발언했고, 이를 듣고 격분한 이 대표는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치는 등 강경하게 반발했다. 회의장에는 고성이 오갔고, 이후 두 사람은 SNS 등을 통해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고 수수방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재감 없는 리더’에 지친 이 대표는 결국 선대위를 박차고 나왔고, 지지자들은 비난의 화살을 윤 후보에게 돌리고 있다. 

국민의힘 게시판에는 지난 22일 오전에만 수백 건의 윤 후보 성토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후보 교체에 대한 의견이었다. “아내와 장모 문제에 더해 이제는 리더십에도 문제가 생겼냐”는 의견부터 “대선이 80여일 남았다. 후보 교체도 늦지 않았다” “후보 교체가 곧 정권교체다. 하루빨리 사퇴하라”는 의견까지 국힘 지지자들은 후보 교체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최종 경선을 통과한 대선후보들을 교체하는 것이 당헌 당규상 가능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당 모두 ‘가능’은 하다.


합법적인 
박탈 조건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 12장 ‘공직선거’법 104조(재추천) 1항에는 “공직선거 후보자로 확정된 자의 입후보 등록이 불가능하거나, 당규로 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때에는 당규로 정한 절차에 따라 추천을 무효로 하고 재추천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1항에서 말한 ‘당규로 정한 사유’는 민주당 당규 제 30조에 명시된 아홉 가지 경우다. 그중 이 후보에게 적용될만한 사유는 8항 ‘파렴치한 범죄전력자 등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와 9항 ‘공직후보자로 추천되기에 명백히 부적합한 사유가 있는 때’다.

만일, 아들 성매매 논란이 사실로 밝혀지거나 대장동 의혹 중 치명적인 사실이 수사 결과로 입증된다면, 당 지도부는 두 가지 항목을 적용해 이 후보를 최종 대선후보에서 박탈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 당헌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민의힘 당헌 제5장 74조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자의 선출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당내 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 의결로 후보의 운명을 판가름할 수 있다. 

당규 3절 제20조에 명시된 징계 사유는 총 네 가지인데, 윤 후보에게 적용될만한 것은 1항과 2항이다. 1항에는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라 쓰여 있고, 2항에는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라 적혀 있다.

즉,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이나 배우자 김씨의 ‘주가 조작’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민의힘은 그의 위법행위가 ‘유해한 행위’로 판단할 소지가 있고, 윤 후보의 대선후보 자격을 합법적으로 박탈시킬 수 있다. 

두 후보들의 연이은 사건·사고 소식에 빙그레 웃고 있는 두 인물들이 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다. 이 전 대표와 홍 의원은 지난 경선에서 두 후보에 밀려 2위를 기록한 인물들이다. 만일 두 후보에 대한 교체가 확정된다면, 두 후보가 출격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제 20대 대통령선거 최종 후보 등록은 내년 2월13일, 14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대통령선거에 나가려면 적어도 14일 오후 6시까지는 후보 등록을 마쳐야 한다. 그전까지 공정한 경선을 다시 진행해 후보를 선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족이 발목’ 까도 까도 깜이 아닌데…
여차하면 출격? 당헌·당규 교체 가능

각 당은 당 지도부가 후보를 선정할 여지가 있는 조항들이 있어, 지난 경선에서 차위를 기록했던 두 인물을 지도부 재량으로 후보로 위촉할 것이다.

이 전 대표와 홍 의원은 오랫동안 정치생활을 했던 인물들이다. 다선 국회의원이기도 하고 각각 지역의 도지사를 역임했던 이력도 있다. 선거 때마다 철저히 검증받았던 후보들이기에 가족 스캔들이나 새로운 비리가 나올 확률은 두 후보보다 현저히 적다.

홍 의원은 지난 21일 청년들과 소통을 위해 만든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대선후보 교체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그의 지지자가 후보 교체를 요구하자 홍 의원은 “대만 대선에서는 후보 교체를 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글쎄요”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홍 의원은 경선이 끝난 후 연설에서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고 말한 바 있다. 확실히 정해지지 않고서는 함부로 대선후보 교체에 대해 의견을 타진하지는 않을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 전 대표는 경선을 불복한 이력이 있다. 경선 직후 그의 지지자들은 민주당 지도부에게 재투표할 것을 요구했으나, 당의 완강한 거부에 밀려 결국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선대위 출범식 후, 약 두 달간 이 후보의 선대위와 거리를 두어오던 이 전 대표는 지난 23일 이 후보를 만났다.

10월 회동 때와는 달리 지난 23일 회동에서는 ‘국가비전 통한위원회’라는 성과물을 내놨다. 민주당 측 인사는 회동 후 백브리핑에서 이재명 ‘원톱’이 아닌 명낙 ‘투톱’으로 갈 것이라 선언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도와주겠다는 구체적인 플랜은 아직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명분상의 ‘투톱’이 될지, 명낙 콤비의 시너지를 보여줄지는 이 전 대표의 의중에 달려 있다. 후보 교체설이 힘을 받으면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표정 관리

이러나 저러나 유권자 입장에서는 한숨만 나온다. 지금 주어진 선택지 중 가장 나은 줄 알고 뽑아놓은 후보들이 계속해서 실망만 주고 있고, 선택을 하지 않은 인물들의 등판설이 뜬금없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만일 후보 교체가 현실화돼 이 전 대표와 홍 의원이 대선후보로 실제로 나온다면 유권자 입장에서는 그것 또한 씁쓸한 대선이 될 것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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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