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코로나19로 화장품 시장이 위축됐다. 하지만 CJ올리브영에는 다른 세계 이야기다. H&B(헬스앤뷰티) 시장에서 독주 중인 CJ올리브영은 기세를 몰아 내년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기업가치 높이기에 나섰다. 반면 경쟁사인 랄라블라와 롭스는 올리브영의 독주를 막지 못하며 고전하는 모양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12월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1조8361억원으로 인정받았다. 2014년 CJ올리브영과 CJ올리브네트웍스이 합병할 당시 외부 평가기관이 측정한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2178억원이었다. 7년 만에 기업가치가 약 8배나 상승했다.
7년 만 8배↑
프리 IPO 성과가 IPO 흥행 여부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번 평가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CJ올리브영은 내년 기업공개를 앞두고 기업가치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CJ올리브영은 O2O(온·오프라인 연계)를 강화하며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고, 온라인 매출에 집중한 결과 오프라인 매출 감소분을 만회할 수 있었다.
CJ올리브영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은 2019년 10.6%에서 2020년 18%까지 크게 늘어났고 올해 1분기에는 24%가량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구창근 올리브영 대표는 취임 이후 올리브영의 가치를 상승시켜왔단 평가를 받았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1조8739억원, 영업이익 1001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에 진행한 여름맞이 올영세일에서는 7일간 매출 107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CJ올리브영은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에 50억원을 출자해 H&B 혁신 성장펀드를 조성한다고 지난달 공시했다. 타임와이즈는 이번에 결성된 펀드를 토대로 CJ올리브영과 유망 벤처기업 발굴과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벤처캐피털로,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을 대부분 이선호 부장(51%)과 이경후 부사장(24%)이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이들 남매의 개인회사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들로 업계에선 CJ올리브영의 기업공개가 경영권 승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최대주주 CJ(55.24%)를 중심으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17.97%)과 딸 이경후 CJ ENM 부사장(6.91%)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업계는 이들 남매가 CJ올리브영 상장 후 매각으로 얻은 자금을 CJ 지분 확보에 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에서 독주하고 있는 CJ올리브영에 비해 GS리테일의 랄라블라, 롯데쇼핑의 롭스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점유율 50% 압도적 우위… 내년 IPO 도전 기대감↑
경쟁자 랄라블라·롭스 부진… 가맹사업 철회·사업부 축소
현재 CJ올리브영은 H&B스토어 시장에서 5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점하고 있지만 업계 2위로 불리는 랄라블라의 점유율은 5%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S리테일은 랄라블라의 가맹사업을 결국 자진 철회했다. GS리테일은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에 랄라블라에 대한 가맹사업자 등록을 했지만 현재까지 가맹점주를 모집하지 않은 채로 모든 점포를 직영으로 운영해왔다.
이 가운데 최근 랄라블라에 대한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등록을 철회했다. 랄라블라의 가맹사업을 등록한 지 약 3년 만이다.
랄라블라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점포 수마저 감소 추세다. 지난 2018년 168개였던 랄라블라 매장은 2019년 140개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124개로 줄었다. 1분기 말 기준으로는 116개점이 운영되고 있다.
롯데쇼핑의 롭스는 연말까지 매장 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 지난 2013년 롯데슈퍼 내 태스크 포스팀(TFT)으로 출발한 롭스는 2015년 별도 사업부로 독립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지만, 기대한 만큼 시장 점유율이나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롯데쇼핑은 올해부터 롭스 사업부를 마트 사업부에 흡수 통합했다.
롯데쇼핑의 실적을 살펴보면 롭스는 이번 1분기 매출이 2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감소 추세를 보였다. 롯데쇼핑은 1분기 2곳, 2분기 6곳, 3분기 13곳, 4분기 28곳 등 연간 49곳의 롭스 직영점 폐점을 예고했다.
업계는 당분간 CJ올리브영의 독주체제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CJ올리브영은 중소 화장품 업체에 대한 갑질 의혹을 받고 있다. 상장을 앞두고 갑질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시선도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 4월 한 납품업체에 대규모유통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당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12월 해당 납품업체에 10억원 규모의 반품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해당 업체 제품을 헐값에 판매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실제로 반품이 진행되지 않았고 현재 협력사와 원만하게 해결된 사항”이라고 전했다.
“막을 수 없다”
한 전문가는 “최근 10여년간 꾸준히 성장해온 H&B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한 성장 둔화로 전반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함에 따라 시장점유율 50%인 CJ올리브영의 경우 독주체제 아래서 올해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