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미국 대통령들의 골프 사랑

미국 대통령들은 얼마나 골프를 열심히 즐겼을까. <뉴욕타임즈>의 밥 에드워즈 기자는 ‘대통령과 골프’라는 기사에서 20세기 미국 대통령 19명 중에서 15명이 골프를 칠 정도로, 골프는 미국 대통령들과 밀접한 스포츠라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들은 순전히 개인의 취미 차원에서 골프를 즐겼다. <First Off The Tee>의 저자인 돈 반 나타에 따르면 1913년 당선된 28대 토마스 윌슨 대통령은 훗날 최고의 골프광 대통령이었던 아이젠하워보다도 더 골프에 매진했으나 한 번도 100타를 깬 적이 없다.

각양각색

전임 34대 아이젠하워 못지않은 골프광이었던 35대 존 F. 케네디는 역대 대통령 중 핸디캡 8의 실력에다 스윙이 가장 출중한 골퍼 중 한 명이었던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아이젠하워와는 달리 대중 앞에 내놓지 않고 비밀리에 골프를 즐겼던 그는 아아젠하워를 ‘얼간이 대통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스윙에 관한 한 그는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석을 향한 연습에 매진했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스탠스를 좁게 잡고, 백스윙은 낮고 짧게 하면서 되도록 몸통이 꼬이는 스윙은 자제하고 백스윙을 적게 한 뒤 빨리 다운으로 끌어내리는 자연스러운 스윙을 했다. 교본에 의한 정석 스윙에 집착했던 그는 티칭 프로를 백악관으로 불러 개인지도를 받아야 직성이 풀리곤 했으며, 연습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19명 중 15명 골프광
케네디, 남모르게 연습벌레

그는 거리낌 없이 골프를 치는 속전속결 골퍼였으며, 홀을 건너뛰어 다른 홀에서 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따금씩 18홀에서는 동료들이 홀아웃을 하기도 전에 먼저 차에 올라타고, 영부인이 있는 북쪽이 아닌 남쪽으로 차를 돌려서 경호원들이 허겁지겁 따라가야 하는 낭패를 겪기도 했다.

많은 국민은 그가 골프를 치는지조차 몰랐다. 백악관에 입성하고도 비밀리에 골프장을 간 관계로 사람들은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나중에야 그가 골프를 치고 있다는 것을 알 정도였다.

마릴린 먼로와의 관계에서는 CF를 찍은 것 외에는 그녀가 골프를 치지 않았던 관계로 적어도 골프장에서의 염문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영부인 재클린과 아들을 불러 이따금씩 가족이 함께 골프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 세기가 넘는 현재까지도 케네디와 먼로의 관계가 의문에 쌓인 채 그들이 함께 찍힌 현존하는 유일한 사진은 1962년 5월19일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케네디의 생일 축하 겸 민주당 모금 파티에서 찍은 것으로, 축가를 부른 먼로, 존 케네디, 동생 로버트 케네디가 함께 있는 사진이다.

FBI는 미국에서 존재하는 케네디와 먼로가 함께한 사진을 모두 찾아 소각시켰는데, 이 사진 역시 수거됐으나, 바닥에 떨어진 필름 네거티브를 빠뜨리는 실수를 범했다. 사진을 찍은 세실 스토턴 백악관 전속 사진사는 영부인 재클린의 심기를 건들지 않고 숨기고 있다가 훗날 5만달러에 중계상에게 넘겼다.

먼로는 사진이 찍힌 이후 석 달만인 1962년 8월5일 의문사를 당했고, 이듬해 11월22일 케네디가 댈러스에서 암살당했다. 사진 속에 등장했던 동생 로버트 케네디마저 1968년 6월6일 암살당했다.


케네디의 임기를 채운 36대 린든 존슨 대통령은 대책 없는 골퍼였다. 18홀 동안 무려 400회가 넘는 연습 스윙을 했고, 심할 때는 티박스에서 무려 10번의 연습 스윙을 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불평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워터 게이트로 잘 알려진 37대 리차드 닉슨은 재임 시절 중 골프를 그만뒀다. 한 때 79타까지 기록한 그는 골프보다는 정치를 우선하면서 대통령직에 매진했지만 결국 임기 중 퇴진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클린턴, 멀리건으로 유명
오바마, 가장 양심적인 골퍼

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는 보브 호프 등과 플레이를 하면서 샷을 하면 오른쪽에 있는 갤러리 중 누군가를 맞추는 지독한 슬라이스의 명수였다. 좋은 스윙은 아니었음에도 이따금씩 80대를 치는 실력으로 사람들을 놀래키곤 했다.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는 마스터즈의 고향인 조지아주 출신이면서도 골프를 치지 않았다. 40대 로널드 레이건은 73세라는 고령에 대통령이 되어 골프는 쳤으나, 그다지 열성적인 골퍼는 아니었다. 체력을 고려해 재임 기간 중 겨우 10여 차례만 골프를 쳤다.

