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관심사' <전국노래자랑> 송해 후임 하마평

전설의 자리 누가 물려받을까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일요일 정오가 되면 ‘전국 노래자랑~’이라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경쾌한 BGM이 들려왔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에 어김없이 찾아왔던 주말의 풍경이다. KBS1 <전국노래자랑>의 정겨운 멜로디는 노곤한 몸조차도 일깨우는 묘한 자극이 있다. 조부모와 함께 산다면 다른 건 몰라도 일요일 낮 12시 채널은 무조건 KBS1에 고정된다. 이 시대 어른들에겐 놓칠 수 없는 추억이자 라이브 노래방이다. 그 중심에 무려 32년간 무대를 이끈 95세 송해가 있다.

1927년생,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방송인 송해를 KBS1 <전국노래자랑>에서 만나면, 호칭은 나이를 불문하고 오빠다. 여드름이 봉긋봉긋 솟아있는 10대 여중·여고생조차 증조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인 그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다. 가끔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지만, 오빠보다 빈도수가 적다. 

1988년
전설의 서막

누구 앞에서도 강력한 친화력으로 쉽게 마음을 여는 송해의 포용력이 있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가히 ‘국민 오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존재다. 

1955년 ‘창공악극단’으로 데뷔해 올해 방송 경력 68년 차에 접어든 송해와 <전국노래자랑>의 인연은 1988년도로 올라간다. 1987년 사고로 아들을 잃고 마음 앓이를 심하게 하던 차에, 그의 아픔을 알고 있던 한 PD가 “전국을 유람하면서 아픔을 치유하자”며 송해를 <전국노래자랑>의 MC로 이끌었다. 

송해는 힘겨운 상황에 놓인 자신을 배려한 PD의 말에 감동하고 제안을 받아들인다. 전설의 서막은 그렇게 시작됐다. 1988년 5월부터 MC를 맡은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다섯 번째 MC로 발탁돼 전국의 끼와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한 회당 2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무대에 오르는 <전국노래자랑>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인간군상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다양한 개개인의 색감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존재가 송해였다. 출연자들은 송해에 기대 자신이 가진 흥과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기본적으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얼굴을 내비쳤다. 한이 서린 트로트는 물론 칼군무를 맞춘 10대도 있었고, ‘쿵따리 샤바라’ ‘잘못된 만남’과 같은 빠른 노래의 랩을 멋지게 구사하는 할머니도 있었다.

때론 감동을 주다 못해 가수로서의 새로운 삶을 도모한 이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연어장인’으로 불리는 가수 이정권이다. 그는 <전국노래자랑>에서 강산에의 ‘거꾸로 올라가는 연어들처럼’을 완벽히 부르며 ‘연어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이후 JTBC <팬텀싱어3>와 <싱어게인>에 출연하며 가수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무려 32년’ 행복 준 송해의 인생
그의 생각은? “후임 MC는 ○○○”

이외에 노래 실력은 아쉽지만, 누구보다도 재밌는 입담으로 현장을 시트콤처럼 만들어내는 출연자도 있었다. 송해의 기막힌 진행과 출연자의 인생이 녹아든 입담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젊은 세대마저도 흡수하는 코믹한 장면이 적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전국노래자랑>만 검색해도 눈을 사로잡는 명장면이 다수 올라와 있다.

노래는 뒷전이고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각종 특산물을 들고나와 송해의 입에 쑤셔 넣다시피 하는 이도 많았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온갖 특산물이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알려졌다. 그중 벌을 온몸에 휘두르고 등장한 출연자는 또 다른 전설로 회자된다.


이러한 다양한 군상과 기분 좋게 호흡을 맞추며 ‘무대 위의 서사’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송해다. 세대와 이념, 남녀, 지역 간의 갈등이 깊은 한국 사회지만, <전국노래자랑>에서는 동일한 흥을 내비친다. 송해의 포용력이 만들어내는 화합의 장이기도 하다. 

