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수익형 물 마케팅

무더위가 이어지고 아파트 규제와 저금리의 지속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수익형 부동산. 여름을 맞아 수익형 부동산시장에 ‘물(水) 마케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물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갈수록 높아지는 수변 조망권 인기와 코로나19가 종료될 시 관광 수요가 급증한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먼저 경기 시흥시 시화MTV(멀티테크노밸리) 일대는 분양 열기가 여름 날씨만큼 뜨겁다.

인공 서핑장
해양생태관

21세기 첨단 해양레저복합단지를 표방하는 시화MTV에는 인공 서핑장인 웨이브파크가 최근 재개장한 데 이어 마리나시설·아쿠아펫랜드·해양생태과학관·오션스트리트몰·키즈파크 등 관광 인프라 개발이 활발히 추진 중이다.

시화나래 3대 명소로 기대되는 반달섬, 거북섬, 화성국제테마파크는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시화호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쇼핑단지(반달섬), 세계 최대 인공 서핑장과 마리나베이(거북섬) 등 투자 규모 4조5000억, 연간 관광객 1900만명, 기대 경제효과 70조가 예상되는 대단위 위락시설(화성국제테마파크)은 코로나19 시대 이후 대규모 이동이 예상되는 국내외 관광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인천 영흥도는 현재 연간 350만명 이상이 찾는 서해안 대표 휴양지로 무궁무진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장경리해수욕장, 십리포해수욕장, 통일사, 영흥 에너지파크 등 관광지를 보유한 이곳은 서해안 해양관광의 거점이 되는 휴양지이다. 서울에서 약 60㎞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용이한 만큼 수도권에 거주하는 이들을 이미 잠재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영동고속도로와 제2외곽순환도로를 통해 수도권 어디서든 진입이 가능한 사통팔달의 쾌속교통망을 자랑하는 만큼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에 유리하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오가야 하는 섬이었지만, 육지와 섬을 잇는 영흥대교가 건립된 이후 방문객 증가와 함께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2025년 제2외곽순환도로 개통과 영종도~영흥도 연륙교 건설 등 다양한 호재로 투자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갈수록 높아지는 수변 조망권 인기
코로나 종료 시 관광수요 급증 기대

코로나19 사태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중시하는 주거 트렌드가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경기도 양평과 가평에서 아파트와 전원주택, 타운하우스 공급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양평과 가평 등 2개 지역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 및 전월세가 폭등으로 수도권 외곽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가 몰리는데다 휴양 명소이자 전원주택의 메카로 여겨지는 곳으로 최근 부쩍 인기몰이 중이다.

인기 비결은 여러 가지다. 우선 강과 산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서울 외에 수도권에서 이러한 강 조망을 갖춘 지역은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 구리와 하남, 김포, 고양시가 있는데 남(북)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 양평, 가평 등이 대표적이다.

양평과 가평이 서울 동부권 주거 대체지로 각광받는 데는 대폭 개선된 교통 환경의 영향이 크다. 양평의 경우 용산~강릉선 KTX를 이용하면 양평역에서 서울 청량리역까지 20분대면 진입이 가능하다. 지난 4월 말에는 양평의 숙원사업인 서울~양평 고속도로(27㎞)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개통 시 20분대면 서울 송파에 도달한다. 서울시의 핵심 교통 거점인 서울역까지도 수도권 거주자의 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인 40분대면 진입할 수 있다. 경의중앙선을 이용하더라도 서울 청량리역까지 1시간 내외면 접근이 가능하다.

가평의 경우 경춘선 가평역에서 4정거장 떨어진 마석역(남양주시)에 수도권관광급행철도(GTX) B노선의 종점역이 생길 예정이다. GTX-B노선은 동도-서울역-청량리역-마석역을 잇는 노선으로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2022년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 노선이 개통되면 서울역, 여의도, 청량리, 인천 송도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분양 열기 후끈
여름만큼 뜨거워


서울의 중심이자 남향 한강변에 자리한 용산의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주거단지는 규모가 작고 매물이 없어 높은 가격에 매매가가 형성돼 있다. 실제로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경우 희소가치가 더해 매매가뿐만 아니라 임대료 또한 비조망 상품 대비 높은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다.

