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성신여대 등 '줄폐교' 부실대학 정리 후폭풍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30 15:58:51
  • 호수 13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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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신입생도…얄짤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대학가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학령인구가 급속도로 감소하면서 교육부에서 대학들에 대한 평가가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한 번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뿐더러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성신여대, 용인대, 인하대 등 수도권 11개 학교와 비수도권 대학교 14개 학교가 탈락했다. 계원예대, 국제대, 김포대, 동아방송예대 등 27개 대학교도 선정되지 않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17일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가결과를 각 대학에 알렸다.

학령인구↓
대학 개혁

52개 대학이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해 앞으로 3년간 정부에서 주는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없게 됐다.

인하대, 성신여대 등은 이번 교육부 평가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하대는 졸업생 취업률, 학생 충원율, 교육비 환원율 등 정량평가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정성평가에서 지난 2주기 대비 감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성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교육 과정 및 운영 개선에서 67점, 구성원 참여와 소통에서 72.3점을 받아 전년 대비 각각 92.77점, 100점에서 급락했다. 대학 측은 여러 정량 지표가 만점을 받았음에도 탈락 대상인 하위권에 해당한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성신여대도 교육부 평가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성신여대 측은 평가점수 확인 결과 점수의 20%를 차지하는 ‘교육 과정 운영 및 개선’ 지표에서 67.1점을 받아 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했다고 분석했다.

성신여대는 지난 7월 교육부로부터 ‘사학혁신 지원대학’으로 선정됐다는 점이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사학혁신 지원대학은 사립대의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를 이끌 학교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20억원씩 지원하기로 한 곳이다.

재정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게 되면 부실 대학교라는 낙인이 찍힌다. 수시모집이 코앞인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정원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진단평가를 통과한 233개 대학도 자율적으로 정원 감축 등을 추진해야 한다.

탈락한 대학들 내부에서 책임론이 일어나는 등 후폭풍이 클 전망이다. 13년간 등록금이 동결되고 신입생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3년간 140억원에 달하는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정되지 못한 대학교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지만 정성평가로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부터 대학 기본역량진단으로 대학교를 평가했는데 회생한 곳도 있고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해 폐교한 학교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부터 대학 구조조정 돌입
정원감축·학자금 대출 제한 등 


2008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명박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위기를 직감했다. 재정이 부실한 사립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등 칼을 빼들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재무지표와 교육지표로 구성된 사립대 경영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경영난이 심하고 외국인 유학생 부실관리 등 학사운영 상태도 좋지 않은 30여곳을 선별했다. 

줄어드는 학생 수에 맞게 입학 정원을 감축하고 부실경영을 일삼는 대학이 있다면 퇴출시키는 강수까지 동원하는 등 정부도 대학 구조개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 사업은 교육지표 5개(재학생 충원율·취업률·전임교원 확보율·신입생 충원율·학사관리), 재무지표 3개(등록금 의존율·교육비 환원율·장학금), 법인지표 2개(법정부담금 부담률·법인전입금 비율) 등 10개 지표로 전체 대학을 평가해 하위 15%에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는 평가 기준에 맞춰 2011년 상명대·경성대·원광대를, 이듬해 국민대·세종대·배재대를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했다. 인지도가 있어도 재정지원 대학교로 선정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면서 외부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이 사업은 4년 만에 사라졌다. 취업률 지표가 전공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예체능·인문학과가 많은 대학이 공학·상경 계열 비중이 높은 학교와 취업 실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예컨대 시행 첫 해인 2011년 재정 지원 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으로 동시 선정된 원광대가 이듬해인 2012년 대형 대학 중 취업률 2위로 뛰어올랐다.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취업률이나 등록금 인하율 등 지표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은 대학가 사이에서 이미 공공연히 알려졌다.

결국 2014년 박근혜정부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 정원을 10년 동안 16만명 감축하겠다면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56만명이던 대학 입학 정원을 3년 단위 주기로 나눠 2023년까지 각각 4만명, 5만명, 7만명씩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3년간 140억 
지원 못 받아

이듬해 8월 대학 구조개혁 1주기 평가 결과 A~E 등급 등 다섯 가지로 나눈 다음 A 등급을 제외한 채 비율에 맞춰 정원 감축을 진행했다. 2016학년도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 명단을 살펴보면 4년제 대학교 16개, 전문대학교 21개가 포함됐다. 

