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미인’ 수익형이 뜬다

취득·보유·양도 단계별로 세금이 중과되면서 ‘절세’가 부동산 재테크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중과 등에서 벗어난 ‘절세미인’ 수익형 부동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마저도 주택 수에 포함되면서 투자 분위기가 수그러들고 있다. 대신 틈새 수익형 부동산으로 절세용 수익형 부동산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절세용 수익형 상품으로 임대분양 상가와 생활(형)숙박시설이 있다.

민자역사
지하상가

소유권을 사는 등기분양 상가와 달리 임대분양 상가는 소유권을 갖지 않고 상가 임차권만 분양받는 상품을 말한다. 매력은 취득세, 재산세, 종합세, 양도세 등을 부담하지 않는데다 등기 분양 상가에 비해 절반 이하의 투자금으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임대 분양 방식으로 나오는 상가 대부분이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서 공급된 임대분양 상가는 수십 곳에 이른다. 임대분양의 방식을 취하는 상가는 크게 두 가지다. 민자역사와 지하상가와 같이 공공에서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 등기분양을 할 수 없는 곳은 불가피하게 임대분양을 하고 있다.

테마형 쇼핑몰이지만 운영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가 운영하는 곳은 상권이 꽤 활성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애경그룹에서 운영하는 수원역 민자역사로, 상권이 활성화하면서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수원역 민자역사를 대표하는 집객시설은 AK플라자와 AK&수원점. 역을 이용하는 이용객과 쇼핑과 문화시설을 이용하려는 이용객들로 발길이 늘 분주하다. 내부로 들어가 보면 내부에는 지하철역과 기차역으로 이동 가능한 통로가 연결돼 있다. 백화점, 식당, CGV 등 다양한 시설을 한곳에서 이용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절세용 수익형 부동산으로 생활숙박시설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주택 상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기준금리도 하락하면서 틈새 투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생활숙박시설은 개인이 임대 운영을 할 수 있는데다 때로는 세컨하우스로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장점 때문에 은퇴자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게도 투자 상품으로 인기가 많다.

최근 부동산 재테크 화두는 ‘절세’
임차권만 임대분양 상가 매력 발산

취득세 중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과세 등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특징이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오피스텔과 달리 전매제한이 없는 것도 투자자들을 끄는 요인이다. 생활숙박시설은 아파트와 달리 주택법이 아니라 건축법이 적용돼 주택시장 규제의 반사이익을 받는 것이다.

생활형 숙박시설을 분양받으려는 수요도 제법 감지된다. 지난해 6월 부산 해운대에서 분양한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는 최고 266.83대 1, 평균 38.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규모 인공 서핑장이 들어선 경기도 시흥시 시화MTV거북섬에서는 지난해 11월 분양한 ‘시흥 웨이브파크 푸르지오시티’가 최고 132.5대 1, 평균 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다주택 투자자가 주택 시장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틈새 상품으로 통하지만 주의할 점도 적지 않다. 지난 4월부터 정부가 생활형 숙박시설에 대한 규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건축법 개정안에는 생활형 숙박시설을 주택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택에 관련된 상품들이 취득세·종부세·양도세 등 전방위에서 세 부담이 가중되다보니 임대분양 상가나 생활숙박시설 등 절세용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절세용 수익형 부동산.

 

▲창동민자역사 아레나X스퀘어= 창동민자역사 복합개발이 11년 만에 사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복합 쇼핑몰 ‘아레나X스퀘어’가 들어서는 창동역은 용산역, 영등포역 등에 버금가는 랜드마크 역사로서 다시 태어날 전망이다.

창동민자역사 복합개발은 서울시 도봉구 창동 135-1 외 6필지 일대 노후한 창동역사를 재개발해 지하 2층~지상 10층, 연면적 약 8만7293㎡ 규모에 복합 쇼핑몰 ‘아레나X스퀘어’와 환승센터, 역무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0년 공사가 중단돼 약 11년 동안 멈춰 있던 창동역사 개발은 최근 사업 초기화를 마치고 드디어 재개되면서 부동산 업계에서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파크몰이 위치한 용산역, 롯데백화점이 위치한 영등포역처럼, ‘아레나X스퀘어’가 들어서는 창동역사 역시 풍부한 배후수요, 뛰어난 교통여건 등을 바탕으로 단순 역사를 넘어 수도권 동북부의 새로운 상권 중심지로서 탈바꿈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과세서
자유롭다

우선 창동역세권은 도봉구, 노원구를 아우르는 중심 상권이 형성돼 배후수요가 풍부하다. 노원구 약 52만300명, 도봉구 약 32만3400명을 더해 총 84만37 00명의 배후수요를 품고 있다. 또한 1호선과 4호선 환승역세권으로, 반경 500m 유동인구 추이를 살펴본 결과 일일 유동인구만 해도 약 1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레나X스퀘어’는 쇼핑몰 내 대형 테넌트의 입점을 이미 확정 지어 투자가치도 높게 평가된다. 동대문 패션타운을 대표하는 쇼핑몰인 ‘디오트’가 지상 4층 1개 층에 입점할 예정으로 상권이 빠르게 활성화될 전망이다.

 

▲송도 형지 글로벌패션복합센터=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아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11-2번지에 건립 중인 송도국제도시 형지 글로벌패션복합센터 내 1층과 2층 판매시설이 본격적인 임대분양(임대 후 분양 전환) 중이다.

세 부담 가중
주의할 점도

송도 형지 글로벌패션복합센터는 송도 지식정보단지역 인근에 대지면적 1만2501.6㎡(약 3782평), 건축연면적 1만9500여평 부지에 지하 3층~지상 23층 규모로 지어진다. 오피스(지상 17층), 오피스텔(지상 23층), 판매시설(지상 2층) 등 총 3개동으로 구성된다. 2021년 10월 준공 예정.

