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활기 띠는 수익형 부동산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과 거래액이 급증했고, 상업용지 거래도 활발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오피스텔을 제외한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4만7733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4만1096건보다 16%가량 증가한 것이다. 거래량 증가 1위는 경기도로, 지난해보다 18%(2467건)가량 늘어난 1만6381건을 기록했다. 서울도 전년 동기보다 1289건, 부산도 1050건 늘었다.

단기간
완판행렬

올해 중대형 상업 용지(일반 상업지역, 근린 상업지역 토지) 거래량도 4월 말까지 2370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1868건) 대비 약 26.9% 증가한 것이다. 경기도가 296건, 강원 273건, 충남 250건, 전남 195건, 서울 193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상업 용지 거래는 지방 도시가 전체 거래량의 약 54.6%(1295건)를 차지했다.

오피스텔을 포함한 1분기 서울 상업·업무용 부동산 매매 거래총액은 9조187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 6조2023억 원과 비교해 3조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상가들의 휴·폐업 속출로 판매 시설의 거래 총액은 3783억원으로 전년 동기 8102억원에 비해 대폭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거래된 수익형 부동산은 오피스텔 16만1642건 등 총 33만5556건으로 나타났다. 2019년 30만3515건보다 10.56% 늘어난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이 정부 고강도 규제로 반사이익을 얻으며 그야말로 성수기를 맞이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수익형 부동산 역시 순차적으로 대출 규제 적용 방침을 발표하자 매물 선점 움직임도 나타나는 추세다.


최근 수익형 부동산 신규 부동산 시장은 상가나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내 기숙사 등 구분 없이 단기간 완판행렬을 이어가면서 아파트 못지않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난 4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분양한 단지 내 상가 ‘힐스테이트 에비뉴 장안 센트럴’은 분양 이틀 만에 85개 점포가 모두 팔렸다.

상업·업무용 거래량·거래액 급증
정부 고강도 규제로 반사이익 얻어

반도건설이 지난해 10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분양한 지식산업센터 ‘가산역 반도 아이비밸리’도 분양 15일 만에 모두 주인을 찾았다. 올 1월 경기 과천시 지식정보타운에서 분양한 ‘과천 상상 자이타워’역시 분양 하루 만에 완판된 바 있다.

오피스텔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보광종합건설이 올 4월 대구 동구 신암동에서 선보인 ‘동대구역 골드클래스’주거용 오피스텔은 정당계약 첫날 모두 팔렸다. 3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분양한 ‘더 오키드 청담’역시 분양 당일 완판 됐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점차 거래도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상업업무용 거래량은 전분기(8만6097건)대비 238건 늘어난 총 8만6335건이다. 이와 달리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4분기(42만4062건)와 비교해 9만8208건 감소한 32만5854건이 거래됐다.

수익형 부동산이 상승세를 이어가자 곳곳에서 공급이 활발하다. 그중에서도 항아리 상권 단지 내 상가, 지방세 시가표준액 1억원 미만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내 기숙사, 도심 생활(형)숙박시설 등이 특히 수요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먼저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가 위축되고 공실이 늘어나고 있는 기존의 인기 상권보다는 항아리 상권에 단지 내 고정 수요를 확보한 곳이 상가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대규모 주거시설이나 업무시설 인근에 위치해 풍부한 배후 수요를 꽉 움켜잡는 상권을 형성함으로써 지속적이고 충성도 높은 수요층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외부 충격에도 흔들림이 없어 알짜배기 투자처로 각광 받아서다.


항아리 상권은 항아리에 물을 부은 듯 확대되지는 않지만, 일대 수요를 품어 꾸준히 유지되는 상권을 일컫는다.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상권과는 달리 특정지역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중소형 마트나 편의점 등 생활밀착형 업종부터 이용률 높은 커피숍, 식당 등의 업종으로 주로 구성된다. 대표적인 항아리 상권으로는 지역 골목상권부터 중심상권과 이격된 먹자골목, 신도시 내 상권 등을 들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입주세대라는 고정수요를 확보하고 있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거리두기 등으로 원거리 소비 보다는 동네상권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대단지 내 상가의 장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방세법상 시가표준액이 1억을 넘지 않는 소형 오피스텔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심해지면서 주거용 오피스텔이 규제의 범주에 들어가게 됐지만, 시가표준액 1억원을 넘지 않는 오피스텔은 규제를 피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비 위축
공실 늘어나

실제로 ‘지방세법 개정안’ 시행으로 다주택자의 세금이 크게 늘자 투자자들은 무주택 상품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이다. 지방세법 시행령 28조에 따르면 지난해 8월12일 이후 계약된 시가표준액 1억원 이하의 오피스텔은 주거용이라도 취득세 산정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청약 당첨 후에도 아파트 청약 시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시가표준액 1억원 이하의 오피스텔은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최근 크게 오른 취득세 중과에서 배제된다. 기존 세법에서 아파트의 취득세는 규제 지역과 관계없이 최대가 4%였다. 그러나 지난해 7월10일 대책의 영향으로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8%, 3주택자 이상과 법인은 12%까지 취득세율이 인상됐다. 비 조정대상지역이라도 3주택자는 8%, 4주택자 이상과 법인은 12%가 부과된다.

