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 논란' 안철수 인기 왜?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9.04 09: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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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해도 '멀쩡' 오리발에도 '말짱'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 했다. 사소해 보이는 작은 실수가 벌써 몇 번째란 말인가. 선명하지 못한 기억 탓으로 돌리기엔 당시의 상황과 묘사가 지나치게 절묘했다. 그동안 안 원장의 작은 실수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울리는 감동 스토리를 만들었고 안 원장을 시대의 요구에 가장 잘 부합하는 지도자감으로 급부상시켰다. 이것은 국운을 좌지우지하고 한 나라의 역사를 결정하는 일이다. 안 원장의 거짓말에도 열광하는 국민. 기성정치인의 끝없는 배신으로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에 그의 달콤한 거짓말이 가뭄의 단비가 된 것은 아닐까.

안철수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고 파장이 커지고 나서야 안 원장이 해명에 나섰다. 안 원장 거짓말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무릎팍도사>라는 예능프로그램. 의혹을 일으킨 수많은 안 원장의 진술 중에서 대표적인 두 가지는 최근에 불거진 '룸살롱 출입사건'과 거짓말 논란의 발단이 된 '군 입대 일화'다.

"청교도적인 삶"

안 원장의 청교도적인 삶이 거짓말이 된 <무릎팍 도사>의 강호동과 안 원장의 대화는 강호동의 "일탈이란 단어를 아세요?"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술집에 언제 갔었느냐는 강호동의 질문에 안 원장은 "본과 다닐 때는 많이 마셨고요, 회사 다니면서 술은 안마시게 됐죠"라고 대답한 것이 룸살롱 논란의 시작이었다.

그는 "요즘 이제 직원들이나 사람들 만나면 저는 당연히 술을 못 마시는 사람으로 알더라고요. 그래서 ‘옛날에 나는 끝이 없이 술을 많이 마셨다’고 하면 농담인 줄 알고 아무도 안 믿어요. 그래서 억울해요 한 편으로. 저 잘 마셨는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시청자가 보기에 대단히 가볍고 일상적인 대화였다. 하지만 이미 사업차 룸살롱을 몇 차례 출입했던 사람이 실수로 내뱉은 농담이라고 치부하면 이 대화는 갑자기 무거워진다.

이를 두고 한 전문가는 "안 원장의 당시 발언은 굉장히 의도적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자신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일상화된 거짓말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당시 질문이 당황스러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대답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보통의 상식을 넘어가는 자세한 설명 아니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이라고 말해 3년여의 세월을 사이에 둔 엇갈리는 안 원장의 진술에 난해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강호동의 "단란이 먹는 술집도 가보셨어요?"라는 질문에 안 원장은 "아뇨"라고 대답했고, 재차 "네? 단란하게"라는 물음에 "뭐가 단란한 거죠?"라고 답한 것을 두고 한쪽에선 꼬리를 물고 늘어졌고 반대쪽에선 쓸데없는 트집이라고 날을 세워 포털이 들썩였다.

이 부분만 확대해보면 룸살롱 출입 논란이 부당한 공격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대화를 들어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노래하면서 술 마시는데 있잖아요"라는 질문에도 안 원장은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연신 생수를 만지작거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술'과 '단란주점'을 소재로 한 이 대화는 "종교 있으십니까. 딱 목사님이신데 지금" "선생님은 거의 머 수도자의 삶을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라는 사회자의 극찬에 안 원장은 "어떤 분들은 제 삶이 청교도적인 거 같다고 (말했다)"로 마무리됐다.

룸살롱 출입·입대 일화 구설에도 굳건
"기성 정치인 반감 더 커 큰 타격 없다"


한 전문가는 "안 원장에게는 사소한 포장이지만 이것을 받아들이는 국민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이 대화로 국민은 성공한 사업가 안 원장을 동경하게 됐다. 그리고 권력과 힘 있는 자들에 대한 반감이 해결되기도 했다"며

"그동안 룸살롱은 서민에게 권력집단의 암실, 부패의 온상으로 여겨졌다. 이곳을 거치지 않고 성공을 했다는 것. 이것이 국민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라고 말해 <무릎팍도사>에서 이어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 원장의 룸살롱 출입 여부가 기성정치인과 달리 논란이 된 이유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아도 안 원장의 대화가 의도된 거짓말이라 하기에 무리가 없을 뿐 아니라 이제와 "룸살롱 갔었는데 술만 마셨다"고 시치미를 떼기에는 당시 시청자에게 던져준 '불신으로부터의 해방감'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금성사)에도 실릴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킨 군 입대 당시의 일화도 입방아에 올랐다.

안 원장은 "내무반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 전날 가족들과 헤어진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같이 이제 밥 먹고 서로 따듯한 이야기도 나누고,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아 제가 군대 간단 이야기를 안 하고 나온 거에요. 지금도 굉장히 죄송한 마음에 쥐여살고 있습니다. (중략) 일에 빠져서 일을 처리하느라고 거기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일들도 생기더라고요"라고 말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데 안 원장의 이 같은 말과는 달리 그의 아내 김미경 서울대학교 교수는 작년 언론을 통해 안 교수의 군 입대 상황을 설명하면서 "(안철수 교수)그를 기차에 태워 보내고 혼자 돌아오는데 무지 섭섭했다"라고 회고해 파장이 인 것이다. 안 원장은 "(아내가)전송 나왔는데 그냥 갔다"라고 해명했지만, 이 또한 보통의 상식을 뛰어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안철수 거짓말'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이것이 거짓말이라면 너무 섬뜩하다. 그렇다면 쥐여살았다는 말도 거짓말이 되는 것이네"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논란이 되는 안 원장의 십수 가지의 진술들은 비슷한 흐름을 가지고 있다.

한 정치관계자는 이러한 안 원장의 화법을 두고 "안 원장은 국민의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그 한마디로 국민의 갈증이 해소되는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작은 체구와 조용하고 어눌한 말투. 순수하고 맑은 표정. 여느 정치인에게서 볼 수 없는 안 원장의 모습에 국민은 환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안 원장의 그동안의 진술이 거짓말로 드러난다 하더라도 기성 정치인에 대한 반감 때문에 거품이 쉽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안 원장이 거짓말 논란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정치 관계자는 이를 두고 "사람들은 안 원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 같다. 사랑에 눈이 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문제는 안 원장을 사랑해야 하는데 안 원장의 포장지를 사랑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고 밝혔다.

그리고 "안 원장이 대통령에 선출되면 국민이 진실을 알게 되겠지만, 이대로 대권 출마를 포기한다면 안 원장은 마치 아련한 첫사랑처럼 국민에게 기억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심 흔드는 화법

이러한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릎팍도사> 사회자는 안 원장의 이야기들을 듣고 "지금 CEO가 아닌 교주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안 원장은 <무릎팍도사>가 끝날 무렵 이런 말을 남겼다. "머리가 좋고 자기의 개인적인 성공만 추구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를 사실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깊은 감동을 준 안 원장의 이 이야기는 의도된 거짓말이 아니길 국민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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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