2018년 문재인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으로 5단계로 평가 대학을 구분해 미흡한 학교의 예산 삭감, 등록금 지원 제한 등을 논의했다. 이전 정부에서 이뤄진 대학 구조개혁평가 2주기 평가를 대학 기본역량진단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2주기 때는 알파벳이 아닌 일반대(4년제) 자율개선대학(120개교), 역량강화대학(30개교), 진단제외(30개교), 재정지원대학Ⅰ(4개교), 재정지원대학Ⅱ(6개교), 한계대학(1개교)으로 나누어졌다. 전문대도 자율개선대학 87개교, 역량강화대학 36개교, 재정 지원 제한대학 유형Ⅰ 5개교, 재정 지원 제한대학 유형Ⅱ 5개교, 한계대학 3개교로 구분했다.

결과론적으로 대학 구조개혁 평가도 실패로 끝났다. 부실대학에 정원 감축을 사실상 강제하면서 입학정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문제는 부실 대학이 아닌 대학들까지 정부 압박에 시달린 끝에 정원을 감축하면서 재정난이 악화됐다.


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 역시 기본적인 대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정부가 새롭게 시작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도 근본적인 대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정부가 바뀌면서 등급만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여 그 결과가 지지부진했다. 결국 2019년 8월 교육부는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을 골자로 한 대학 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 주도 정책으로는 학령인구 감소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면서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광주예대
첫 신호탄

교육부가 등록금을 수년째 인상하지 않는 모양새면서 대학 전반의 재정난을 지원할 방안은 내놓지 않은 데 대해서도 비판을 받았다. 대학 측은 유·초·중등 교육처럼 대학 교육에도 내국세 일정 부분을 투입하는 ‘교부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학들은 재산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면 굳이 폐교까지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 자칫 학생은 없고 대학 간판만 유지하는 좀비대학이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폐교 대학 지원이 부실 사학의 ‘먹튀’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대학교 폐쇄 역사를 보면 첫 신호탄은 광주예대가 쏘아 올렸다. 광주예대는 설립자 비리, 대학 부실 운영 등을 이유로 지난 2000년 2월, 자진 폐쇄했다.  


이어 2008년 2월 아시아대와 개혁신학교가 문을 닫았고 2012년 2월 명신대와 성화대가 폐교했다.

명신대는 교비 횡령 및 부적절한 학사관리 등 각종 비리 문제에 얽혀 있었다. 설립자가 사적 용도로 쓴 교비 13억8000만원이 회수되지 않았으며, 전 총장의 생계비 지원을 명목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2억6000만원을 불법 사용하는 등의 비리가 드러났다.

또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한 학생 2만2794명에게 출석을 인정하고 성적을 부여했으며, 입학 정원보다 116명을 더 뽑아 과를 옮기도록 한 사실이 적발됐다.

2002년 2월 광주예대를 시작으로 아시아대(2008년 2월), 명신대(2012년 2월), 성화대학(2012년 2월), 선교청대(2012년 8월), 국제문화대학원대(2014년 2월), 벽성대학(2014년 8월), 한중대(2018년 2월), 대구외대(2018년 2월), 서남대(2018년 2월)가 폐쇄 명령을 통해 퇴출됐다.

건동대(2013년 2월), 경북외대(2014년 2월), 인제대학원대(2015년 8월)는 스스로 문을 닫았다.

폐교되기 1년 전 최소대출그룹에 속했던 선교청대는 대학원 연구과정에 입학한 2명과 이수 학점 미달자 2명에게 석사 학위를 부당하게 수여했다. 또 학부생 6명에게도 이수 학점이 모자라는데도 학사 학위를 준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폐교되기 3년 전 건동대는 최소대출 대학이었다. 학점(76명)·학위(13명) 수여 취소, 무단 처분한 수익용 기본재산 11억4000만원 환수 등 감사원 감사처분 이행을 명령받은 바 있다. 또 교원 확보율 미충족으로 입학정원을 2011년에 비해 310명의 절반 수준인 158명으로 감축당했다.

명신·성화·선교청대 등 문 닫아
부정·비리 재정상황 악화 이어져

대구외국어대학교는 2003년 개교 당시 인가조건이었던 수익용 기본재산 30억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교비에서 부당 집행한 법인 사업비 3억8000만원 등 12건의 감사 지적 사항도 이행하지 못하면서 문을 닫게 됐다. 결국 2017년 4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상황도 악화됐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774만2000원에 불과할 정도로 교육여건이 나빠 정상적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놓였다.

