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위험한데 "밀어붙여" 논란의 서초 청년주택

아이들 위험한데 “밀어붙여”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청년주택사업을 진행하는 업체와 서울 서초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이 특혜 의혹과 사고 위험성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중이다. 역설적이게도 청년들을 위한 사업이 어른들의 다툼으로 정작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청년주택사업은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규제완화와 개발을 통해 공공 민간임대 주택을 건립해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같은 청년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한다는 정책이다. 입주대상은 19~39세까지로 무주택자나 차량 미소유자 등이 대상이다. 

20층의 비밀

역세권 청년주택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취지의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진행 업체 역시 공공사업이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 부분도 있다. 청년주택으로 인허가를 받으면 종상향(건축물의 용적률, 건폐율, 층수 등을 상향시킴)은 물론, 면세도 일부분 가능하다. 

논란이 되는 곳은 강남역 2호선과 신논현역 9호선 사이에 청년주택 건설이 예정된 곳이다. 사업을 계획한 업체의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지하 5층부터 지상 20층까지로 약 350여세대가 들어서는 규모다.


현재 해당 사업지는 전에 있던 건물의 철거를 완료하고 공사 허가 심의를 앞두고 있다. 청년주택의 건립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20층까지 건물이 올라가는 종상향이 특혜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해당 지역은 본래 주거지역의 용도로 기존 6층까지만 허용된 곳인데 청년주택 입지로 결정되면서 용도변경에 따라 최대용적률이 기존 350%에서 850%까지 확대됐다. 

서울시에서 발표한 청년주택 종샹향 요건은 ▲대지면적 1000m² 이상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할 경우 ▲상업지역이 있는 역세권 ▲서울도시기본계획상 중심지(도심·광역·지역지구 및 지구중심)역세권 ▲폭 20m 이상 간선도로변에 인접한 대상지 등 3가지 중 하나의 요건을 충족하면 가능하다.

서초초 스쿨존서 불과 40m
꼼수로 평가 피하기 의혹

교육 환경법에 따르면 학교 근처의 건물은 21층 이상이면 환경교육 평가서를 제출해 승인받도록 돼있지만, 해당 사업지는 20층까지만 건물을 올리기 때문에 분진 등에 대한 환경교육 평가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 

학부모들은 하나같이 분진과 소음 등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점에서 해당 사업지에 대한 특혜가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업체에서 작성한 사업계획서에도 소음 및 분진이 공사현장으로부터 57m 거리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학교와 사업지와의 거리는 40m 정도 거리로 서초초등학교 학생들은 분진이나 소음 등의 문제에 직면한 상태다. 서초초등학교는 1000여명의 학생이 다니는 곳으로 출입구는 정문과 후문으로 나뉘어 있다. 철거가 시작되기 전 대부분의 학생들은 후문을 통해 등·하교했는데 현재는 안전을 이유로 후문이 폐쇄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생들은 후문 쪽으로 이동하는 게 훨씬 빨라 정문을 나와 후문 쪽으로 돌아가 위험한 현장을 지나 등·하교를 할 수밖에 없다. 후문 쪽의 사업지 도로 앞 사거리 도로는 폭이 8m(임시 보행도로 포함 거리)정도고, 나머지도 협소한 편이다.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으로 근방을 지나가는 차량들이 불법주차된 차량을 간신히 비켜갈 정도로 좁다. 8m 폭의 도로는 담벼락 앞에 인도 없이 임시보행지로 노란 선만 그어져 있다.

현재 해당 사업지는 철거가 마무리된 상황이지만, 시공사가 선정된 후 심의를 통과해 공사가 시작되면 언제든지 안전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그렇기에 취지에 맞지 않는 청년주택 건설이 무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립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청년주택 건립의 적절성을 심사해달라는 청원까지 제출했다.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사업지가 스쿨존에 위치해 있어 고원식 속도방지 장치, 보행 인지도를 높이는 보도포장 등 안전장치의 추가 설치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어떤 건물이 들어서도 
안전 위협받으면 반대”

특히 공사 시에는 다른 사업장의 경우를 참고해 소음 계측기 등을 설치 후 철저한 소음관리 실시, 공사차량 이동 시간과 학생 주 이동 시간의 분리, 분진 방지 대책 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자녀가 서초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 학부모는 공익성을 띄고 있는 청년주택이 들어서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해당 사업지에 다른 건물이 들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안전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길거리로 나서 집회까지 진행했다. 

시청까지 찾아가 담당자와 구청장 면담을 통해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했으나 안전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이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집값이 오르는 상황 속 청년들을 위한 주택은 필요하지만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조치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구청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사업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구청은 “철거 시 안전 관련 문제는 업체가 계획한대로 진행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지를 소유한 회사 측도 철거와 관련해서는 철거 업체가 담당했다”며 “시청 측과 구청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청년주택은 공익사업으로 보이나 그 안에는 완공 후 30%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뒤, 10년이 지나면 다시 사업자에게 분양권이 돌아가는 꼼수가 숨어있다. 개인 사업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사업자는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대책 필요

한 학부모는 “이익만 생각하는 업체 때문에 아이들만 피해를 본다”며 “아이의 안전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 속 에 이를 묵인하는 시청과 구청도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