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위 건너뛴' 세종텔레콤 이상한 실수

투자 귀재가 운영하는 회사 맞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투자의 귀재가 지휘하는 세종텔레콤이 유진투자증권 주식을 쉼 없이 사들이고 있다. 단순 투자 차원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일순간 경영 참여를 선언해도 크게 놀라울 건 없는 상황. 이런 가운데 회장 얼굴에 먹칠해버린 세종텔레콤의 초보적인 실수가 향후 주식 매수 행보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도가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1954년 5월 설립된 유진투자증권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유진그룹 산하 금융계열사다. 2007년 12월자로 서울증권에서 현재의 상호로 변경했고, 최대주주는 올해 1분기 기준 보통주 2640만920주(지분율 27.25%)를 보유한 유진기업㈜이다.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총합은 29.03%(2811만7385주)다.

거듭된
사들이기

유진기업의 유진투자증권 지분은 30% 근방에 불과하지만, 지금껏 지배력을 행사하는 동안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경영권을 위협할법한 외부 요소가 딱히 없는 데다, 유진투자증권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곳은 유진기업에 국한됐을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상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사뭇 달라졌다. 세종텔레콤이라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 급부상한 영향이었다.

세종텔레콤은 지난해 4월23일 유진투자증권 보통주 557만주(5.7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해당 사안은 특정 회사의 지분 5% 이상 취득 시 보고하도록 한 규정에 따른 후속 조치였다.


지난해 4월15일 기준 유진투자증권 주식 483만주를 보유 중이었던 세종텔레콤은 이튿날 주식 7만7000주를 추가 취득하면서 지분율 5%를 넘겼다. 이후 공시 전날까지 네 차례에 걸쳐 66만3000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세종텔레콤의 주식 매수 행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진투자증권 2대주주로 모습을 드러낸 직후부터 주식 사들이기가 본격화됐고, 순식간에 35번에 걸친 매수가 목격됐다.

지난해 4월27일부터 6월5일 사이에 일곱 차례에 걸친 매수와 한 번의 매도를 통해 지분율을 7.23%(700만주)로 끌어올렸다. 또한 7월16일부터 8월5일까지 12번의 장내매수를 통해 100만주를 추가 취득했다.

쉼 없는 매수…10% 돌파 초읽기
김형진 회장 과거 M&A 이력 눈길

매수 행진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됐다. 세종텔레콤은 지난해 8월11일부터 지난 1월15일 사이에 16차례에 걸쳐 259만주를 사들였고, 같은 기간 매도는 94만주에 머물렀다. 이를 토대로 세종텔레콤은 지분율을 9.96%(965만주)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세종텔레콤이 약 7개월(2020년 4월16일~221년1월15일) 간 유진투자증권 주식 482만주를 장내매수하는 데 사용한 자금만 16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이전부터 쥐고 있던 483만주를 합치면 250억원 이상 투입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세종텔레콤이 수십 차례에 걸쳐 유진투자증권 주식을 취득하자, 증권가에서는 세종텔레콤의 경영 참여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단순 투자 차원이라는 일관된 입장과 달리 세종텔레콤이 돌연 경영 참여를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랐다.


무엇보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대표이사 회장의 옛 이력이 이를 뒷받침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1958년생인 김 회장은 1982년 설립한 홍승기업을 통해 국공채 중개업 분야에서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다. 1996년 홍승파이낸스 설립해 제도권 금융시장에 진입했고, 외환위기를 기회 삼아 회사채 거래 등으로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탈바꿈했다.

동아증권 인수는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증권가에 오르내린 시작점이었다. 1998년 김 회장은 부도 위기에 몰린 동아증권을 당시 시세보다 두 배가량 비싼 가격에 사들였다. 당연히 증권가에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랐다.

그러나 세간의 우려와 달리 김 회장의 모험수는 보기 좋게 통했다. 세종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한 동아증권은 HTS 도입으로 수수료를 낮추는 등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인수 당시 완전자본잠식으로 허덕였던 동아증권은 수년 내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 증권사로 탈바꿈하기에 이른다.

단순투자?
경영참여?

김 회장의 성공신화는 2005년 약 1100억원에 세종증권을 농협중앙회에 넘긴 시점에서 정점을 찍었다. 세종증권 매각으로 김 회장은 수백억원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주인을 찾은 세종증권은 NH농협증권으로 이름을 교체했고, 우리투자증권을 흡수하면서 NH투자증권으로 거듭났다.

이후 김 회장은 세종텔레콤에 집중했고, 자연스럽게 증권업계와 동떨어진 행보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세종텔레콤이 유진투자증권 주식을 사들인 소식이 전해지자, 세간의 이목이 또 한 번 김 회장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금전적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유진투자증권 주식 매입을 이어간다는 점도 세종텔레콤의 행보를 경영권 확보 차원으로 바라보게 하는 이유다.

김 회장은 지난해 4월 경 유진투자증권 주식 매입 당시 “값이 저렴해서 샀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무렵 세종텔레콤은 유진투자증권 주식 74만주를 1주당 1882~1966원에 취득했다. 주식 취득 대금은 14억5100만원 수준이었다.

다만 이후 주식 매수 과정은 저렴해서 샀다는 김 회장의 이전 언질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었다. 크게 치솟은 취득가로 인해 자금 부담이 훨씬 가중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7일부터 지난 1월15일까지 약 한달 남짓 기간 동안 유진투자증권 주식 259만주를 장내매수 하는 과정에서 1주당 투입된 비용은 3863~4609원이었다. 5% 지분 취득 시점인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1주당 가격은 2배, 매수 규모는 3.5배 커진 상태였다. 

