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대선' 급부상 선수교체 시나리오

“후보도 반품이 되나요?”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소비자는 구매한 물품에 몰랐던 하자를 발견한다면, 판매자에게 당당히 반품을 요구할 수 있다. 투표의 경우는 어떨까. 유권자가 뽑아놓은 후보가 마음에 안 든다면? 유권자가 몰랐던 후보의 하자를 나중에야 알게 됐다면, 후보를 반품할 순 없을까. 요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거대 양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된 지 약 두 달이 흘렀다. 역대급으로 치열했던 경선을 뚫고 올라온 두 후보이기에, 대중은 그들이 본선에서 ‘꽃길’을 걸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형국은 이때의 예상과는 영 딴판이다. 양 진영에서는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소리만 연일 나오고 있다. 그들은 뭐가 그렇게 죄송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걸까.

가족 리스크
완주 어렵다?

현재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것은 ‘가족 리스크’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면, 아들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16일 한 매체는 이 후보의 아들이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의 장남 이동호씨는 2019~2020년에 걸쳐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한 온라인 포커 사이트에서 약 1400만원 규모의 도박을 했다. 

이씨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도박장을 전전하며 포커와 스포츠 토토 등을 즐겼고, 그럴 때마다 ‘후기 글’이라는 형태로 해당 사이트에 증거를 남겨 놓았다. 사이트에 남겨진 그의 글은 200개 이상이다. 


관련 보도가 쏟아진 후, 이 후보는 포토라인에서 고개를 숙이며 아들 관련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아비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 부모가 잘못한 결과라서, 제가 다 책임져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어 “어떠한 책임이라도 다 지겠다”며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당연히 선택의 여지없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씨는 해당 사이트에 도박 후기 글뿐 아니라 불법 퇴폐업소 후기 글까지 남겼다. 이씨는 사이트에 “너희도 돈 따서 여자 사먹어라” “OO업소는 가지 마라” 등 성매매를 암시하는 다수의 글을 게재했다.

도박 의혹처럼, 성매매 의혹마저 사실로 밝혀지면 이 후보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의 사정도 매한가지다. 윤 후보는 이 후보와는 달리 자녀가 없지만,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문제가 여러 가지 불거져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건 허위 경력서 논란이다.

김씨는 총 5개의 대학에 구직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제출한 김 씨의 이력서가 윤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김씨의 이력서에 허위 학력, 허위 수상 실적 등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둘 다…역대급 진흙탕 육탄전
속으로 웃는 이낙연·홍준표

김씨가 2013년 안양대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대상’ 수상이라고 적혀 있지만 해당 대회에는 대통령상, 우수상, 특별상 등 모두 세 종류의 상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김건희’ 혹은 개명 전 이름인 ‘김명신’이라는 이름은 수상자 명단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게임산업협회 임원 이력도 거짓으로 판명 났다. 김씨는 2007년 수원여대 지원서에 2002~2005년 기획팀의 기획이사로 재직했다고 써놨지만, 게임산업협회는 2004년에 설립됐다. 그가 일했다고 주장하는 2002년과 2003년에는 존재조차 하지 않은 협회인 것이다.

또, 2004년 협회 설립 당시 함께한 임원 명단에 그의 이름은 빠져 있다.

허위 이력서에 대한 논란이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으나, 국힘 측에서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2012 12월까지 차명 계좌 수십 개를 이용해 654억원 상당의 허위 매수 주문을 넣은 ‘주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김씨가 권 회장과 공모해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 3일 권 회장을 기소했고, 김씨에 대한 수사 또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이 후보에게는 아들이, 윤 후보에게는 배우자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대장동 사건’과 ‘고발 사주 의혹’ 등 후보 개개인의 문제도 산재해 있다. 대장동 의혹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이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해 이 후보의 대장동 수사가 다시금 언론의 주목받는 중이다.

고발 사주에 관련된 손준성과 김웅 등 윤 후보의 측근들은 곧 기소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선후보들에 대한 굵직굵직한 비리 의혹이 연이어 터지는 것을 보고 있는 정계 전문가들은 “이쯤되면 후보를 교체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스멀스멀 주장하고 있다. 

젓가락 
갈 데가…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리는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지난 2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과거 총선 등에선 후보를 교체하기도 하고 공천을 취소시키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선이기 때문에 또 이미 후보를 뽑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런 후보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없고 그냥 덮고 가는 것”이라 주장했다. 대선후보들의 교체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각 당의 극성 지지층들은 보다 직접적인 후보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친문(친 문재인) 성향의 단체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은 지난 18일 부산 서면의 한 거리에서 이 후보 규탄 집회를 주최 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이런 후보를 뽑아야 하느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원하는 대로 풀영상을 틀어드리겠다”며 이 후보가 형수와 통화하다가 했던 욕설 파일을 통째로 틀었다.

녹음 파일이 전부 재생된 후 당 관계자는 “들으면 으면 들을수록 끔찍한 사람이다. 저런 사람이 대권후보라는 걸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후보를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다.


윤 후보 사퇴에 대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는데 특히 지난 21일 이후로 한층 더 심해졌다. 각종 비리 의혹과 말실수 등으로 홍역을 앓았음에도 후보 교체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던 지지자들이 결국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상임위원장직 사퇴에는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났다.

