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산책 ②안동호와 임하호

안동호와 임하호가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

안동은 예부터 ‘두 물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으로 영가(永嘉)라 불렀다. 두 물〔永〕은 낙동강과 반변천이다. 하지만 안동으로 이어진 물길은 강이라는 이름을 잠시 접고 호수로 남았다. 안동댐과 임하댐을 건설하면서 안동호와 임하호라는 거대한 호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청량산을 휘감고 내려오던 낙동강 물길은 도산서원을 거쳐 한 굽이 지나면 예끼마을과 만난다.

안동댐 건설로 예안면이 대부분 물에 잠기자, 서부리 일대에 살던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예끼마을이 조성됐다. 차마 고향을 버리지 못한 이주민의 서글프고 애잔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선성현문화단지 조성 사업’에 이어 ‘이야기가 있는 마을 조성 사업’을 시작하면서 ‘예술의 끼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예끼마을이라 했다.

문화단지

마을 입구에서 내려다보면 마을과 안동호 풍광이 어우러진다. 1976년에 조성한 마을이라 바둑판처럼 구획된 모양이 단순한 느낌도 들지만, 돌아다니다 보면 정겹고 유쾌하다. 근민당, 구 우체국, 마을회관 등은 갤러리로 탈바꿈하고, 마을 곳곳에 벽화와 작품이 전시된다. 선성현문화단지 입구 골목은 냇가 풍경을 트릭 아트처럼 꾸며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다.

예끼마을을 대표하는 선성수상길은 잔잔한 안동호에 폭 2.75m, 길이 1km로 놓인 부교다. 안동호와 주변 산세가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이다. 선성수상길 중간쯤 수몰 전 예안국민학교 자리에 풍금과 학교의 옛 사진이 있다.

선성수상길 입구에는 선성현역사관을 비롯해 동헌, 객사, 내아 등 선성현 관아의 옛 모습을 재현한 선성현문화단지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 쌍벽루에 오르면 안동호의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예끼마을인포메이션센터에 마련된 ‘예끼마을카페’, 맷돌 커피로 알려진 ‘장부당’, 가구 카페 ‘고이’, 안동시 농가 맛집 ‘메밀꽃피면’ 등 카페와 식당이 여럿이다. 선성현한옥체험관도 갖춰 체류형 관광지로 손색없다.

안동댐 하류에 있는 월영교는 폭 3.6 m, 길이 387m로 국내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다. 다리 이름은 주민 응모작 중 달골〔月谷〕, 월영교 건너편 엄달골 등 달과 관련된 이 지역의 유래에서 착안했다. 1998년 택지 개발로 고성 이씨의 묘를 이장하던 중, 무연고 묘에서 400년이 훨씬 넘은 편지와 미투리가 발견됐다.

죽은 남편에게 한글로 쓴 편지와 남편의 쾌차를 빌며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가 감동과 여운을 남겼는데, 그 미투리를 모티프로 월영교를 세웠다. 월영교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법흥교까지 2km 이어진 안동호반나들이길과 원이엄마테마길이 조성돼 애절한 사랑의 감동을 되새길 수 있다.

월영교는 산세와 호수가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다. 다리 중간에 월영정이 있어 기둥 사이로 바라보는 풍경도 기대 이상이다. 해가 질 무렵 시시각각 변하는 호수와 하늘의 색, 월영교의 야경과 호수의 반영은 더욱 매력적이다.

월영교 건너편 산 중턱에 빛을 발하는 건물은 예끼마을의 전신인 예안면에 있던 선성현 객사(경북유형문화재 29호)로, 안동 석빙고(보물 305호)와 함께 이곳에 옮겼다.

댐 건설로 거대한 호수 생겨
사람들 이주로 예끼마을 조성

월영교 건너 왼쪽으로 가면 안동시립민속박물관을 만난다. 안동의 민속 문화를 자세히 보여주는 곳으로, 지난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관돼 고향으로 돌아온 안동 하회탈과 병산탈(국보 121호)을 전시하니 꼭 들러보자.


안동시립민속박물관에서 낙강물길공원이 지척이다.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가 사랑한 지베르니 정원을 닮아 ‘한국의 지베르니’라 불리는 곳이다. 메타세쿼이아와 전나무 숲, 연못과 폭포, 숲속정원 등이 어울린다. 징검다리가 있는 연못은 사진 촬영 명소다.

낙강물길공원에서 조금 더 오르면 안동루에 닿는다. 안동댐 아래로 길게 이어지는 물길 풍경이 압권이다.

안동호가 예끼마을과 월영교를 만들었다면, 지례예술촌은 임하호가 만들었다. 1984년 임하댐을 착공하면서 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지례마을이 수몰될 위기에 처했지만, 안동 지촌종택과 지촌제청, 지산서당 등을 마을 뒷산 골짜기에 차례로 옮기고, 1989년 지례예술촌을 열었다.

지례예술촌은 가는 길이 험하다. 수곡교가 있는 곳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12km(약 20분)나 달려야 한다. 이런 불편함에도 지례예술촌을 찾는 이유는 대문과 행랑채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임하호의 풍경이 ‘인생 사진’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숙박객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일반 관람은 불가한 점, 참고하자.

신세동벽화마을은 2009년 마을 미술 프로젝트로 동부초등학교와 성진골 주변에 조성됐다. 담장에 그린 벽화, 트릭 아트, 개와 고양이, 토끼 조형물 등이 재미있다. 산자락을 따라 계단이 이어지고, 형형색색 지붕을 인 집이 옹기종기 모였다. 골목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어느새 전망대에 닿는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는 조형물이 있는 전망대에서 안동 시내가 훤히 보인다. 최근 전망대 뒤쪽에 ‘다시, 여기서’라는 카페가 생겼다. 앙증맞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책이 내부를 채운다. 커피 한잔과 함께 일몰이나 안동 시내 야경을 만끽해도 좋다.

