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뉴스] KBO리그의 2022시즌 신인드래프트가 지난 13일 진행됐다. 올해 고교 졸업 예정자 760명, 대학 졸업 예정자 240명, 해외 아마추어 및 기타 6명 등 총 1006명이 참여했던 프로야구 진출의 문은 닫히게 됐다.
대다수의 고교야구 졸업 예정 선수는 또한 대학교 수시모집에 응시하며 진로를 설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이 마주치게 될 현실은 만만치 않다. 고교 졸업 예정자 760명 중 프로 진출 선수를 제외한 680명 정도의 선수 중에서도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에 진학할 선수는 40~50% 정도다. 나머지 50~60%의 선수는 대학 진학에서도 탈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교와 대학의 엘리트선수 야구팀에서 프로팀으로 직행하는 구조만을 가진 우리나라 야구 저변의 취약성은 이 같은 진로 시스템에서 탈락한 선수들과 심지어 프로에 진출했다가도 방출당한 선수들이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이미 수년 전, 대만의 대학야구팀으로 진로를 설정하고 유학 중에 있는 김민혁 선수를 만나봤다.
김민혁은 1998년생으로 경기도 구리의 교문초등학교 시절 구리리틀야구단에서 야구에 입문해 구리 인창중과 공주고를 거쳐 2017년 대만으로 건너 가 어학연수를 마쳤다. 현재 대만 자이현(嘉義縣)에 위치한 ‘우펑과기대학교(吳鳳科技大學交)’스포츠레저학과에 재학 중이다.
고교 졸업 후 대만 대학야구로 진로 설정
세계랭킹 4위권 유지할 만큼 기술·시스템
2018년 2학년을 마친 후 휴학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현역으로 군 입대를 한 후 지난 6월 전역하고 9월 말 복학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다.
대만에는 10개 대학의 야구팀이 리그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졸업 후 4개의 프로팀이나 10개의 실업팀에 진출하거나, 아니면 대학에서의 취업 교육 후 야구 관련 분야로 활발하게 진로를 설정해나가고 있다.
10개 대학리그 팀 중의 하나인 우펑과기대는 1963년 설립돼 올해로 58년의 역사를 가진 대학교로서 총 17개의 전공 학과와 4개의 석사 코스를 가진 대학원이 있다. 다음은 김민혁 선수와의 일문일답.
-신체조건이 야구선수 중에서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신장 190㎝이고 몸무게는 110㎏다.
-대만으로 유학을 가게 된 동기와 과정은.
▲야구를 시작한 후 고교(공주고) 1학년 때까지는 투수와 야수를 겸업하며 야구를 했었다. 그러다가 고교 2학년 시즌에 투수로 보직을 전향했는데, 그 시기가 많이 늦었던 것 같다. 프로나 대학 진로 설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고교 3학년 시즌에 단 한 시합만 출전했을 뿐이다.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하니 대학으로 진학을 했어야 했는데, 나의 출전 성적으로는 어느 대학에든 원서조차 낼 수가 없었다. 고교 졸업 후 야구를 포기한 채로 있었는데, 어느 날 부모님께서 대만의 대학야구팀에 관한 유학설명회를 다녀오신 후 대만 유학을 권유하셨다. 나 또한 야구를 계속할 수 있고, 대학생활은 물론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선뜻 동의하고 대만으로 유학을 가게 됐다.
-대만으로 유학을 간 후 (우펑)대학에서의 생활은.
▲2017년 대만으로 건너갔다. 대만은 가을이 첫 학기다. 첫 해에는 어학연수 과정으로 주 3회 중국어 수업을 받았다. 야구부의 운동이 끝난 후 수업을 받는데, 내가 우펑대 야구부의 첫 번째 한국인 선수였다. 2018년에는 우펑대 스포츠레저학과에 입학해 전공 과목을 위주로 공부했고, 야구부에서의 훈련도 계속 병행했다.
2019년 2학년을 마친 후 군입대를 위해 휴학했고, 한국으로 귀국해 경기도 가평 수송부대에서 조교로 현역 복무했다. 지난 6월 전역했고, 이제 다시 복학하려는 중이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학교에서는 9월 말에 들어와 복학하라는 통보를 보내왔다.
-우펑대 야구부의 생활은 어떠한가. 한국 야구와 어떤 차이가 있나.
▲대만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식민지 시절 야구가 도입된 나라다. 유소년 야구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돼있었고, 지금 프로를 비롯한 성인야구의 수준도 미국, 일본, 우리나라 등과 더불어 세계랭킹 4위권을 유지할 만큼의 기술과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다.
10개 실업팀 중 입단 목표
야구 불모지 중국행 생각도
특히 대학에서 야구를 하는 데 비용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야구부의 회비도 없고, 코칭스태프도 대학의 정규직원이기 때문에 인건비를 비롯한 모든 비용은 대학에서 지급된다. 선수 유니폼과 장비 일체도 대학 측에서 제공한다. 선수들은 그냥 공부와 야구만을 열심히 하면 될 뿐이다.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일단 대만에 있는 10개팀의 실업 야구리그에 입단하는 것이 목표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학교의 취업교육을 이수받으며 대만에서 야구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싶다. 만약에 대만에서의 활동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아직 야구 불모지와 다름없는 중국 본토에 들어가 야구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 그동안 배우고 익힌 중국어가 큰 보탬이 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