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한국 인육관광’의 진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12 14: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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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고기가 더 맛있고 정력에도 좋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연일 참혹한 흉악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남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늦은 시간 귀가하던 여학생이 납치될 뻔한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장기매매, 인신매매 등을 둘러싼 괴담들이 또 다시 극성이다. 장기, 인육을 노리는 납치범들이 활개 치고 있으며 인육을 먹기 위한 패키지 관광코스까지 있다는 것.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몸서리치게 만드는 ‘인육관광’의 섬뜩한 진실을 들여다봤다.  

한국에 중국 부유층을 위한 ‘인육시장’이 10년 전부터 형성돼 있다는 근거 없는 ‘괴담’이 퍼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인신매매 장기매매 인육매매 조직폭력배의 증언’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최근 흉흉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전직 조직폭력배 출신이라고 소개한 글쓴이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으로 인육관광?

‘지난 4월 수원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오원춘이 5년 간 살았던 지역에서 151명 실종. 그 중 상당수가 오원춘과 그 일당에게 희생. 납치된 사람들의 장기는 적출하여 팔고 살은 분리하여 팔고 피와 뼈와 머리카락은 갈아서 화학약품으로 처리한 후 하수구로 흘려보내 처리함으로써 실종자들의 흔적 찾기 불가.’

글쓴이는 한국에 약 10년 전부터 인육시장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복날에 보신탕을 먹듯이 중국의 정·재계를 중심으로 일부사람들이 명절이나 국경절에 인육을 몰래 먹었는데, 중국 당국이 발각된 사람을 사형시키면서 한국으로 인육관광을 오고 있다는 것이다.

쇼핑과 관광을 한 뒤 펜션을 빌리거나 주택 밀집지역에서 은밀히 인육을 먹는 패키지관광을 하고 돌아가는 코스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글쓴이는 중국인들은 인육이 정력에 좋다고 믿고 있으며 그래서 부실한 중국인육보다는 영양상태가 좋은 한국인육을 찾는다고 주장했다. 어린아이를 최상으로 치고 그 다음으로 젊은 여성을 선호하는데 대놓고 “중국인육보다 한국인육이 더 맛있고 정력에 좋다”고 말하는 중국인도 있었다는 것이다.

인육 맛에 길들여진 중국인들은 중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여자들을 보면 식욕과 성욕을 동시에 느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중국에서 입국한 오원춘과 같은 인육 도살자들과 연결된 약 50명의 한국인 인육공급책이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며 “중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 중에도 인육 수요자들이 200여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인육시장 한국 상륙 10여년, 인육패키지 코스도?
젊고 예쁜 여자 보면 식욕과 성욕을 동시에 느껴

인육공급책들이 사람을 납치하는 수법도 상세히 적었다. 주로 냉동탑차나 봉고차, 택배차 등을 이용해 CCTV가 있는 곳을 피해 도로에서 10m정도 떨어진 골목이나, 수도권이나 지방 등 인적이 드문 곳을 이용한다는 것. 한밤중 적정한 곳에 차를 대놓고 혼자 지나가는 여성들이나 젊은 청년들을 기다리는데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혼자서도 밤길을 잘 다니기 때문에 납치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도 했다. 그들이 납치할 때 차안에는 5~6명이 대기하고 있고, 밖에서는 납치 대상을 유인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경찰들은 냉동탑차나 봉고차, 택배차 등은 검문하지 않고 음주측정만 했기 때문에 여태까지 들키지 않았다”며 “주로 중형 승용차나 봉고차, 택배차는 납치용으로 사용하고 냉동탑차로는 포를 뜬 인육을 비닐봉지에 담아 닭고기와 돼지고기사이에 끼워 넣은 아이스박스로 운반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 냉동탑차, 봉고차, 택배차 등을 전부 검문해 보면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진실로 믿을만한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장기적출만 놓고 봐도 그렇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무너진 의료계의 ‘불법 틈새시장’에서 암암리에 장기적출이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가정집 같은 곳에서 회칼로 장기적출과 인육분리를 동시에 해 냉동차로 옮긴다는 것은 사실상 말이 되지 않는다.

실제 촌각을 다투는 장기적출은 무균실 등 첨단시설을 갖춘 곳에서 고도의 숙련된 의료진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처리해야 한다. 만약 글쓴이의 주장대로 장기를 이렇게 함부로 다루면 각종 균에 감염돼 다른 사람 몸에 이식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중국의 식인문화는 사실! 이 글을 널리 퍼뜨려야 한다”, “오원춘 사건의 이면에 인육매매 점조직이 있다니 놀랍다”, “실종된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돌아오지 못하다니…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이들 밖에 내보내기도 무섭다” “나도 한 순간에 그들의 밥이 될 수 있다”라는 등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여기저기 글을 퍼 나르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개봉한 영화 <공모자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장기밀매를 소재로 다룬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됐는데 지난 2009년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의 비극적인 장기밀매사건이 이 영화의 모티브다.

그렇지만 대다수 네티즌들은 “카더라 통신 글을 너무 많이 봤네”, “이런 소설 쓰는 사람 체포 안 되나”, “양심선언 하려면 소설 그만 쓰고 경찰서 가서 하라”는 등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사회 불안감을 조장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을 찾아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나 깨나 사람조심

이에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이나 SNS상에 떠도는 장기매매, 인육괴담 등과 관련해 사실무근인 이야기들이 많다”면서 “악성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난 괜찮을 거야’ ‘남들 이야기인데’ ‘방법들이야 뻔하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사전에 주의하고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괴담이긴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흉흉한 세상에서 ‘무조건 조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자나 깨나 불조심’이라는 표어가 ‘자나 깨나 사람조심’으로 변해가는 현실. 이런 사회적 불신과 불안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남는다. 위험에 대한 경고만으로는 공포를 확대 재생산 할 뿐이다. 사람은 해답이지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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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