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모두가 사랑한 국민MC 송해

34년 잡은 마이크 놓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송해. 꾸준함과 일요일의 상징과도 같은 남자다. 그가 힘차게 외치는 “전국~”을 들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노래자랑!”으로 화답했다. 그의 능수능란한 진행과 격의 없는 소통을 곁들인 <전국 노래자랑>은 지난 34년간 온 국민의 성원을 받는 ‘축제’였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슬픔에 잠겼다.

송해의 본명은 송복희다. 고향은 이북인 황해도 재령군이다. 어릴 적부터 동네에서 끼 많은 개구쟁이로 유명했다고 한다. 가족은 부모님과 형, 여동생이 있었다. 형이 아버지와 갈등을 빚다 집을 나간 후로는 넷이서 살았다고 전해진다.

실향민 출신
코미디언으로

22세 때 1949년 해주예술전문학교에 입학해서 성악을 공부했다. 하지만 이듬해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더는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송해는 전쟁 초기에는 가족들과 고향에 머물렀다. 당시 구월산 일대에서 활동하던 공산당 유격대의 모병을 피하려고 인근 마을에 숨었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1·4 후퇴 때 어머니와 여동생을 두고 나왔다가 영영 이별하게 됐다. 북한 인민군의 진격하면서 재령에서 해주, 해주에서 연평도로 피란을 이어갔다. 연평도에서는 미 군함 빅토리아호를 타고 부산까지 갔다. 이때 바다 위에서 바다 해(海)를 예명이자 아호로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부산항에 도착한 뒤에는 군에 입대했던 그는 통신병으로 복무했고, 1953년 7월27일 휴전 메시지를 직접 타전했다. 그는 그 당시 쓰던 모스 부호를 최근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 선임이 혼자였던 그에게 여동생을 소개해줬다. 송해가 첫눈에 반했다는 이가 바로 그의 부인 석옥이씨였다.


군 제대 이후에는 ‘창공악극단’에서 가수로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본인 회고에 따르면 악단 공연을 진행하는 동시에 입담을 살려 분위기도 띄웠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MC 경험을 쌓은 것이다. TV 방송을 시작한 후에는 여러 방송사를 넘나들면서 조연급 코미디언으로 활약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KBS에서 가장 오래 활동했다. 

송해는 선배인 박시명과 콤비를 이뤄 만담을 선보이기도 했고, 콤비를 하지 않을 때는 똑똑한 고학력자를 풍자하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그의 강점으로는 능수능란한 화술과 진행 능력이 꼽힌다. 발음도 정확했던 그는 라디오 진행자 자리까지 꿰찼다.

송해는 동양방송의 아침 생활정보 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를 진행하면서 운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때 <가로수를 누비며>가 처음 시도했던, 운전자들이 교통 통신원을 조직해 이들의 제보를 적극 활용하는 시스템은 지금까지도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교통방송에서 활용되고 있다.

송해는 17년 동안 <가로수를 누비며>를 진행하다가 1986년 갑작스레 하차했다. 당시 20세 아들을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잃은 충격으로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의 나이 예순을 바라보던 때 생긴 비극이었다.

그는 생전에 기억이 사무쳐서, 아들이 사고를 당했던 한남대교(당시 제3한강교) 근처로는 절대 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1988년 마음을 추스르고 맡은 복귀작이 KBS 1TV <전국 노래자랑>이다.

지난 8일 자택서 별세… 향년 95세
<전국…> 재개 앞두고… 애도 물결


전국 각 지방을 돌면서 주민이 참여하는 순회공연 형식인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대한민국 최장수 TV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송해 역시 <전국노래자랑>을 34년 동안 진행하면서 국내 단일 TV 프로그램 최장수·최고령 진행자 기록을 새로 썼다. 이 기록은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이외에도 국내 단일 TV 프로그램 ‘연속 진행’ 최장수 기록까지 함께 보유하고 있다. 잠시 프로그램을 떠났다가 시청자 반발로 복귀했던 1994년 10월부터 계산하더라도 27년을 훌쩍 넘긴다. 

