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한국 인육관광’의 진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12 14: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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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고기가 더 맛있고 정력에도 좋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연일 참혹한 흉악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남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늦은 시간 귀가하던 여학생이 납치될 뻔한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장기매매, 인신매매 등을 둘러싼 괴담들이 또 다시 극성이다. 장기, 인육을 노리는 납치범들이 활개 치고 있으며 인육을 먹기 위한 패키지 관광코스까지 있다는 것.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몸서리치게 만드는 ‘인육관광’의 섬뜩한 진실을 들여다봤다.  

한국에 중국 부유층을 위한 ‘인육시장’이 10년 전부터 형성돼 있다는 근거 없는 ‘괴담’이 퍼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인신매매 장기매매 인육매매 조직폭력배의 증언’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최근 흉흉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전직 조직폭력배 출신이라고 소개한 글쓴이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으로 인육관광?

‘지난 4월 수원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오원춘이 5년 간 살았던 지역에서 151명 실종. 그 중 상당수가 오원춘과 그 일당에게 희생. 납치된 사람들의 장기는 적출하여 팔고 살은 분리하여 팔고 피와 뼈와 머리카락은 갈아서 화학약품으로 처리한 후 하수구로 흘려보내 처리함으로써 실종자들의 흔적 찾기 불가.’

글쓴이는 한국에 약 10년 전부터 인육시장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복날에 보신탕을 먹듯이 중국의 정·재계를 중심으로 일부사람들이 명절이나 국경절에 인육을 몰래 먹었는데, 중국 당국이 발각된 사람을 사형시키면서 한국으로 인육관광을 오고 있다는 것이다.

쇼핑과 관광을 한 뒤 펜션을 빌리거나 주택 밀집지역에서 은밀히 인육을 먹는 패키지관광을 하고 돌아가는 코스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글쓴이는 중국인들은 인육이 정력에 좋다고 믿고 있으며 그래서 부실한 중국인육보다는 영양상태가 좋은 한국인육을 찾는다고 주장했다. 어린아이를 최상으로 치고 그 다음으로 젊은 여성을 선호하는데 대놓고 “중국인육보다 한국인육이 더 맛있고 정력에 좋다”고 말하는 중국인도 있었다는 것이다.

인육 맛에 길들여진 중국인들은 중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여자들을 보면 식욕과 성욕을 동시에 느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중국에서 입국한 오원춘과 같은 인육 도살자들과 연결된 약 50명의 한국인 인육공급책이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며 “중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 중에도 인육 수요자들이 200여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인육시장 한국 상륙 10여년, 인육패키지 코스도?
젊고 예쁜 여자 보면 식욕과 성욕을 동시에 느껴

인육공급책들이 사람을 납치하는 수법도 상세히 적었다. 주로 냉동탑차나 봉고차, 택배차 등을 이용해 CCTV가 있는 곳을 피해 도로에서 10m정도 떨어진 골목이나, 수도권이나 지방 등 인적이 드문 곳을 이용한다는 것. 한밤중 적정한 곳에 차를 대놓고 혼자 지나가는 여성들이나 젊은 청년들을 기다리는데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혼자서도 밤길을 잘 다니기 때문에 납치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도 했다. 그들이 납치할 때 차안에는 5~6명이 대기하고 있고, 밖에서는 납치 대상을 유인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경찰들은 냉동탑차나 봉고차, 택배차 등은 검문하지 않고 음주측정만 했기 때문에 여태까지 들키지 않았다”며 “주로 중형 승용차나 봉고차, 택배차는 납치용으로 사용하고 냉동탑차로는 포를 뜬 인육을 비닐봉지에 담아 닭고기와 돼지고기사이에 끼워 넣은 아이스박스로 운반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 냉동탑차, 봉고차, 택배차 등을 전부 검문해 보면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진실로 믿을만한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장기적출만 놓고 봐도 그렇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무너진 의료계의 ‘불법 틈새시장’에서 암암리에 장기적출이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가정집 같은 곳에서 회칼로 장기적출과 인육분리를 동시에 해 냉동차로 옮긴다는 것은 사실상 말이 되지 않는다.

실제 촌각을 다투는 장기적출은 무균실 등 첨단시설을 갖춘 곳에서 고도의 숙련된 의료진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처리해야 한다. 만약 글쓴이의 주장대로 장기를 이렇게 함부로 다루면 각종 균에 감염돼 다른 사람 몸에 이식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중국의 식인문화는 사실! 이 글을 널리 퍼뜨려야 한다”, “오원춘 사건의 이면에 인육매매 점조직이 있다니 놀랍다”, “실종된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돌아오지 못하다니…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이들 밖에 내보내기도 무섭다” “나도 한 순간에 그들의 밥이 될 수 있다”라는 등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여기저기 글을 퍼 나르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개봉한 영화 <공모자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장기밀매를 소재로 다룬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됐는데 지난 2009년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의 비극적인 장기밀매사건이 이 영화의 모티브다.

그렇지만 대다수 네티즌들은 “카더라 통신 글을 너무 많이 봤네”, “이런 소설 쓰는 사람 체포 안 되나”, “양심선언 하려면 소설 그만 쓰고 경찰서 가서 하라”는 등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사회 불안감을 조장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을 찾아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나 깨나 사람조심

이에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이나 SNS상에 떠도는 장기매매, 인육괴담 등과 관련해 사실무근인 이야기들이 많다”면서 “악성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난 괜찮을 거야’ ‘남들 이야기인데’ ‘방법들이야 뻔하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사전에 주의하고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괴담이긴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흉흉한 세상에서 ‘무조건 조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자나 깨나 불조심’이라는 표어가 ‘자나 깨나 사람조심’으로 변해가는 현실. 이런 사회적 불신과 불안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남는다. 위험에 대한 경고만으로는 공포를 확대 재생산 할 뿐이다. 사람은 해답이지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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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