강원도도 범수도권으로 변신 중이다. 서울과 강원도를 연결하는 각종 교통사업이 잇따르면서 두 지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강원도에서도 속초의 경우 천혜의 관광자원과 더불어 레저 산업이 잘 발달해 1년 내내 관심 수요 층이 붐비고 있다.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하기 전만 하더라도 수도권에서 자가용을 이용해 속초 동해안까지 도달하려면 영동고속도로를 타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몰리는 여행객 행렬을 하나의 경로로만 소화하다 보니 여름 휴가철이면 상습적으로 정체돼 수도권 거주민은 속초 여행 계획을 세웠다가도 변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서울과 강원도 동해안이 직통으로 연결돼 속초 여행길에도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현재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 및 수도권에서 속초까지 빠르면 90분대에 도착이 가능하다. 접근성 향상은 물론 통행량 분산까지 돼 이동 부담이 확 줄었다.

사통팔달
쾌속교통

도로 교통망 개선에 이어 ‘레저 붐’이 맞물리면서 속초는 수도권 거주민들의 레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떠올랐고, 레저 관광 명소로 입지를 구축했다. 최근엔 추가적인 속초행 철도망 사업으로 인해 서울 ‘반나절 생활권’으로도 거듭날 전망이다.

먼저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이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춘천~화천~양구~인제~백담~속초를 잇는 93.74㎞ 고속철도로 기존 경춘선과 연결돼 개통 시 서울에서 속초까지 약 1시간15분이면 도달 가능해진다. 서울 용산역과 연결되는 KTX속초역도 2027년 개통 예정이어서 향후 수도권 여행객을 수송하는 큰 축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불어라~
레저 붐

남해안 해안가 쪽으로는 사계절 체류형 해양복합관광단지인 오시리아 개발사업이 당연 주목을 받고 있다. 오시리아 개발사업은 2009년 시작됐다. 부산도시공사는 부산을 국내 관광 1번지로 만들기 위해 투자 유치에 열을 올렸지만 경기 침체, 협상 지연 등의 난관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프라가 속속 구축되면서 개발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올 하반기 서울 잠실 롯데월드 크기의 4배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이 개장을 앞두고 있어 더욱 많은 수요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공 라군(lagoon)을 조성해 국내 최초 바다가 연계된 독창적인 수중 객실을 개발 운영할 아쿠아월드까지 착공에 들어가 코로나 종식 후 방문객은 연 2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시리아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생산 유발 가치 약 7조4000억원, 고용 유발 약 4만6000명으로 예상되는 등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부산도시공사는 전망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 국민에게 코로나 백신이 보급되면 관광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해안가 수익형 부동산의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라며 “아파트뿐만 아니라 수익형 부동산 전반에도 조망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강변, 해안가, 호수, 강, 천 등에 입지한 수익형 상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물 마케팅을 내세운 수익형 단지.

 


▲가평 네이쳐캠프(수익형 전원주택)= 경기도 가평군에 유럽형 스마트 미니별장 ‘네이쳐캠프’가 70동을 공급한다. 약 4000평 부지에 S타입 33개실, L타입 37개실 등 개별 독채형이다. 단지 내 약 250평 규모의 워터풀과 관리동 및 레스토랑, 카페, 편의점 등 공용 부대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중앙에 대형 워터풀장을 갖추어 시원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야외무대 공연장도 있어 서머페스티벌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단지 내 중앙을 통과하는 자연 계곡과 십이탄천의 자연 물놀이 장소도 제공된다.

가평은 다수의 명산, 맑고 깨끗한 계곡과 하천이 어우러진 캠핑장·펜션·리조트 등이 다수 혼재한다. 대표적인 명소인 남이섬, 자라섬, 쁘띠프랑스, 아침고요수목원, 청평호, 북한강(수상레져스포츠) 등 가평의 명소 어디든 20분 내 접근 가능한 거리에 위치한다.

