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33)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승과 함께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예약했다. 박인비는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아비아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기아 클래식(총상금 180만달러)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에 버디 3개를 잡아내고, 보기는 3개로 막아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적어낸 박인비는 나흘 내내 선두를 지키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성공했다.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만 19세11개월17일) 우승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박인비는 지난해 2월 호주여자오픈에서 통산 20승째를 올렸고, 1년1개월 만에 21승을 달성했다. 박세리(25승)가 보유한 한국 선수 최다승 기록과는 4승차로 다가섰다.
첫날부터 선두로 나서 3라운드 뒤 5타 차 1위가 된 박인비는 이날도 전반에만 2타를 더 줄이면서 달아났다. 경기 중반 렉시 톰슨과 에이미 올슨(이상 미국) 등이 추격해왔으나 위협적이지 않았다.
시작부터 끝까지 독주
통산 21승…박세리 넘나
후반에 2개의 보기가 나왔지만, 4타 이하로 격차가 좁혀진 적이 없었을 만큼 박인비의 경기력은 압도적이었다. 박인비는 1라운드에서 선두로 나선 이후 마지막 날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공동 선두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우승으로 27만달러의 상금을 추가한 박인비는 LPGA 투어 통산 상금 1700만달러(1700만3925달러) 돌파에 성공했다. 안니카 소렌스탐(2257만7025달러), 카리 웹(2027만249달러), 크리스티 커(2002만5233달러)에 이어 4위다.
박인비가 시즌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 우승한 건 2013년 태국에서 열린 혼다 타일랜드 이후 8년 만이다. 한국 선수의 이 대회 우승은 서희경(2010년), 이미림(2017년), 지은희(2018년)에 이어 4번째다.
이날 우승으로 세계랭킹 4위에서 2위로 도약한 박인비는 6월말 확정되는 도쿄올림픽 출전권 확보도 유리해졌다. 박인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해 여자골프 금메달을 획득, 여자 선수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바 있다.
도쿄올림픽 출전권은 6월 말 기준 세계랭킹 순으로 정해지며, 상위 15위 이내에선 국가당 최대 4명까지 나갈 수 있다. 박인비에게 올림픽은 새로운 동기부여다. LPGA 투어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4대 메이저 대회 우승)과 명예의 전당 헌액 등 다양한 기록과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박인비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뚜렷한 목표를 세우지 못했다.
지난해 시즌을 시작하면서 올림픽 2회 연속 출전을 새로운 목표로 삼았다. 박인비는 “올림픽은 항상 좋은 동기 부여가 된다”며 “아마 올림픽이 없었다면 제가 오늘 여기 있지 않았을 수 있다”고 올림픽 2회 연속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편 톰슨과 올슨이 공동 2위(이상 9언더파279타)에 올랐고,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은 합계 8언더파 280타를 쳐 4위, 1년4개월 만에 LPGA 투어 대회에 나온 김효주(26)는 7언더파 281타를 쳐 5위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