기나긴 세월 동안 프로그램을 맡아오면서 그는 <전국 노래자랑> 그 자체가 됐다. 시작을 알리는 “전국~”과 오프닝 반주 뒤의 “전국에 계신 노래자랑 가족 여러분, 한 주일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그리고 오늘도 지구촌 곳곳에서 새로운 희망 속에 열심히 살아가시는 해외 우리 동포 여러분들, 해외 근로인 여러분들, 그리고 해외 자원봉사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그리고 오늘도 푸른 대해를 가르는 외양 선원 여러분, 원양 선원 여러분, 모든 항공인 여러분, 대한민국 국군 장병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더불어 오늘 이곳 (지명)을 가득 메워주신 시민 여러분, 이 고장을 방문하신 관광객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전국 노래자랑> 사회 담당 일요일의 남자 송해가 인사부터 올리겠습니다”라는 고정 멘트는 프로그램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전국 노래자랑>은 매번 다른 아마추어 참가자들이 나오다 보니 돌발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그때마다 송해는 능수능란한 진행 능력과 관록으로 위기를 무난하게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참가자들과 정겹게 만담을 나누고, 가수 출신인 만큼 가끔 노래도 부르는 등 늘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모습들 덕분에 송해는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참가자들에게 여전히 ‘오빠’로 불렸다. 훈장 수여도 이어졌다. 송해는 2001년 화관문화훈장, 2014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별세 이후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금관문화훈장에 추서됐다.

그는 생전에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생애 마지막 <전국 노래자랑>을 고향인 황해도 재령군이나 해주시에서 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파란만장 인생
그리운 고향

송해는 2003년 <전국 노래자랑> 특집 방송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이때 북측 담당 안내원과 친해져서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러다 뒤풀이에서 같이 술을 마시던 와중에, 안내원이 재령을 코앞에 두고 가지 못한 송해에게 “이젠 거기 가봤자 아무것도 남아있는 것이 없다”며 위로를 보냈다.

이를 오해한 송해는 “월남한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모두 죽은 것이냐”고 물었다. 안내원은 “그 말이 아니라 52년의 세월 동안 모든 것이 다 달라졌다”며 “송해가 알던 재령의 모습은 더 이상 없다”고 설명했다.

송해는 그제야 자신이 월남한 지 52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울러 생전에 다시는 어머니를 뵐 수 없다는 것 역시 깨달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고향 방문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2019년 MBN에서 방영한 특집 프로그램 <송해야 고향 가자>에서 남북체육교류협회의 남북 응원단으로 합류해 고향 방문을 타진했다. 하지만 방송 당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남북체육교류협회 경기가 연기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에는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끝내 송해의 고향 방문은 성사되지 못했다.


2018년 1월20일, 오랜 시간 동고동락했던 아내를 지병으로 떠나보냈다. 부부가 같이 입원했는데, 아내는 끝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송해는 발인식에서 “붙잡으면 무슨 소용 있나. 조금 먼저 갈 따름”이라며 “열심히 애들 보살필 테니까 마음 놓고”라고 애통한 심경을 전했다.

이후 코로나 유행으로 <전국 노래자랑>의 현장 촬영이 무기한 중단됐다. 많은 이가 그의 근황을 궁금해하던 도중, 그는 지난해 9월 유튜브 <근황올림픽> 채널에 출연해 근황을 알렸다. 그는 “예전보다 7kg 정도 살이 빠졌다”며 야윈 모습으로 등장해 우려를 자아냈다. 영상에서는 주로 영화 <송해 1927>을 홍보했다.

지난 1월31일에는 KBS 2TV에서 그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가 방영됐다. 송해 작고 후에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무대였다. 트로트 가수 정동원이 어린 송해 역을, 국악인 박애리가 어머니 역을 맡았다.

이들이 함흥부두에서 헤어지는 장면을 연기할 때, 송해를 비롯한 여러 관객들이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무대 말미에는 송해가 직접 무대에 올라 “내 마음속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계신다”며 “꿈에서는 한 번도 오시지 않으시는 어머니께 불효의 죄를 지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께 한 곡 올리겠다”며 <비 내리는 고모령>을 목놓아 불렀다.

그는 백신 3차 접종까지 마쳤지만 지난 3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고령 감염에 건강을 걱정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걱정이 무색하도록 4월부터 다시 정상적으로 녹화에 참여하며 MC 활동을 재개했다.

안타까운 작고
수많은 일화들


그런데 지난달 14일 오후, 건강 이상으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흘 뒤에는 그가 스스로 <전국 노래자랑> 제작진에게 “더이상 진행을 맡는 게 어렵지 않겠느냐”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이번 달 초 <전국 노래자랑> 현장 촬영이 재개됐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불참 사유는 장거리 이동과 촬영이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좋지 못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그보다 열흘쯤 전인 지난달 23일 <기네스북> 수상 당시에도 상당히 수척한 모습을 보여 우려를 샀다. 