 

▲영흥도 쎄시오(생활숙박시설)= 장경리해수욕장, 십리포해수욕장, 통일사, 영흥 에너지파크 등 관광지를 보유한 서해안 대표 해양 관광지인 인천 영흥도에 들어서는 리조트형 생활(형) 숙박시설 패밀리 시그니처 리조트 ‘쎄시오’가 분양한다. 대지 면적 9960㎡, 연면적 2만7899.67㎡에 총 7개층으로 이루어진 복합리조트로, 400여개 객실과 클럽메드식 다양한 부대시설로 조성된다.

경치가 아름다운 영흥도 안에서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곳을 입지로 선정해 전 객실에서 일출과 일몰이 지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고객 전용 프라이빗 비치가 마련돼 여유롭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객실을 오션뷰 테라스가 있는 복층 구조로 설계하고,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마감해 최고급 리조트다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펜트하우스는 하나의 객실을 3층의 공간으로 설계하고, 루프탑에 프라이빗풀과 데이베드를 갖춰 하늘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하이엔드 휴양공간으로 조성된다. 기존 생활형 숙박시설에서 볼 수 없던 프라이빗 비치, 특급호텔 규모 이상의 인피니티 풀, 컨벤션, 회의실, 대형식당을 비롯해 남녀 피트니스센터, 키즈존, 스크린골프장, 게임장, 노래방, 편의점, 빨래방, 커피숍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용산 클라우드 나인(오피스텔)= 서울의 중심인 용산구 원효로 3가 277-13번지 일대에 한강뷰 오피스텔인 ‘용산 클라우드 나인’이 후분양으로 공급된다. 대지 면적 509.70㎡, 연 면적 4489.07㎡, 지하 1층~지상 19층 규모다. 지상 1~2층은 근린생활시설, 지상 3~18층은 원룸형과 1.5룸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총 122세대로 원룸형이 2억대 중반, 1.5룸은 4억대다. 총주차 대수는 62대. 남향 한강조망이 가능한 업무 및 상업시설 밀집 지역에 위치한다.

 


▲속초 리슈빌S 시그니처(생활 숙박시설)= 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일원에 생활형 숙박시설 ‘속초 리슈빌S 시그니처’가 분양 중이다. 탁 트인 속초 오션뷰를 즐길 수 있는 곳에 연 면적 3만2292  ㎡에 지하 4층~지상 20층, 총 431실 규모로 건설된다. 전용 면적은 22~179㎡로 다양하다. 법정 주차 대수(206대)의 154% 수준인 318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한다.

단지에 루프탑 인피니티풀, 아이스링크, 천국의 계단, 프리미엄 레스토랑, 카페테리아 등 고품격 커뮤니티 시설도 갖췄다. 청초호, 영랑호, 대포항, 설악산 등 관광지가 가깝다. 해수욕장, 캠프장이 도보권 내에 있다. 식당, 카페, 편의점, 메가박스(속초점)를 비롯해 속초농협하나로마트(엑스포점), 대포항수산시장 등 각종 편의시설 이용도 편리하다.

분양 관계자는 “전 객실 오션뷰 특화 설계와 높은 층고로 쾌적하고 프라이빗하게 설계해 주거 품격을 높이는 프리미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영장 기본
계곡과 바다

 

▲오시리아 스위첸 마티에(상가)=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동부산) 관광단지 중심에 ‘오시리아 스위첸 마티에’상업시설이 분양한다. 평균 10.4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분양을 마친 오시리아 스위첸 마티에의 고정 수요 800실(호텔 200실, 생활형 숙박시설 600실)을 가진 유일한 상업시설이다.

해운대 그린시티(신시가지)보다 큰 면적을 자랑하는 오시리아 관광단지는 롯데아울렛, 이케아 동부산점은 물론 국내 최대 규모의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 이로 인해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입지 가치가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해운대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 등 차량으로 바로 연결되는 동부산 교통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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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