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도이치모터스가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이참에 회사는 서른여섯의 젊은 대표이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물론 총수의 장남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법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대상으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심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게 법원의 영장 발부 사유였다.
구속된 오너
법원의 이번 결정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가 나흘 전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같은 달 12일 검찰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주가 조작 ‘선수’로 불리는 이모씨를 비롯한 외부 세력을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부양한 혐의 등으로 권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검찰은 외부 세력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구매한 뒤 권 회장에게 넘겨받은 내부정보를 외부로 흘려 매수를 유도하고, 미리 책정한 매매가격에 주식을 거래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권 회장이 해당 과정에서 몸통이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매매가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1599만여주(약 63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너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한 도이치모터스는 일시적이나마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양상이었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는 예상과 달리 신속한 위기 대처 능력을 보여줬다. 권 회장이 구속된 이튿날 오너 2세를 경영 최전선에 배치하는 인사를 결정한 것이다.
지난달 17일 도이치모터스는 권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권 회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고 밝혔지만, 주가 조작에 따른 구속이 사임의 이유라는 점은 명백했다.
주가 조작 의혹 “쉽게 못 나온다?”
대표이사 승진…금수저의 힘
공석이 생긴 대표이사 자리는 권혁민 부사장으로 채워졌다. 1986년생인 권 부사장은 일리노이주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삼성물산을 거쳐 2016년 도이치모터스에 입사했다.
권 부사장은 이립을 갓 넘긴 시점부터 회사 내 요직을 거쳤다. 2016년 인사, 출고, 마케팅, CS 본부를 총괄하는 상무(미등기임원)로 승진했고, 2017년 전무(미등기임원)로 승진한 이래 전략기획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정기주주총회을 거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계열회사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도이치아우토와 브리티시오토의 사내이사, 도이치파이낸셜과 지카의 기타비상무이사를 수행 중이다.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도이치오토월드 기타비상무이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권 부사장의 남다른 혈연은 초고속 승진을 설명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권 부사장은 권 회장의 장남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일찌감치 회사의 후계자로 분류돼왔다.
특수관계인 지분 보유 명단을 통해서도 권 부사장의 입지를 엿볼 수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도이치모터스 오너 일가의 지분율 총합은 31.97%(946만9922주). 지분 26.66%(790만4348주)를 보유한 권 회장이 최대주주, 권 부사장은 지분율 3.94%(116만6847주)로 2대주주에 등재돼있다.
다만 권 회장이 연루된 주가 조작 의혹이 권 부사장의 경영 활동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만약 법원이 권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할 경우 오너 일가 구성원인 권 부사장 역시 도의적인 책임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타로 장남
게다가 벌써부터 상장폐지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법원 판결을 통해 권 회장이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게 확정되면, 건전한 자본시장을 방해하는 행위로 분류돼 최악의 경우 처벌 수위 결정 과정에서 상장폐지가 논의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