1994년 5월까지 6년 동안 MC를 맡은 송해는 잠시 김선동 아나운서에게 <전국노래자랑> 터줏대감 자리를 내준다. 하지만 불과 7개월이 지나지 않아, 다시 되찾는다. 후임 MC가 송해만큼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해 시청자들의 불만이 심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송해는 26년 동안 <전국노래자랑>의 안주인으로서 일요일 낮을 책임졌다.

일요일
안주인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전국노래자랑>은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지난해부터 방송을 중단 중이다. 워낙 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 호흡하는 <전국노래자랑>의 공간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송해가 방송에 나왔다.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을 통해서다. 오는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송해 1927>이 국내 영화제에 초청된 자리에서 잠시 시간을 내 근황을 들어본 것이다. 7kg가량 감량했다는 송해는 다소 낯선 이미지였다.

포털사이트에 이름만 올라와도 대중은 ‘혹시나 큰일이 생긴 것 아닐까’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고령인 터라, 살이 빠진 모습조차 생경한 느낌이 든다. 비록 외형은 생소했지만, 타인을 존중하며 인간적이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그는 그대로였다.

이날 화제가 된 부분은 후임 MC를 거론한 대목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KBS 아나운서 출신인 이상벽에게 후임을 넘겨준다고 했지만, 말뿐일 뿐 마지막까지 무대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았던 것 속내가 슬며시 드러냈다.

여전히 건강이 정정해 방송 활동을 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후임 MC가 거론되자 팬들은 재미 삼아 여러 인물을 내놓고 있다. 오랫동안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 그의 아름다운 퇴장을 기분 좋게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노래자랑>이 끼 있는 일반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다 보니 MC는 친화력이 좋으며, 음악적인 끼와 재능이 다분하고 순간적인 센스를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결점이 있으면, 프로그램의 맛이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 워낙 탄탄한 선배가 있었다 보니 ‘독이 든 성배’가 될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인지 이미 국내에서 재능이 검증된 톱 MC들이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이수근, 장윤정, 강호동이다. 송해는 2010년 KBS2 <승승장구>에 출연해 이수근을 차기 MC로 거론한 적이 있다. 짜고 칠 수 없는 출연자들의 돌발적인 행동이 잦은 이 프로그램을 재치 있게 넘어갈 수 있는 인물로 이수근을 꼽은 것. 

적합한
인재는?


방송계의 레전드나 다름없는 이수근은 진행은 물론 기본적으로 음악적인 이해가 높은 개그맨이다. KBS2 <개그콘서트>의 여러 코너를 진행하며, 국내 수많은 음악을 섭렵했고, 순발력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당시 이수근은 “송해 선생님을 잇기 위해 이름도 ‘이해’로 미리 지어놨다”고 말해 웃음을 일으킨 적 있다. 아울러 본성이 매우 선하다는 점과 어른들과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가장 많은 호감을 얻고 있다.

트로트의 전설인 장윤정도 <전국노래자랑>과 제법 잘 어울리는 가수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다. 엄청난 행사 활동을 통해 팬들과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것이 훈련된 가수다. 

<전국노래자랑>이 콘서트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콘서트 경험이 많은 장윤정에게는 매우 익숙한 환경일 수 있다. SBS <도전천곡>을 진행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인지도나 정통성 면에서 가장 적합하다.

<전국노래자랑>과 비슷한 포맷인 SBS <스타킹>을 흥행으로 이끈 강호동도 빠질 수 없다. 흥이 넘치는 <전국노래자랑>에 강호동의 에너지는 필수 조건에 가깝다. 기합 한 번만 넣어도 분위기가 확 바뀌는 그의 에너지는 새로운 <전국노래자랑>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준다.

