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그룹 후계자 회사 밀어주기 플랜

황태자 대관식 챙기느라 동분서주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아주그룹이 오너 3세 휘하의 계열사에 대대적인 지원을 거듭하고 있다. 황태자는 든든한 배경을 발판 삼아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여념이 없지만, 모든 과정이 순조로운 건 아니다. 전권을 쥔 신사업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면서, 자질 입증이라는 첫 단추조차 제대로 꿰지 못한 형국이다.
 

▲ 아주그룹 본사 ⓒ카카오맵

아주그룹은 1960년 설립된 건설자재업체 아주산업을 모태로 하는 중견기업집단이다. 1960년대에 콘크리트 전신주를 개발하며 이름을 알린 아주그룹은, 수위권 레미콘 업체로 발돋움한 아주산업의 활약에 힘입어 1980년대부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확고한
후계구도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호텔(아주호텔앤리조트) ▲금융(아주IB투자) ▲자동차판매·서비스(아주모터스·아주오토리움·아주네트웍스) ▲IT(아주큐엠에스) 등을 영위하는 그룹사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그룹 총자산 규모는 약 2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아주그룹은 창업주(문태식 명예회장)의 장남인 문규영 회장을 필두로 하는 오너 2세 경영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2007년 문 명예회장의 차남(문재영 회장)과 삼남(문덕영 부회장)이 일부 사업을 떼어내 신아주그룹, AJ네트웍스로 독립하면서, 문 회장 체제는 한층 공고해졌다.

향후 그룹 총수 역할은 문 회장의 장남인 문윤회 아주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표 그룹 전체를 통솔하려면 아버지가 보유한 아주산업 지분 확보가 필수다. 이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역할을 맡게 될 곳이 아주글로벌이다.


아주글로벌은 2004년부터 6년간 자체 사업에서 매출을 전혀 발생시키지 못하던 회사였다. 최근까지도 이 같은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8년 별도기준 12억6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지만, 이듬해에는 매출 ‘0원’을 기록하면서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그룹에서 차지하는 자산 비중 역시 제한적이다. 2019년 별도 기준 총자산은 672억원에 불과하다.

하는 일 없이 덩치만 키운 계열사
승계 위한 치밀한 사전포석 작업

그럼에도 아주글로벌은 아주산업과 함께 확고한 그룹 중심축 역할을 수행한다. 여타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덕분이다. 아주글로벌은 ▲아주모터스(65.57%) ▲아주프라퍼티즈(65.57%) ▲아주호텔앤리조트(15.30%) ▲아주오토리움(75%)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아주산업은 ▲아주IB투자(67.1%) ▲아주지오텍(100%) ▲아주큐엠에스(98.8%) ▲아주자산개발(100%) 등을 지배한다.

다수의 계열사에 대한 아주글로벌의 지배력은 이 회사의 연결기준 총자산을 확연히 키우게 된 배경이다. 실제로 아주글로벌의 2019년 연결기준 총자산은 5630억원으로, 별도기준 대비 9배 수준이다. ▲아주프라퍼티즈 ▲아주모터스 ▲아주오토리움 ▲아주호텔앤리조트 등을 연결 대상에 편입한 효과였다. 

심지어 2019년에는 전년(1573억원) 대비 3배 이상 자산 증가가 목격됐다. 아주호텔앤리조트 주식(15.3%)을 취득하면서, 기존 종속회사인 아주프라퍼티즈 지분(37.6%)과 합쳐 50%가 넘는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게 결정적이었다.
 

▲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 ⓒ아주그룹

아주글로벌의 위상 강화는 승계 구도와도 맞물린다. 아주글로벌의 실질 지배자가 문 대표인 까닭이다. 2010년 문 회장은 아주글로벌 지분 69.09%를 문 대표에게 양도했고, 문 대표의 최대주주 지위는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문 대표의 아주글로벌에 대한 지배력은, 아주글로벌에 대한 그룹 차원의 간접지원이 계속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아주글로벌은 2019년 아주호텔앤리조트 유상증자 참여를 계기로 지배력을 확보했고, 이는 ‘문윤회-아주글로벌-아주호텔앤리조트’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됐음을 의미한다.