폐교 소식에 지방대학교는 위기를 느꼈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대학 교수들은 입학철만 되면 고등학교와 재수학원에 가서 학생 유치에 나서거나 가족·지인 등을 ‘유령학생’으로 등록시키는 사례마저 생겨났다. 유령학생까지 동원해 충원율을 높이는 것은 교육부 재정 지원을 받고 학교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고구려대학교는 대학교 간판을 지키기 위해 유령학생을 받은 것이 지난 6월 감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2017~2020학년도 4년간 입학원서에 지원학과를 아무렇게나 쓰거나 아예 비워둔 215명을 합격시켰다. 같은 기간 귀화한 신입생은 67명이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해외 고교 졸업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입학 예정자 가운데 296명이나 등록금을 내지 않았음에도 이들을 모두 입학 처리했다.

재학생도 마찬가지였다. 등록금을 내지 않은 재학생 295명에 대해 제적 처리하지 않고 재학생으로 이름을 올려두는가 하면, 이들이 계속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보이려고 교원 등을 시켜 이들이 수강신청을 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지방대들은 학생 모집에 열을 올려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입 관련 박람회나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시·도 교육청들은 방역 우려를 알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지방대 위기를 고려할 때 행사를 취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입 박람회는 지방대가 학교를 홍보하는 주요 통로다.

유인영 극동대 입학처장은 “대학 생존을 생각하면 진행하는 것이 맞지만 대학 관계자나 학생이 확진되면 이후 전형에도 영향을 미쳐 정말 어려운 상황이지만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람회를 강행하자는 지방대도 많았다”며 “학생 안전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취소한 만큼 사정을 감안해 코엑스나 교육부에서 대학들을 지원해줄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기를 느낀 지방 소재의 대학교들은 신입생 유치에도 모자라 연구 기능 강화, 졸업생의 취업률을 높이는 등 특성화학과로 변신을 시도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역량 키우고 
합쳐야 한다”

이근호 전 영천교육장은 위기에 몰린 지방 대학교에 대해 “앞으로의 지방 대학은 종합대학교의 틀을 벗고 각 대학별 자신 있는 분야에 역량을 강화해 인근 대학 간 학과의 통폐합과 인수·합병도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대학은 더 이상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만학도, 가업승계자, 실직자녀, 노인동거가족, 전업주부 등 다양한 계층들에게도 포기했던 배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캠퍼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 측은 돈벌이 수단으로만 방만하게 운영한 데에 대한 심각한 반성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특화된 교육 과정과 학생 맞춤형의 고품질 강의와 학생 복지에 더욱 힘쓰면서 고객 모시기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지방대 폐교와 지역사회 위기론

지방대 폐교가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 폐교 이후의 대학 부지와 시설의 활용’ 보고서에서 “대학이 폐교하면 해당 지역경제는 붕괴 수준에 이른다”고 명시됐다. ‘지방대 폐교는 지역 대학생 인구 소멸로 이어진다. 이후 대학가 주변 지역상권 황폐화와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져 악순환이 초래된다.

실제 서남대는 전남 남원 소재 유일의 종합대학이었다. 하지만 2018년 폐교 이후 지역경제는 완전히 붕괴됐고 주변 상권과 원룸촌은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 또 한국은행 강릉본부의 자체 추산 결과 2013년 대비 2017년 말 강릉시 소재 대학의 재적학생 수는 약 3600명 감소했고, 이로 인해 강릉시의 연간 소비지출 감소 규모는 약 278억원으로 추산됐다.

결국 지방대 위기의 문제는 지역사회의 문제다. 무엇보다 단순히 부실대학 퇴출의 의미가 아니다. 학령 인구감소와 인서울 선호 심화에 따른 ‘자연 폐교’ 시그널이다. 현재 일반대학 기준으로 수도권 지역만 여유가 있을 뿐, 비수도권은 어느 지역도 ‘자연 폐교’의 시그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대규모 미충원 사태가 몇몇 부실대학과 한계사학만의 문제가 아닌 국공립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의 일반적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지난 13년간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이 악화된 가운데 등록금 의존률이 높은 대학들의 재정 위기를 더욱 급격히 심화시킬 것이다. 특히 지방대의 위기가 지방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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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