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미뤄지고 있다. 국외에서는 기업결합 심사가, 국내에서는 극렬한 반대 목소리가 암초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산업은행은 2019년 1월 현대중공업그룹을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확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5970만주)을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게 골자다. 대신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상환전환우선주 1조2500억원어치와 보통주 600만9570주를 받는다.
안팎 악재
하지만 계약이 체결된 지 2년이 넘도록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합병 작업은 좀처럼 완료되지 않고 있다. 승인 작업이 지지부진한 까닭이다.
지난달 말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현물출자 투자계약 기한’을 추가 연장키로 가닥을 잡았다. 유럽연합(EU) 등이 양사 합병 기업결합 심사를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연기한 데 따른 것이다. 산업은행이 현물출자 투자계약 기한을 연장한 것은 이번까지 총 세 차례다.
일단 산업은행은 이번 기한을 최대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 합병 기업결합 심사가 그쯤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수를 위해선 우리나라를 포함해 6개 국가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한국을 비롯해 일본, EU에서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심사하는 국가 중 단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인수는 무산된다. 일단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에서는 승인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말까지 심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단 승인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밀렸다. LNG선박시장에서 경쟁제한성 해소를 의무화한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해외에서의 승인 작업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EU의 승인 여부가 최대 변수다.
2년 넘게 승인작업 지지부진
지역사회 극렬 반발 걸림돌
EU 집행위원회 산하 경쟁분과위원회는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중단한 후 1년이 가까이 재개하지 않고 있다. 당시 EU는 두 기업 합병 시 LNG 운반선 시장에서 독과점을 우려하며 심사를 중단했다.
국외만큼이나 국내 분위기도 녹록지 않다. 승인 과정에서 가장 큰 화두인 경쟁 제한성 해소를 충족시키려면 현대중공업은 일시적일지라도 선박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낮추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이 경우 구조조정 가능성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사업 축소에 따른 인력 재조정 및 감축의 필요성이 부각될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한 노동계는 수차례에 걸쳐 양사 합병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지역 사회에서도 매각 반대론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1일, 변광용 거제시장은 개인 SNS를 통해 “명분, 실리도 없고, 인수합병 취지도 사라진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 시장은 대우조선해양을 동종 경쟁 기업인 현대중공업 그룹에 매각하는 것에 대한 ‘4대 불가론’을 제기했다. ▲4년째 흑자경영 ▲조선업황 호전 ▲국익 훼손 ▲경남·거제 지역경제 파탄 등이 변 시장이 내세운 반대 이유였다.
가시밭길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지역구 거제시)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공정위의 지연 심사를 무산시키는 입법을 지난 2일 국회에서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제동 걸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