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마나…' 민관군 합동협의회, 왜?

다 끝나가는데 뭐 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현재까지 사과만 7번째다. 성추행 등 사건들이 터져 나올 때마다 국방부 장관은 머리를 숙이고 군을 개혁하겠다고 약속해왔다. 최근 발생한 군 관련 사건들에 대해서도 바뀐다고 자신했지만 그 가능성은 미지수다.

지난 5월 공군 부대 내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도움을 호소했으나 군에서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2차 가해까지 이어졌다. 당사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번에는?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중사는 선임들에게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해왔다. 거부 의사에도 가해자는 이 중사를 강제로 회식에 참여하게 한 뒤 귀가 중 성추행했다.

사건 직후 이 중사는 성추행 범죄를 군에 정식으로 신고했지만 뒤늦게 접수됐다. 한계를 느낀 이 중사는 결국 혼인신고 하루 만에 휴대폰 영상 녹화 버튼을 누르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당 사건은 여론의 공분을 샀다. 피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건의 은폐와 축소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다. 이 중사 사망 후 군사경찰단장이 성추행 피해를 누락시키고 단순 변사로 국방부 조사본부에 보고한 의혹도 사실로 확인됐다.


군형사사법시스템의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된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군 문제 개선을 위해 대책기구 설치를 지시했다. 그 결과 민간도 함께 참여해 군 문제의 뿌리를 뽑겠다는 취지로 민관군 합동위원회(이하 합동위)가 지난 6월28일 창설됐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박은정 위원장과 서욱 국방부 장관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합동위는 ▲장병 인권보호 및 조직문화 개선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개선 ▲장병 생활여건 개선 ▲군 사법제도 개선 등 4개 분과로 구분된다. 

참여 위원은 시민단체, 법조인, 언론인, 각계 전문가 등 80여명이다. 민관군 차원의 대책기구의 출범은 2014년 ‘윤 일병 폭행사건’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대통령 지시로 보여주기식 운영
처음 의지만 가득…위기 모면용?

또 공군 성추행 사건이 기구 출범의 배경이 되면서 성범죄 분과가 추가된 점도 과거와 대비된다. 군 위원 비율도 대폭 축소됐다. 2014년 당시 군 위원은 30%에 달했지만 이번에는 7% 정도로 크게 줄었다. 군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합동위가 출범하고 두 달이 지났지만 내홍을 겪고 있다. 민간 위원들이 잇따라 사퇴하면서다. 민간 위원들의 사퇴 이유는 군의 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지난달 19일 이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된 임시회 다음날 3명이 사퇴했다. 임시회 당시 위원들이 이 중사 소속 부대장 출석을 요구했으나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임을 결정한 한 위원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망설였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뒤이어 지난달 21일에도 사법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4분과 위원 중 2명이 사퇴했다. 사퇴가 연속적으로 발생한 이유는 평시 군사법원 폐지가 분과위원회에서 의결됐는데, 국방부가 국방위원회 현안보고를 누락하면서다.

이로써 현재까지 사임한 위원(8월22일 기준)만 개인사정으로 그만둔 2명을 포함해 총 8명이다.

김종대 4분과위원장은 “국방부의 국회 보고 자료는 합동위의 활동 취지를 상당히 곡해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당시 국방부는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 관계자는 “합동위 전체회의에서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며 우려를 표하는 위원도 있어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위원들이 연속적으로 사퇴하자 박 공동위원장은 “위원들의 사퇴가 합동위 전체의 불협화음으로 비춰졌다”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위원들의 사퇴는 예견된 수순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군이 군사법원 폐지에 소극적 자세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군은 성범죄와 음주, 교통사고 등은 민간 법원에서 맡더라도 군사기밀, 반란, 군용물 손괴 등 ‘순정 군사범’은 군의 특수성을 이유로 군사법원이 필요하다는 게 군의 입장이다.

다만 군사법원 폐지 대신 현재와 같이 운영하되 권한만 축소하자는 게 현재의 주장이다. 

종료 한달 정도 남아
여전히 피해자는 고통

이를 두고 군이 평시 군사법원 유지를 위해 성폭력 사건 등을 민간이 맡자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 안팎으로는 “군 수뇌부들도 성범죄 사건 같은 경우 민간법원에서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에 여념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국방부에서 성폭력 사건 개선방안으로 내놓은 ‘성폭력 대응 요령 전용 수첩’ 때문이다. 수첩 지급으로 성폭력 피해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지만, 피해자를 특정해 수첩을 나눠주면 ‘낙인 효과’에 따른 2차 가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민관군 합동위원회 회의 결과 군내 성폭력 사건 개선방안으로 피해자 수첩 도입을 제안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수첩에는 ▲형사·징계 관련 절차 ▲단계별 권리와 행동 요령 ▲2차 가해 대처 방법 등이 담긴다.

이와 함께 수첩에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문구와 메모 기능도 추가된다. 국방부는 “임산부 수첩처럼 유익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다니기 편한 수첩 형태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는 아직도 군이 사실상 성범죄 피해자를 군의 리스크로 여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수첩이 오히려 낙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피해자 수첩을 받은 자체가 낙인”이라며 “잘못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확정된 대책이 아니다. 다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알려주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번에도?

합동위 활동은 이번 달 말로 종료된다. 일각에서는 합동위 활동을 두고 군의 ‘위기 모면용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대통령 지시로 ‘보여주기식’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군내에서도 비판이 뒤따른다. 군 관계자는 “군이라는 특수성은 더 이상 핑계에 불과하다”며 “군이 제대로 바뀔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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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