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텔이냐 호피스텔이냐

오피스텔이 아파트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거용 오피스텔인 ‘아파텔’과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피스텔인 ‘호피스텔’이 주목을 받고 있다.

2~3인 가구의 지속적 증가세와 함께 이들 가구에서 수요도가 높은 전용면적 84㎡ 오피스텔인 아파텔이 분양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2~3인 가구는 958만5117가구로, 전체의 40.93%를 차지했다.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10.75%(865만4968가구→958만5117가구) 증가한 수치다.

2~3인 가구
지속적 증가

2~3인 가구 증가와 함께 전용면적 84㎡ 주거용 오피스텔인 아파텔에 관심도가 올라가고 있다. 전용면적 84㎡ 오피스텔이 청약 가점이 낮은 신혼부부나 2030세대에게 각광받으면서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대표 주택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최근 공급되는 전용면적 84㎡ 오피스텔은 3룸에 4Bay 맞통풍 구조, 안방 드레스룸, 팬트리 등 넉넉한 공간을 확보해 중소형 아파트와 흡사한 구조를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아파트 대비 청약, 대출 등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더해지면서 수요 쏠림 현상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인천 연수구에서 공급된 ‘더샵 송도엘테라스’는 144실 모집에 1만5077건이 몰려 평균 10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경기도 과천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청약에서도 89실 모집에 12만44 26건이 접수돼 평균 1398.04대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 이들 사업장은 모든 호실이 주거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전용면적 84㎡로 구성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격도 상승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경기도 하남시 ‘힐스테이트 미사역(2020년 7월 입주)’오피스텔 전용면적 84㎡는 올해 5월 10억1700만원에 거래돼 분양가 5억430만~5억1430만원 대비 최대 약 5억1000만원 이상 올랐다. 경기도 고양시 ‘원흥역 푸르지오(2021년 1월 입주)’오피스텔 전용면적 84㎡는 올해 4월 7억3325만원에 거래돼 분양가 3억5990만~4억8470만원 대비 최대 3억7000만원 이상 올랐다.

오피스텔의 또 다른 변신
아파트 대안으로 흥행몰이

해당 주택형의 분양이 많지 않아 희소가치도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분양했거나 분양 예정인 오피스텔 전용면적 61~85㎡ 이하는 총 1875실로 전체 물량의 약 5.43%에 불과하다. 분양시장에서도 올해 수도권에서 공급된 오피스텔 중 전용면적 60㎡ 초과 면적에서 미달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입주민에게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피스텔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명 호피스텔이라 불리는데, 호텔식 서비스에 오피스텔이 겸비된 서비스 주거 형태다. 최근 호피스텔도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호텔식 서비스를 넘어 오피스텔 시장에 ‘컨시어지 서비스’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컨시어지 서비스란,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모든 것을 일괄적으로 처리해주는 서비스로, 주로 고급 호텔에서 제공하는 세탁, 청소, 음식 제공, 발레 등의 서비스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최근 주거기능이 강조되고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시장에서 컨시어지 서비스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3040 젊은 세대들이 주택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가운데, 주거지 선택에 있어 생활의 편의성을 특히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젊은 수요 층을 사로잡기 위해 차별화 전략으로 컨시어지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호텔급 서비스가 제공되는 하이엔드 오피스텔은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높은 선호도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분양한 ‘리버뷰 나루 하우스(전용면적 63~83㎡ 113실)’는 최고 16억원의 높은 분양가에도 모든 호실이 조기에 완판 됐다. 같은 해 서울 광진구에서 분양한 `더라움 펜트하우스(전용면적 58~74㎡ 321실)`는 최고 17억원이 넘는 고가에도 3개월 만에 계약을 마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에 집중된 규제에 전세난 등이 더해지면서 중소형 아파트와 흡사한 전용면적 84㎡ 아파텔이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전용면적 84㎡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자는 많은 반면, 공급은 희소하기 때문에 오피스텔의 단점으로 거론되는 환금성에서도 비교적 유리하다”며 “호피스텔의 경우는 치열해지는 오피스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 전략의 하나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에 분양(예정) 중인 주요 아파텔과 호피스텔.


넉넉한 공간 확보
수요 쏠림 현상도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 금호건설이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고색2지구 B1-1블록과 B1-2블록에서 서수원 일대를 대표할 주거용 오피스텔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 806실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15층 12개 동 규모이다. B1-1블록 전용면적 84㎡ 513실, B1-2블록 전용면적 84㎡ 293실 등 806실 모두 84㎡ 단일 면적 오피스텔로 꾸며진다.

많지 않아
희소가치↑

4베이 위주로 설계해 오피스텔의 단점을 극복한 맞통풍 구조(일부 호실 제외)로 통풍과 환기가 좋다. 계절용품 등을 보관할 수 있는 팬트리, 옷과 다양한 물품을 수납할 수 있는 드레스룸도 있다. 가변형 벽체 설계로 가족구성원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필요에 따라 공간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15만5000여㎡ 규모의 고색2지구는 의료지원시설, 상업·업무시설, 판매시설, 공원 등이 조성돼 들어설 계획이다. 인접한 고색1지구까지 합치면 주거시설도 약 4000가구의 미니 신도시 급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고색2지구에는 지하 4층~지상 10층 706병상 규모의 덕산의료재단 종합병원이 착공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높다. 대형판매시설용지가 있어 대형마트도 들어설 예정이다.

수인분당선 고색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수원역도 가깝다. 수원역은 향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개통될 계획이어서 삼성역까지 약 20분이면 닿는다. 호매실IC, 금곡IC, 북수원IC 등을 통한 평택파주고속도로 및 영동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등으로 접근도 쉬워 서울은 물론 수도권 내·외곽으로 이동도 빠르다.

