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고 생리장애 피해담

“두 달째 하질 않아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서정 기자 =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느려졌다. 접종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각자의 이유로 접종을 기피하고 있다. 여성들의 경우엔 부정출혈 등의 부작용 영향이 크다. 최근 백신을 맞은 후 부정출혈과 생리불순을 경험했다는 부작용 사례가 쏟아지자 접종을 기피하는 여성이 늘었다.

지난 8일 백신을 접종한 후 사흘 만에 숨진 장애인 수영선수 이모씨의 가족이 순천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사망 인과성 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유가족과 장애인 단체는 심의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몸에 이상?

장애인 수영선수 이씨는 지난 7월29일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한 뒤 사흘 만인 지난 8월1일 사망했다. 백신으로 이씨가 사망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부검 등 조사가 진행됐다.

그 결과 질병관리청 심사위원회는 백신과 이씨의 죽음은 인과성이 부족하다는 판정 결과를 내렸다. 숨진 이씨의 오빠는 “가족에게 돌아온 것은 피해자의 죽음과 백신은 인과성이 부족하다는 한 장의 결정문이었다”며 “사형선고를 두 번 내린 것이나 다름없는 판정 결과였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일며 백신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1일 청원인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친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후 백혈병 판정을 받고 엿새 만에 숨졌다는 사연을 올렸다.


이 후 게시판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다음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생했다는 청원이 잇따랏다.

청원에 따르면 기저질환을 앓지 않고 건강했던 이들이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화이자, 모더나 백신 등을 접종한 후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혈액암 등을 진단받았다.

이와 관련된 자문을 맡은 대한혈액학회는 백신을 접종 한 후 단기간 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기존 이론에 맞지 않고, 인플루엔자(계절 독감) 백신 등 이전 백신들과도 인과성이 보고된 사례가 코로나19 백신과 백혈병 간에 인과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달 1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26일 이후 신고된 이상반응 의심 신고는 누적 31만건을 넘어섰다. 다른 증상으로 신고했다가 중증으로 악화돼 사망한 경우를 포함하면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된 사례는 3000여건 미만으로 전체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최근에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여성들이 부정출혈과 생리불순을 경험했다며 부작용을 신고한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B씨는 지난 7월28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후 부정출혈을 겪었다. 9월1일 2차 접종을 마친 B씨는 11월에도 생리 전 주부터 부정출혈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백신 접종 시 월경장애에 대한 사전고지가 없었고 의자에 앉자마자 바로 접종을 했기 때문에 자신의 증상이 백신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자신보다 더 아픈 사람들도 인과관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1차 접종이 끝난 후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병원에 알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C씨는 지난 9월15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한 뒤 두 달 째 생리를 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임신 가능성이 없음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생리불순이 두 달 째 이어지자 두려움에 시달린 C씨는 “최근 찾은 병원의 의사도 백신 접종과 별개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스트레스 요인일 수 있다는 말만 했다”고 하소연했다.

부정출혈, 생리불순 등 부작용
“인과성 없다” 정부 대응 불만

C씨는 “질병관리청에서는 인과성에 대한 결과는 늦게 나온다고만 통보하고 아무런 연락도 없다”며 당국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그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매뉴얼이 미흡하다며 정부가 줄줄이 나오는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에게 기저질환과 연관 지으며 인과성이 없다고만 단정 짓고 국민들에게 무작정 백신 맞기를 권고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실제 지난달 1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 후 이상반응 신고서 기타 항목에 여성 ‘부정출혈’ ‘생리’ 등으로 신고된 사례는 1177건이었다.

화이자 백신이 883건으로 가장 많고, 모더나 201건, 아스트라제네카 82건, 얀센 11건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407건으로 가장 많고, 30대 293건, 20대 260건, 50대 207건 순이었다. 

추진단은 지난 3일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부정출혈, 생리주기 변화와 같은 ‘월경장애’ 이상반응과 백신 간 인과성이 없다고 밝혔다. 생리 이상은 스트레스, 피로, 갑상선 질환, 자궁근종 등 다양한 원인으로 유발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추진단에 따르면 국내에선 접종 후 월경장애와 관련해 18건, 영국에선 지난달 18일까지 3만2455건이 보고됐다.

더 큰 문제는 백신을 접종한 후 월경장애를 겪는 여성들의 부작용 사례가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월경장애는 백신 이상반응의 주요 분류 속에 포함돼있지 않았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 시스템에도 발열, 통증, 부기 등의 항목은 있지만 ‘월경장애’ 혹은 ‘하혈’ 등의 증상은 없었다.

백신 접종 후 이 같은 부작용을 겪는 여성들의 수치가 월경장애가 이상반응 신고 시스템의 보기에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과소 추정됐을 가능성도 있다. 

또 ‘기타’ 항목을 선택한 채 자신이 경험한 부작용을 써서 제출하면 일괄적으로 “위의 증상은 경증으로, 보건소 보고는 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 메시지가 뜨기도 한다. 이런 안내 메시지는 월경장애를 백신 접종 이상반응으로 신고한 이들이 본인의 증상을 ‘경증’이라 생각하게 하고, 병원 방문을 꺼리게 만든다.


1차 백신 접종 후 월경장애를 신고하기 위해 이상반응 신고 시스템을 이용해본 여성들은 2차 접종 후 같은 부작용을 겪어도 자신의 증상을 신고하지 않게 될 확률도 높다. 신고의 효용에 불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되자 지난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부정출혈(하혈)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란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는 총 4만6982명이 동의했다. 

코로나19 백신은 급박한 상황 때문에 개발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용화됐다. 이에 앞으로 많은 부작용이 밝혀질 것이라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접종 기피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미국(승인 연기) 등에서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밝혀지는 것만으로도 접종을 중단하기도 한다. 현재 코로나 기타 항목에 월경장애 등을 별도 기입할 수는 있지만 추진단은 여성들 사이에서 자주 보고되는 생리불순, 생리통 악화, 하혈 등 월경장애 이상반응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항목을 추후 추가하기로 했다. 아울러 인과성이나 발생 양상에 대해서도 전문가 등과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lyricki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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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