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국맥도날드가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 직면했다. 볼륨은 나날이 커지는 반면 수익성은 뒷걸음질의 연속이다. 일등 버거 브랜드의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한국맥도날드’는 1986년 8월 설립된 레스토랑 및 프랜차이징 운영 법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106개 프랜차이즈 식당을 비롯한 407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고 ‘맥도날드 APMEA Singapore Investment’가 전액(약 699억원) 출자했다.
1등 햄버거
한국맥도날드는 얼마 전까지 재무 및 손익구조가 공개되지 않던 회사였다. 공시의무가 없는 유한회사(유한책임사원이 각 출자액에 한해 책임을 지는 법인)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재무 상태는 최근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2019년 말 기준 총자산 또는 매출 500억원 이상인 유한회사를 2020 회계연도부터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한 ‘신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 덕분이었다.
공개된 한국맥도날드의 재무 및 손익구조에서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부각됐다. 볼륨 확대라는 측면이 전자라면, 저조한 수익성은 후자에 해당한다.
지난해 한국맥도날드는 매출(가맹점 제외) 791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규모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년(7248억원) 대비 9.1% 증가했다. 빵을 필두로 패티, 치즈, 소스 등 재료의 품질을 향상시킨 점이 매출 성장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비대면 플랫폼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의 효과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맥드라이브(DT)’와 ‘맥딜리버리’에서 파생된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23%, 36% 상승헸다.
반면 수익성은 매출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맥도날드의 영업손실은 484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9%가량 손실 폭이 커졌다. 120억원가량 증가한 급여로 인해 전체 판관비 규모가 5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게 적자 폭을 키운 원인이었다.
재료 품질을 높이는 과정에서 뒤따른 원가의 상승 역시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줬다. 실제로 2019년 2662억원이었던 한국맥도날드의 매출원가는 지난해 29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37억원(8.5%) 증가했다.
눈덩이처럼 커진 적자 규모
적신호 감지된 재정건전성
한국맥도날드의 수익성 악화는 ESG 투자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취임 1주년 메시지를 발표한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로컬 소싱 ▲정규직 채용 ▲3R(Reduction, Reusable, Recycling) 확대 ▲지역사회와 연계한 맞춤형 CSR 등 사회적 책임가치 실천과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위한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30명의 정규직을 채용해 전년 대비 정규직 전환율을 3.4배 높였다. 또한 로컬 소싱 확대 차원에서 베스트셀러인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에 사용되는 치킨 패티를 전량 국내산으로 전환했다.
ESG 경영환경 구축을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수년째 이어진 수익성 악화는 한국맥도날드의 재무상태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가뜩이나 우려됐던 자본과 부채 간 불균형이 한층 심각해진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맥도날드의 총자산은 전년(6067억원) 대비 4.7% 감소한 5782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자본의 감소가 총자산의 변동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1778억원이던 한국맥도날드의 총자본은 1년 사이 650억원가량 줄어든 상황이다.
총자본의 감소는 결손금의 여파였다. 2019년 재무제표에 1894억원으로 기재됐던 결손금은 지난해 2555억원으로 급증했다. 수년간 지속된 영업손실로 인해 순손실이 표면화됐고, 이 영향으로 천문학적인 결손금이 발생했음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2개 회계연도(2019~2020)에 한국맥도날드의 순손실은 각각 810억원, 661억원에 달했다. 2019년 이전에도 순손실 상태가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말 기준 1000억원가량의 결손금이 쌓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부채는 증가했다. 2019년 4289억원이던 한국맥도날드의 총부채는 1년 새 7.9% 증가한 4657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큰 폭으로 뛴 단기차입금(2019년 2796억원→2020년 2888억원)과 복구충당부채(2019년 122억원→2020년 231억원)가 총부채의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내실은 영∼
총자본의 감소와 총부채의 증가가 맞물리면서, 2019년 241.2%였던 한국맥도날드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414.1%로 껑충 뛰어올랐다. 통상 부채비율의 경우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