그룹 차원
간접 지원

이 과정에서 지원군 역할은 아주산업이 맡았다. 아주글로벌이 아주호텔앤리조트 유상증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각한 아주네트웍스를 사들인 곳이 아주산업이다. 사실상 아주산업이 아주글로벌을 위해 아주네트웍스를 품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아주산업의 백기사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주산업은 지난해 3분기 중 아주글로벌이 보유했던 아주모터스와 아주오토리움 지분 전량을 취득했다. 이 과정에 총 287억원이 소요됐다. 아주오토리움과 아주모터스 지분 취득을 위해 각각 147억원, 140억원이 투입됐고, 이 금액은 고스란히 아주글로벌로 흘러갔다.

아주산업이 문 회장 휘하에 있고, 그룹 내 대다수 계열사가 아주산업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아주산업 역시 문 대표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아주글로벌과 아주산업의 합병이 대두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아주글로벌의 덩치를 더욱 키울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10배 가까운 아주산업과 아주글로벌 간 총자산 규모를 최대한 줄이는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아주글로벌 가치가 높아질수록 문 대표가 아주산업 지분율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문윤희 아주호텔앤리조트 대표 ⓒ아주그룹

반대로 아주글로벌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지지부진할수록 문 대표가 짊어져야 할 자금 부담은 커지게 된다. 아주글로벌의 기업가치가 오르지 않는다면, 합병 후 문 회장이 보유한 아주산업의 지분율(84.21%)이 다소 희석되더라도, 증여 과정에서 문 대표의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해진다.

강화되는
3세 입지

아주글로벌의 가치 상향을 위해 본격적인 승계 작업을 밟기 전에 아주글로벌의 지주사 역할을 좀 더 강화시킬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로 아주글로벌은 지난해 7월 총 4개의 새로운 사업목적을 추가했는데, 이 중 하나가 바로 지주사업이다.

향후 아주글로벌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아주글로벌이 지난해 지주사업과 함께 사업정관에 추가한 사업목적은 ▲유가증권 및 기타 금융자산 투자업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업 ▲각호와 관련된 부대사업 등 모두 투자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아주글로벌을 앞세운 문 대표의 그룹내 영향력이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문 대표에게는 경영 능력 입증이라는 단계만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충족시키기에는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문 대표는, 2015년 1월 아주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에 내정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표가 호텔사업을 맡게 되자,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이 본격화됐다. 


자질만 입증하면 되는데…
뒷걸음질 바쁜 후계자 신사업

2018년 미국 시애틀의 AC호텔 밸뷰 인수, 2019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하얏트 플레이스와 하얏트 헤럴드스퀘어 매입 등이 대표적이다. 또 서울 마포구에 라이즈 호텔을 새로 열었고, 제주에서는 기존 하얏트리젠시제주를 더쇼어호텔제주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다만 빠르게 몸집을 불린 것과 별개로 아주호텔앤리조트는 아직까지 별다른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아주호텔앤리조트는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69억원과 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18년 1900원 수준이던 총차입금 규모는 이듬해 3500억원 으로 급증했다.
 

▲ 서울라이즈호텔 ⓒ카카오맵

부채 역시 크게 증가했다. 2019년 말 연결기준 총부채는 3828억원으로 전년(2247억원) 대비 70%가량 급증했다. 이 여파로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49%에서 374%로 치솟았다. 부채가 늘면서 이자는 2018년 69억원에서 1년 사이 82억원으로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관광객 유입이 급감했다는 점에서 지난해에는 더 큰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망도 불확실하다. 제주에 위치한 더쇼어호텔제주는 지난해 4월 영업을 종료하고 토지마저 매각하면서, 사실상 아주그룹의 손을 떠난 상황이다. 현재 아주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호텔은 7개로 줄어들었다.

실적 구멍 
밑 빠진 독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장했던 아주호텔앤리조트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자 올해 ‘안정화’에 방점을 두고 내실 다지기에 나선 상황이다. M&A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 대신 기존 호텔들의 영업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호텔사업에서의 부진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에게 권한이 쏠리는 현상은 한층 심화되고 있다. 아주호텔앤리조트는 올해부터 문윤회 대표 단독 체제로 회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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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