급히 먹다
체했다


최근 세종텔레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단순 투자라고 넘겨버리기 힘든 또 한 번의 의미심장한 움직임을 드러난 상황이다. 유진투자증권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세종텔레콤은 지난달 13일부터 26일까지 9차례에 걸쳐 유진투자증권 보통주 198만주를 장내매수했다고 지난달 26일 공시했다. 이로써 세종텔레콤의 유진투자증권 지분율은 12.01%(1163만주)로 확대됐다. 주당 취득단가는 4487~4872원이고, 지분 투자를 위해 약 94억원이 투입됐다.

이번에도 세종텔레콤이 내세운 투자 목적은 단순 투자였다.

그러나 세종텔레콤은 유진투자증권 지분 10% 이상 확보했다는 공시를 낸 지 일주일 만에 생각지 못한 또 다른 소식을 전했다. 지난 2일 세종텔레콤은 앞서 취득한 보통주 198만주를 장내매도했다.

신규 취득한 주식을 불과 일주일 만에 내다파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사안이다. 유진투자증권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던 세종텔레콤의 기존 행보와도 상충된다. 이 과정을 거치며 세종텔레콤의 유진투자증권 지분율은 다시 10% 밑으로 떨어졌다.

금전적인 손해도 막심했다. 재매각 과정에서 1주당 매도가는 4419원, 주식 매각대금은 87억5000만원이었다. 취득한 주식을 일주일 만에 되파는 과정에서 8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뒤따랐다.


세종텔레콤이 유진투자증권 주식을 다시 매물로 내놓은 건, 자의가 아닌 ‘초보적인 실수’ 때문이었다. 세종텔레콤이 주식 취득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대주주(지분 10%이상 보유자)가 되려면 주식 취득 전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는 6개월 내 처분을 명할 수 있다.

금융위 건너 뛴 대형사고
힘들게 먹고 어이없게 뱉어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취득한 금융회사 주식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즉, 세종텔레콤은 기초 단계인 금융위원회 승인 절차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유진투자증권 지분 취득에 열을 올린 셈이다. 세종텔레콤 총괄 운영을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던 김 회장이 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식 밖 행동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더욱이 과거 김 회장은 증권사 운영 경험도 갖춘 인물이다. 

세종텔레콤은 순순히 착오를 인정한 상황이다. 세종텔레콤 관계자는 “단순 투자 차원에서 주식을 취득했던 것”이라며 “다만 취득 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고 이로 인해 매수한 주식을 곧바로 처분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투자업계에서는 세종텔레콤이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친 후 유진투자증권 주식을 다시 매수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 경우 본격적인 경영 참여 움직임을 드러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유진기업의 최근 행보는 세종텔레콤의 지분 확대와 맞물린 양상이다. 지난달 31일 유진기업은 지난 4월27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0차례에 걸쳐 유진투자증권 보통주 97만3000주를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유진기업의 유진투자증권 지분율은 1%p 상승한 28.26%(2737만3920만주)로 확대됐다. 주당 취득단가는 4329~4902원이고, 추가 주식 취득을 위해 약 44억원이 투입됐다. 특수관계인 지분율 역시 29.98%(2904만1105주)로 소폭 올랐다.

유진기업의 유진투자증권 주식 취득은 약 5년6개월 만이다. 유진기업은 기존 26.22%(2539만4585주)였던 지분율을 2015년 11월 27.25%(2640만920주)로 끌어올린 이래 주식 취득에 나서지 않았다.

절차는
어디로

투자업계에서는 유진기업의 유진투자증권 지분 확대를 세종텔레콤의 최근 동향과 연결 짓고 있다. 또한 최근 등장한 제3의 세력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3월 개인투자자인 김종석씨는 특별관계자 1인을 포함해 유진투자증권 지분 5.02%(485만8108주)를 확보했다. 보유 목적은 단순 투자 목적이며, 현 상황에서 우호 세력 여부를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heat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종텔레콤은 어떤 회사?
김형진 회장 절반의 성공

세종텔레콤(옛 온세텔레콤)은 김형진 회장이 2011년 3월 인수한 회사다. 대한전선 계열사였던 온세텔레콤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매각 절차를 밟았다.

김 회장은 2007년 지배력을 확보했던 통신사업자 세종텔레콤(현 세종)을 동원해 온세텔레콤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온세텔레콤은 김 회장 지휘 아래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우선 820억원 규모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금부터 조달했다. 또한 통신사업을 두고 경쟁을 벌였던 세종텔레콤(현 세종)과 온세텔레콤의 통합에 공을 들였다.

이후 세종텔레콤(현 세종)은 2015년 4월 통신사업부문(688억원), 2016년 9월 부산 육양국(275억원) 등을 온세텔레콤에 매각하면서 963억원을 회수하는 데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온세텔레콤은 세종텔레콤의 사명을 넘겨받았다.

기존 세종텔레콤은 현재 세종이라는 사명으로 변경했다.

김 회장의 세종텔레콤 인수 10년 효과는 절반의 성공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세종텔레콤 자산 규모는 4960억원에 달한다. 그가 인수하기 직전 해인 2010년과 비교하면 2.5배가량 증가했다.

다만 사업적 시너지 여부엔 물음표가 남는다. 매출액 규모는 2010년 3210억원에서 지난해 2800억원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2016년 이래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성장엔 한계에 부딪힌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제4이동통신 사업자 진출이 무산되는 등 악재도 있었다.

세종텔레콤은 변화를 모색하고자 ▲세종큐비즈(중고폰 유통, 67%) ▲조일이씨에스(전기공사, 합병) ▲비브릭(블록체인, 54.79%) 등 외형 확장에 나선 상황이다. 올해 초에는 커머스 사업에 집중하고 100% 자회사 ‘콘텐츠캐리어(100%)’를 분사시킨 바 있다.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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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