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작’ 직장인 웹소설 창작 열풍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4.19 13:36:17
  • 호수 13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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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뜨면 로또 안 부럽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과거 작가는 배고픈 직업 중 하나였다. 최근 웹소설 작가는 작품 하나만 뜨면 큰 돈을 벌게 됐다. 실제로 지하철에서 종이책 대신 휴대폰으로 웹소설을 보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웹소설 한편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면서 웹소설 작가로 도전하는 직장인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하 김부장)’.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끈 웹소설 제목이다. 이 소설은 온라인서 입소문을 타면서 알려지고 있는데 회사원이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겪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또 직장인들의 고충과 애환을 담아내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자아냈다.

조회 10만 훌쩍

이 소설은 22편까지 연재돼 한 달 만에 무려 170만명이 읽었다(지난 13일 기준). 소설을 쓴 송씨는 광고 수익으로 93만원을 벌었으며, 출판사·영화제작사와 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이한 점은 송씨가 웹소설 플랫폼이 아닌 블로그에 글을 썼다는 것이다.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 밟는 코스가 아닌 네이버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이 인터넷 카페,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돼 조회 수가 가파르게 올라갔다. 

3년 전 김부장과는 비슷한 사례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웹소설이 있다. 여타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오피스누나’다. 인터넷 커뮤니티 엠엘비파크(MLBPARK) 사이트에 게시된 이 글은 다른 대형 커뮤니티까지 알려지면서 최종회 조회 수 10만을 훌쩍 넘었다.


‘오피스누나’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평정하자 네이버 오디오북, 웹툰까지 진출하면서 재조명됐다. 이 작품도 회사에서 벌어진 애틋한 사랑이야기다. 작가는 미국에서 살고 있음을 밝히며 오전(한국시각)마다 글을 올렸다. 

‘서울 자가에 다니는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오피스누나’ 등 엄청난 조회 수를 자랑하는 이 두 편의 공통점은 현실성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험했을 법한 일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독자가 글속으로 빠져들었다. 

‘오피스누나’를 쓴 팔메이로 작가는 과거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최대한 담아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성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인위적이지 않아 독자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스타작가 알고 보니 회사원
히트작 인기 요인 ‘현실성’

이처럼 직장인이 쓴 소설이 웹상에서 주목받고 있다. 카페, 커뮤니티, 블로그 등 글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 영향과 함께 글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웹소설 지망생이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웹툰·웹소설 아마추어 창작자가 70만명으로 전년(58만명)보다 21%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거 소설작가로 등단하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공모전에서 수상을 해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요새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참신한 ‘글빨’만 있다면 웹소설 시장에서 수억원대 수익을 올리며 작가로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두꺼운 종이책 대신 스마트폰으로 웹소설을 보는 사람이 많아졌고, 누구나 재미있는 소재와 이야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연재할 수 있기 때문에 부업으로 웹소설 시장에 뛰어드는 직장인 관심이 매우 뜨겁다.


특히 상당수 웹소설 스타 작가가 본래 직장을 다니며 틈틈이 글을 써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제2의 스타작가’를 꿈꾸는 직장인의 도전도 늘고 있다. 당장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쿠팡파트너스는 쿠팡에서 판매하는 상품 홍보글을 본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블로그에 올리고 판매가 이뤄지면 수수료 3%를 받는 형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신인 작가 발굴을 위한 무료 웹소설 연재 사이트인 ‘카카오페이지 스테이지(STAGE, 가칭)’를 선보인다. 해당 공간은 아마추어 창작자를 위한 자유 연재 무대이자, 데뷔 기회가 주어지는 플랫폼이다. 

신인, 기성작가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든 연재가 가능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0년 발표한 ‘웹소설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웹소설 시장은 2014년 약 200억원 규모에서 2018년에는 4000억원대로 약 2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낮엔 회사원 밤엔 작가로 ‘투잡’
수천억 시장…황금 알바로 각광

웹소설 독자가 1020세대라고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특정 웹소설 플랫폼에서는 4050세대가 결제율이 훨신 높다. 과거 만화나 책 대여점에서 300원~500원 주고 빌려보던 향수를 자극해 최근에는 편당으로 결제하는 게 익숙해진 영향도 있다.

또 4050여성 사이에서 19금 로맨스 분야가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 성별, 연령에 따라 찾는 장르가 다 다르면서 전체 웹소설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큰 공을 거둔 웹소설도 속속 등장했다. 2019년 국내외 누적매출액 300억원을 기록한 카카오페이지의 ‘나 혼자만 레벨업’, 100억원을 넘긴 ‘닥터 최태수’ ‘템빨’이 있다.

2018년 tvN 드라마로 방영된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IP 확장에 성공한 사례다. 원작 웹소설과 웹툰은 누적 총합 800만명 이상이 열람했다. 이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150억원 이상 수익을 거뒀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IP 확장은 장르 간 시너지를 일으키며 콘텐츠의 가치를 높인다. 

웹소설 시장이 성장세지만 독자 확대와 인식 제고는 시장 확대를 위해 풀어야할 숙제다. 카카오페이지 측은 독자 확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과 홍보 방안을 고민 중이며 새로운 장르 발굴, 2차 저작물 확대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네이버웹툰은 2019년부터 웹소설·웹툰 공모전을 진행해 신인 작가 발굴에 적극적이다.

직장인이 우려하는 경우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웹소설의 겸업 여부다. 회사마다 규정이 다를 수 있지만 사기업은 웹소설 겸업이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숨기려 해도 매해 다가오는 연말정산에서 수입이 드러나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는 편이 낫다.


커지는 시장

이융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웹소설 시장에 대해 ”무엇보다 속도감 있게 창작되고 소비되는, 폭넓은 (독자)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문화시장“이라며 ”웹소설 공모전 기간에 4000여종의 작품이 올라올 정도로 다종, 다량의 작품이 창작 중이고, 작품 역시 꾸준히 성숙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웹소설이) 10년 역사에 불과해 웹소설에 대한 사회인식은 제고될 필요가 있다”며 “(발전 방향을 위한)정책 논의도 웹콘텐츠와 웹문화에 맞춰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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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