다만 힘들지 않은 퍼팅은 좋아해 집무실에서 인조 매트를 깔고 퍼팅을 주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은 멀리건으로 유명해 별명도 빌리건이었다. 경호원들과 함께 치면서 타수도 줄여서 기록하기 일쑤였으며 웬만한 거리의 퍼팅도 컨시드를 받곤 했다.

18홀이 끝난 뒤 분명 120타였지만, 스코어카드에는 82타로 기록되기도 했다. 타이거 우즈와의 라운딩에서도 여러 번 멀리건을 받아, 18홀을 도는 데 무려 6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1998년 박세리가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했을 당시에도 그는 라운딩을 제의하는 등 프로들과 동반 라운딩을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43대 대통령 조지 부시는 광적으로 골프를 즐겼던 아버지 부시와는 달리 골프는 쳤지만, 그토록 미치지는 않았다. 8년 재임하는 동안 24번에 그쳤는데,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18홀을 몇 시간 만에 끝내느냐였다.

핸디캡 15 정도였던 왼손잡이 부시는 다양해서 친구들이나 백악관 관리. 혹은 여성 각료 등과도 간혹 라운딩을 가졌다. 부시는 라운딩 도중 그의 샷과 세계 정세를 한꺼번에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44대 오바마 대통령은 양심적으로 골프를 쳤으며, 겸허하게 플레이를 하던 보기 플레이어였다.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오바마는 코치의 정석 스윙을 거절하고 “자연스러움에 맡겨야 한다”면서 본능적인 동작을 따랐다. 그는 코치보다도 벤 호건 등 골프 서적에서 스스로 터득한 스윙을 고집했다.

체구에 비해 장타는 아니지만, 그가 미국골프협회에 제출하고 인정받은 공식적인 핸디캡은 2.8이다. 화창한 날씨에 화이트티에서 치고, 짧은 퍼팅은 컨시드를 받으면서 70타 중반에서 80타 초반을 기록했다.


밀접한 취미

비록 드라이버 거리는 230야드 정도지만, 롱아이언 샷이 특기다. 드라이버는 위에서 내리치면서 높이 뜨는 바람에 거리가 짧은 반면, 아이언샷은 낮고 길게 날아가 트러블샷이 별로 없다.