호텔급 서비스
높은 선호도

사업지 바로 옆에 권선구청, 권선구보건소, 수원서부경찰서 등 공공기관이 있는 권선행정타운이 형성돼 있고 고색초, 고색중, 고색고교도 도보로 갈 수 있다. 또한 롯데몰(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시네마), AK플라자, CGV, KCC몰 등이 주변에 있다. 가까운 거리에 약 35만㎡ 규모의 수원 스타필드(2023년 예정)가 조성되고 8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수원 델타플렉스가 가까운 것도 강점이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 현대건설이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 운정역 일대 중심상업지역(파주시 와동동 1471-2·3번지, F1-P1·P2블록)에서 ‘힐스테이트 더 운정’을 분양한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문화 및 집회시설,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 등이 모두 어우러진 매머드급 주거복합단지로 개발된다. 지하 5층~지상 49층, 13개 동, 연면적 약 82만8000㎡, 총 3413세대(아파트 744세대, 주거형 오피스텔 2669실)규모로 지어진다. 이중 주거형 오피스텔 2669실(전용면적 84㎡, 147㎡)을 분양할 계획이다.

단지 내에 대규모 상업·문화시설이 마련될 예정으로 입주민들은 향후 멀리 나가지 않고도 각종 편의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입지적으로도 탁월하다. 경의중앙선 운정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단지다. 해당 사업 시행사인 하율디앤씨는 운정역과 파주운정신도시와 연결된 공중보행덱을 추가 연장하고 브리지(가교)를 통해 단지와 직접 연결시킬 계획이다. 추가 연장·증설되는 공중보행덱이 모두 완공되면 해당 단지 입주민들은 단지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곧바로 운정역까지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서울문산고속도로와 제2자유로 이용이 수월하며 운정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광역급행버스(BRT)도 다수 갖추고 있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요지역으로 이동도 수월하다. 사업지 남단에 위치한 운정호수공원은 대지면적 72만여㎡ 규모에 달하는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단지 바로 동쪽에 생태 하천인 소리천이 있어 여유롭게 산책도 가능하다.

와동초교와 지산초교를 모두 걸어서 통학할 수 있으며 지산중·한가람중도 근거리에 있다. 가람도서관이 단지 바로 옆에 있어 자녀들의 방과 후 학습도 수월할 전망이다.

 


▲마포 뉴매드= 서울 한복판 마포구에서 고급 주거 상품 ‘마포 뉴매드 오피스텔’이 분양된다. 한토플러스㈜와 ㈜하나자산신탁이 시행하고, ㈜범양건영이 시공하는 단지는 서울 마포구 마포동 195-1번지 일대에 1개동 지하 7층~지상 20층, 오피스텔 294실 전용면적 25~79㎡로 조성된다.

여유로운 공간 활용을 위한 복층형 설계를 도입했다. 일부세대는 전용 테라스까지 갖추고 있으며 전 타입이 티피·요트·카라반 등의 테마를 주제로 한 독특한 컨셉튜얼 유니트로 제작된다. 단지에는 유명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초호화 커뮤니티도 조성된다. 우선 단지 내부에는 실내 수영장, 입주민 전용 고급라운지, 피트니스가 마련돼 입주민의 수준 높은 워라블 라이프를 지원한다. 주기적으로 집을 청소해주는 룸 클리닝 서비스를 시작으로 발레, 리무진,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조식 제공, 렌털, 장보기 서비스 등 주거 전반에 걸친 다양한 리빙 서비스도 제공된다.

단지가 조성되는 마포동 195번지 일대는 한강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단지로 중층 이상 호실의 경우 한강 조망권을 가질 수 있다.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진입도 쉬워 서울 및 수도권 전역으로의 이동도 편리하다. 바로 주변으로는 마포를 대표하는 상업지구가 위치해 주거 편의성도 좋다. 지하철 5호선 마포역과 직결된 초역세권 단지로 서울 3대 업무지구인 여의도와 종로 업무지구로의 신속한 접근이 가능하다.

 

▲건대 트레비앙= 은일종합건설㈜에서 시공, 아시아신탁㈜에서 신탁을 수행하는 ‘건대 트레비앙’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지하 4층부터 지상 18층으로, 오피스텔은 387세대이며 타입은 총 4가지로 갖추고 있다. 입주민을 위한 개인금고도 설치되어 있으며 카셰어링&방문 건식 세차 서비스, 휘트니스 센터, 짐 보관 서비스, 조식 딜리버리 서비스, 건강검진 서비스, 라이프케어 서비스 등 호텔식 서비스도 제공된다.

주변에 지하철 2,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이 100m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7분 거리에 강남과 잠실 생활권을 모두 누릴 수 있다. 또한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 등을 활용할 수 있어 강남 및 강북 주요업무지역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조식, 검진에
개인금고까지


건물 자체가 상업지역에 있어 이마트, 롯데백화점, CGV, 스타시티몰, 로데오거리, 건국대병원 등 편의시설을 활용하기 좋다. 이외에도 양꼬치거리, 뚝도시장, 광진문화예술회관과 가까우며 동서울 우편집중국 등 관공서도 가깝다. 어린이대공원, 서울숲, 뚝섬한간공원 등의 숲세권 역시 활용하기 좋다.

인근에 화양초, 성수초, 자양초, 성자초, 신자초, 경수초, 경수중, 자양고, 건국사대부속고 등의 초중고교가 있어 자녀 통학에 유리하다. 세종대, 건국대, 한양대 트리플 학세권 캠퍼스타운이 갖춰져 수요층이 두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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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