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1년’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호위 플랜

등에 칼 꽂을까 호흡기 달아줄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 임기 5년차, 정권교체와 정권 연장의 기로에 선 시기다. 역대 정부에서는 어김없이 정권말 대형 비리 사건들이 터져 나왔다. 검찰총장은 임명권자의 등에 칼을 꽂을 수도, 호흡기를 달아줄 수도 있는 자리.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은 어떨까. 일단 청와대는 ‘우리 편’을 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지난 3일 오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에서 추천한 최종 후보군 가운데 김 전 차관을 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지난달 29일 추천위가 김 전 차관을 포함한 4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한지 나흘 만이다. 

4명 후보
투표 4위

김 후보자는 추천위 표결에서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구본선 광주고검장에 이어 가장 적은 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사법연수원 20기)는 현직 검사가 아닌 점, 전임 윤석열(23기) 총장보다 기수가 높은 점 등이 약점으로 평가됐지만 2019년에 이어 검찰총장을 목전에 두게 됐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김오수 후보자는 대검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법무부 차관 등 법무,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주요 사건을 엄정히 처리했다”며 “아울러 국민 인권보호와 검찰개혁에도 앞장섰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조직 안정을 우선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된다면 무엇보다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구성원과 화합해 신뢰받는 검찰, 민생 중심의 검찰, 공정한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소통하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전남 영광 출신의 김 후보자는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8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91년 사법연수원을 20기로 수료했다. 문재인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돼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3명의 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2년간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하면서 문정부의 검찰개혁에 발을 맞춘 부분이 강점으로 꼽혔다. 

김 후보자는 친정부 성향의 인사로 꼽힌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문정부 주요 요직의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감사원 감사위원,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등이다.

18기→23기→20기 기수 역전
요직마다 최종 후보로 거론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아마 공직자 후보의 최대 노미네이션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그 말은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 지명에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의 적임자’, 국민의힘은 ‘정권의 호위무사’라는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김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인사청문회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후보자 역시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는 입장을 전한 상태다. 


그의 정치적 편향성이 청와대의 검찰총장 지명에 있어서는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최종 후보군에 포함되지 못한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앞서 청와대가 김 후보자를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제청해 달라고 요청했을 당시 최재형 감사원장이 ‘친정부 인사’라는 점을 들어 거부했을 때와도 상황이 달라졌다.

김 후보자의 친정부 성향은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이후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인사, 정권 관련 수사, 김 후보자 본인이 연루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등 현안이 산적해있다.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사건들인 만큼 김 후보자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검찰총장 취임 직후 단행될 고위급 검찰인사가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언급되다가 목전에서 낙마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에서 김 후보자를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한 이유에 이 지검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친여 성향
유리했나?

김 후보자는 4명의 최종 후보군 가운데 유일하게 이 지검장(23기)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다. 조남관(24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배성범(23기) 법무연수원장, 구본선(23기) 광주고검장 등으로 김 후보자가 아닌 3명 가운데 검찰총장 지명이 이뤄졌다면 이 지검장은 검복을 벗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청와대가 18기(문무일 전 검찰총장), 23기(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다시 20기(김 후보자)로 기수 역전을 감행하면서 이 지검장의 유임 확률이 높아졌다.

청와대는 이 같은 기수 역순환에 대해 “기수가 높다는 게 단점으로 작용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18기(문무일)에서 23기(윤석열)로 뛴 게 좀 파격적인 인선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친정부 성향의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쌍두마차로 검찰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내부에서 정권 관련 수사의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이 지검장은 정권 관련 사건을 막아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지검장을 가리켜 ‘방탄 수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초부터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건’ 등 정권 관련 수사를 뭉갰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 대한 수사팀의 무혐의 요청을 수차례 거부해 마찰을 빚었다.


이 지검장이 조직 내 신망을 잃은 사건이다.

정치적 중립
시험대 올라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 등 정권 관련 민감한 수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사안들이 김 후보자의 영향력 아래에 놓인 상황이다. 법조계가 해당 사건들에 대한 김 후보자의 의중에 관심을 표하는 이유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최대한 신속히 처리한다는 기조로 움직이고 있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무난하게 취임한다고 해도 한 달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그때까지 수사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 검찰총장 임명 직후 검찰인사가 단행되면 수사팀이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수사팀이 속도를 내는 것과는 별개로 사건 마무리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전지검에서 수사 중인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은 백운규 전 산업통산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가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사팀은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두 달 넘게 보강 수사를 벌이고, 최근 채 전 비서관을 소환 조사하는 등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은 2019년 3월 이른바 버닝썬 사태를 덮기 위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재조사 사건을 활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건화됐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연루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수사는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등 진상조사단 8팀 관계자들이 2018년 12월부터 2019년 초까지 6차례에 걸쳐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만날 때마다 이 비서관과 이 검사가 통화한 기록이 나왔다. 검찰은 조작 또는 왜곡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윤중천 면담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도 이 비서관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친정부 성향’ 이성윤과 쌍두마차
검 인사·정권 수사에 관심 집중

이 비서관은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도 연루돼있는데, 이 사건에는 김 후보자 역시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김 후보자는 2019년 3월 김 전 차관 출국금지 당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수원지검 수사팀으로부터 서면조사를 받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포함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해 일절 보고를 받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본인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대해서는 향후 총장으로 취임해도 법령과 규정에 따라 회피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김 후보자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김 후보자는 법무부 차관 재직 시절 법무부와 검찰 간의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다. 문정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혀 의견을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2019년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불거져 나왔던,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대검에 윤석열 전 총장을 제외한 조국 수사팀을 구성하자고 한 사실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실행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당시 김 후보자의 제안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후보자가 언급한 조직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는 ‘방탄 총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성향 변호사 모임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에서는 김 후보자를 두고 “중립성과는 정반대의 인물”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김 후보자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6일 “일선 검사장과 대검 부장검사, 법무부 차관을 한 만큼 수사와 행정에 두루 밝아 검찰 수장이 될만한 자격을 갖춘 분”이라고 김 후보자에 대해 평가했다.

김 후보자가 친정부 성향이라는 지적에는 말을 아꼈다. 

김학의 사건
발목 잡히나

박 장관은 김 후보자 취임 이후 단행될 검찰인사에 대해 “촘촘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 김 후보자가 취임하면 잘 협의하고 의견을 들어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장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공식화하고, 최종적으로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뜻도 잘 받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장관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인사에서 윤 전 총장과 의견청취 문제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법무부는 최근 사법연수원 27~31기를 대상으로 인사 검증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검사장·차장검사 승진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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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