이날 이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힘 선대위에서 맡고 있는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전날 있었던 조수진 최고의원과의 갈등이 그 이유였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 따르면 전날(20일) 선대위 간부급 회의에서 조 최고의원은 “이 대표의 말을 내가 왜 들어야 하느냐”고 발언했고, 이를 듣고 격분한 이 대표는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치는 등 강경하게 반발했다. 회의장에는 고성이 오갔고, 이후 두 사람은 SNS 등을 통해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고 수수방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재감 없는 리더’에 지친 이 대표는 결국 선대위를 박차고 나왔고, 지지자들은 비난의 화살을 윤 후보에게 돌리고 있다. 

국민의힘 게시판에는 지난 22일 오전에만 수백 건의 윤 후보 성토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후보 교체에 대한 의견이었다. “아내와 장모 문제에 더해 이제는 리더십에도 문제가 생겼냐”는 의견부터 “대선이 80여일 남았다. 후보 교체도 늦지 않았다” “후보 교체가 곧 정권교체다. 하루빨리 사퇴하라”는 의견까지 국힘 지지자들은 후보 교체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최종 경선을 통과한 대선후보들을 교체하는 것이 당헌 당규상 가능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당 모두 ‘가능’은 하다.


합법적인 
박탈 조건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 12장 ‘공직선거’법 104조(재추천) 1항에는 “공직선거 후보자로 확정된 자의 입후보 등록이 불가능하거나, 당규로 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때에는 당규로 정한 절차에 따라 추천을 무효로 하고 재추천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1항에서 말한 ‘당규로 정한 사유’는 민주당 당규 제 30조에 명시된 아홉 가지 경우다. 그중 이 후보에게 적용될만한 사유는 8항 ‘파렴치한 범죄전력자 등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와 9항 ‘공직후보자로 추천되기에 명백히 부적합한 사유가 있는 때’다.

만일, 아들 성매매 논란이 사실로 밝혀지거나 대장동 의혹 중 치명적인 사실이 수사 결과로 입증된다면, 당 지도부는 두 가지 항목을 적용해 이 후보를 최종 대선후보에서 박탈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 당헌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민의힘 당헌 제5장 74조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자의 선출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당내 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 의결로 후보의 운명을 판가름할 수 있다. 

당규 3절 제20조에 명시된 징계 사유는 총 네 가지인데, 윤 후보에게 적용될만한 것은 1항과 2항이다. 1항에는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라 쓰여 있고, 2항에는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라 적혀 있다.

즉,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이나 배우자 김씨의 ‘주가 조작’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민의힘은 그의 위법행위가 ‘유해한 행위’로 판단할 소지가 있고, 윤 후보의 대선후보 자격을 합법적으로 박탈시킬 수 있다. 

두 후보들의 연이은 사건·사고 소식에 빙그레 웃고 있는 두 인물들이 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다. 이 전 대표와 홍 의원은 지난 경선에서 두 후보에 밀려 2위를 기록한 인물들이다. 만일 두 후보에 대한 교체가 확정된다면, 두 후보가 출격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제 20대 대통령선거 최종 후보 등록은 내년 2월13일, 14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대통령선거에 나가려면 적어도 14일 오후 6시까지는 후보 등록을 마쳐야 한다. 그전까지 공정한 경선을 다시 진행해 후보를 선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족이 발목’ 까도 까도 깜이 아닌데…
여차하면 출격? 당헌·당규 교체 가능

각 당은 당 지도부가 후보를 선정할 여지가 있는 조항들이 있어, 지난 경선에서 차위를 기록했던 두 인물을 지도부 재량으로 후보로 위촉할 것이다.

이 전 대표와 홍 의원은 오랫동안 정치생활을 했던 인물들이다. 다선 국회의원이기도 하고 각각 지역의 도지사를 역임했던 이력도 있다. 선거 때마다 철저히 검증받았던 후보들이기에 가족 스캔들이나 새로운 비리가 나올 확률은 두 후보보다 현저히 적다.

홍 의원은 지난 21일 청년들과 소통을 위해 만든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대선후보 교체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그의 지지자가 후보 교체를 요구하자 홍 의원은 “대만 대선에서는 후보 교체를 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글쎄요”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홍 의원은 경선이 끝난 후 연설에서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고 말한 바 있다. 확실히 정해지지 않고서는 함부로 대선후보 교체에 대해 의견을 타진하지는 않을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 전 대표는 경선을 불복한 이력이 있다. 경선 직후 그의 지지자들은 민주당 지도부에게 재투표할 것을 요구했으나, 당의 완강한 거부에 밀려 결국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선대위 출범식 후, 약 두 달간 이 후보의 선대위와 거리를 두어오던 이 전 대표는 지난 23일 이 후보를 만났다.

10월 회동 때와는 달리 지난 23일 회동에서는 ‘국가비전 통한위원회’라는 성과물을 내놨다. 민주당 측 인사는 회동 후 백브리핑에서 이재명 ‘원톱’이 아닌 명낙 ‘투톱’으로 갈 것이라 선언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도와주겠다는 구체적인 플랜은 아직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명분상의 ‘투톱’이 될지, 명낙 콤비의 시너지를 보여줄지는 이 전 대표의 의중에 달려 있다. 후보 교체설이 힘을 받으면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표정 관리

이러나 저러나 유권자 입장에서는 한숨만 나온다. 지금 주어진 선택지 중 가장 나은 줄 알고 뽑아놓은 후보들이 계속해서 실망만 주고 있고, 선택을 하지 않은 인물들의 등판설이 뜬금없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만일 후보 교체가 현실화돼 이 전 대표와 홍 의원이 대선후보로 실제로 나온다면 유권자 입장에서는 그것 또한 씁쓸한 대선이 될 것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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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