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연일 참혹한 흉악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남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늦은 시간 귀가하던 여학생이 납치될 뻔한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장기매매, 인신매매 등을 둘러싼 괴담들이 또 다시 극성이다. 장기, 인육을 노리는 납치범들이 활개 치고 있으며 인육을 먹기 위한 패키지 관광코스까지 있다는 것.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몸서리치게 만드는 ‘인육관광’의 섬뜩한 진실을 들여다봤다.
한국에 중국 부유층을 위한 ‘인육시장’이 10년 전부터 형성돼 있다는 근거 없는 ‘괴담’이 퍼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인신매매 장기매매 인육매매 조직폭력배의 증언’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최근 흉흉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전직 조직폭력배 출신이라고 소개한 글쓴이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으로 인육관광?
‘지난 4월 수원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오원춘이 5년 간 살았던 지역에서 151명 실종. 그 중 상당수가 오원춘과 그 일당에게 희생. 납치된 사람들의 장기는 적출하여 팔고 살은 분리하여 팔고 피와 뼈와 머리카락은 갈아서 화학약품으로 처리한 후 하수구로 흘려보내 처리함으로써 실종자들의 흔적 찾기 불가.’
글쓴이는 한국에 약 10년 전부터 인육시장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복날에 보신탕을 먹듯이 중국의 정·재계를 중심으로 일부사람들이 명절이나 국경절에 인육을 몰래 먹었는데, 중국 당국이 발각된 사람을 사형시키면서 한국으로 인육관광을 오고 있다는 것이다.
쇼핑과 관광을 한 뒤 펜션을 빌리거나 주택 밀집지역에서 은밀히 인육을 먹는 패키지관광을 하고 돌아가는 코스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글쓴이는 중국인들은 인육이 정력에 좋다고 믿고 있으며 그래서 부실한 중국인육보다는 영양상태가 좋은 한국인육을 찾는다고 주장했다. 어린아이를 최상으로 치고 그 다음으로 젊은 여성을 선호하는데 대놓고 “중국인육보다 한국인육이 더 맛있고 정력에 좋다”고 말하는 중국인도 있었다는 것이다.
인육 맛에 길들여진 중국인들은 중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여자들을 보면 식욕과 성욕을 동시에 느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중국에서 입국한 오원춘과 같은 인육 도살자들과 연결된 약 50명의 한국인 인육공급책이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며 “중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 중에도 인육 수요자들이 200여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인육시장 한국 상륙 10여년, 인육패키지 코스도?
젊고 예쁜 여자 보면 식욕과 성욕을 동시에 느껴
인육공급책들이 사람을 납치하는 수법도 상세히 적었다. 주로 냉동탑차나 봉고차, 택배차 등을 이용해 CCTV가 있는 곳을 피해 도로에서 10m정도 떨어진 골목이나, 수도권이나 지방 등 인적이 드문 곳을 이용한다는 것. 한밤중 적정한 곳에 차를 대놓고 혼자 지나가는 여성들이나 젊은 청년들을 기다리는데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혼자서도 밤길을 잘 다니기 때문에 납치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도 했다. 그들이 납치할 때 차안에는 5~6명이 대기하고 있고, 밖에서는 납치 대상을 유인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경찰들은 냉동탑차나 봉고차, 택배차 등은 검문하지 않고 음주측정만 했기 때문에 여태까지 들키지 않았다”며 “주로 중형 승용차나 봉고차, 택배차는 납치용으로 사용하고 냉동탑차로는 포를 뜬 인육을 비닐봉지에 담아 닭고기와 돼지고기사이에 끼워 넣은 아이스박스로 운반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 냉동탑차, 봉고차, 택배차 등을 전부 검문해 보면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진실로 믿을만한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장기적출만 놓고 봐도 그렇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무너진 의료계의 ‘불법 틈새시장’에서 암암리에 장기적출이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가정집 같은 곳에서 회칼로 장기적출과 인육분리를 동시에 해 냉동차로 옮긴다는 것은 사실상 말이 되지 않는다.
실제 촌각을 다투는 장기적출은 무균실 등 첨단시설을 갖춘 곳에서 고도의 숙련된 의료진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처리해야 한다. 만약 글쓴이의 주장대로 장기를 이렇게 함부로 다루면 각종 균에 감염돼 다른 사람 몸에 이식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중국의 식인문화는 사실! 이 글을 널리 퍼뜨려야 한다”, “오원춘 사건의 이면에 인육매매 점조직이 있다니 놀랍다”, “실종된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돌아오지 못하다니…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이들 밖에 내보내기도 무섭다” “나도 한 순간에 그들의 밥이 될 수 있다”라는 등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여기저기 글을 퍼 나르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개봉한 영화 <공모자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장기밀매를 소재로 다룬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됐는데 지난 2009년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의 비극적인 장기밀매사건이 이 영화의 모티브다.
그렇지만 대다수 네티즌들은 “카더라 통신 글을 너무 많이 봤네”, “이런 소설 쓰는 사람 체포 안 되나”, “양심선언 하려면 소설 그만 쓰고 경찰서 가서 하라”는 등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사회 불안감을 조장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을 찾아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나 깨나 사람조심
이에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이나 SNS상에 떠도는 장기매매, 인육괴담 등과 관련해 사실무근인 이야기들이 많다”면서 “악성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난 괜찮을 거야’ ‘남들 이야기인데’ ‘방법들이야 뻔하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사전에 주의하고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괴담이긴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흉흉한 세상에서 ‘무조건 조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자나 깨나 불조심’이라는 표어가 ‘자나 깨나 사람조심’으로 변해가는 현실. 이런 사회적 불신과 불안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남는다. 위험에 대한 경고만으로는 공포를 확대 재생산 할 뿐이다. 사람은 해답이지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