결국 그는 지난 8일 오전 자택에서 노환으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가 식사하러 올 시간이 지났음에도 보이지 않자, 인근에 사는 딸이 자택으로 찾아갔다가 자택 화장실에 쓰러져 있던 그를 발견해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오전 8시19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그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례는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 직함 아래 3일장으로 치러졌다. 장례위원장은 엄영수 코미디언협회장이 맡았으며, 코미디언 석현·김학래·이용식·최양락·유재석·강호동·이수근·김구라·김성규 KBS 희극인실장·고명환 MBC 희극인실장·정삼식 SBS 희극인실장 등이 장례위원을 맡았다. 

이외에도 많은 연예계·정계 인사의 추모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훈장 추서와 함께 애도의 뜻을 전했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해외 일정 중에도 추모 화환을 보냈다. 

KBS는 송해의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전국 노래자랑> 녹화 방송 복귀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대신 KBS는 송해 별세에 맞춰 지난 8일 밤 10시에 송해 추모 특집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를 방영했다. 이어 12일에 방송되는 <전국 노래자랑>도 송해 선생 추모 특집으로 편성했다.

송해의 장지는 아내의 고향인 대구광역시 달성군 옥포읍 기세리 모처다. 그는 생전에 “석 여사(아내)의 묘지 곁에 영면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능수능란한 진행 격의 없는 소통
스타? 소탈한 생활에 국민들 감동

그는 오랜 시간 활동하며 많은 일화를 남겼다. 특히 생전에 자동차·휴대전화·큐 카드 등 3가지를 갖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가 큐 카드를 들지 않았던 것은 교감과 소통을 위해서였다. 그는 앞서 “촬영이 있는 곳을 전날에 미리 내려간다”며 “그 동네 목욕탕에서 주민들과 함께 목욕하면서 교감을 나눈다”고 밝힐 만큼 관객과의 교감을 중요시했다. 

연예계의 유명한 주당인 만큼, 술에 대한 일화도 다양하다. <퀴즈쇼 사총사>에 출연했을 때, 그는 자신의 주량이 소주 다섯잔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 노래자랑>의 김인협 악단장이 옆에서 이를 소주 5‘병’이라고 정정해 웃음을 자아냈다.

애주가인 그는 생전 단골 국밥집에서 우거지국과 곁들여 소주를 마시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송해는 생전 장수 비결로 우거지국을 꼽았다.

가수 출신인 점을 살려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생애 첫 콘서트 당시 그의 나이는 84세였다. 그는 2011년 추석을 목표로 단독 콘서트를 준비했다. 목표대로 성공리에 서울 공연을 마친 뒤, 10월까지 전국 순회공연을 진행했다.

그는 2010년대 들어서면서 광고에도 간간이 출연했다. 후배 코미디언인 강호동과 함께 이가탄 CF를 찍었고,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IBK기업은행 홍보대사에 위촉돼 광고에 특별 출연했다.

기업은행은 일명 ‘송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노년층에게 ‘IBK기업은행에 기업이 아닌 개인이 예금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린 것만으로도 막대한 규모의 예금이 유입됐다. 찾아온 고객 중에는 직접적으로 ‘송해 광고를 보고 찾아왔다’는 사람이 상당수였다는 후문이다.

이는 노년층 사이에서 그의 입지가 얼마나 컸는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로 남았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혈혈단신의 실향민이 국내 최장수 MC가 되기까지.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과 꾸준함, 그리고 소탈한 생활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줬다. 그는 이제 떠났지만, 그의 꾸준한 열정이 담긴 “전국~”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국 노래자랑’ 후임 MC 누구?

송해가 영면에 들면서 KBS는 <전국 노래자랑> 후임자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송해가 34년간 진행해온 프로그램인 만큼, 누가 맡더라도 그 빈자리가 커 보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 방송사의 고민은 계속 깊어질 전망이다.

송해 생전에도 <전국 노래자랑> 후임자 선정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송해는 평소 후임 MC 선정을 자신의 ‘숙제’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송해가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언급한 후임자 후보군은 이상벽·이상용·임백천·이택림·고 허참 등이다.

여기에 이호섭 작곡가도 후보로 언급된다.

그는 송해가 건강 이상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마다 대체 MC를 맡아 안정적인 진행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KBS는 우선 <전국 노래자랑>의 12일 방송분을 송해 추모 특집으로 꾸미고, 이후 방송 방향은 내부 논의를 거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송해의 후임자는 빠르면 오는 19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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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