지식산업센터 내 기숙형 오피스텔도 인기다. 인근 동일 면적의 오피스텔보다 저렴한 분양가가 책정돼 초기 자금 부담이 적고, 종부세 합산 배제, 취득세나 양도세 중과 배제, 대출 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임대수익

마지막으로 도심 생활(형)숙박시설도 마찬가지다. 도심에 입지한 경우가 유리한데 교통환경 및 생활 인프라, 관광 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고객 유치에 수월하다. 생활숙박시설은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오피스텔로 해석할 수 있는데, 객실 이용료가 호텔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오피스텔 보다 높은 객실 이용료로 같은 지역 내 오피스텔 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생활숙박시설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청약통장이 필요 없어 자유롭게 분양 받을 수 있다. 또한 전매제한 대상도 아니며, 주택으로 분류하지 않아 다주택자 규제에서도 자유로워 종합부동산세가 면제되고, 양도세 중과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수익형 부동산 거래와 상업용지 매매가 증가했다”며 “양적 완화와 저금리 기조 지속, 주택시장 규제 강화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권에 분양 중인 주요 수익형 부동산.

 

▲보라매자이 상업시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355-30번지 일대 초역세권에 입지한 ‘보라매자이’상업시설이 100% 분양 완료된 가운데 회사보유분을 전매 임대 공급한다. GS건설이 시공하는 보라매자이 상업시설은 지하철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 3번 출구 바로 앞 초역세권 상가다.


총 959세대 최고 38층인 고층 아파트의 상업시설로 지역적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 점포는 최고6m(4.4~6.0m)의 높은 층고를 적용해 보다 쾌적하고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가시성이 뛰어난 1층 스트리트형 설계로 입점 테넌트와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지상 1층부터 2층까지 총 154개 점포로 구성돼 있다. 입점 예정일은 2021년 10월.

 

▲이대역 에스엠케이타워= 원조 골드라인 2호선 이대역 도보 5분 거리에 ‘이대 에스엠케이타워’ 오피스텔이 선시공·후분양 방식으로 공급 중이다. 신촌, 이대역 일원에서 분양가 1억대부터 시작하는 착한 공급가로 책정됐다. 분양가 2억2000만원(전세 2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실투자금 2000만원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서울을 대표하는 대학가인 지하철 2호선 이대역과 신촌역 인근으로 규모는 최고 높이 10층, 1개 동이다. 전용면적 14.77㎡(약 4.5평)~19.79㎡(약 6평), 오피스텔 48실로 지상 3~10층으로 구성된다.

분양 관계자는 “신혼부부와 인근 직장인 수요, 대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 등의 문의가 많다”며 “지구대가 바로 인접해 안정성이 보장되며 신촌과 이대 초역세권의 이점과 공간 프리미엄을 선사하는 오피스텔로, 전 연령대 수요자들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산 모비우스 타워= 피데스개발이 서울 금천구 가산동 G밸리에 첨단 지식산업센터 ‘가산 모비우스 타워’를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20층 연면적 약 4만3400㎡ 규모로 들어선다. 지식산업센터와 함께 독립된 동선을 갖춘 기숙사(391실)도 분양한다. 입주 고객의 최적 비즈니스, 휴식, 주거 여건 마련을 위해 다양한 특화 설계를 선보일 계획이다.

호텔식 드롭존, 퍼스널 모빌리티존, 옥상정원과 스카이라운지, 관리비 절감을 위한 태양광발전 시스템도 설치될 예정이다. 스마트게이트, 엘리베이터 제균 시스템 등 방역관리 및 안심시스템도 적용된다. 특화 로비 라운지와 함께 실내 자전거 보관실, 전동킥보드 거치대 등 밀레니얼 세대 트렌드를 반영한 특화 설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가산 모비우스 타워는 지식산업센터와 라이프스타일센터형 코리빙하우스 기숙사(391실)를 함께 분양한다. 가산 모비우스 타워 내 기숙사의 경우 일반 아파트 2.3m보다 높은 3.35~3.72m로 높여 쾌적성과 개방감을 높인 층고 및 복층 설계(382실 적용)를 했다. 공유 키친&다이닝과 루프톱 라운지 등 풍부한 커뮤니티 시설을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방 계열사 우주에서 8년임대 5% 수익 확정 보장한다. 시공은 대림건설이 맡았다.

대출 규제 적용 방침
매물 선점 움직임도

 

▲더 솔라고 세운= 동부건설이 서울 중구 충무로 역세권에서 공급하는 생활형 숙박시설 ‘더 솔라고 세운’을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14층, 전체 559실 규모로 들어서는 이 단지는 생활형 숙박시설 외에도 지하 2층 12실 규모의 스크린골프장(근생시설), 지하 1층 12레인의 볼링장(근생시설)과 피트니스센터, 지상 1·2층 상가로 구성된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전용 21.01㎡ 원룸부터 57.48㎡ 투룸까지 다양하게 구성된다.

세대 반영
특화 설계

단지 계약자에게는 시행 위탁사가 운영하고 있는 솔라고CC(36홀 골프장) 60만원 그린피 상품권 지급과 3년간 그린피 10% 할인권 혜택, 2021년 7월 준공예정인 솔라고 콘도(가칭) 3년간 20% 숙박료 할인, 더 솔라고 세운 3년간 연 1회 무료 숙박권 지급, 임대차 서비스, 세무대행, 시설관리 서비스 등이 제공될 예정이다.

숙박객에겐 볼링장과 스크린골프 운영요금의 20% 할인, 조식 서비스(단기 숙박 시 무료제공, 장기 렌털 시 할인 제공)와 피트니스 무료 이용, 레스토랑 10% 식·음료 할인과 발레파킹 서비스, 객실 클리닝 서비스, 세탁 서비스 등이 계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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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