오바마의 뒤를 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뛰어난 아무추어 골퍼이자, 골프 사업가였다. 뉴욕, 플로리다 등 미국은 물론이고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에 17곳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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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건축·재개발사업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집단이 수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일종의 ‘팀플레이’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사업에 투입되다 보니 이권 다툼을 넘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일요시사>가 세운5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복마전’을 포착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겉으로만 순항 중? 2023년 기준 세운5구역 PFV의 주주는 이지스자산운용(16.46%), 교보자산신탁(10%), 이지스제454호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31.05%), 이지스네오밸류블라인드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1호(13.95%), 이지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62호(12.34%) 등으로 구성됐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16.2%)을 가지고 있었으나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에 힘이 붙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대신자산운용은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비 조달에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이다. 예정대로 2030년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가 들어서게 된다. 이주 상황도 순조롭다. 세운5구역 PFV는 중구청 주도로 산림동 상공인회와 체결한 3자간 상생 협약을 통해 강제적인 명도와 퇴거 없는 이주를 진행 중이다. 이주와 건축물 철거로 일어날 수 있는 인권 침해,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최소화하려는 취지로 맺은 협약이다. 지난 3월에는 지역 상인 174명 가운데 172명이 상생 협약에 합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표면상으론 순항하는 듯한 사업의 이면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최소 3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세운5구역 PFV가 설립될 당시 대표이사와 이사로 참여했던 이들을 비롯해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던 관계자들,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자 등이 송사에 휘말려 있다. 구체적으로 ▲손해배상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 등이다. 세운5구역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매입가를 둘러싼 갈등은 경찰과 검찰 고발로 시작해 수년간 조사가 이뤄졌다. 일부 고소·고발 건은 결론이 났지만 몇몇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한때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했던 이들이 법정까지 가게 된 시발점은 ‘돈’이다.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시행사 지분을 매입하고 사업권을 확보하는 데 들인 비용, 세운5구역 PFV가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쓴 비용 등을 합하면 약 480억원에 가까운 돈을 둘러싼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사건의 실체를 알고 싶으면 자금의 흐름을 쫓으라’는 수사의 금언처럼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2018년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2018년 8월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은 세운5구역(5-1구역, 5-3구역) 토지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금 조달 역할로 이지스자산운용 참여 480억원으로 시행 관련 지분 모두 인수 2019년 1월 염씨가 대표로 있던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 등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연합 등은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이미 체결된 계약을 추후 설립될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승계하는 역할 등을 맡았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 등의 역할을 하기로 했다.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시행을 위한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주주협약서를 작성했다. 그 결과 ㈜세운5구역 PFV가 설립됐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 17.2%, 이지스펀드 29.9%,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 측이 소유한 지분 비율은 47.1%로 같다. 세운5구역 PFV의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세운5구역 PFV가 설립되기 전인 2019년 1월 연합 등이 오씨, 권씨, 최모씨, 박모씨 등과 공동사업 약정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공동사업 약정서에 따르면 연합 등(공동사업자1)은 사업의 총괄 대표 지위를 갖고 대외 활동 업무 등을 담당하기로 했다. 4명(공동사업자2)은 토지 및 건축물 매입 등 사업부지를 확보하는 제반 업무 등을 담당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씨 3% 등으로 나눴다. 4명 가운데 박씨는 세운5구역 PFV 이사로도 참여했다. 다시 말해 공동사업 약정을 맺은 사업자 가운데 연합 대표인 염씨와 공동사업자2의 박씨만 세운5구역 PFV에 이사로 합류했고 오씨와 권씨, 최씨 등 3명은 연합 등과 약정을 체결한 것이다. 2020년 12월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 등은 주주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다. 연합 45%, 이지스자산운용 16.46%, 이지스펀드 28.54%, 생보부동산신탁 10% 등으로 지분 비율이 조정됐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여전히 50대 50 비율을 유지했다. 실제 세운5구역 PFV는 염씨와 박씨 등 연합 측 인사 2명과 이지스자산운용에서 파견 나온 2명으로 이사진을 구성했다. 당시 주주협약서에 기재된 합의 사항에도 ‘세운5-1구역, 5-3구역 개발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사업 이익은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지스펀드가 50 대 50 비율로 수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법정 공방 검경 수사 주주협약과 공동사업 약정 등으로 틀을 유지하고 있던 구도가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은 2021년 1월 경이다. 연합 등은 공동사업 약정으로 묶여 있던 오씨·권씨·최씨·박씨에게 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공동사업 약정에 기재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공동사업자에 손해를 끼쳤고 이 과정에서 신뢰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는 주장이다. 박씨를 제외한 오씨와 권씨, 최씨는 연합 등의 해지 통보에 반발해 “귀사의 이 사건 해지 통보가 여러모로 부당하고 그 의미조차 불명하므로 ‘조합의 해산을 청구한다’는 것인지 ‘귀사들이 조합에서 탈퇴하겠다는 것인지’ 여부를 밝혀주시고 기간 내에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면 탈퇴 의사로 간주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맞섰다, 연합은 더 나아가 공동사업 약정 해지 통보 9개월 뒤인 2021년 10월 이지스자산운용과 주식매매 예약 계약을 맺기에 이른다. 연합이 소유한 세운5구역 PFV 지분 전량을 이지스자산운용에 200억원에 매도한다는 내용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증거금 명목으로 30억원, 이후 2022년 1월 138억원, 32억원 등을 연합에 지급해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시행권을 완벽하게 확보했다. 