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한라 상승세의 이면

실적 좋아도 줄지 않는 빚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라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한라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수익성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시선이 대다수다. 다만 재무상태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한라는 토건공사 및 주택건설을 영위하는 중견 종합건설사다. 시공능력 평가액 순위는 지난해 기준 37위에 이름을 올렸고,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지분 기준 17.06%(보통주)를 보유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다.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5.10%로 집계됐다.

잘나가지만…

최근 한라는 완연한 실적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9년 연결기준 1조3049억원, 677억원 그쳤던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각각 1조5653억원, 967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1000억원대 영업이익 달성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분위기다. 한라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452억원, 영업이익 2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소폭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28.8% 증가했다. 

한라는 주택 부문 호조와 종속회사들의 수익성 향상이 실적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자체사업장 분양의 영향으로 광고 선전비가 증가했지만, 낮아진 원가율이 실적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매년 수주잔고가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2019년 2조9000억원이었던 한라의 수주잔고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3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호실적에 힘입어 신용등급도 상향이 이뤄졌다. 지난달 29일 한국기업평가는 한라의 121회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0(긍정적)’에서 ‘BBB+(안정적)’로 상향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양질의 수주물량 확보를 통한 안정적 실적을 시현한 데다, 현금흐름 확대 및 자산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등급상향 이유로 들었다.

증권가에서도 한라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4일 한라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65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올해 분양 공급 계획 1만2000세대를 바탕으로 주택 매출의 가파른 성장이 가시화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수익성 껑충…올해도 장밋빛 전망
적정 수준 넘긴 부채…차입금 압박

건설업계에서는 한라의 고공행진을 2019년 3월 취임한 이석민 대표의 경영능력과 연결 짓는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1993년 만도기계에 입사한 이래, 그룹 내 요직을 거쳤던 인물이다.

한라그룹 비서실장(1995년), 한라건설 기획실장(2003년), 만도 부사장(2008년), 한라그룹 한라인재개발원 원장(2013년), 한라홀딩스 대표(2018년 11월)에 임명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이 대표를 정 회장의 복심이라고 평가한다.

한라는 이 대표 취임 전까지만 해도 심각한 실적 악화를 겪던 상태였다. 연결기준 2018년 영업이익은 전년(1572억원) 대비 절반 수준인 602억원에 불과했고, 매출 역시 31.2% 감소한 1조3210억원에 머물렀다.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이 대표는 취임 직후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기조 하에 수익성 개선을 위해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등 판관비 감소에 공을 들였다. 또 신규 사업지 물색에도 적극 나섰다. 그 결과 한라는 지난해 연결기준 1조5000억원대 매출을 회복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부채를 줄이는 작업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2018년 575.2%까지 치솟았던 한라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341.9%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라홀딩스 상표권 매각, 자산매각, 배당이익 등에 따른 자본 확충이 부채비율 하락에 일조했다.

지난해 거둔 1100억원대 순이익이 이익잉여금으로 반영된 것도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줬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채비율을 안정적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타 업종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건설업계 특성을 감안해도, 300%를 초과하는 한라의 부채비율은 동종업계에 비해 높은 축이다. 올해 1분기에 부채비율을 12.7%p 떨어뜨렸음에도 여전히 200%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수년째 줄지 않는 총차입금 규모를 감안하면, 부채를 큰 폭으로 줄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라는 2019년부터 경영정상화를 위해 수주를 늘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고, 반대급부로 차입 규모는 한층 커졌다. 

마냥 웃기엔…

2018년 3756억원이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이듬해 5705억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6761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이 여파로 2018년 20.7%였던 차임금의존도는 지난해 40.9%까지 뛰어올랐다. 지난해의 경우 지난해 자체사업 용지투자 등에 따른 운전자본부담, 한국자산평가 매각 후 재인수 과정에서의 일시적 신용공여 등이 차임금을 키우는 데 영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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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