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바라보면 은연중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새정치, 큰정치를 부르짖으며 정계에 발을 들여놓던 순간이 떠오른다.
정치의 ‘정’ 자도 모르는 안 대표가 정치에 때 묻지 않은 신선한 이미지로 그를 외쳤을 때 다수의 국민들은 그에게 환호를 보냈었다.
그 반응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반감으로 인한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 나라 정치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 식견을 지니고 있던 필자는 그의 분탕질을 예고하고 <일요시사>를 통해 수차례에 걸쳐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부분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적 사고방식 즉 안하무인 식의 제 멋대로의 말장난과 행동이었다.
결국 그의 언행의 본질을 알아챈 국민들은 그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고 지금에 안철수로 정착되고 만다.
작금에 윤 전 총장을 살피면 안철수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검찰 경력을 대단한 정치적 자산으로 착각하고 입만 열면 헌법수호와 법치주의를 부르짖었다.
심지어 자신의 장모의 법정 구속과 관련해서도 법치주의로 일관했다.
그런데 그의 실체가 과연 그럴까. 최근 논란이 되었던, 국민의힘 당직자들이 윤석열 캠프에서 요직을 맡았던 일에 대해 살펴보자.
간략하게 언급해서 그 사람들이 당적을 유지한 채 윤 전 총장을 도운 행위는 명백한 해당행위, 일련에 범죄행위다.
1990년 국민의힘의 뿌리인 민주자유당이 탄생되는 과정에 당헌·당규팀 실무간사로 참여했었던 필자의 기억으로 해당행위 중 자당 후보가 아닌 타당 혹은 무소속 후보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가장 중한 해당행위로, 이후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강력하게 규제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문득 이런 생각 일어난다. 해당행위자와 해당행위자를 선뜻 받아들이고 주요 보직을 선물한 윤 전 총장 중 누가 더 나쁜 사람인가 하는 생각 말이다.
또한 해당행위자를 칙사 대접한 윤 전 총장의 말로는 어떻게 진행될까 하는 생각도 일어난다.
그뿐 아니다. 왜 윤 전 총장은 자신이 생명처럼 중시 여기는 법을 무시하고 해당 행위자들에게 주요 보직을 줬는지 의문이 일어난다. 혹시라도 외연 확장에 제동이 걸려 자충수인지 알면서도 무리수를 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역시 일어난다.
이 부분은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늘어놓은 궤변에 대해 살펴보자.
그는 이준석 대표가 부재중인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입당하며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을 해서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리”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의힘이 국민들로부터 더 넓고 보편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오늘 입당을 결심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의 발언을 접하자마자 대뜸 실소가 흘러나왔다. 필자 아니, 보통의 상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바라볼 때 딴따라식 사고로 기고만장하던 그가 궁여지책으로 국민의힘이 아닌 그저 제1야당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훤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인 윤 전 총장의 언행을 살피면, 그는 자신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면 지금 이 시점에 절대로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다. 애초에 윤 전 총장의 속내는 자신의 높은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대선에 임박해 야당후보 단일화로 자신이 후보로 나서려 했을 게다.
그런데 그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현상에 직면하자, 더 이상 자신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국민의힘이 아닌 제1야당의 덕을 보려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치졸한 꼼수에 불과하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