문제는 연합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200억원 외에 사업권 확보를 명목으로 들어간 자금에 몇 가지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점이다. 실제 주식 매매대금 외에도 연합 측은 주식 유상감자 대금 명목으로 18억5000만원, 정산금 28억2000여만원, 세운5구역 재개발 사업 PM계약 해지 합의금으로 132억6600만원 등 약 179억원을 받았다. 이지스자산운용과 세운5구역 PFV에서 연합으로 들어간 돈이 379억원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 연합 등과 공동사업 약정을 맺고 토지 매매 업무 등을 담당해 온 3명에게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돈이 지급된 배경과 이유 등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1년 12월 이지스자산운용은 오씨와 권씨, 최씨에게 각각 60억원, 30억원, 14억원 등 총 94억원을 송금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관한 공동사업권을 양수·양도한다는 계약을 체결하고서다. 연합의 세운5구역 PFV 지분을 모두 사들인다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2개월 만이다. 공교롭게도 3명이 받은 돈은 지분 비율(30%:10%: 7%)에 비례했다. 이전까지 오씨 등 3명은 이지스자산운용, 세운5구역 PFV 등과 어떠한 계약도 맺지 않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씨 등 3명이 염씨와 박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세운5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대다수의 약정이 연합 명의로 체결됐다. 유일한 예외가 이지스자산운용과 오씨 등 3명이 맺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공동사업권 양수도 계약이다. 땅값 뻥튀기 쌍방 무혐의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미팅에서 비슷한 맥락의 말을 했다. 관계자는 “공동사업 약정서를 보면 연합이 모든 것을 대표해 사업을 진행하는 걸로 돼있다. 저희(이지스자산운용)는 이 법인(연합)이랑 한 거지, 이 개인들(오씨 등 3명)과 한 게 아니다. 그들 문제는 내부 사정”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100억원에 가까운 돈이 나간 것이다. 당시 세운5구역 PFV 내부 사정에 밝았던 한 관계자는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씨 등이 시행사, 이지스자산운용, 총괄 책임자 등에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다. 법원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가압류까지 진행됐다. 94억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돈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연합에 추가로 지급된 179억원, 오씨 등에 준 94억원 등은 “사업을 온전히 가져오기 위한 자금이었다”며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들이 한 역할에 대한 대가로 지급한 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면 여기(오씨 등 3명)는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리니까 내게도 배임 등 혐의로 소송을 걸었다. 그만큼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우리는 그쪽과 완전히 연을 끊고 싶었고 지분이 (그쪽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걸 전혀 원하지 않았다. 그걸 위한 대가였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의 해명대로라면 박씨의 지분 3%는 그대로 남은 상태다. 공동사업자 가운데 연합을 제외하고 오씨 등 3명의 지분 47%에 대한 값은 치렀으면서 박씨는 제외한 것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박씨는 사업 초반에 세운5구역 PFV 이사로 있다가 얼마 안 지나서 사임해서 나갔다”며 “협의 대상자도 아니었고, 협의 과정에서 한번도 나타난 적 없다. 역할도 없었다”고 답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오씨 등 3명은 세운5구역 PFV는 물론 이지스자산운용에 양도할 사업권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업무에 대한 보상이나 수익 배분 등은 연합과 맺은 공동사업 약정에 따라야 한다. 실제 오씨 등이 염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이 공동사업 약정에 기반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오씨 등에게 돈을 준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공동사업자2는 연합에서 챙겨줬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맞다. 하지만 연합에서 줄 리가 만무하지 않나. 그러면 언제까지나 우리가 소송 당사자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럴 바엔 ‘너희도 역할을 했고 우리가 돈을 줄 테니까 끝내자’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과 관계없던 이들에게 94억, 왜?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돈 줬다” 박씨의 역할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반박이 제기됐다. 세운5구역 PFV와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이사회 결의라는 ‘적법한 절차’가 있었기에 문젯거리가 될 게 없다는 태도다. 토지 매입 과정에서 불거진 ‘땅값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경찰, 검찰 조사에서 불송치, 무혐의 처분이 나온 것에도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는 주장이 영향을 미쳤다. 세운5구역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쌍방 고소·고발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당시 염씨가 오씨를 고소한 사건이 증거불충분으로 최종 무혐의 처분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오씨와 염씨 등은 친인척, 지인 등을 동원해 원주민의 땅을 사들인 다음 연합이 다시 매입하는 방식을 사용해 토지를 확보했다. 이때 원주민에게 매입한 토지가는 시세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연합이 토지를 재매입할 때는 최초 매입가의 2배가량 높게 사들였다. 원래 연합이 원주민의 토지를 매입해야 했는데 그사이에 이른바 ‘특수관계인’이 개입해 이득을 본 것이다. 염씨가 오씨 등을 상대로 공동사업 약정을 해지 통보할 때도 이 ‘땅값 부풀리기’ 의혹을 신뢰 파탄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검찰은 토지 확보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한 것, 감정가와 크게 차이 없는 가격에 토지를 매입한 점, 이사회 결의로 ‘정당성’을 확보한 점 등을 들어 기소하지 않았다.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세운5구역 PFV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연합이 매입한 토지의 매수인 지위 등은 세운5구역 PFV로 승계됐다. 문제는 이때 의사회 결의가 있었는지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2019년 1월에 맺은 공동사업 약정에 따르면 ‘토지매입용역계약 체결 및 매매 계약의 매수인 지위 승계’는 이사회 특별 결의 사항이다. 이사 전체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었다는 뜻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씨는 16번에 이르는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단 한 번도 자신이 참석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무효 소송도 그 배경에서 진행 중이다. 실제 이사회가 열렸다고 서류에 기재된 일시에 전혀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고 근거를 들었다. 카드 사용 명세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해명마다 모순 나와 이지스자산운용의 주장과 완벽하게 배치되는 지점이다. <일요시사>가 만난 한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박씨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총괄 책임자의 말을 뒤집어야 한다”며 “국내 최고의 자산운용사가 이렇게 허술하게 해명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