또 어르신들도 좋아하는 예능인인 데다, 누구를 만나도 쉽게 대화를 끌어내는 친화력 또한 그가 가진 장점이다. 네임 브랜드가 강력한 MC라는 점에서 <전국노래자랑>이 진화하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이수근, 장윤정, 강호동…누가 좋을까?
김성주, 김신영, 붐…잘 어울릴 이미지

‘오디션 장인’이라고 불리는 김성주도 <전국노래자랑> 후임 MC에 언급되는 방송인이다. M.net <슈퍼스타K>와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MBC <복면가왕>의 전문 MC인 그에게 <전국노래자랑>의 포맷은 매우 친숙하다. 

깔끔한 진행은 물론 돌발상황을 완벽하게 처리한 경험도 있어, 대중이 신뢰하는 MC다. 다만 유머 코드에 있어서는 비교적 화력이 약한 면이 있다. 다양한 출연자의 독특한 행동에 웃음을 끌어내는 진행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그럼에도 매우 유력한 인물이다.

개그우먼 김신영도 <전국노래자랑>과 잘 어울린다. 국내 연예인 중 흥이 넘치는 스타로 이수근에 버금가는 순간 센스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개인기도 상당하며, 콩트 능력도 탁월하다.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라디오 DJ로서 활약하며, 대화를 이끌어내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오디션 진행 경험이 없음에도, 누구와 만나도 쉽게 다양한 웃음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전국노래자랑>의 후임 MC가 붐이 된다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색감은 훨씬 더 젊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렌드에 민감한 붐이 MC가 된다면, 과거의 추억을 즐기는 어른들조차도 젊은 세대의 감각을 받아들일 수 있다.

TV조선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 학당> 등에 출연하며 나이가 많은 세대에 이미 친숙할 뿐 아니라, 그들을 상대로도 유쾌한 웃음을 만들어낸 바 있다. 여러 사람이 있을 때보다 단독 MC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특히 능력을 발휘하는 붐이야말로 <전국노래자랑>과 가장 알맞은 방송인일 수 있다.

이수근부터 시작해 붐까지,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해서 거론되더라도 <전국노래자랑>의 안주인은 송해다. 아무리 진행이 뛰어나고 감각적인 입담을 구사한다 하더라도 ‘디 오리지널’인 송해의 업적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을 듯 보인다.

다시 돌아와 
신나는 무대를

코로나 확진자가 일일 2000명을 넘나들고 있어 <전국노래자랑>의 흥겨운 무대를 다시 만날 날을 쉽게 기약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다시 돌아와 신나는 춤사위와 웃음을 들려주길 고대하는 이가 적지 않다. 다시 그의 밝은 미소를 볼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희망한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해 1927>은 어떤 영화?
무대 뒤 국민MC의 진짜 얼굴

송해의 95년 인생에 담긴 희로애락을 그린 영화 <송해 1927>이 오는 11월 개봉을 확정지었다.

<송해 1927>은 한평생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송해의 무대 뒤 진짜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최고령 현역 연예인 송해의 무대 아래 숨겨진 라이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는다.

이 영화는 <마담 B> <뷰티풀 데이즈> <파이터> 등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인물을 깊이 있게 조명한 윤재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약 33년간 KBS1 <전국노래자랑> MC를 통해 온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MC’인 시대의 아이콘이 된 송해를 다룬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의 화려한 무대 뒤 진솔한 모습과 가슴 아픈 가족사 등 지금껏 공개된 적 없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될 예정이다.

진솔한 송해와 가슴 아픈 가족사
각종 영화제 초청, 뜨거운 반응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송해 1927>은 이후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3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제18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제9회 무주산골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됐다.

지난 12일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오픈시네마 부문에 초청돼 관람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티저 포스터는 송해의 유쾌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병뚜껑을 눈에 붙이고, 벨트를 색소폰처럼 입에 문 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대 위 언제나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국민들의 말 상대가 됐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송해의 화려한 무대 뒤, 진솔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송해 1927>은 오는 11월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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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