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형지그룹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완성된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글로벌 사업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계획이 착실히 이행되는 양상이다. 다만 결코 낙관적이지 않은 형지그룹의 최근 행보가 문제다. 마천루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들린다.
지난 18일 형지그룹은 인천 송도에서 신사옥 준공식을 가졌다. ‘형지 글로벌패션복합센터’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형지그룹 신사옥은 대지면적 1만2501.6㎡에 지하 3층~지상 23층으로 지어졌다. 오피스(지상 17층), 오피스텔(지상 23층), 판매시설(지상 3층) 등 총 3개동으로 구성됐다.
약일까
앞서 형지그룹은 신사옥을 'K패션 글로벌 전초기지'로 조성한다는 복안을 내비친 상태였다. 2016년 글로벌 상표권을 인수한 프랑스 오리지널 브랜드 ‘까스텔바작’의 글로벌 역수출, 학생복 ‘엘리트’의 중국 및 아시아 진출 등 글로벌 사업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송도에 의류제조, 원부자재 등 패션 관련 기업, 뉴욕주립대 FIT 등 패션학교를 비롯해 관련 연구소를 유치해 새로운 패션 산·학·연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사무공간은 물론 협력사가 활용하는 오피스, 주거공간과 판매시설까지 입주할 예정이다.
신사옥 준공에 함께 그룹 차원의 기대는 한껏 높아진 분위기다.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은 “서울 동대문의 작은 옷가게로 시작해 변화와 혁신을 거듭했던 형지의 40년 역량을 결집, 미래로 비상하는 도약대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전초기지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성장신화를 이루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사옥 입주가 최근 심각한 수익성 악화를 겪는 형지그룹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일종의 ‘마천루의 저주’가 형지그룹을 덮칠 수 있다는 분위기마저 감지되는 형국이다.
마천루의 저주란 초고층빌딩을 짓기 시작할 때는 호황기지만 건물이 완성될 때는 거품이 빠져 불황에 직면한다는 속설이다. 초고층빌딩이 들어설 때가 경기활황의 정점이자 경기침체의 전야라는 뜻이다. 초고층 사옥을 세운 뒤 경영위기를 맞은 기업을 말할 때 자주 언급된다.
송도 신사옥 이전 앞두고…
줄줄이 적자…확연한 내리막
공교롭게도 지난해 영업손실로 전환한 패션그룹형지를 비롯해 대다수 형지그룹 계열회사는 최근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형지I&C와 까스텔바작은 2세 승계를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악화가 한층 뼈아프다.
남성복 브랜드 예작과 본, 여성복 브랜드 캐리스노트 등을 보유한 형지I&C는 최 회장의 장녀인 최혜원 대표가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2016년 형지I&C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혜원 대표는 수년째 적자가 이어진 형지I&C를 수렁에서 건져내야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최혜원 대표의 경영 성과는 기대치를 밑돈다. 형지I&C 지난해 매출은 671억원으로, 전년 대비 34.3%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53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중국시장에서의 부진 및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형지I&C의 부진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3억2700만원, 11억6600만원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형지I&C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혜원 대표를 축으로 진행되는 승계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까스텔바작은 최 회장의 장남인 최준호 대표이사가 지난 6월부터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최준호 대표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발 빠르게 조직 재정비에 나섰지만, 주어진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까스텔바작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73억원, 75억원을 기록하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에 달성한 영업이익 15억원은 전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는 골프 의류 분야의 최근 흐름을 감안해도 결코 만족스러운 성적표가 아니다.
독일까
그룹 전반에 걸쳐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그룹 오너는 계열회사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등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상태다. 지난 8월 최 회장은 기존 형제엘리트, 형지에스콰이아에 형지에스콰이아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면서, 친정 체제를 한층 굳건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