지례예술촌 가는 길에는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이 있다. 1894년 갑오 의병부터 광복 때까지 경북 사람들의 국내외 독립운동 역사가 담긴 독립관, 안동 독립운동의 뿌리가 된 전통 마을의 항일투쟁을 전시한 의열관으로 나뉜다. 전시물 중에 권오설 철관이 있다.

권오설은 1926년 6·10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1930년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사했는데, 당시 일본은 권오설의 장례식에 사람들이 모일 것을 두려워해 시신을 철관에 넣고 납땜했다. 권오설의 아버지가 지은 제문이 3m에 이르러,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다.

만휴정(경북문화재자료 173호)은 보백당 김계행이 말년에 독서와 사색을 위해 지은 정자다. 보백당 김계행은 “내 집에는 보물이 없다. 보물이 있다면 청백뿐이다(吾家無寶物 寶物有淸白)”라며 청렴함을 보물로 삼은 분이다.

다리를 건너 들어가는 만휴정의 풍광이 압권이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촬영한 뒤 많은 여행자가 찾는다. 계류, 폭포, 산림 경관이 어우러진 만휴정 원림(명승 82호)도 아름답다.

만휴정

김계행의 흔적은 묵계서원과 안동김씨묵계종택(경북민속문화재 19호)으로 이어진다. 묵계서원 관리사는 ‘카페 만휴정’을 열어 여행자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 관리사 대청과 부엌 등을 카페 공간으로 꾸며 차를 나누며 힐링하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예끼마을→월영교(안동시립민속박물관, 낙강물길공원)→신세동벽화마을→지례예술촌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월영교(안동시립민속박물관, 낙강물길공원)→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 임청각→신세동벽화마을→지례예술촌 
둘째 날: 지례예술촌→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만휴정(묵계서원, 카페 만휴정)→예끼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예끼마을 www.yeggistory.com
- 지례예술촌 www.jirye.com
-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815gb.or.kr

문의 전화
- 안동시청 관광진흥과 054)840-6396
- 예끼마을 054)841-5800
- 월영교(안동시립민속박물관) 054)821-0649
- 지례예술촌 054) 852-1913
-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054)820-2600
- 만휴정 054)840-3433

대중교통
[버스] 서울-안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7회(07:00~20:00) 운행, 약 3시간 소요. 안동터미널 정류장에서 80번 일반버스 이용,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567번 일반버스 환승, 한국국학진흥원 정류장 하차, 예끼마을까지 도보 약 130m. 안동터미널 정류장에서 80번 일반버스 이용,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3-1번 일반버스 환승, 월영교 정류장 하차, 월영교까지 도보 약 90m. 지례예술촌은 임동면 소재지에서 택시 이용(약 2만원).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안동터미널 054)857-8296 
[기차] 청량리역-안동역, KTX 하루 7~8회(06:00~22:00) 운행, 약 2시간 소요. 안동역에서 안동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230m 이동, 80번 일반버스 이용,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567번 일반버스 환승, 한국국학진흥원 정류장 하차, 예끼마을까지 도보 약 130m. 안동역에서 안동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230m 이동, 80번 일반버스 이용,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3-1번 일반버스 환승, 월영교 정류장 하차, 월영교까지 도보 약 90m. 지례예술촌은 임동면 소재지에서 택시 이용(약 2만원).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자가운전
예끼마을: 중앙고속도로→풍기 IC→영주·안동 방면 국도5호선, 8.5km→가흥교차로에서 오른쪽, 18.7km→지곡교차로에서 좌회전, 녹지로로 8.5km→녹래길삼거리에서 우회전, 지방도935호선 녹전로로 6.7km→서부교차로→예끼마을
월영교: 중앙고속도로→서안동 IC→안동 시내 방면 경서로로 우회전, 7.5km→송현오거리에서 우회전, 1.7km→어가골교차로에서 안동문화관광단지 방면 좌회전, 5.5km→월영교
지례예술촌: 중앙고속도로→서안동 IC→안동 시내 방면 경서로로 우회전, 3.9km→남순환로 대구·영천 방면 국도34호선, 17.5km→신석교차로에서 안동대·임하 방면 오른쪽 도로→포진교 건너자마자 오른쪽 국도34호선 진입, 12.1km→수곡교 건너 12km→지례예술촌


숙박 정보
- 전통리조트구름에(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안동시 민속촌길, 054)823-9001
- 온계종택 삼백당(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안동시 도산면 온혜중마길, 010-2988-3435 
- 정재종택(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안동시 임동면 경동로, 010-8590-0625 
- 수애당(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안동시 임동면 수곡용계로, 054)822-6661
- 단호샌드파크캠핑장: 남후면 풍산단호로, 054)850-4595 
- 안동호반자연휴양림: 도산면 월천길, 054)840-8265 
- 지례예술촌: 임동면 지례예술촌길, 054)852-1913 
- 안동계명산자연휴양림: 길안면 고란길, 054)850-4700

식당 정보
- 메밀꽃피면(미오기집밥): 도산면 선성4길, 054)843-1253 
- 진성식당(해물매운돈가스): 안동시 태사길, 054)852-6880 
- 말콥버거(더블버거): 안동시 퇴계로, 010-2117-0106 
- 맛50년헛제사밥(헛제삿밥): 안동시 석주로, 054)821-2944
- 하회대가(안동찜닭): 안동시 전서로, 054)841-5184

주변 볼거리
도산서원, 이육사문학관, 봉정사, 안동포전시관, 안동 하회마을, 안동 병산서원, 안동 체화정, 권정생동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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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