인천지하철 1호선 지식정보단지역(평일 승·하차객 평균 40만명(월), 2019년 기준) 2번 출구 바로 앞 초역세권 입지로 지상 1층 60개 호실과 지상 2층 59개 호실이다. 대로변에 위치해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9월에서 10월 준공예정으로 본격적으로 임차인을 모집 중이다.

농협은 입점이 확정된 상태. 이미 커피숍 등은 운영 중이고, 케이터링, 돈가스, 분식, 일식, 중식, 볼링장, 당구장, 노래방 등의 프랜차이즈 예비창업자들을 선착순 모집하고 있다. 이중 식당 등의 음식점은 추천할 만하다. 주변 연구소 공장 등이 많고, 형지 본사 및 계열사 입주 수요와 오피스텔 201세대의 수요도 있기 때문이다. 형지 본사식당 운영 계획은 없다.


반경 3㎞ 이내 아파트, 오피스텔 등 약 4만3000명의 배후세대를 품고 있다. 이와 함께 인근에 포스코건설, 포스코인터내셔널, 삼성바이오로직스, 엠코테크놀로지 등 지식정보산업단지는 물론 바이오단지의 직장인 소비층도 풍부하게 갖췄다. 인천대 송도캠퍼스, 인천카톨릭대, 인천글로벌대, 인하대, 한국외국어대, 연세대 국제캠퍼스 등 인근 약 10여개 대학교 수요도 품고 있다. 해외 명문대, 15개의 국제기구, 중소 협력업체 근로자 등 탄탄한 배후수요가 있다.

 

▲더 솔라고 세운= 동부건설이 서울 중구 충무로 역세권에서 공급하는 생활형 숙박시설 ‘더 솔라고 세운’이 세운재정비 촉진지구 개발에 따른 미래가치로 주목받고 있다. 지하 5층~지상 14층, 전체 559실 규모로 들어서는 이 단지는 생활형 숙박시설 외에도 지하 2층 12실 규모의 스크린골프장(근생시설), 지하 1층 12레인의 볼링장(근생시설)과 피트니스센터, 지상 1·2층 상가로 구성된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전용 21.01㎡ 원룸부터 57.48㎡ 투룸까지 다양하게 구성된다. 단지에서 남산 조망(일부호실)과 북한산 조망(일부호실)권도 확보한다. 시행 위탁사인 솔라고 개발이 직영으로 운영예정인 볼링장(근생시설)과, 스크린골프(근생시설), 피트니스센터 이용도 가능하다.

주택법 아닌 건축법 적용
주택시장 규제 반사이익

단지 계약자에게는 시행 위탁사가 운영하고 있는 솔라고CC (36홀 골프장) 60만원 그린피 상품권 지급과 3년간 그린피 10% 할인권 혜택, 2021년 7월 준공예정인 솔라고 콘도(가칭) 3년간 20% 숙박료 할인, 더 솔라고 세운 3년간 년 1회 무료 숙박권 지급, 임대차 서비스, 세무대행, 시설관리 서비스 등이 제공될 예정이다.

숙박객에겐 볼링장과 스크린골프 운영요금의 20% 할인, 조식 서비스(단기 숙박 시 무료제공, 장기 렌털 시 할인 제공)와 피트니스 무료 이용, 레스토랑 10% 식·음료 할인과 발레파킹 서비스, 객실 클리닝 서비스, 세탁 서비스 등이 계획됐다.


단지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6·17 대책, 7·10 대책 등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면서 오피스텔도 주택 수에 포함되고 주택의 취득·종부세 인상 등으로 대체 투자처를 찾던 투자자들이 규제의 강도가 낮은 생활형 숙박시설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흥도 쎄시오= 친환경섬 인천 옹진군 영흥도에 들어서는 생활형숙박시설 ‘패밀리 시그니처 리조트 쎄시오’가 분양 중이다. 영흥도는 장경리해수욕장, 십리포해수욕장, 통일사, 영흥 에너지파크 등 관광지를 보유한 서해안 대표 해양관광지다. 서울 인근에 위치해 수도권과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주말, 휴일 등에 찾는 장소 중 하나다. 연간 3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영흥도 옹진군 내리 일원에 건립되는 시설은 대지면적 9960㎡, 연면적 2만7899.67㎡에 7개 층으로 이루어진 복합리조트로, 400여개의 객실과 클럽메드식 다양한 부대시설로 조성된다. 평형 구성은 스탠다드룸 A타입(22.48㎡) 300실, 스탠다드룸 B타입(23.08㎡) 35실, 스탠다드룸 C타입(31.27㎡) 16실, 로얄스위트룸 I타입(103.50㎡) 2실, 펜트하우스 PENT(45.00㎡) 37실 등으로 나뉜다.

접근성 우수
탄탄한 배후

단지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입지를 갖춰 전 객실 일출·일몰 바다 조망권을 확보하며 고객 전용 프라이빗 비치가 마련된다. 객실은 오션뷰 테라스가 있는 복층구조로 설계됐으며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마감이 적용된다.

펜트하우스는 하나의 객실이 3층의 공간으로 꾸며진다. 루프탑에 프라이빗풀과 데이베드를 갖춰 하늘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휴양공간으로 조성된다. 이와 함께 기존 생활형숙박시설에서 볼 수 없던 프라이빗 비치, 인피니티 풀, 컨벤션, 회의실, 대형식당, 남·여 피트니스센터, 키즈존, 스크린골프장, 게임장, 노래방, 편의점, 빨래방, 커피숍 등의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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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