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1년’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호위 플랜

등에 칼 꽂을까 호흡기 달아줄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 임기 5년차, 정권교체와 정권 연장의 기로에 선 시기다. 역대 정부에서는 어김없이 정권말 대형 비리 사건들이 터져 나왔다. 검찰총장은 임명권자의 등에 칼을 꽂을 수도, 호흡기를 달아줄 수도 있는 자리.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은 어떨까. 일단 청와대는 ‘우리 편’을 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지난 3일 오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에서 추천한 최종 후보군 가운데 김 전 차관을 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지난달 29일 추천위가 김 전 차관을 포함한 4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한지 나흘 만이다. 

4명 후보
투표 4위

김 후보자는 추천위 표결에서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구본선 광주고검장에 이어 가장 적은 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사법연수원 20기)는 현직 검사가 아닌 점, 전임 윤석열(23기) 총장보다 기수가 높은 점 등이 약점으로 평가됐지만 2019년에 이어 검찰총장을 목전에 두게 됐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김오수 후보자는 대검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법무부 차관 등 법무,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주요 사건을 엄정히 처리했다”며 “아울러 국민 인권보호와 검찰개혁에도 앞장섰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조직 안정을 우선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된다면 무엇보다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구성원과 화합해 신뢰받는 검찰, 민생 중심의 검찰, 공정한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소통하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전남 영광 출신의 김 후보자는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8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91년 사법연수원을 20기로 수료했다. 문재인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돼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3명의 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2년간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하면서 문정부의 검찰개혁에 발을 맞춘 부분이 강점으로 꼽혔다. 

김 후보자는 친정부 성향의 인사로 꼽힌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문정부 주요 요직의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감사원 감사위원,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등이다.

18기→23기→20기 기수 역전
요직마다 최종 후보로 거론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아마 공직자 후보의 최대 노미네이션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그 말은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 지명에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의 적임자’, 국민의힘은 ‘정권의 호위무사’라는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김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인사청문회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후보자 역시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는 입장을 전한 상태다. 


그의 정치적 편향성이 청와대의 검찰총장 지명에 있어서는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최종 후보군에 포함되지 못한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앞서 청와대가 김 후보자를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제청해 달라고 요청했을 당시 최재형 감사원장이 ‘친정부 인사’라는 점을 들어 거부했을 때와도 상황이 달라졌다.

김 후보자의 친정부 성향은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이후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인사, 정권 관련 수사, 김 후보자 본인이 연루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등 현안이 산적해있다.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사건들인 만큼 김 후보자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검찰총장 취임 직후 단행될 고위급 검찰인사가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언급되다가 목전에서 낙마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에서 김 후보자를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한 이유에 이 지검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친여 성향
유리했나?

김 후보자는 4명의 최종 후보군 가운데 유일하게 이 지검장(23기)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다. 조남관(24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배성범(23기) 법무연수원장, 구본선(23기) 광주고검장 등으로 김 후보자가 아닌 3명 가운데 검찰총장 지명이 이뤄졌다면 이 지검장은 검복을 벗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청와대가 18기(문무일 전 검찰총장), 23기(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다시 20기(김 후보자)로 기수 역전을 감행하면서 이 지검장의 유임 확률이 높아졌다.

청와대는 이 같은 기수 역순환에 대해 “기수가 높다는 게 단점으로 작용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18기(문무일)에서 23기(윤석열)로 뛴 게 좀 파격적인 인선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친정부 성향의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쌍두마차로 검찰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내부에서 정권 관련 수사의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이 지검장은 정권 관련 사건을 막아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지검장을 가리켜 ‘방탄 수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초부터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건’ 등 정권 관련 수사를 뭉갰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 대한 수사팀의 무혐의 요청을 수차례 거부해 마찰을 빚었다.


이 지검장이 조직 내 신망을 잃은 사건이다.

정치적 중립
시험대 올라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 등 정권 관련 민감한 수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사안들이 김 후보자의 영향력 아래에 놓인 상황이다. 법조계가 해당 사건들에 대한 김 후보자의 의중에 관심을 표하는 이유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최대한 신속히 처리한다는 기조로 움직이고 있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무난하게 취임한다고 해도 한 달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그때까지 수사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 검찰총장 임명 직후 검찰인사가 단행되면 수사팀이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수사팀이 속도를 내는 것과는 별개로 사건 마무리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전지검에서 수사 중인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은 백운규 전 산업통산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가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사팀은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두 달 넘게 보강 수사를 벌이고, 최근 채 전 비서관을 소환 조사하는 등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은 2019년 3월 이른바 버닝썬 사태를 덮기 위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재조사 사건을 활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건화됐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연루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수사는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등 진상조사단 8팀 관계자들이 2018년 12월부터 2019년 초까지 6차례에 걸쳐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만날 때마다 이 비서관과 이 검사가 통화한 기록이 나왔다. 검찰은 조작 또는 왜곡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윤중천 면담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도 이 비서관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친정부 성향’ 이성윤과 쌍두마차
검 인사·정권 수사에 관심 집중

이 비서관은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도 연루돼있는데, 이 사건에는 김 후보자 역시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김 후보자는 2019년 3월 김 전 차관 출국금지 당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수원지검 수사팀으로부터 서면조사를 받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포함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해 일절 보고를 받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본인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대해서는 향후 총장으로 취임해도 법령과 규정에 따라 회피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김 후보자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김 후보자는 법무부 차관 재직 시절 법무부와 검찰 간의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다. 문정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혀 의견을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2019년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불거져 나왔던,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대검에 윤석열 전 총장을 제외한 조국 수사팀을 구성하자고 한 사실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실행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당시 김 후보자의 제안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후보자가 언급한 조직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는 ‘방탄 총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성향 변호사 모임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에서는 김 후보자를 두고 “중립성과는 정반대의 인물”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김 후보자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6일 “일선 검사장과 대검 부장검사, 법무부 차관을 한 만큼 수사와 행정에 두루 밝아 검찰 수장이 될만한 자격을 갖춘 분”이라고 김 후보자에 대해 평가했다.

김 후보자가 친정부 성향이라는 지적에는 말을 아꼈다. 

김학의 사건
발목 잡히나

박 장관은 김 후보자 취임 이후 단행될 검찰인사에 대해 “촘촘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 김 후보자가 취임하면 잘 협의하고 의견을 들어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장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공식화하고, 최종적으로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뜻도 잘 받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장관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인사에서 윤 전 총장과 의견청취 문제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법무부는 최근 사법연수원 27~31기를 대상으로 인사 검증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검사장·차장검사 승진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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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